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quering Murim with future technology RAW novel - Chapter 29
29화. 운룡검진 (1)
신혁의 말에 녹림도들이 다시 한번 왁자지껄하게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크하하하하!”
“지금이라도 그냥 사과하시오, 도장. 괜히 우리 꼴 나지 말고.”
“누구나 처맞기 전에는 훌륭한 계획이 있는 법이지. 암, 그렇고말고. 크크크큭.”
적의 적이 우리 편은 아니었지만, 녹림의 산적들은 기대감에 들떠 있었다. 무엇보다 자신들을 꺾은 신혁이라면 당연히 곤륜파도 꺾어주리라는 기대감이 컸다. 신혁에게 당한 몸뚱이에서 오는 아픔도 곤륜의 도사들이 곤죽이 된다면 씻은 듯이 나을 것만 같았다.
“감히!”
채앵!
신혁의 안하무인 격인 태도만으로도 충분히 화가 났지만, 거기에 더해 녹림도들의 비웃음과 도발까지 더해지자 더 이상 감정을 억누르지 못한 곤륜의 젊은 도사들이 일제히 검을 뽑았다.
“시주. 그대가 자초한 일이니, 자신의 오만함을 원망하시오.”
유양도장이 뒤로 물러섰다. 신혁이 사파의 인물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었기에 지금껏 어느 정도 예의를 갖추어 대했으나, 이제는 달랐다. 지금의 유양도장에게 신혁은 무공이 뛰어난 낭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명문의 무공을 수련하지 않은 낭인들의 한계는 명확한 법이지. 자질은 뛰어나 보이나 인품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구나. 정파의 후기지수들을 위해서라도 너의 재능이 꽃을 피우기 전에 여기서 꺾어두는 편이 좋을 테지. 무엇보다 곤륜에는 지금까지와 같은 요행은 통하지 않을 것이다.’
신혁이 청해색마와 흡혈마군에 파적도 청호까지, 세 명의 절정고수를 꺾은 것을 요행으로 취급하는 유양도장이었다. 그는 마음 편히 뒤로 물러서며 자랑스러운 곤륜의 적전제자들에게 시선을 옮겼다.
“개진(開陣).”
유양도장이 태성도장을 향해 눈짓했고, 태성도장이 앞으로 나서며 외쳤다.
그의 외침과 함께 곤륜의 도사들이 일사불란하게 팔방을 점하며 신혁을 포위했다. 살벌한 기세가 공간을 잠식해갔다.
“시주. 지금이라도 뜻을 꺾으시면, 빈도가 사형께 청하여 용서를 구해보겠소이다. 마지막으로 드리는 말씀입니다.”
직접적으로 전투에 참여할 생각은 없었는지, 신혁과 멀찍이 떨어진 거리에서 태성도장이 말했다.
“하아…….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이군요. 지금이라도 칼을 집어넣으시면 없던 일로 해드리겠습니다. 마지막 경고입니다.”
담담하게 말하는 신혁에게서는 그 어떠한 기세도 느껴지지 않았고, 아무런 위압감도 없었다. 마치 살랑이는 봄바람같이 여유롭고 나른한 듯한 감정만이 드러났을 뿐이었다.
그런 그의 태도는 곤륜의 도사들에게 상황 파악을 못하는 신혁에게 따끔한 가르침을 내려 정신을 차리게 해줘야겠다는 사명감을 심어주었다.
“크크크큭, 이보시오 비천검 태성도장.”
지금까지 다른 녹림도들과 다르게 입을 다물고 있던 파적도 청호가 입을 열었다.
“쓸데없이 자존심 챙기지 말고 지금이라도 도망치시구려. 뭐 댁들이 박살 나는 걸 보는 것도 내게 있어선 큰 즐거움이긴 하오만, 그래도 미운 정이라도 있어 내 충고하는 거요.”
“그 이야기는 곤륜에 가서 마저 하시지요.”
간단하게 청호의 조언을 일축한 태성도장이 유양도장과 눈을 맞췄다. 유양도장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운룡출해(雲龍出海).”
태성도장의 지휘 아래 곤륜이 자랑하는 운룡검진이 발동되기 시작했다. 운룡대팔식에 기반을 둔 운룡검진은 강호에 모르는 자가 없을 정도로 명성이 자자한 검진이었다.
쉬이익!
여덟 명의 도사가 신혁의 팔방을 점하며 날카로운 검을 들이밀었다.
[적성 사이오닉 에너지 반응 체크. A4 위성 시동.]따다다다당!
오페라의 보고와 동시에 A4 위성이 움직였다.
오페라는 신혁에게 가까이 있는 운룡검수의 검을 쳐내 뒤이어 들어오는 다른 운룡검수의 검로를 막아서는 효율적인 방법으로 A4 위성을 통제하였다.
[파괴.]슈우우웅.
탐색전을 겸한 1차 공격을 마치고, 신혁의 전방으로 집결한 도사들을 향해 가드 위성의 파괴광선이 빛을 뿜었다.
“운룡검진, 방(防).”
태성도장의 지시에 맞추어 선두의 도사에게 집중되었고, 공력을 이양받은 도사가 검을 횡으로 휘둘러 A4위성에서 발사된 파괴광선을 갈랐다.
콰쾅!
갈라진 광선의 파편들이 폭발음과 함께 지면을 강타하였다.
방금의 공방에서 사이오닉 에너지가 한 명에게 집중되는 것을 지켜본 신혁이 흥미롭다는 표정을 보였다.
“호오?”
[처음 보는 형식의 PEF 운용입니다. 사령관님. 가드 위성의 출력제한 해제를 요청합니다.]‘승인한다.’
우우우웅.
신혁의 허가가 떨어지자 위성에서 푸른빛이 뿜어져 나오며 신혁의 주변을 공전하기 시작했다.
[사령관님, 현재 루시아가 적들의 진형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운룡검진이라 명명된 사이오닉 에너지 합격술에 관한 정보수집을 시작하겠습니다.]오페라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세 개의 가드 위성이 푸른빛으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투콰아앙! 타아앙!
1번 위성에서 다시 한번 파괴광선이 발사되었고, 2번과 3번 위성에서 수십 발의 탄환이 발사되었다.
“막아라.”
조금 전의 충돌로 파괴광선의 위력을 가늠해본 태성도장이 손짓과 함께 명을 하달하자, 이번에는 선두의 도사가 다섯 명 분의 공력을 전달받아 파괴광선을 쳐냈다.
곧이어 진의 양 끝에 위치하던 도사들이 앞으로 나서 탄환을 쳐내기 시작했다.
‘오페라.’
[예, 어떤 원리로 가동되는 포메이션인지 어느 정도 파악이 끝났습니다.]‘효율은?’
[포메이션 구성원들의 수준이 절정고수에 가까운 일류무사 여덟 명입니다. 지금까지의 데이터를 바탕으로는 절정고수 한 명 정도의 전투력을 발휘하는 게 맞습니다만…….]‘결론만.’
[현재 적들이 사용하는 포메이션은 사이오닉 에너지를 집중시켜 절정고수 세 명 정도의 전투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에너지의 증폭에 있어서 매우 효율적인 메커니즘입니다.]‘자신감을 가질 만하군.’
오페라의 분석에 신혁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현재 루시아가 적의 대형에 대한 파훼법을 도출하고 있습니다.]‘뭐, 내가 보기엔 의외로 간단하게 부술 수 있을 거 같은데 말이야.’
“수비가 어떤지는 대충 알 거 같군요. 이번에는 공격도 좀 볼까요? 들어오십시오.”
한 차례 파괴광선을 이용한 무지막지한 공격을 퍼부은 신혁이 씨익 미소 지으며 곤륜의 도사들을 향해 말했다.
“언제까지 그렇게 여유로울 수 있을지 보겠습니다.”
신혁의 도발에도 평정심을 유지한 태성도장이 차분하게 응대했다.
그는 젊은 축에 속하는 무인이었지만, 강호 최고의 후기지수 중의 하나답게 실전경험이 풍부했다. 태성도장은 전투 도중 흥분은 금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격장지계에 흔들릴 필요는 없다.’
“운룡등천(雲龍登天).”
태성도장의 외침과 함께 운룡검진이 요동치기 시작했고 진세에서 웅혼한 기운이 생성되어 운룡검진의 선두에 선 검사에게 집중되었고 공력이 모인 검사의 검에 검강이 형성되었다.
“타앗!”
선두의 검사가 신혁에게 빠른 속도로 접근하며 검을 뻗어왔다.
상대의 움직임에 따라 신혁의 몸이 뒤로 물러서자, 찔러오던 곤륜의 도사가 내지른 검을 틀어 신혁을 위로 올려 베었다.
쿠아아아!
도사의 검에서 승천하는 용 형태의 강기가 방출되었다.
[측정 PEF 510,000. 가드 위성 배리어 전개.]용의 형상을 한 강기가 신혁의 푸른색 배리어와 부딪히자 그대로 소멸했다.
마치 승천하던 용이 망망대해의 폭풍우를 만나 집어 삼켜진 형국이었다.
“운룡회진(雲龍回震)!”
다시 한번 태성도장의 일갈과 함께 진세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흩어져서 신혁을 포위하더니 서서히 회전하며 포위망을 좁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검기와 검풍을 위주로 한 공격을 사방에서 휘몰아쳤다.
‘피하고 싶어도 쉽지 않을 것이다.’
운룡회진의 무서운 점은 점차 포위망을 좁히면서 상대를 압박함과 동시에 진의 영향으로 포위당한 상대에게 엄청난 물리적 압력을 가하는 것이었다.
‘회피를 유도하는 공격 같은데?’
[적의 의도대로 움직이실 필요는 없습니다.]‘어떤 공격인지 확인해 보고 싶은데 한 번 저들이 원하는 대로 움직여볼까?’
[권장되는 방법은 아닙니다만, 무리가 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좋아, 역중력.’
[Copy that.]신혁의 몸이 땅을 박차는 순간 엄청난 속도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후후, 어리석은! 이제 진의 압력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태성도장은 상승하는 신혁을 바라보며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곧 진세의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추락하는 신혁에게 추가타를 가하기만 하면 전황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좋아, 운룡…….”
진세를 이끌다가 다시 신혁을 바라본 순간 태성도장의 얼굴이 굳었다.
이제 더 이상 상승하지 못하고 추락해야 마땅하거늘, 신혁의 신형이 오히려 더 빠르게 공중으로 솟구치는 것 같았다.
“이럴 수가?!”
내공의 웅혼함이나 신법의 뛰어남과는 상관없이 운룡회진 속에서는 진세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진의 영향으로 도약하는 기의 방향이 역행하고 있을진대, 어찌 저런 도약이 가능한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하, 이거 재밌네. 중력마저도 어느 정도 컨트롤이 가능하다니, 놀라워.”
[예, 사령관님. A4 위성의 역중력 시스템을 이용한 도약이 아니었다면 도약력이 평소보다 크게 줄어들어 난처할 뻔했습니다.]오페라의 설명대로 신혁이 일반적인 도약을 했다면 큰 낭패를 볼 수도 있을 상황이었다.
하지만 A4 위성의 역중력 시스템을 이용한 도약이었기에 오히려 운룡검진의 흐름도 함께 역전되어 신혁이 더욱더 빠른 속도로 허공으로 솟아오를 수 있었던 것이다.
“좋아, 내 차례겠지? 오페라. 이번에는 광역공격으로.”
[Copy that.]“한 번에 날려주마. P307 소형로켓탄.”
[Ready.]‘Fire.’
운룡검진의 특성상 한 명에게 다수의 힘을 몰아넣어 일시적으로 검강 같은 고급 기예를 발현할 수 있게 되었지만, 운룡검진을 운용하는 도사들의 개개인의 무공은 그 정도 경지에 이르지 못하였기에 공중에서 폭격하는 신혁을 막아낼 방법이 없었다.
콰아앙!
‘심상치 않다.’
신혁에게서 어떠한 기세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의 손에서 주먹만 한 크기의 무언가가 발사될 때 들려온 파공음만으로도 심상치 않은 공격임을 직감한 태성도장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공력 극. 운룡운중행(雲龍雲中行)을 펼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