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quering Murim with future technology RAW novel - Chapter 273
273화. 삼도연맹 (2)
사천에서 사신문과 정사연맹의 대격전이 끝났을 때, 신혁은 테레사함의 함교에서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었다.
[무룡 유신이 청해에 접어들었습니다. 아마도 1시간 안에 테레사함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됩니다.]“유신이?”
[예, 예상되는 행동은 앞으로 있을 사신문과의 전투를 대비하여 사령관님께 도움을 청하기 위해서겠지요.]“흐음. 도와주는 게 맞겠지?”
[예, 전술적으로 생각한다면 그게 맞습니다. 게다가 참전의 대가로 자연스럽게 현천포를 손에 넣을 수도 있으니까요.]빅토리노가 지금까지 벌어진 사신문과 정사연맹의 접전 과정을 간략하게 요약하여 스크린에 표시해 주었다. 사천에 집결한 사신문도들이 일으킨 참화를 시작으로 화산제일검 명검진인의 사망까지 말이다.
“그럼 청해의 곤륜파도 섬서에 가 있고, 현재 섬서와 사천 지역에 중원의 거의 모든 무인들이 모여있다는 말인데.”
[예, 일촉즉발의 상황입니다. 언제 대규모 전투가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지만, 양측 모두 현재는 소강상태입니다.]“현재로서는 정사연맹은 사신문으로 인해 움직일 수 없다는 말이구나.”
[그렇습니다.]“바꿔 말하면 사신문 역시 정도맹과 사도맹을 적으로 두고 움직일 수 없다는 말이지.”
신혁이 턱을 괴고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토리야.”
[예, 사령관님.]“마교의 동향을 파악해라.”
[마교를 말씀이십니까?]“그래, 지금 상황에서 가장 변수가 될 사항은 마교다. 내가 정사연맹에 합류한다 해도 마교가 사신문의 편에 붙는다면 중과부적이야. 분명 마교에서도 현재 거취를 고민하고 있을 거다.”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마교의 동태를 파악하겠습니다. 그리고 유신이 도착하였습니다.]“들어오라고 해. 접객실로 안내하도록”
[알겠습니다.]빅토리노에게 명령을 내린 신혁이 함교를 나섰다.
“형님!”
“그래, 간략하게 소식은 들었다. 현의령주를 마주쳤다지?”
“벌써 알고 계셨군요. 그렇습니다.”
“앉아라.”
“예.”
신혁이 반가운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유신에게 자리를 권했다.
비록 정도맹의 맹주로서 신혁을 끌어들일 목적을 가지고 테레사함을 방문한 유신이었지만, 부상에서 회복된 듯 보이는 신혁이 너무나도 반가운 유신이었다.
“그래, 정도맹주께서 나를 찾으신 목적이 무엇일까?”
“하하, 목적이 없다고 할 수 없는 게 슬프군요.”
유신이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됐다. 굳이 듣지 않아도 알 것 같구나. 사신문과의 싸움에 한 손 거들어달라는 거겠지.”
“그렇습니다. 찾아뵐 때마다 이런 부탁만 드리게 되어 죄송합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무림이든 중원의 주인이 누구든 아무런 관심이 없다. 내가 원하는 건 십대기보뿐이니까.”
“알고 있습니다.”
부탁을 하면서도 한 점 아쉬움이나 부끄러움이 없는 유신의 당당함이 맘에 들었는지 신혁이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 정도맹과 사도맹의 피해가 어느 정도길래 내게 이런 부탁까지 하는 거냐?”
“생각보다 피해가 큽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사신문의 전력은 놀랄 만큼 강해지고 있을 겁니다.”
유신이 자세하게 정도맹과 사도맹의 피해 상황과 덧붙여 이번에 경험한 혼원여의신공의 무서운 공능까지 신혁에게 이야기했다.
“흐음……. 하면, 마교는 어찌할 생각이냐?”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아직까지 마교에 대한 대책이 없습니다. 제갈군사와 사공자청 하오문주는 마교와도 동맹을 맺는 것이 옳다고 합니다만, 누가 마교를 설득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다고 후방을 먼저 정리하자고 마교를 친다면 그나마 남은 정도맹과 사도맹의 전력도 분할될 테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바꿔말하면 어느 정도 대가를 치르더라도 마교를 끌어들이는 게 최선이라는 말이구나.”
“그렇습니다.”
“그래, 충분히 알아들었다.”
신혁이 씨익 미소 지으며 몸을 일으켰다.
“형님?”
“뭘 그렇게 놀래? 답이 나왔으면 움직여야지. 지금 이 순간에도 사신문은 강해지고 있다면서.”
“그건 그렇습니다만, 대체 어찌하시려고 합니까?”
“마교를 아니, 현아진을 설득하겠다.”
“예? 그게 가능할까요?”
“뭐 공짜로는 안 되겠지. 정도맹과 사도맹에서도 어느 정도 마교가 수긍할만한 대가를 내줘야 할 거다.”
“어느 정도라고 하시면…….”
“글쎄? 그건 어떻게 교섭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사신문에게 중원이 멸망당하는 것보다는 낫겠지.”
“그건 그렇습니다만…….”
“내게 맡겨라. 생각해 둔 게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니까.”
“후우~”
신혁의 말에 유신이 크게 신호흡을 하며 도호와 함께 답했다.
“무량수불, 알겠습니다. 형님만 믿겠습니다.”
* * *
빛 한점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공간.
현의령주 무명이 조심스럽게 모습을 드러내며 품속에서 조그마한 수정구를 꺼냈다.
“지존을 배알합니다.”
그 어떤 감정도 내비치지 않는 현의령주 무명의 목소리에서 외경의 감정이 느껴진 것도 놀라운데 그가 마치 신을 영접하는 광신도처럼 공손하게 엎드려 절하며 언제나 착용하고 있던 야차가면 내려놓았다.
“늦었구나.”
수정구슬 속에서 담담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목소리만을 들었을 때는 중후한 남성의 목소리였다.
쿠웅!
현의령주 무명이 이마를 바닥에 찧으며 말했다.
“부디 용서를.”
“쓸데없이 시간 잡아먹지 말고 본론으로 들어가 볼까?”
“지존의 뜻대로.”
무명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수정구에 시선을 집중하였다.
“아주 긴 시간이었다. 사신혁 그놈이 중원에 나타나기를 기다린 게 말이다.”
수정구의 색깔이 조금 어두워졌다. 마치 지존이란 자의 감정을 대변하듯이 말이다.
“그 와중에 무룡과 주룡, 마룡의 등장은 내 계산에 없던 변수. 원래 계획대로라면 너희 령주들이 사신혁을 제압하면 되었겠지만, 이제는 달라.”
“설마……?”
“그래, 내가 직접 사신혁을 마주해야겠구나.”
“아닙니다, 새로운 세상의 신이 되실 지존께서 그런 하찮은 일에 나서는 것은…….”
“호오?”
지존이라 불린 목소리가 흥미로운 감정을 드러내며 무명의 말을 끊었다.
“네가 조금이지만 내 뜻에 반하는 말을 하다니, 놀랍구나. 이것도 사신혁의 영향인가?”
“아닙니다. 제가 어찌 감히!”
무명이 다시 한번 오체투지하며 고개를 숙이려 하였지만, 알 수 없는 힘이 그의 움직임을 봉쇄하였다.
“그래. 문제는 너를 제외한 다른 령주들이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야.”
“죄, 죄송합니다…….”
마치 인형사의 손가락에 조종당하는 인형처럼 옴짝달싹 못하는 무명이 겨우 입을 벌리자 그제야 무명을 옭아매던 알 수 없는 기운이 사라졌다.
“세상일이 내 맘대로만 된다면 그것도 재미없는 일이지. 하지만 이제 거의 모든 조각이 모였다. 사신혁은 십대기보 중 일곱 개를 확보했고, 네가 가진 현천포와 마룡의 손에 있는 두 개의 기보만 얻으면 될 일이지.”
수정구의 색이 검은색에서 파란색으로 변하며, 약간은 들뜬 듯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계획대로 되고 있겠지?”
“예, 그렇습니다 지존. 정도맹과 사도맹은 사신혁을 끌어들일 수밖에 없고, 사신혁 역시 현아진을 설득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래, 그러면 된 것이다. 너는 나를 실망시킨 적이 없었지.”
수정구 속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가 점점 더 친근하게 변해갔다.
“네가 탄생하기 전의 수많은 ‘무명’들은 언급할 가치도 없는 쓰레기였지만 너는 달랐지. 앞으로도 나를 실망시키지 않으리라 믿겠다.”
“예, 지존의 기대에 부응하겠습니다.”
“그래, 그거면 족하다. 아, 그리고 적무강과 요백진 말이다.”
“예, 지존.”
수정구의 색이 사이한 붉은색으로 변해갔다.
“지금 수준으로는 사신혁은커녕 나머지 사룡들마저 당해낼 수 없다. 하니, 적무강과 요백진이 망가지는 것을 신경 쓰지 말도록.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집혼석만 충분히 확보된다면 그 둘을 대신할 녀석은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으니 말이다.”
오랜 시간 동안 충성을 바쳐온 수하를 물건 취급하는 잔혹한 말이었지만 현의령주 무명은 반감은커녕 존경심을 가득 담아 수정구를 보며 말했다.
“그들도 기뻐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아직 집혼석이 부족하다. 더욱더 많은 집혼석을 내게 가져오거라.”
“지존의 명을 받듭니다.”
현의령주 무명이 공손하게 허리를 굽혔고, 수정구의 불빛이 서서히 꺼져갔다.
“그래, 이렇게 멀리서 이야기하는 것도 이번이 마지막이겠구나. 다음에는 만나서 이야기하도록 하자.”
* * *
마교의 진마전.
마교의 이인자인 흑익검마 진용제가 머무는 곳이었다.
“부교주님을 뵙습니다.”
진용제를 찾은 것은 탁지원 장로였다. 마교서열 10위의 강자인 그는 마교의 무력부대 강마혼천대의 대주이자 외총관의 직책을 겸하고 있었다.
“일어나라.”
“존명.”
현아진은 마교의 전체적인 전력을 강화하겠다면서 모습을 감췄다. 그 덕에 마교의 모든 일 처리는 부교주인 진용제에게 넘어왔다.
‘후우~ 무공수련은커녕 따로 시간을 내서 운기행공하기도 벅차구나.’
진용제가 피곤한 안색으로 탁지원에게 물었다.
“그래, 무슨 일이냐?”
“급보입니다.”
“급보?”
“얼마 전에 마안천이대주가 정도맹과 사도맹이 연합하여 사신문과 격돌한 것에 대한 보고를 드린 것으로 압니다.”
“그래, 분명히 보고를 받았지. 그런데?”
“마안천이대에서 새로운 보고서를 올렸는데, 이번에 정도맹과 사도맹이 크게 체면을 구겼다고 합니다.”
“그래?”
대체 어느 정도의 사달이 났길래 크게 체면을 구겼다고 하는 것일까? 진용제가 들고 있던 서류뭉치를 한쪽으로 치우면서 이야기에 집중하였다. 자고로 적의 불행만큼 재미있는 이야기는 없었으니 말이다.
“사천이 사신문에 손에 떨어졌고, 그 와중에 화산의 명검진인마저 전사했다고 합니다.”
“하하하하, 뭐라고? 그래, 그다음은 어찌 되었느냐?”
“이다음부터는 조금 심각합니다. 중원각지의 중소방파들이 사신문의 깃발 아래 속속들이 모여들고 있다고 합니다.”
“뭐라고?!”
탁지원은 간략하게 정도맹에서 일어날 일들을 요약하여 진용제에게 설명해주었다.
“흐음……. 그러니까 자네 말은, 이번 일의 영향이 본교에도 미칠 거라는 건가?”
“마안천이대주와 마뇌 군사님의 분석입니다.”
“그래? 직접 당사자에게 물어보면 되겠군.”
진용제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마안천이대의 대주 신무외가 진마전으로 들어섰다.
“부교주님을 뵙습니다.”
“그래, 손에 든 건 내게 줄 선물인가?”
“약소합니다.”
신무외가 두 개의 수급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흥미로운 눈으로 수급을 주시하며 슬쩍 손을 젓자, 두 개의 수급이 떠올랐다.
“어디서 본 것 같기도 하고, 수급의 주인이 누구인가?”
“본교에 충성을 맹세했던 절강성의 두 문파, 흑검방과 거령문의 문주들입니다.”
“그래? 그간 본교의 충실한 개처럼 살았던 놈들 같은데 아닌가?”
“얼마 전까지는 그랬습니다.”
“지금은 아닌 게로군. 하긴 그러니 목이 잘렸겠지. 그래, 저 두 놈이 목이 잘린 이유는 사신문인가 뭔가 하는 놈들 때문인가?”
“예, 그렇습니다.”
“증거는?”
“혼원여의신공 혹은 태천신공이라 불리는 사신문에서 전파된 무공이 있습니다.”
“그래? 이 두 놈들이 사신문의 무공을 익혔다는 게로구만. 무공의 효과는?”
진용제가 꽤나 흥미로웠는지 양손으로 턱을 괴며 신무외의 대답을 기다렸다.
“본교의 역혈마공처럼 단기간에 공력을 증폭시킵니다. 놀라운 점은 기존에 쌓아왔던 내공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으며 본교의 무공처럼 주화입마에 빠지거나 목숨을 걸만한 위험도 없습니다.”
“말도 안 되는 신공절학이로구만. 클클클, 하지만 그런 무공은 세상에 없지. 부작용은?”
진용제가 피식 웃으며 신무외에게 물었다.
“자세한 것은 좀 더 알아보아야겠지만, 이 무공을 익힌 자들은 하나같이 사신문에 충성을 맹세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그 신공절학이란 게 바로 사신문의 개 목걸이로군.”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 그럼 어떻게 할까?”
진용제가 탁지원을 보며 물었다.
“생각할 게 뭐가 있겠습니까. 절강성내에 사신문의 무공을 익힌 자가 있다면 모조리 쓸어버려야겠지요.”
“그건 내 생각과 같군. 신무외.”
“예, 부교주님.”
“사신문이란 곳과 연관된 문파는 전부 파악이 끝났겠지?”
“물론입니다.”
정도맹과 사도맹은 대등한 힘을 가진 문파들의 연합체였다면 마교가 지배하는 절강성은 그렇지 않았다. 오로지 마교만이 군림할 뿐이었고, 절강성 내의 모든 문파들은 둘 중 한 가지를 택해야만 했다. 마교에 굴복하고 살아남던가, 아니면 문파의 간판을 내리던가, 둘 중 하나였다.
“모든 문파에 마안천이대의 첩보조가 침투되어있었고, 사신문과 접촉한 곳에 대한 파악이 끝났습니다.”
“좋아, 교주님께는 본좌가 직접 말씀드리도록 하지. 확실하게 처리하도록.”
“존명!”
진용제의 명을 받은 신무외와 탁지원이 진마전을 나섰고, 홀로 남은 신무외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그려졌다.
“안 그래도 피가 그리웠는데, 반가운 일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