Conquering Murim with future technology RAW novel - Chapter 27
27화. 사략면장
웅성웅성.
금미촌의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관도를 가로지르는 인파와 수레를 보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웬 죄인들이 수백 명이나?”
“뭐야 무슨 일이야?”
“평범한 산적들 같지는 않구먼.”
관도를 가로지르는 수십 대의 우마차에 부상으로 신음하는 산적들이 삼삼오오 포박되어 갇혀 있었다.
개중에 부상이 심한 자는 누워서 겨우겨우 숨만 쉬고 있었으며, 팔이 부러진 놈, 다리에 구멍이 난 놈, 머리가 깨진 놈 등 성한 자는 단 한 명도 없어 보였다.
“오, 이번에 형방으로 승진한 미종이도 보이는구먼.”
“허허, 녀석이 저렇게 벼락출세를 할 줄이야.”
병사들이 수레를 포위하듯이 포진하여 이동 중이었고 그들의 선두에는 미종이, 가장 후미에서는 신혁이 여유롭게 걸어가고 있었다.
“상한 병사들은 하나도 없고 산적들만 저렇게 박살이 난 걸 보니, 이번에도 괴룡이 나선 게로구먼.”
“괴룡이 금미산에 나타난 이후로 마을의 우환이 없어진 거 같으이.”
“그러게 말이야. 저번에는 흡혈마군과 청해색마의 목을 베고, 이번에는 산적 놈들마저 때려잡았으니!”
“저놈들이 그대로 금미산에 머물렀으면 얼마나 곤란했겠나.”
금미촌 주민들의 소란을 뒤로하고 신혁 일행은 마을을 벗어나 어느덧 청동현의 관청에 다다르고 있었다.
“아이고오~ 사 대인.”
관청의 대문 밖에서 십여 명의 관리들을 대동하고, 목이 빠져라 신혁이 나타나길 기다리던 현령이 반색하며 달려왔다.
“자주 뵙게 되는 것 같습니다. 현령님.”
“하하하, 그러게 말입니다. 이렇게 산적들을 토벌해 주시다니, 청동현의 백성들을 대표하여 정말 감사드립니다. 현사님.”
“이거 참, 현사라는 말은 과분한 거 같습니다.”
신혁이 볼을 긁적였다.
“아닙니다. 더 높은 지위를 드릴 수 없어 죄송할 따름입니다.”
“일단 관청에 도착도 했고, 현령님께 이들을 인계해드리기도 했으니, 저는 이만 가볼까 합니다.”
“아니, 대인! 식사라도 하고 가시지요. 이렇게 갑작스럽게…….”
신혁을 맞이하려고 상다리가 부러지게 잔칫상을 준비해놓았는데 정작 연회의 주인공이 빠져버리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현령의 머리가 김을 내뿜을 정도로 뜨겁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신혁을 잡아야 했다.
“현사님, 잠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예? 무슨?”
“저들은 녹림칠십이채라는 곳에 무림인들입니다.”
“그래 봐야 산적들이지 않습니까?”
“녹림은 보통의 산적들과는 조금 다릅니다. 녹림칠십이채의 산적들과 장강수로연맹의 수적들은 황상의 사략면장을 받은 세력이니까요.”
“사략면장이요?”
“조금 길어질 듯한데, 안에서 식사라도 하시면서 이야기를 나누시지요. 이대로 현사님께서 떠나신다면, 저들은 아무 처벌도 받지 않고 곧장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는 것이 당연하지 않습니까?”
신혁의 목소리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가 힘이 있었기에 이렇게 산적들을 제압할 수 있었지만, 만약 자신이 힘없는 약자였다면 무슨 꼴을 당했겠는가.
“안으로 드시지요. 제가 그 이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러죠.”
* * *
태조가 명을 일으켜 세울 때, 원의 수군과 육군을 상대하기 위해 마교의 창천명교를 비롯해 녹림과 장강수로연맹 등 다수 무림의 세력의 도움을 받았다.
그 대가로 그들의 약탈 일부를 용인하는 일종의 허가증을 발급받을 수 있었는데, 그것이 사략면장이었다.
현령의 설명을 들은 신혁은 어이가 없었지만, 국법이 그렇다는데 딱히 다른 방도가 없었다. 그래서 현령에게 다른 부탁을 하게 되는데.
“그러니까 현사님의 말씀은……?”
“예, 사형 예정인 죄수 두 명과 산적들을 제게 맡겨 주십시오.”
“어찌하시려고 그러시는지……?”
“사략면장이 무엇인지 알았으니, 어차피 현령님께서 저들을 처벌하시는 것은 요원하지 않습니까. 그러나 저는 다릅니다. 저는 이곳의 국민도 아니거니와 당하고 가만히 있을 만큼 성격이 좋지도 않습니다. 그들을 금미산으로 보내주십시오. 제가 해결하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관과 무림은 불가침의 관계이니 무림인의 일은 무인들끼리 해결하는 것이 좋겠지요. 뜻대로 하시지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사형수 두 명은 왜 필요하신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현령이 정말로 궁금해서 신혁에게 물었다.
녹림도들을 내주는 것이야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어차피 약간의 보석금 정도만 받고 풀어줘야 할 자들이었고, 설령 사략면장이 없더라도 청동현에는 그들을 잡아둘 능력이 없었던 탓이다.
“쓸데가 있습니다. 정말 확실하게 죽을죄를 지은 자들이 맞습니까?”
신혁이 일반인이라면 말도 안 되는 부탁이었으나, 초절정의 무인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현사라는 직위 또한 가지고 있으니 그 정도 부탁은 현령이 충분히 들어줄 수 있는 범위 내였다.
“예, 한 놈은 남색을 밝히는 자로 십여 명의 동남을 겁탈하고 잔인하게 죽였습니다. 다른 한 놈은 악덕 고리대금을 하던 녀석인데, 빚을 갚지 못해 겁탈당하고 살해당한 아녀자만 또 수십입니다. 둘 다 죽어 마땅한 놈들이 맞습니다.”
“좋네요. 그럼 사형수 두 명과 녹림도의 처분은 제게 맡기시는 걸로 알겠습니다.”
“허면 죄인들을 다시 함거에 가두어 금미산으로 옮기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먼저 일어나 보겠습니다.”
“예, 대인. 고생하셨습니다.”
신혁을 배웅한 현령이 손짓하여 관노를 불렀다.
“예~ 나으리.”
“형방에게 지금 바로 현사님을 모시고 출발하라고 이르게.”
“예, 나으리.”
올 때와 마찬가지로 미종과 병사들이 대충 치료를 끝낸 녹림도들을 함거에 싣고 금미산을 향해 출발했다.
[사령관님.]‘응?”
금미촌을 지나서 금미산까지 얼마 남지 않은 관도의 한가운데를 걷고 있던 신혁에게 오페라의 음성이 들려 왔다.
[에너지 분류 카테고리 상, 절정고수의 PEF 수치를 보이는 두 개체와 일류무사급 여덟 개체가 사령관님 방면으로 접근 중입니다.]‘그래? 암연백인가?’
[아닙니다. 새로운 객체입니다.]‘절정고수급 두 명의 PEF는?’
[각 980,000과 550,000입니다. 미확인 두 개체가 빠른 속도로 접근 중. 약 3분 뒤 도착할 것으로 보입니다.]“형방님.”
“네? 무슨 일이십니까 현사님.”
신혁의 부름에 미종이 선두에서 뒤돌아 재빨리 달려왔다.
“잠시 쉬어가시지요. 손님이 오셨습니다.”
“예?!”
목적지를 코앞에 두고 쉬어가자는 신혁의 말에 미종이 고개를 갸웃했다.
거의 다 왔는데 쉬자는 것도 이상했지만, 관도 한가운데서 손님이 왔다는 말도 의아했다.
‘설마, 이들을 구하려고 녹림칠십이채의 다른 세력들이 왔다는 말인가?’
“모두 전투준비.”
미종의 다급한 외침에 병사들이 긴장하며 각자의 무기를 고쳐 잡고 병진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무량수불.”
병사들이 막 병진을 갖춘 순간. 금미산 방향에서 갑작스럽게 열 명의 도사들이 나타나더니, 개중 가장 젊어 보이는 도사가 대표로 나서 도호를 읊었다.
“누구십니까?”
미종이 무리의 대표로서 나타난 자들의 정체를 물었다.
“빈도는 곤륜의 태성이라 합니다.”
* * *
스스스슥.
“속하 암영 1호입니다. 분타주님.”
“그래, 생각보다 많이 늦었구만. 어떻게 되었나?”
암영 1호가 나타나자마자 암연백은 눈을 반짝이며 기대에 가득 찬 목소리로 물었다.
“예상하신 대로입니다.”
“아깝구먼. 조금만 여유가 있었어도 내가 직접 가서 산적 나부랭이들이 박살 나는 꼴을 봤을 텐데 말이야. 크크크크…….”
“그들이 압송되어 온 것만 보고 왔음에도, 놈들 꼴이 참으로 가관이었습니다.
“그래, 어떻던가?”
“수십 대의 우마차에 산적 놈들이 반병신이 되어서 갇혀 있었고, 청호는 팔다리가 부러진 채 반쯤 넋이 나간 표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암영 1호의 보고에 암연백은 십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간 표정으로 광소를 터뜨렸다.
“크하하하하, 동호채주가 이 소식을 들으면 길길이 날뛰겠구만. 아끼던 수하 놈도 박살이 나고, 동호채 전력 절반이 날아갔으니 화가 나서 잠도 자지 못하겠어.”
“평소에 호시탐탐 세를 확장할 기회를 노리더니, 그야말로 제대로 된 임자를 만난 게 아니겠습니까.”
“그래, 그럴 테지. 크크큭.”
지금 생각해보면 암연백은 자신이 참 운 좋은 사람이라 생각했다. 만약 괴룡에 대해 파악하지 못했다면 자신도 지금의 녹림도와 같은 신세가 되었을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그래, 괴룡의 상태는 어떻던가?”
“아주 말끔하였습니다. 다만 전처럼 괴상한 복장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고, 중원의 무복을 입고 있었습니다.”
암영 1호의 보고에 암연백이 고개를 끄덕였다. 초절정고수인 괴룡이 그들을 상대하면서 생채기라도 하나 생길 일이 있을까. 당연하다는 반응이었다.
“그럼 녹림도 중에 사망자는 몇이나 되던가?”
이 부분이 중요했다. 만약 사망자가 많이 나온다면 녹림의 입장에서도 체면과 명성이라는 것이 있으니, 사신혁을 가만둘 수는 없을 터였다.
“아쉽게도 사망자는 없었습니다.”
“쩝, 그건 좀 아쉽군. 그래 그들의 처분은 어찌한다고 하던가?”
“그게…….”
“응?”
“금미산에서 무기징역을 하는 것으로 판결이 내려졌다고 합니다.”
“무기징역? 그놈들을 금미산에 가둬놓을 수가 있겠는가? 몸이 회복되면, 바로 도주하고도 남을 놈들인데?”
“아시다시피 사략면장을 받은 놈들이라 국법으로는 처벌이 어렵지 않겠습니까. 현령이 그 사실을 괴룡에게 넌지시 던지자 괴룡이 그들을 자신에게 넘겨달라고 하더니 다시 금미산으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허어……. 하긴, 괴룡이라면 뭔가 뾰족한 수가 있을 테지. 그래, 보고는 그게 끝인가?”
“아닙니다. 아주 재미있는 소식이 하나 더 있습니다.”
암영 1호의 말에 암연백에 얼굴에 호기심이 떠올랐다. 암영 1호가 아주 재미있다고 말할 정도라면 특별한 일일 가능성이 컸다.
“그래? 또 무슨 일인가?”
“유양도장과 태성도장을 포함한 곤륜의 도사들이 괴룡과 충돌했습니다.”
“그게 사실인가?!”
암연백이 크게 놀라 되물었다. 유양도장은 자신과 우열을 가릴 수 없는 곤륜의 간판 고수 중의 하나였고, 태성도장 역시 비천검이라 불리는 곤륜이 자랑이었다.
“예, 속하가 직접 목격하였습니다.”
“크하하하하! 정사마의 세력 중에 정파와 사파가 하나씩 괴룡과 척을 지게 생겼으니, 추후에 아주 볼 만하겠구나. 으하하하하!”
암연백의 속 시원한 웃음이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