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quering Murim with future technology RAW novel - Chapter 270
270화. 반격 (5)
“쳇, 사이하기 그지없구나.”
절대 무너지지 않는 벽을 향해 무공을 펼치는 것 같았다. 요백진을 마주한 적무강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극성의 태양무극권을 펼쳤음에도 요백진에게는 어떠한 타격도 줄 수가 없었다.
“좀 더 힘을 내보시게 초궁주. 사도팔문 중 최고라는 이화태양궁의 궁주께서 이리도 약해서야, 쯧쯧.”
“오냐, 산채로 태워주마.”
초사헌이 분노하며 더더욱 공력을 끌어 올렸다. 지금까지 매섭게 공격을 퍼부었지만 웬만한 열양공과 권강은 요백진의 푸르른 방벽을 뚫지 못하고 반사되었다. 어중간한 공격은 공력만 낭비될 것임을 깨달은 초사헌이 모든 공력을 집중시켜 일격에 승부를 걸었다.
태양무극권(太陽武極拳) 오의(悟意).
태양폭마뢰(太陽爆魔雷).
초사헌의 양손이 불꽃에 휩싸이며 폭발하듯이 허공을 내질렀다.
“열양공, 한빙공.”
요백진이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슬쩍 검을 그었고, 그의 검에서 짙은 푸른색의 검강이 뻗어 나와 검막(劍幕)을 형성하였다.
“본좌에게 있어서 가장 하찮은 무공이지.”
요백진은 이글거리는 열기를 가득 담은 초사헌의 권강을 막아내며 슬쩍 검을 흔들었고, 무엇이든 태워버릴 것 같았던 초사헌의 최후 절초가 그대로 반사되었다.
“빌어먹을……!”
초사헌이 이를 악물고 공력을 끌어모았다. 어느새 그의 입가에 선혈이 흘렀다. 무리한 공력 운용으로 인하여 기혈이 상한 것이었다.
“물러서세요 초궁주님.”
주소천의 목소리와 함께 하늘에서 눈꽃이 떨어지듯이 몇 장의 부적이 흩날리며 내려와 초사헌의 앞을 막았다.
화르르륵.
제천사신(帝天査神)의 술(術).
출두(出頭).
북방현제(北方玄帝) 대장군 현무(玄武).
초사헌의 앞을 막아선 부적들이 스스로 타오르며 어마어마한 영력을 뿜어내기 시작했고, 어느새 나타난 거대한 거북이의 모습에 용의 머리를 한 신수(神獸)가 초사헌의 앞을 가로막았다. 주소천이 소환한 현무가 땅을 뒤집으며 방벽을 만들었고, 그 방벽이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콰아아아앙!
요백진이 반사시킨 태양폭마뢰가 현무의 방벽에 충돌하였고, 굉음과 함께 방벽이 무너져 내렸다.
“맹주님!”
어느새 자신의 앞을 가린 주소천의 등을 보며 초사헌이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맹주님의 기대에 부흥하지 못했습니다.”
“아니에요. 충분히 잘 해주셨어요. 이자는 제가 상대하겠습니다. 궁주님께서는 본맹의 수하들을 이끌고 정도맹과 함께 사천당가를 수복해주십시오.”
“존명!”
초사현 역시 명검진인과 마찬가지로 주소천에게 뒷일을 맡기고 몸을 날렸다.
“뭐, 잔챙이는 보내주도록 하지.”
기분 나쁜 미소를 지으며 요백진이 주소천에게 시선을 돌렸다.
“생각보다 더욱 어리구나. 사도맹주 주소천.”
“나이 많은 거 자랑 아니에요 아저씨, 아니 할아버지.”
“뭐라고?”
당돌한 주소천의 말에 요백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나이 많은 거 자랑 아니라구요. 나이에 걸맞은 품격을 갖춘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들한테 피해나 주고 민폐나 끼치면서, 설마 제게 대우받길 원하시는 건 아니겠죠?”
“하, 하하하하하!”
요백진이 한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호탕하게 웃었다. 지금껏 오랜 세월을 살아왔지만, 그에게 주소천처럼 말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래, 그 당돌함만큼 실력도 있었으면 좋겠구나.”
“어머나, 눈치까지 없으셔라.”
“뭐라고?”
“제 걱정하시기 전에 본인부터 챙기세요.”
화르르륵.
주소천의 품에서 몇 장의 부적이 빠져나와 허공에서 타오르며 아름답게 흩뿌려졌다.
인혼강림(人魂降臨)의 금주술(禁呪術).
현신(現神).
조운(趙雲) 자룡(子龍).
주소천의 손에 있던 조그마한 파천비가 어느새 무신 조자룡의 창으로 변했고, 그녀의 몸에서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 되는 위압감이 줄기줄기 흘러나왔다.
“좋다, 와라!”
조자룡의 살벌한 기세를 감지한 요백진이 검을 곧게 세우고 본격적으로 청의신공을 끌어올렸다.
‘청의신공은 무적의 무공. 무신의 창이라 한들 청의신공을 뚫을 수는 없다.’
당장이라도 달려들어 무지막지한 창격을 휘두를 것 같던 주소천이 요백진의 예상과 달리 후방으로 몸을 훌쩍 날려 거리를 벌렸다.
“응?”
단 한 번의 도약으로 족히 스무장의 거리를 벌렸음에도 주소천은 가볍게 두어 번 더 뒤로 몸을 날렸고, 순식간에 요백진과 주소천의 거리가 오십 장 이상 벌어졌다.
“가볍게 시험해 볼까요?”
주소천이 품속에서 한 장의 부적을 꺼내 허공에 던졌다.
십이지신술(十二支神術).
우신강림(牛神降臨).
화르르륵.
부적이 불타오르며 허공에 집채만 한 크기의 소의 형상이 일렁였고, 하늘을 향해 한번 포효한 거대한 소가 지체 없이 대지를 박차고 요백진에게 달려들었다.
“이, 무슨?!”
요백진은 주소천이 당연하게 조자룡의 혼을 불러들여 근접전을 벌일 거라 예상하였지만, 뜬금없이 들이닥치는 주소천의 주술은 예상 밖이었다. 그러나 달라질 건 없었다. 그의 검의 청의신공의 기운을 휘감아 움직였고, 미친 듯이 달려오는 우신의 기운을 그대로 받아쳤다.
“크윽!”
실체가 없을 거라 생각하고 기의 파동만을 반사하려던 요백진의 몸이 그대로 날아가 버렸다.
“이, 이년이?!”
허공에서 몸을 뒤집으며 우신의 힘을 흘려버린 요백진이 땅에 내려서며 이를 악물었다. 별거 아닌 주술로 생각하고 방심해서 허용한 일격이었다. 요백진이 땅을 박차며 빠르게 주소천을 향해 경공을 펼쳤다.
“같은 수에 두 번이나 당할 것 같으냐!”
주소천을 향해 달려가던 요백진이 다리를 멈추고 소리쳤다. 이번에는 호랑이와 뱀의 형상을 한 호신과 사신의 주술이 요백진의 앞을 가로막았기 때문이었다.
“흥, 네 술법에 네가 당해 보거라!”
이번에는 방심하지 않고 극성의 청의신공을 바탕으로 주소천의 술법을 반사시킨 요백진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하지만 요백진은 얼마 안 가 생각지도 못한 난관에 부딪혔다. 반사된 호신과 사신의 주술은 주소천을 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뭐, 뭐야?!”
마치 절정의 검수가 이기어검으로 조종하는 것처럼 호신과 사신의 주술이 우아하게 곡선을 그리며 방향을 틀었고, 다시금 요백진을 덮쳤다.
“잡신 주제에 그래도 약간의 신성이 있다는 것이냐!”
요백진이 짜증스럽게 공력을 집중시켰고, 검을 그어 일격에 호신과 사신의 기운을 소멸시켜 버리며 몸을 날렸다. 이대로 원거리에서 주소천의 공격을 계속 받아낸다면 공력의 소모를 감당할 수 없었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어머나~ 그 청의신공이라는거, 사신혁 대협의 반검술(反劍術)에 비하면 굉장히 허접하네요. 시험 삼아 십이지신술을 써봤는데 이렇게 효과가 좋을 줄은 몰랐네요.”
주소천이 화사하게 미소 지으며 요백진을 비웃었다. 파천비 쟁탈전이 있던 서안의 매산곡에서 신혁의 패턴 블루에 낭패를 보았던 주소천은 다시 한번 신혁을 상대할 때를 대비하여 주술을 갈고 닦았고, 엉뚱하게도 그 성과를 신혁이 아닌 요백진이 맛보게 되었다.
“네년이?!”
자신의 무공을 폄하하는 주소천에게 분노한 요백진이 검을 다잡으며 막 공격을 퍼부으려는 순간, 다시 한번 요백진과 주소천의 사이에 한장의 부적이 나풀거리며 날아와 불타올랐다.
십이지신술(十二支神術).
서신강림(鼠神降臨).
우르르르르르~!
엄청난 숫자의 쥐 떼가 주소천과 요백진의 사이를 가득 메웠다. 어림잡아 보아도 족히 수천, 아니 수만 마리는 될 것 같은 엄청난 숫자였다.
“이런?!”
수만 마리의 쥐 떼가 요백진을 향해 이빨을 드러내며 달려들었고, 어쩔 수 없이 요백진은 다시 한번 청의신공의 공능을 가득 담아 검막을 펼쳤다.
퍼버버버벙~!
“크으으윽……. 이렇게 많은 수의 쥐 떼가 허상이 아닌 실체라니?!”
이번 주술은 요백진의 청의신공의 장막에 부딪혀 반사되었지만,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은 수의 쥐 떼들은 반사되는 공격마저 상쇄해가며 멈출 줄을 몰랐다.
“하아아아압!”
눈앞을 가득 메운 쥐 떼들을 기합과 함께 날려버린 요백진의 눈앞에 반짝이는 창날이 나타났다.
촤아아악!
“크윽!”
청의신공을 서신의 힘을 차단하는데 집중시키는 바람에 그 틈을 뚫고 들어온 주소천의 창을 완벽하게 막아내지 못했고, 요백진의 가슴이 길게 갈라지며 피가 튀었다.
“빌어먹을……!”
요백진이 욕설을 내뱉으며 갈라진 가슴 주변의 혈도를 눌러 출혈을 막았다.
“가만두지 않겠다.”
* * *
“장문인!”
야율세가의 가주 야율기가 다급하게 형산파의 무수각을 불렀다.
“당황하지 말고 버티시오 가주.”
무수각이 자신을 향해 창을 내지르는 녹림도의 머리를 부수며 짜증이 가득 묻은 목소리로 야율기에게 말했다.
“조금만, 조금만 버티시오. 아직 사신문의 진정한 힘이 남아있지 않소이까!”
“하, 하지만! 지금 당장 우리가 죽게 생겼는데 이대로 버티자는 말이오?”
야율기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격전이 시작되고 초반에는 우위를 점할 수 있었지만, 화산의 명검진인과 이화태양궁주 초사헌이 등장한 뒤부터 사신문이 밀리기 시작했다.
그것을 타개하기 위해 청의령주와 적의령주가 모습을 드러냈지만, 그들 역시 정도맹주와 사도맹주에게 막혀서 별다른 힘을 쓰지 못했고, 화산제일검 명검진인과 이화태양궁주 초사헌이라는 두 명의 화경의 고수가 드디어 사천당문의 정문을 넘어서 물밀듯이 들어오고 있었다.
“버텨야지! 아니, 죽어도 여기서 죽어야지!”
“그, 그런……?”
“정도맹과 사도맹에게 척을 지고 사신문을 선택한 우리가 사신문에게 마저 버림받고 갈 곳이 있을 것 같소?”
“……!”
무수각의 촌철살인에 야율기가 입을 다물었다.
“우리는 사신문에 걸었소. 어차피 구파일방이나 사도팔문에 내가 낄 자리는 없소. 그건 야율세가도 마찬가지 아니오?”
“……장문인의 말씀이 맞소. 우리가 여기서 버려지는 말이 되더라도 강호가 사신문의 천하가 된다면 우리의 후인들이 그 영광을 누릴 테니 말이오.”
무수각의 말대로 야율세가 역시 오대세가의 일좌를 차지하는 것은 요원했다. 비참했던 지난날을 떠올린 야율기의 눈이 희망과 야심으로 불타올랐다.
“그래, 네 말이 맞다 애송아. 사신문의 천하가 된다면 말이지.”
퍼어어엉!
폭음과 함께 사신문도들의 몸이 여기저기로 튕겨 나가며 초사헌의 모습을 드러냈다.
“초사헌 시주.”
당장이라도 손을 쓸 것 같은 초사헌을 부르며 화산의 명검진인이 사신문도들 십여 명을 일검에 두 조각으로 쪼개버리며 나타났다.
“저들은 아미파의 장문인을 능욕한 정도맹의 원수, 노도에게 저들의 단죄를 양보해주셨으면 하오.”
“그리하리다.”
초사헌이 선선히 고개를 끄덕이며 한 발짝 물러섰고, 명검진인이 검을 쥐고 뚜벅뚜벅 야율기와 무수각을 향해 걸어갔다.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 형산문주님과 내가 힘을 합친다면 아무리 화산제일검이라 하여도…….”
무수각과 야율기가 전의를 다지며 한 마디씩 내뱉었지만 아쉽게도 야율기의 말을 이어지지 못했다.
촤아아아악!
어느새 야율기의 목에 가느다란 혈선이 생겼고, 그의 목을 가른 칼날이 그대로 무수각의 목마저 노렸다.
“무, 무슨?!”
무수각이 대경하여 권갑을 두른 손에 강기를 일으키며 명검진인의 검을 막았지만, 무수각 역시 야율기와 다르지 않은 최후를 맞이 할 수밖에 없었다.
“무량수불.”
도호를 외며 명검진인이 검에 묻은 피를 털었다. 그러자 야율기의 목이 먼저 땅에 떨어졌고, 뒤이어 무수각의 팔과 목이 연달아 떨어지며 악인의 최후를 알렸다.
“명검진인께서 무수각과 야율기의 목을 베셨다!”
“사천당가를 함락시켰다 와아아아아아~!”
정도맹과 사도맹의 무사들이 승리의 함성을 질렀고,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사신문도들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적의 수괴를 베었으니, 이제 남은 것은 청의령주와 적의령주 둘 뿐이오. 어서 이곳을 정리하고 맹주님들을 도우러 갑시다.”
“알겠습니다 초 시주.”
“그대들이 살아서 돌아간다면 그리 하는 게 맞겠지.”
그때, 사천당가의 하늘에서 누군가가 서서히 내려오기 시작했다.
‘굉장한 고수?!’
‘이놈은 대체……?’
마치 사신혁처럼 허공에서 유유히 내려오는 가면을 쓴 남자의 출현에 명검진인과 초사헌이 손이 땀으로 축축하게 젖었다.
“정체를 밝혀라, 네놈은 누구냐!”
초사헌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소리쳤고, 가면을 쓴 남자가 명검진인과 초사헌의 사이에 내려서며 입을 열었다.
“현의령주 무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