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quering Murim with future technology RAW novel - Chapter 274
274화. 삼도연맹 (3)
절강성의 십만대산.
마교의 본산이 위치한 곳답게 험준하기 이를 데 없고 제각각의 높이를 자랑하는 산봉우리가 무려 수백 개에 달하는 거대한 산이었다.
“누가 마교 아니랄까 봐 살벌하군.”
그런 십만대산의 입구. 마교로 향하는 오솔길의 입구에는 수백 개에 달하는 수급이 걸려있었고, 잘린 목의 죄인들이 무슨 죄를 지었는지를 설명하는 내용을 피로 적은 팻말이 꽂혀 있었다.
“재주도 좋아. 마안천이대의 능력인가? 이렇게 빨리 사신문의 주구들을 찾아서 손을 쓰다니. 과연 마교답군.”
“여러 문파의 연합체인 정도맹과 달리 마교는 절강성을 지배하는 단일 세력이니까요. 절강성의 중소문파들은 결코 마교의 눈을 피할 수 없었을 겁니다.”
연신 감탄사를 터뜨리며 십만대산을 오르는 사내와 담담히 그의 말을 받는 도사 차림의 청년. 그들은 바로 괴룡 사신혁과 무룡 유신이었다.
“그래, 거의 다 온 것 같으니 너는 잠시 몸을 숨기는 게 좋겠다.”
“그래도 제가 같이 있는 편이 좋지 않겠습니까?”
“나 혼자만 있어도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 텐데, 너까지 같이 있으면 그야말로 사생결단을 내려 들걸? 일단 현아진을 만날 때까지는 잠시 숨어있거라.”
“알겠습니다. 대신 조금이라도 형님이 위험해 보이면 저도 어쩔 수 없습니다.”
“그래, 알았다.”
유신의 걱정에 신혁이 피식 웃으며 유신의 어깨를 두들기고선, 혼자 마교의 본진을 향해 나아갔다.
“무슨 일로 본교를 찾으셨소?”
깔끔하게 차려입은 무복과 흰 천으로 둘둘 감은 검 같은 것을 들고 있는 범상치 않은 사내의 모습에 마교의 정문을 지키고 있던 두 명의 문지기 중 한 명이 말을 걸었다.
“어라? 이거 오랜만이군요.”
신혁이 의외의 인물을 만난 반가움을 내비쳤다. 이렇게 우연히 만나는 걸 보니 인연이란 게 정말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아시오?”
“저런, 벌써 저를 잊으셨습니까?
문지기의 말에 신혁이 씨익 미소 지으며 답했다.
“어디선가 본 듯한…….”
자신감 넘치는 남자의 웃음에 문지기가 어디선가 본 것 같다는 생각에 열심히 머리를 굴려보았다.
“서, 설마……? 괴, 괴룡?!”
문지기의 머릿속에 누군가가 떠오르며 사신혁의 모습과 일치되었다.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통성명이나 하지. 나는 거령도(巨領刀) 이자성이라고 하네. 이 큰 칼 때문에 친구들이 지어준 별호지만, 나름대로 멋지지 않은가?
-네, 잘 어울리는 별호군요.
-고맙네. 내가 먼저 인사를 했으니, 자네도 그리하는 게 옳지 않겠는가. 자네는 이름이 뭔가? 혹 별호도 있는가?
-유신혁이라 합니다. 강호초출이라 별호는 없습니다.
문지기는 바로 신혁과 함께 마교의 입교시험을 치렀던 이자성이었다.
“기억하시나 보군요.”
“왜, 왜 당신이 여기에……?”
신혁이 마교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고 탈출한 것을 모를 리가 없었던 이자성이었다. 다행히 보잘것없는 이류무사였던 이자성은 사신혁의 수하로 의심받진 않았지만, 그와 어느정도 친분이 있었다는 이유로 한동안 교내에서 따가운 눈총을 받았던 설움이 있었다.
“저로 인해 고충이 있으셨을 거라 걱정했는데 이렇게 건강한 모습을 보니 안심이 되네요.”
“……무슨 일로 본교를 찾았소?”
상대가 괴룡 사신혁인 것을 확인한 이자성이 어느새 딱딱하게 얼굴을 굳히며 신혁에게 말했다.
“대체 무슨 일인가?”
평소와 다른 이자성의 태도에 뒤에서 잠자코 지켜보던 동료 문지기가 이자성에게 다가와 물었다.
“자네는 지금 당장 외총관님께 보고하게. 괴룡이 본교를 방문하였다고 말이야.”
“뭐, 뭣?!”
문지기의 입이 떡 벌어졌다. 지난번 괴룡이 마교에서 일으킨 큰 소동을 모르는 마교인은 없었다. 그러나 그때 괴룡의 얼굴을 본 사람은 극히 일부였고, 이자성과 함께 번을 서는 문지기는 당연히 사신혁을 본적이 없었기에 그 놀라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서두르게!”
“그, 그래!”
문지기가 헐레벌떡 문을 열고 안으로 사라졌고, 이자성이 담담하게 문을 막아서며 신혁에게 물었다.
“본교에 방문한 목적이 무엇이오?”
“이런, 반가운 마음에 제가 실례했군요.”
신혁이 씁쓸한 얼굴로 이자성에게 말했다. 이자성과 큰 인연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신혁과 달리 이자성은 신혁을 부담스러워하는 것이 역력히 느껴졌기에 신혁도 더 이상 그에게 사적인 말은 하지 않았다.
“귀교의 교주인 현아진을 만나러 왔습니다.”
“그건 내가 결정할 만한 사안이 아니오. 안쪽에서 답변이 올 때까지 여기서 기다려주시오.”
“그럼 여기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문지기의 보고를 받은 외총관 탁지원이 급하게 강마혼천대 출동시키고 부교주인 진용제에게 달려갔다.
“부교주님!”
“무슨 일이냐?”
진용제는 인사마저 생략하고 헐레벌떡 나타난 탁지원을 심상치 않은 눈빛으로 보며 물었다.
“괴, 괴룡 사신혁이 교주님을 뵙기를 청하고 있습니다.”
“뭐라?”
“지금 급하게 강마혼천대를 괴룡이 나타난 정문으로 보냈습니다, 섣불리 칼을 뽑지 말고 지켜보라 명했습니다.”
“본좌가 흑검대(黑劍隊)를 이끌고 괴룡을 잡아두겠다. 너는 빨리 교주님께 이 사실을 알려라.”
“존명!”
현재 현아진이 있는 곳은 교주전 지하에 위치한 교주 전용의 연공실이었다. 평소에도 대호법 섭무영과 몇몇 호법원 고수들을 제외하면 출입이 금지된 곳이었지만, 현아진이 무슨 술수를 부렸는지 연공실은 외부와 철저히 단절되어 있었다.
“가자.”
“존명.”
하나하나가 절정의 경지를 넘어선 오십 명의 무사들로 구성된 흑검대는 부교주인 진용제의 친위 세력이었다. 진용제와 흑검대의 무사들이 나는 듯이 교내를 가로질러 신혁이 있는 정문으로 향했다. 정문에 도착한 진용제의 눈에 들어온 것은 조금의 위협도 가하고 있지 않은 신혁이었지만, 수백 명의 강마혼천대 무사들이 감히 신혁에게 접근하지 못하고 애써 두려움을 참고 있는듯한 모습이었다.
“부교주님을 뵙습니다!”
강렬한 마기를 드러내며 진용제가 자신의 존재를 알렸고, 신혁에게 쩔쩔매던 강마혼천대의 무사들이 기쁜 얼굴로 부복하며 진용제를 맞이하였다.
“물러서라.”
과연 절정의 경지에 오른 흑검대의 무사들과 화경의 고수인 진용제는 마교의 하급무사들과는 뭔가가 달라도 분명히 달랐다.
“스스로 호랑이 굴을 찾아오다니, 괴룡이 이토록 어리석었나?”
지난날 신혁에게 당한 치욕과 상처가 떠오르며 진용제가 하얗게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오랜만이군요.”
가해자와 피해자의 기억은 다르다는 걸 여실히 보여주듯이 살기를 드러내는 진용제와 다르게 신혁은 약간의 반가움 마저 드러내고 있었다.
“오랜만?”
“예, 좋은 인연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다시 보니 반갑군요.”
“나 역시 무척이나 반갑군.”
“그렇다니 다행입니다. 그런데, 제가 만나고자 청한 것은 현아진 교주인데 부교주님께서 나오셨네요. 교주님은 안 계신가요?”
“걱정 마라 곧 만날 수 있을 테니.”
“그거 다행이군요. 다짜고짜 칼부터 휘두르실 줄 알았는데, 다행입니다.”
신혁이 특유의 여유로운 미소를 보였다.
“오냐, 네 목을 잘라 교주님께 바칠 테니 그때 교주님을 만나거라!”
진용제가 검을 뽑았고, 그 순간 오십 명의 흑검대가 한 몸이 되어 일시에 발검하며 신혁을 겨누었다.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서로 쓸데없이 땀 흘리지 말고 현아진 교주가 올 때까지 기다리실 생각은 없습니까?”
신혁의 질문에 진용제는 검강을 일으키는 것으로 그 답을 대신하였다.
[적성 사이오닉 에너지 반응 체크. 대응하겠습니다.]파아아앗!
진용제의 기세에 반응한 오페라가 용신주와 S4 위성을 동시에 시동시켰고, 신혁의 몸에서 푸른색의 청량한 기운과 묵빛의 파괴적인 기운이 동시에 흘러나왔다.
“이런, 대화하고자 찾아왔는데 이건 좀 곤란하군요.”
“네놈이 본교에 입힌 피해를 생각해라. 대화가 가능할 성싶으냐!”
“피해를 입힌 게 사실이긴 합니다만 저도 죽을 뻔했는데요.”
신혁이 난처한 얼굴로 진용제에게 말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살벌하기 그지없었다.
“문답무용, 죽어랏!”
분노한 진용제가 묵빛의 검강을 신혁에게 날리는 것을 신호로 흑검대가 자욱한 살기와 함께 검을 들고 신혁에게 달려들었다.
‘오페라, 방어에 치중하도록. 반격은 하되, 죽이지는 말아라.’
[Copy that.]신혁을 보고 분노한 진용제였지만, 그는 감정에 휘둘리는 강호초출의 애송이가 아니었다. 짐짓 분노한 척 하며 살기 가득한 공격을 퍼부었지만, 진용제도 흑검대도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 지난번 신혁을 놓치면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현아진이 올 때까지 적당히 시간을 끌며, 현아진과 신혁이 맞붙었을 때 모든 힘을 쏟아붓기 위한 전략이었다.
퍼어어엉~! 퍼엉!
진용제와 흑검대의 무사들이 퍼붓는 강기와 장력 등의 공격이 고속으로 움직이는 신혁을 쫓지 못하고 애꿎은 대지를 강타하며 흙먼지를 날렸고, 흙먼지 사이에서 용신주가 빛을 뿜었다.
[P202 소형로켓탄 레디.]“Fire.”
이제는 강호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신혁의 소형로켓탄이 빠른 속도로 진용제와 흑검대를 향해 날아왔다.
“흥, 본교가 같은 수에 두 번이나 당할 것 같은가! 투(投)!”
진용제의 명이 떨어지기 전부터 준비하고 있던 흑검대의 무사들이 엄청난 속도로 품속에서 비도를 꺼내어 소형로켓탄의 탄환을 향해 던졌다.
퍼어어어엉~! 꽈아아아앙!
[3발의 소형로켓탄이 목표물에 도달하기 전 격추되었습니다. 이후의 공격수단은 요격이 불가능한 광선류로 설정하겠습니다.]‘허락한다.’
“몰아쳐라!”
진용제가 선봉에 서서 일차적으로 신혁의 움직임을 묶었고, 진용제의 명을 받은 흑검대의 무사들이 적당히 거리를 벌리고 신혁을 공격하였다.
“S4 위성 출력개방.”
[Copy that. S4 위성 시동, 현재 출력 75%.]진용제가 등장했을 때부터, S4 위성을 준비하고 있던 오페라가 빠르게 신혁의 명령에 화답하였다.
백제격검술(百濟擊劍術).
Sword Pattern Blue.
청월(靑月).
신혁의 검이 아름다운 푸른색의 반월(半月)을 그렸고, 십(十)자 모양의 사이오닉 에너지가 방패처럼 형성되며 신혁의 전방위를 가렸다.
“크윽!”
무지막지한 위력이 담긴 진용제의 검격이 그대로 반사되었고, 뒤이어 신혁에게 쏘아진 수많은 검기와 강기의 파편들 역시 그대로 시전자에게 반사되었다.
“방(防)!”
자신이 가한 공격이 그대로 반사되는 와중에도 진용제는 침착하게 검을 휘둘러 공격을 방어하면서 수하들에게 명령을 내렸고, 미리 대비하고 있던 흑검대의 무사들도 최선을 다해 신혁의 반격에 대응하였다.
[P301 네오지뮴 레이저, 발사.]신혁의 명령대로 최대한 살상 능력이 떨어지는 레이저를 선택한 오페라의 공격이 절묘하게 신혁의 반격과 어우러지며 빛을 발했고, 흑검대의 무사 중 일부가 오페라의 레이저의 팔이나 다리를 관통당하며 신음을 흘렸다.
“끄윽!”
“크으윽.”
다섯의 흑검대의 무사가 더 이상 전투를 지속할 수 없는 부상을 입고 물러섰지만, 진용제는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이 정도의 피해는 충분히 예상했기 때문이었다.
“경고합니다. 피하십시오.”
백제격검술(百濟擊劍術).
Sword Pattern Red.
적월(赤月).
신혁의 검이 붉은색의 반월을 그리며 움직였고, 그 순간 진용제와 신혁 사이로 누군가가 귀신이 나타나듯이 끼어들었다.
카아앙!
끼어든 인형(人形)은 놀랍게도 왼팔을 들어 검을 막아냈고, 잘린 옷 사이로 검은색의 비늘 같은 것이 엿보였다.
“부분적으로 폴리모프를 해제하지 않았으면 잘렸겠군. 아직도 놀라워. 드래곤 스케일(용비늘)에 상처를 낼 수 있다니 말이야.”
신혁의 공격을 막아낸 것은 바로 마룡 현아진이었다.
“반가워, 정말 반가워 괴룡.”
현아진의 입가에 차가운 살기가 어렸다.
“내가 어제 무슨 꿈을 꾸었더라? 안 그래도 찢어 죽이려고 마음먹고 있던 놈이 제 발로 나타나다니, 너무 기분이 좋아서 꿈인지 생시인지 헷갈릴 정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