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quering Murim with future technology RAW novel - Chapter 287
287화. 흑막 (4)
“이 자식,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 건가?!”
신혁의 손이 루빈지오의 목을 움켜쥐었다.
“크큭, 이거 참. 이럴 때는 몸이 기계인 게 맘에 든단 말이지. 경동맥이라는 개념이 없으니 말하는 데 전혀 불편함이 없거든. 고통도 없고 말이야.”
루빈지오의 목을 쥔 신혁의 손에 점점 힘이 들어갔지만 루빈지오의 표정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이제 그만하겠나? 목이 부러지거나 절단돼도 내가 죽진 않겠지만 그래도 꽤 곤란하거든. 아무래도 모든 신경세포가 집결되는 곳이니만큼 다시 붙이는 게 보통 일이 아니라서 말이야.”
“미친 새끼.”
결국 신혁의 입에서 또 한 번 험한 말이 나오고야 말았다.
“그래, 결국 나를 제압하고 테레사함을 확보하기 위해선 나의 에너지패턴 블랙과 레드 그리고 블루를 막아낼 수단이 필요했고,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게 지금의 사신문 그리고 령주들이군.”
“뭐?”
“자네가 방금 했던 말일세. 조금 잘못된 부분이 있어서 수정해 주고 싶어서 말이야.”
“수정?”
“말했지. 나는 노아를 죽이고 신이 되고 싶다고 말이야.”
“그 노아가 네 눈앞에 있는데 잘도 지껄이는군, 루빈지오.”
“크큭, 그래. 아이러니하지만 자네 말이 맞아. 각설하고 내가 무명을 비롯한 적무강과 요백진을 만든 주된 목적은 자네와 대적하기 위함이 아니야. 그건 부수적인 거였다네.”
“그럼 대체 왜?”
루빈지오가 가볍게 손을 움직여 신혁의 팔을 쳐냈다.
“놓고 이야기하지. 조금 더 이야기했다간 자네가 흥분해서 내 목을 부러뜨릴 거 같으니까 말이야.”
유들유들한 미소를 입에 건 루빈지오가 신혁에게서 멀어지며 말을 이었다.
“자네의 클론 코드네임: 무명을 만든 건 말이야…….”
루빈지오의 목소리가 점점 낮게 가라앉았다.
“내 몸을 대체하기 위함이었네.”
“대체한다고? 너, 이 자식 설마…….”
“맞네. 완벽히 자네를 카피할 수 있다면 가볍게 클론의 뇌만 적출한 뒤에 내가 그 몸을 쓸 생각이었지.”
루빈지오가 분노로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신혁을 보며 손을 내저었다.
“아아, 그런 눈으로 보지 말게. 결론적으로 실패했으니까 말이야.”
“그렇다면 적무강과 요백진은……?”
“아, 그 실패작들 말인가?”
“그렇다, 네 말대로라면 그들은 대체 왜 만든 거지? 내가 너라면 가장 완벽한 클론인 무명만을 카피했을 텐데?”
“뭐, 왜인지 모르겠지만 여러 명의 무명을 만들어도 그들은 서로를 적대하며 죽이려 들더군. 아무리 명령을 내려도 그것만은 어쩔 수 없었어.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무명이 완성되고 나서는 또 다른 무명을 만들 필요를 못 느꼈지. 다시 만든다고 해도 그 정도 완성도의 클론이 나올 것 같지도 않고 말이야. 게다가…….”
루빈지오의 입가에 섬찟한 미소가 걸렸다.
“시험 삼아 만든 적무강과 요백진 타입의 클론이 내 몸에 꼭 맞는 제품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했었다네. 그래서 자네가 몸을 내줬으면 해. 자네의 몸을 내가 쓴다면 그야말로 신인류에 걸맞는 완벽한 존재가 될 수 있을 거 같거든. 그게 어렵다면 자네를 세포 단위로 해부해서 그 자료를 바탕으로 무명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것도 한 방편이 될 수 있으니까 말이야.”
“……그게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말인가 루빈지오?”
“과학자로서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네. 그게 아니라면 나는 태어날 때부터 인간이 아닌 신이 될 존재였나 보지. 그래, 그 위대한 지저스처럼 말이야. 크크큭, 물론 나는 독생자는 아니라네.”
“아, 그래 어디까지 이야기했더라. 배경설명은 이 정도면 충분할 것 같고…….”
“처음부터 테레사함의 탈취가 목적이었나?”
신혁의 질문에도 루빈지오는 계속해서 하고싶은 말만을 지껄여댔다.
“네가 중원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나는 고민했다.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크리스탈의 아스트랄 에너지가 담긴 집혼석을 네게 넘길 수 있을지 말이야. 그때, 나를 도와준 게 바로 주소천이다.”
“뭐라고……?”
“자연스럽게 네가 십대기보를 모을 수 있도록 유도해야 했는데, 때마침 주소천이 파천비를 손에 넣었지. 게다가 사라진 크리스탈의 아스트랄 에너지를 흡수한 게 주소천이란 것도 서안에서 벌어진 파천비 쟁탈전을 통해 알 수 있었지. 그 뒤는 말 안 해도 알겠지? 네가 십대기보를 손에 넣은 과정일 테니까. 아, 그리고 현아진의 등장은 나조차도 많이 놀랄만한 일이었어. 우리를 제외하고 다른 차원에 있는 생명체가 차원 이동을 한 건 뜻밖이었으니 말이야.”
“조금 전 현의령주 무명이 내게 쓰러지며 현천포를 넘긴 것 역시 네놈의 의도였나?”
“무명은 죽을 줄 알았는데 목숨을 건진 건 예상치 못한 수확이었다고 할까? 현천포를 넘긴 것은 의도한 게 맞다네.”
“무명과 처음 마주했을 때, 내 S4 위성이 정지됐었다. 무명에게 가드 위성과 테레사함의 해킹 코드를 심어놨던 거냐?”
“맞아. 처음 S4 위성을 정지시킬 때 남겨놓았던 해킹 코드가 아주 유효했지. 네가 다시 S4 위성을 가동했을 때, 테레사함의 메인컴퓨터 빅토리노에게 전송됐고 이렇게 목적한 바를 이루었으니까.”
“내가 비상 컴퓨터를 가동시켜 다시 테레사함을 찾을 것도 계산했나?”
“물론이지. 자네가 서천평야에서 사신문과 싸우는 동안 나는 테레사함에 잠입하여 네가 추출한 십대기보의 아스트랄 에너지도 확보할 수 있었고, 노화된 이 몸의 부속품 또한 말끔히 교체할 수 있었으니 충분히 만족한다네. 아무리 나라고 해도 테레사함의 비상 컴퓨터는 조작할 수 없었으니 말이야.”
“테레사함을 파괴하지 않은 이유는?
“뭐 솔직히 테레사함은 인류 재건을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이라 아깝지만, 당분간은 자네에게 맡겨두기로 했다네 사신혁 사령관.”
흩어진 퍼즐이 맞춰지듯이 신혁의 머릿속에서 지금까지 벌어진 일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었다.
비참하고 억울한 일이었다. 신혁이 중원에서 벌인 모든 일이 철저하게 루빈지오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난 꼴이었으니 말이다.
“마지막으로 묻겠다. 크리스탈의 행방을 말하도록.”
“내가 가져간 크리스탈의 아스트랄 에너지가 담긴 집혼석을 회수하고 주소천에게서 나머지를 회수한다면 크리스탈을 부활시킬 수 있다. 이건 거짓말이 아니야 사신혁.”
“그래, 그러니 네놈이 훔쳐 간 집혼석의 행방을 묻고 있지 않은가 루빈지오!”
“내기를 하지 않겠나?”
“내기?”
루빈지오의 제안에 신혁이 분노와 황당한 감정을 억누르며 되물었다.
“그래, 너와 나의 모든 것을 걸고 말이야.”
“모든 것을 걸어?”
“마지막 게임이라 생각하지. 네가 이기면 크리스탈의 아스트랄 에너지가 담긴 집혼석을 모두 돌려주겠다. 대신 내가 이긴다면…….”
루빈지오의 눈동자에 욕망이 이글거리며 불꽃처럼 타올랐다.
“네 몸을 내놓아라. 더불어 주소천까지 말이야.”
“내가 그걸 받아들일 것 같은가? 이 자리에서 너를 죽이고 천천히 집혼석을 찾으면 될 것을.”
“크큭, 그것도 재미있겠지. 내가 죽는다면 무명이 아주 좋아하겠군. 목줄을 쥔 주인이 죽었으니 사냥개가 뭘 하겠나, 주인이 남긴 고기를 게걸스럽게 먹어치우고 네게 이빨을 드러내겠지.”
루빈지오의 말이 의미하는 바는 간단했다. 그가 죽는다면 현의령주 무명이 집혼석의 모든 힘을 흡수하고 제2의 루빈지오이자 또 다른 사신혁이 된다는 것. 그리고 무명은 결코 인류를 재건하기 위해 애쓰지 않을 거라는 뜻이었다.
“……어떻게 승부를 보자는 건가?”
“하나만 약속해주면 돼.”
“약속?”
“테레사함의 도움을 받지 않는 것. 내기 종목은 내가 500년간 키운 사신문과 너의 삼도연맹의 최종결전으로 하지. 승리조건은 너와 나 둘 중 하나가 쓰러질 때 까지다.”
루빈지오의 대답에 신혁이 입술은 질끈 깨물며 답했다.
“받아들이겠다.”
“좋아, 서두르는 게 좋을 거야 사신혁 사령관. 이번에 개량된 혼원여의신공의 효능은 놀랍거든. 시간이 흐를수록 자네 측이 더욱 불리해지겠지.”
“알고 있다.”
“아, 자네를 위해 어드벤티지를 하나 주도록 하지. 테레사함을 사용할 수 없게 페널티를 걸었으니 말이야.”
신혁의 가장 큰 전력인 테레사함을 묶어놓고 뻔뻔스럽게도 루빈지오가 입을 열었다.
“삼도연맹의 수뇌부에 이렇게 이야기하게. 나는 이 세상 자체를 지워버리고 다시 만들 생각이라고 말이야. 그러면 그들도 네게 목숨 걸고 협조할 수밖에 없겠지 않겠나. 내 말이 거짓말도 아니고 말이야.”
“이곳 서천평야에서 끝을 보는 걸로.”
“좋아, 기쁜 마음으로 기다리도록 하지.”
그 말을 끝으로 신혁이 몸을 돌렸고, 루빈지오의 앙천광소만이 을씨년스럽게 울려 퍼졌다.
“크하하하하하하하. 아하하하하하하.”
* * *
“……이런 천인공노할 놈들 같으니.”
“아미타불…….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시주입니다.”
“빠드득, 이놈들…….”
신혁의 이야기를 들은 삼도연맹의 수뇌부들이 분노하며 루빈지오와 사신문의 잔악함에 치를 떨었다.
“그래서 말씀드렸습니다. 희생당한 삼도연맹의 원혼들을 위해서라도 지금 중요한 것은 제를 지내는 것이 아닌 사신문과 루빈지오를 멸하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아미타불, 소승이 연맹주께 사과드립니다. 소승의 생각이 짧았습니다.”
“아닙니다. 공오대사님. 제가 공오대사님이었어도 그랬을 것입니다. 마음 쓰지 마십시오.”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싸움이군요.”
신혁과 공오대사의 대화를 듣고 있던 주소천이 앞으로 나서며 입을 열었다.
“그렇습니다. 무엇보다 저들이 원하는 건 저와 주소천 양이니…….”
“아아, 신경 쓰지 마세요. 연맹주님. 어차피 저들에게 패하는 순간 다 같이 죽게 생겼는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주소천이 생긋 미소지으며 신혁의 짐을 덜어주었다.
“그건 사도맹주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제갈세가의 식솔이 건네준 서류를 받아든 제갈첨이 신혁을 보며 고개를 숙였다.
“연맹주님의 말씀을 들어보니 단 일각의 시간도 허투루 지체해서는 아니 됩니다. 지금도 사신문도들은 놀라운 속도로 강해지고 있을 테니까요.”
“예, 그렇습니다. 현재 동원할 수 있는 전력은 얼마나 되겠습니까?”
“……여기 계신 분들을 제외하면, 대략 2000의 무사들이 살아남았습니다. 첫 전투에서 선봉에 서 적을 끌어들이고 후퇴하여 휴식을 취하던 무당파와 녹림의 제자들과 부상당한 초사헌 궁주를 호위하기 위해 남아있던 이화태양궁의 무사들을 제외하면 정사연합의 모든 전력은 괴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공오대사님과 함께 만약을 대비하던 소림의 108 나한승이 건재하고 마교의 진용제 부교주님과 흑검대의 절정고수들은 화를 면했다는 것이지요.”
“사신문의 전력은 어떻습니까?”
“아직 삼만의 무사들은 남아있을 거라 추측됩니다. 게다가 사신문의 최정예 병력인 현의문이 건재합니다.”
“천마교의 전력이 첫 전투에서 동원되지 않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겠군요.”
“예, 그렇습니다. 그러나 그들까지 동원된다 하여도 아직까지 숫자에서 열세를 극복할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사신문의 지존과 세 명의 령주들이 건재합니다.”
제갈첨의 말에 신혁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속전속결로 저를 포함한 사룡이 적의 수뇌부를 제거하는 걸로 전략을 세워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연맹주님. 하지만 저희들만으로는 그리 오래 버틸 수 없을 것입니다.”
“예, 잘 알고 있습니다. 최대한 남은 인원들의 부상을 치료하고 사기를 북돋아 주십시오. 출정은 삼 일 후로 하겠습니다.”
“삼일 말씀이십니까?”
“그렇습니다. 그동안 저는 다녀올 곳이 있습니다.”
“어디에 가시는 것인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맹주님?”
이렇게 중요한 시점에 최고 지휘관인 신혁이 자리를 비운다고 하니, 제갈첨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황궁에 다녀오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