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quering Murim with future technology RAW novel - Chapter 292
292화. 마룡
[하찮은 미물들아. 스스로가 한 선택에 책임을 질 시간이다.]사신문도들의 머릿속에 소름 돋는 차가운 음성이 메아리쳤다.
“쿠아아아아~!”
하늘을 가득 메운 거대한 흑룡의 입이 벌어졌다.
마치 지옥의 문이 열리는 것처럼 벌어진 거대한 흑룡의 입에서 검은색의 연기가 방출되었고, 순식간에 사신문도들을 뒤덮어 버렸다.
“윽?!”
“어억!”
최전방에 있던 사신문도들이 미처 대응하지 못하고 그대로 검은색의 연기를 들이마시며 쓰러졌다.
“독이다!”
“모두 숨을 멈춰라!”
“호신강기를 펼쳐라! 독이 피부에 닿아서는 안 된다!”
비록 최전방에 있던 사신문도 수십 명이 쓰러졌지만, 모두가 강호에서 잔뼈가 굵은 자들답게 대처가 빨랐다.
사천당가와 운남의 만독문 등 독으로 유명한 문파들이 적잖이 퍼져있는 험난한 강호였기에 무공을 배우면서 기본적으로 독에 대한 대처방안을 배우기 때문이었다.
“흑룡이라니, 놀랍군. 현아진의 주술인가?”
적무강이 현아진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크큭. 난 또 사신혁이 미친 척하고 테레사함이라도 동원하는 줄 알았건만……. 독이라니, 기껏 생각해낸 방법이 이거라면 실망이 크군.”
반대로 요백진은 비웃음을 숨기지 않았다. 독이란 걸 모르고 당했다면 낭패를 볼뻔했지만 저렇게 수상쩍은 검은 연기에 대처하지 않는 자는 단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현재 사신문도들의 무공수위는 전원이 일류를 넘어선 상태. 그 말은 최소한 몸 안의 내기를 일주천 시킬 수 있다는 뜻이었고, 몸 안에 파고든 독을 몰아내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뜻이었다.
“클클클, 절정고수만 되어도 호신강기를 몸에 둘러 외부에서 침식하는 독기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지. 숫자까지 세면서 호언장담한 괴룡의 최후 비책이 겨우 저거라면 너무 실망인데. 안 그런가 적무강?”
“글세…….”
요백진의 호언장담에 적무강이 현아진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말을 이었다.
“현아진이 아무 생각 없이 나선 건 아닐 텐데, 뭔가 숨겨진 게 있지 않을까 싶네.”
“크큭, 자네는 현아진을 너무 높이 평가하는군.”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왠지 모르게 불안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구만.”
그때, 검은 연기를 뒤집어쓴 무사들의 처절한 비명이 사천평야에 울려 퍼졌다.
“으아아악!”
“어어억!”
“이, 이럴 수가 분명히 호신강기를 펼쳤는데……. 커어억.”
거칠 것 없이 돌격하던 사신문도들이 태풍을 맞은 갈대처럼 우수수 쓰러지기 시작했다.
일류 무사건 절정고수건 가리지 않고 현아진의 맹독 브레스에 닿은 자들은 하나도 남김없이 차가운 대지에 몸을 뉘였고, 셋을 세기도 전에 그대로 숨을 거두었다.
“저럴 수가?!”
적무강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고, 요백진은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어찌 독이 호신강기를 파고들 수 있단 말인가?”
“마치 호신강기를 갉아먹으면서 파고드는 것 같군.”
“이런, 빌어먹을…….”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요백진이 손톱을 깨물었다.
이대로 계속 사신문도들을 진격시킬지, 지금이라도 철수 명령을 내려야 할지, 그것도 아니라면 적무강과 함께 현아진을 제거해야 할지.
여러 가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요백진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요백진!”
적무강이 요백진의 어깨를 짚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어서 퇴각명령을! 한 명의 예외도 없이 검은 안개에 닿는 무사들이 숨을 거두고 있네.”
적무강의 일갈에 그제야 요백진이 퇴각명령을 내렸고, 진격하던 사신문의 무사들이 혼비백산하며 몸을 돌렸다. 하지만, 요백진이 잠시 멈칫한 사이 상황은 이미 극도로 악화되어있었다.
엄청난 속도로 퍼져나간 악마의 연기에 반수에 가까운 사신문도들이 차가운 시체가 되어 서천평야에서 숨을 거뒀으니 말이다.
“이미 늦었다, 어리석은 미물들아. 왜 본녀가 쥬크레시아 대륙의 마룡이라 불렸는지 알게 해 주겠다.”
어느새 태양조차 가려버릴 정도로 거대했던 흑룡이 사라지고 하늘에서 현아진의 모습이 나타났다.
현아진이 뿜어낸 브레스는 드래곤의 대표적인 권능중 하나였다. 지금처럼 전력을 다해 뿜어낸다면 최소 한 달 정도는 브레스를 사용할 수 없었지만 아직까지는 단 한 점의 마나도 사용하지 않았기에 현아진의 드래곤하트는 마나로 가득 차 있었다.
“약진하는 마나여, 대기의 흐름이여…….”
현아진의 드래곤하트에서 엄청난 마나가 뿜어져 나왔고, 그녀의 손에 들린 마령신장이 붉은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지금 시공을 초월하여 나의 적을 멸하라.”
현아진의 마령신장이 퇴각하는 사신문도들과 요백진을 가리켰고, 곧이어 마령신장에서 찬란한 빛무리가 폭발하듯이 뿜어져 나왔다.
파아아앗. 파아앗. 파아앗.
마령신장에서 뿜어진 빛무리가 하늘에 화려하고 웅장한 마법진을 그렸다.
마법진의 숫자는 셋. 그 하나하나가 족히 다섯 장은 넘어가는 거대한 크기였고, 황금색으로 빛나는 마법진의 선들에 현아진의 마나가 집중되며 서서히 검은색으로 변해갔다.
“일격멸살, 잿더미가 되어라. 멀티 메테오 스트라이크(Multi Meteo Strike)!”
슈우우우우우~ 슈우우우웅!
마법진이 있는 곳의 하늘이 갈라지며 불타오르는 세 개의 구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저, 저건?!”
“유성?!”
사신문도들이 하늘을 보며 경악하였고, 모습을 드러낸 유성들이 엄청난 속도로 낙하하여 지면을 강타하였다.
꽈아아앙! 꽈와앙! 콰아아아아앙!
유성하나 하나의 크기는 건장한 성인 남자의 몸통 정도 크기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저 머나먼 우주를 유영하던 단단한 운석은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으니, 그런 운석이 운동에너지와 강도를 잃지 않고 대지에 직격하자 그 위력은 모두의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었다.
“끄아아아악!”
“으아아악!”
운석이 낙하하는 지점에 있던 사신문도들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아니 시체의 피 한 방울 남기지 못하고 그대로 분해되며 사망하였고, 그들의 주변에 있던 사신문도들이 순식간에 목숨을 잃었다.
“흩어져!”
요백진이 극한의 청의신공을 발휘하여 그에게 들이닥친 폭발에너지를 밀어내며 소리쳤지만, 이미 사신문도들의 대부분이 차가운 시체가 된 상황이었다.
“미물들아, 아직 끝나지 않았느니라.”
현아진의 마령신장이 이번에는 푸른빛에 휩싸였고, 다시 한번 하늘을 향해 빛을 뿜었다.
“퍼져나가는 마나여, 번개의 강함이여…….”
현아진의 마법진이 이번에는 푸른빛으로 물들며 강렬한 마나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하늘이여 절규하라. 라이트닝 스트라이크(Lightning strike)!”
인간이 아무리 빠르다 한들, 떨어지는 번개를 피하는 것은 불가능하였다.
화경의 경지에 이르러 탈태환골하며 재구성된 강력한 신체가 있다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졌을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사신문에 투신한 무인들에게 있어서 그것은 꿈과 같은 이야기였다.
꽈르르르릉!
푸른빛의 마법진이 먹구름이 소나기를 퍼붓듯이 무차별적으로 번개를 난사하기 시작했고, 메테오 스트라이크가 만든 지옥 같은 대지에 다시 한번 재앙이 닥쳤다.
“끄르르르륵.”
“커…. 어어억.”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번개에 그나마 몇 남지 않은 사신문도들이 몸을 떨며 죽어갔고, 현아진의 지팡이가 이번에는 땅을 가리켰다.
“굳건한 마나여, 흔들리는 대지여…….”
이미 대부분의 사신문도들이 전멸하였음에도 현아진은 전혀 공격을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하늘에 떠 있던 푸른빛의 마법진이 최초의 황금빛으로 바뀌며 모습을 감췄다.
“땅이여 통곡하라. 어스퀘이크(Earthquake)!”
현아진의 주문 영창이 끝나는 순간, 허공에서 모습을 감췄던 세 개의 마법진이 사신문도들이 밟고 있는 땅을 포위하듯이 모습을 드러냈다.
삼각형의 꼭짓점에 위치한 세 개의 마법진이 눈 부신 빛을 발했고, 대지가 갈라지며 마그마가 끓어오르며 완전히 무너져버린 사신문도들을 덮쳤다.
“으아아악.”
“사, 살려줘!”
갈라진 땅 사이로 사신문도들이 떨어졌다.
추락하는 문도들을 구하기 위해 다급하게 주변에 있던 자들이 손을 내밀었지만 갈라진 대지는 마치 악어가 먹이를 물어 삼키는 것처럼 합쳐지며 그대로 사신문도들을 매장해버렸다.
“요백진! 막아야 한다. 더이상 현아진이 주술을 사용하게 둬서는 안 된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것을 주술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싶었다.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요백진을 두고 적무강의 몸이 하늘을 가르며 현아진을 향했다.
“요백지이이인! 정신 차려라, 또다시 지존과 현의령주님을 실망시킬 참이냐!”
“그, 그래! 아직, 아직 끝난 게 아니다.”
현아진의 대규모 살상마법에 엄청난 피해를 입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500명에 달하는 사신문도들이 남아있었다.
요백진의 입장에서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살아남은 사신문도 대부분이 절정의 벽을 넘어선 고수들이었기에 현아진만 묶어둘 수 있다면 얼마든지 전황을 뒤집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점이었다.
“현아지이이이인~!”
요백진이 분노에 찬 함성을 지르며 몸을 띄웠다. 현의령주 무명에게 호언장담했었다. 혼원여의신공을 전수한 사신문도들과 적무강만으로 삼도연맹을 몰살하고 사신혁을 쓰러뜨리겠다고 말이다.
그런데 얄궂게도 그가 그토록 공들여 키운 사신문도들은 전멸하기 직전이었고, 사신혁을 잡아 오기는커녕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현의령주 무명과 현의문도들이 움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재밌구나.”
언제 나타났는지 무명의 곁에서 루빈지오가 미소지으며 전장을 주시했다.
사신문이 궤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건만. 그는 새로운 장난감을 손에 쥔 어린아이처럼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현아진을 바라볼 따름이었다.
“아주 놀라워. 현아진에게 이런 능력이 있을 줄은 몰랐어. 유성을 소환하고 지진을 일으키며 번개를 떨어뜨리다니. 여건만 된다면 사로잡아서 해부해보고 싶을 정도야. 주소천의 주술과 비슷하면서도 그 메커니즘이 분명히 차이가 있는 것 같군. 무엇보다 사람이 용으로 변하다니…….”
루빈지오의 눈동자에 탐욕이 어렸다.
“인간의 사이오닉 운용능력을 다시 정의하게 만든 유신과 전설의 손오공을 강림시킨 주소천에 이어서 용으로 변하는 현아진이라니. 사신혁, 과연 너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구나.”
또다시 사신혁을 언급하는 루빈지오의 말에 무명의 눈빛에 폭발적인 살기가 어렸다.
“지존께서 원하신다면 현아진을 포획하겠습니다.”
“크크큭, 글쎄.”
루빈지오가 턱을 괴며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무명에게 말했다.
“그럴 여유가 있을 것 같지는 않구나.”
“하오면……. 모조리 죽이겠습니다.”
“그래, 현의문의 구속제어 프로그램을 해제해주겠다.”
“지존의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결코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깊숙하게 허리를 굽히는 무명을 보며 루빈지오 심드렁한 얼굴로 손을 내저었다.
“그래, 어서 가보거라. 나도 슬슬 사신혁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하니 말이다.”
“지존의 명을 받듭니다.”
현의령주 무명의 눈동자가 전장으로 옮겨졌다.
“현의문은 본좌를 따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