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quering Murim with future technology RAW novel - Chapter 283
283화. 무명의 정체
눈 깜짝할 사이에 무명에게 다가간 신혁이 에너지 소드를 위에서 아래로 내리그었다.
이미 가슴이 갈라지며 선혈을 흘릴 정도의 큰 부상을 입은 무명이었기에, 신혁의 마지막 일격을 막을 힘이 없어 보였다.
“합!”
채앵!
하지만 신혁의 예상과 다르게 무명의 손에서 무형심검이 생성되며 그의 검을 가로막았다.
“최후의 발악인가?”
아직까지 무명에게 힘이 남아있는 것이 이상했지만, 신혁은 동요하지 않았다.
“너 역시 무리해서 힘을 쓸 순 없지 않나, 사신혁? 크크큭.”
가면 속에서 들려오는 무명의 목소리에는 분명히 비웃음이 실려있었다.
‘아스트랄 에너지를 사용한 리바운드를 생각한다면 무리하게 힘을 끌어올릴 수는 없다. 하지만, 사이오닉 에너지만으로도 지금의 무명을 제압하기는 충분하겠지.’
생각은 길었지만, 동작은 빨랐다. 지금 무리해서 무명의 숨을 끊을 필요는 없었다.
“잘 알고 있군. 하지만 지금의 너는 뒤가 없다.”
어느새 붉은색으로 바뀐 신혁의 검이 화려하게 움직였다.
패턴 레드의 절삭력을 가득 담은 신혁의 검이 백제격검술의 검로를 따라 화려하게 움직였다.
“큭…….”
이제는 형태만 남은 무형심검을 힘겹게 움직여 신혁의 검세를 막아내고 있었지만, 무명의 몸에는 계속해서 자잘한 상처가 늘어갔다.
게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현의신공을 완벽하게 운용할 수 없던 탓에 무명의 무형심검이 조금씩 신혁의 검격에 의해 잘려나가고 있는 것도 문제였다.
“하앗!”
에너지 소드를 휘둘러 무명의 무형심검을 묶어놓은 신혁이 경쾌한 기합과 함께 발을 들어 무명의 어깨를 내리찍었다.
“크윽!”
빠각!
왼쪽 어깨뼈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무명의 몸이 땅으로 추락하였다.
콰아앙!
무명이 추락한 땅이 뒤집어지며 먼지를 피어 올렸고, 신혁이 무명을 쫓아 하강했다.
[아스트랄 에너지의 추출 작업이 완료되었습니다. 테레사함으로 전송하겠습니다.]그때, 신혁의 귓가에 오페라의 보고가 들려왔고, 신혁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드디어 중원에 온 목적을 달성한 것이었다.
이제 주소천이 보유한 아스트랄 에너지만 회수할 수 있다면, 인류를 구원할 테라포밍도 크리스탈과의 재회도 이뤄질 수 있었다.
“현의령주님을 구하라!”
“괴룡을 죽여라!”
신혁이 무명에게 최후의 일격을 가하기 위해 지면을 밟는 순간, 무명의 위기를 직감한 적무강과 요백진이 적의문과 청의문은 물론이고 대기하고 있던 현의문의 정예 문도들마저 이끌고 나는 듯이 신혁을 향해 달려왔다.
“연맹주님을 지켜합니다. 정도맹주님, 마교주님 부탁드립니다.”
제갈첨은 사신문의 령주들이 움직이자 기다렸다는 듯이 현아진과 유신을 출동시켰다.
“군사님, 저는……?”
“사도맹주님께서는 잠시 기다려주십시오. 현의령주가 무너졌음에도 아직까지 사신문의 지존이란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만의 하나를 대비해야 합니다.”
“알겠어요.”
주소천이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시 전장을 주시하였다. 사신문의 지존이라는 자가 모습을 드러내면 언제든지 달려나갈 준비를 하면서 말이다.
* * *
한편, 신혁의 눈앞에서 현의령주 무명이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허억, 허억……”
신혁의 발차기와 지면에 부딪힌 충격이 상당했는지, 그의 숨소리가 무척 거칠어졌다.
무명은 품속에서 붉은빛이 감도는 조그마한 보석을 꺼내더니 그것을 입에 물고서 그대로 삼켜버렸다.
“끝이다, 무명.”
무명이 뭘 하든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신혁은 망설임 없이 검을 움직여 무명의 머리를 내리쳤고, 간발의 차이로 무명이 고개를 뒤로 젖혀 그의 검을 피했다.
지지지직. 투웅.
하지만 완벽히 회피하지는 못했는지, 그의 가면이 신혁의 검 끝에 걸렸고, 반으로 갈라지며 땅에 떨어졌다.
“너, 너는……?!”
어떤 상황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던 신혁이 말을 더듬을 정도로 놀라며 무명을 발라보았다.
그리고 그때, 신혁의 귓가에 오페라의 음성이 들려왔다.
[아스트랄 에너지의 전송작업이 완료 되었습니다.]오페라의 보고를 들으면서도 신혁은 석상이 된 것처럼 미동도 없이 현의령주를 주시하였다.
“크크크큭, 기분이 어떤가 사신혁? 꿈에도 그린 아스트랄 에너지를 모두 모은 심정이 말이야.”
“너는 대체 누구냐?”
현의령주 무명의 얼굴 그것은 놀랍게도 신혁의 얼굴과 꼭 닮아있었다.
아니 닮은 것이 아니라 사신혁과 완전히 같았다. 사신혁의 얼굴을 한 무명의 눈빛에 섬뜩한 광기가 어렸다.
“나의 이름은 무명(無名). 너의 이름을 가져갈 자다.”
무명이 마치 주문을 외우는 것처럼 신혁을 보며 읊조렸다.
“나의 이름은 무명(無命). 너의 운명을 이어갈 자다.”
“이 자식, 대체 네 정체가 무엇이냔 말이다!”
놀라움으로 인하여 감정이 격해졌는지 신혁이 욕설과 함께 무명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나는 너다.”
“그게 무슨……?”
“곧, 다시 만나게 될 거다. 그때야말로…….”
그때 무명의 멱살을 움켜쥔 신혁의 오른팔을 노리고 붉은색의 검강이 날아들었다.
신혁은 어쩔 수 없이 무명을 놓아주며 물러섰고, 적무강과 요백진이 신혁의 앞을 막아섰다.
“수고하셨습니다, 현의령주님. 뒤는 저희가 맡겠습니다. 어서 집혼석의 힘을 흡수하십시오.”
“현의문은 령주님을 모시도록.”
“존명!”
요백진의 명령에 현의문도들이 재빨리 무명을 수습하여 퇴각했고, 적무강과 요백진을 위시한 적의문과 청의문의 문도들이 신혁의 앞을 막아섰다.
“잔챙이 들은 꺼져라.”
그때, 허공에서 귀신처럼 현아진이 모습을 드러냈다.
“헬파이어(Hell fire)!”
마령신장으로 인해 순식간에 완성된 최강의 화염 마법 헬파이어가 사신문도들을 향해 발사되었다.
갑작스러운 기습에 요백진과 적무강은 간신히 몸을 피할 수 있었지만, 순식간에 청의문과 적의문의 정예 무사들 절반이 잿더미가 되어 사라져버렸다.
어이가 없을 정도의 강력한 위력과 생각지도 못한 기습이었으나, 요백진과 적무강은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수고를 덜어주는구나 현아진.”
요백진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걸렸다. 수하들이 희생되었음에도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수고를 덜어줘? 미물 주제에 감히 본녀를 도발하는 것이냐?”
현아진이 눈썹이 꿈틀거렸다.
“오냐, 모두 죽여주마.”
진공마법(進空魔法) 폭공(爆空)
현아진의 마령신장에서 푸른색의 기운이 순간적으로 방출되었고, 어마어마한 폭발과 함께 순식간에 사신문도들을 날려버렸다.
사신문도들은 비록 큰 부상을 입은것은 아니었으나, 공기가 폭발하는 엄청난 충격에 일순간 몸을 가눌 수 없었고.
현아진의 마령신장이 다시 한번 눈 부신 빛을 발하며 허공에 수많은 빛의 화살들을 만들어냈다.
멀티 매직 미사일(multi magic missile)!
수천 개의 마나의 화살들이 하늘에 생성되며 적의문과 청의문의 무사들을 노렸다.
“크아아악.”
“으아아악.”
이상할 정도로 허무하게 아무 저항 없이 적의문도들과 청의문도들이 목숨을 잃어갔다. 마치 저항을 포기한 사람들처럼 말이다.
“흥, 무슨 속셈인지 모르겠지만 저항하지 않는다고 해도 본녀는 자비를 베풀지 않는다.”
폭렬마법(爆裂魔法) 마뢰탄(魔雷彈).
현아진의 손에 초록색의 마나가 구(球)형으로 뭉쳤고, 굉음과 함께 그녀의 손을 떠나 적의문과 청의문도들의 한복판에 떨어졌다.
콰아아아아아앙!
물 한 잔 마실 정도의 짧은 시간 동안 적무강과 요백진을 제외한 모든 사신문도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럼에도 적무강과 요백진은 움직이지 않았고, 전혀 동요하지 않은 채 현아진과 사신혁을 주시하였다.
“형님! 이게 대체……?”
엄청난 속도로 신혁에게 다가온 유신이 말을 잇지 못하였다.
저 멀리서 현의령주 무명의 얼굴을 보았고, 뒤이어 아무 저항도 없이 현아진의 손에 목숨을 내어주는 사신문도들을 똑똑히 목격했기 때문이었다.
“궁금한가 유신?”
유신의 말에 대답한 것은 놀랍게도 신혁이 아닌 현의령주였다. 이제는 목소리마저 사신혁과 같아진 현의령주 무명이 어느새 말끔한 모습으로 다시 나타났다.
“이 짧은 시간 만에 부상이 완치됐다고?”
신혁의 눈동자가 커졌다.
다른 것도 아니고 패턴 블랙의 에너지 파동에 큰 부상을 입었고 왼쪽 어깨마저 작살이 난 상황이었는데.
잠깐 몸을 피한 후, 다시 되돌아온 무명에게서는 부상의 여파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우리는 이걸 집혼석(輯魂石)이라 부른다.”
무명이 품속에서 붉은빛이 감도는 조그마한 보석을 꺼내 들었다.
“십대기보에 박혀있는 것처럼 엄청난 양의 영력을 압축시키진 못했지만 적어도 천명의 혼이 압축되어있는 기물이지. 그것도 혼원여의신공으로 혼이 단련된 무사들의 영력이 말이야.”
“천명의 무사들을 희생시켰고, 그 힘을 흡수하여 부상을 회복했다는 말인가?”
“이해가 빠르구나, 사신혁. 네 생각이 맞다, 그리고 지난날 백의령주처럼 내 힘도 한층 더 강해졌지.”
“지금 뭐라고……?”
“이 정도로 놀라면 어떡하나, 메인 이벤트는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마치 신혁처럼 현대의 용어를 사용하는 무명의 말을 똑똑히 들었다.
“지금 뭐라고 했지?”
“다시 말해줄까 사신혁? 메인 이벤트는 이제 시작이라는 말이다.”
현의령주 무명이 품속에서 두 개의 보석을 꺼내 들었다.
그의 손에 들린 보석은 조금 전에 보여준 집혼석처럼 붉은빛을 띠지는 않았지만 모양만은 똑같았다.
“모여라, 지존을 위한 제물들이여. 너희들의 특별한 힘을 그분께서 기꺼이 받아주시도록 말이다.”
무명이 두 개의 보석을 던지며 주문과 같은 말을 중얼거리자 목숨을 잃은 적의문과 청의문 무사들의 시체에서 영롱한 빛을 띠는 아지랑이 같은 것이 빠져나와 집혼석으로 모여들었다.
“지금 대체 무슨 짓을……?”
척 봐도 죽은 자들의 영혼을 한데 모아 무언가 사악한 짓을 벌이려는 것 같은 현의령주의 만행에 유신이 분노하여 소리쳤지만, 현의령주는 무명은 반응하지 않고 경건함을 가득 담아 말했다.
“납신다.”
“뭐……?”
“이 세상을 새로 창조할 신(神)께서, 이곳에 모습을 드러내실 것이다.”
무명의 말에 적무강과 요백진이 감격하며 몸을 떨었고, 신혁과 유신 그리고 현아진의 얼굴에 긴장감이 어렸다.
“무량수불, 대체 지존이라는 자가 어디에 있다는 말입니까 무명시주?”
도호를 읊으며 마음을 다스린 유신이 무명에게 물었다.
“이미 도착하셨는데, 모르겠나?”
“도착이라니요?”
“하늘을 보도록.”
무명의 말대로 푸른 하늘에 은빛으로 빛나는 거대한 비행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얼마나 거대한 물체였는지, 모습을 드러낸 비행체는 태양을 가리며 서천평야를 그늘로 덮어버렸다.
“저, 저건?!”
“저게 왜 이곳에……?”
유신은 물론이고 현아진마저 대경하며 신혁에게 시선을 돌렸다. 무슨 말이라도 해보라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들의 눈에 들어온 것은 다름 아닌 테레사 함이었으니 말이다.
“빅토리노!”
신혁이 용신주를 가동시키며 테레사함으로 통신을 시도하였고, 기다렸다는 듯이 빅토리노가 신혁의 부름에 답했다.
[말씀하십시오.]“지금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왜 테레사함이 내 명령도 없이 움직인 거지?”
[테레사함은 오로지 사령관의 명령에 절대복종할 뿐입니다.]“무슨 소리냐, 빅토리노 사령관인 내가 여기 있는데.”
신혁의 말에 빅토리노의 차가운 대답이 들려왔다.
[사신혁, 당신은 더 이상 테레사함의 사령관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