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quering Murim with future technology RAW novel - Chapter 295
295화. 2 대 2 (1)
“전하, 현의문이 움직였습니다.”
진강전을 보필하던 금의위의 무사가 무명과 현의문이 전장을 향해 천천히 걸어오는 것을 확인하고 진강전의 명을 기다렸다.
진용제의 적절한 가세로 전황은 삼도연맹의 우세였고, 이대로 1각 정도만 시간이 흐른다면 사신문의 잔당들을 몰살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
“현의령주가 마교의 배후를 기습한다면 희생이 너무 커진다. 우리는 현의문이 사신문의 잔당들과 합류할 수 없도록 중간에서 요격한다.”
“금의제존위군의 명을 받듭니다.”
현재까지 전장의 흐름은 삼도연맹 측에 나쁘지 않았다. 제갈첨이 예상했던 대로 일이 진행되었기 때문이었다.
“구할 마음이 없는 건가?”
진강전의 눈동자에 의문의 감정이 깃들었다. 조금만 더 시간이 지체된다면 사신문의 잔당들은 전멸당할 것이 자명했음에도 현의령주와 현의문도들은 마치 산책을 나온 사람처럼 느긋하게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네가 현의령주 무명인가?”
진용제와 흑검대를 등지고 현의문의 진격로를 가로막은 진강전이 입을 열었다.
마치 사신혁이 움직이는 것처럼 지면에서 살짝 몸을 띄운 무명의 신형이 가볍게 땅에 내려서면서 진강전의 말을 받았다.
“그렇다.”
“대명제국의 금의제존위군 진강전이다. 죄인들은 무릎을 꿇고 오라를 받으라.”
“거절하지.”
무명의 가면 속에서 특유의 무감각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얼마나 많은 죄를 지었기에 스스로의 얼굴조차 가면으로 가린 것인가. 대명제국의 백성으로서 지금이라도 순순히 죄를 인정하고 오라를 받는다면, 목숨만은 살려주겠다.”
진강전의 서슬 퍼런 경고에도 무명과 현의문도들은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현의문의 주인인 무명이 야차 가면으로 얼굴을 가렸다면, 그들의 수하인 현의문도들은 붉은색과 푸른색의 나찰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발검.”
더 이상 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는지 진강전이 명을 내렸고, 금의위와 동창의 무사들이 일사불란하게 검을 뽑았다.
“아아, 그럴 필요 없네.”
“뭐라고 하였느냐?”
무명의 말에 진강전이 검을 겨누며 되물었다.
“우리를 막을 필요가 없다고 했는데, 내 말이 어려웠나 진강전?”
무명이 턱짓으로 전장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너희들도 합세하여 사신문의 잔당을 마무리 짓고 전열을 가다듬는 게 어떤가?”
“진심이냐?”
“내 명예를 걸고 약속하겠다.”
그 말을 끝으로 현의령주 무명은 더 이상 진강전에게 관심이 없다는 듯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곳에서는 적의령주 적무강과 청의령주 요백진이 현아진과 마주하고 있었다.
“슬슬, 주연 배우들이 전부 등장했군. 이제 내 상대도 나타날 때가 되었는데, 아직인가?”
“이놈, 네 상대는 나다.”
진강전이 자신을 앞에 두고도 관심조차 주지 않는 무명을 노려보며 검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전하.”
그때, 진강전의 감각을 속이고 누군가가 지척까지 접근하며 말을 걸었다.
“우읏?!”
소스라치게 놀란 진강전이 하마터면 검을 휘두를 뻔하였지만, 접근한 사람이 정도맹주 유신인 것을 확인하고 가까스로 손을 멈출 수 있었다.
“무량수불. 빈도가 무명시주와 풀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제게 양보해 주실 수 없겠습니까?”
더없이 정중한 유신의 부탁에 진강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입장에서는 구태여 싸움을 해서 위기를 자초할 필요도 없었고, 무엇보다 동창과 금의위에 정예고수들을 잃는 것조차 황권이 약화되는 것이기에 유신의 제안은 나쁠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시작하시지요. 무명시주. 저들을 구하려고 오신 게 아닙니까.”
유신이 앞으로 나서며 무명에게 말했다.
“아니, 난 저들이 죽기를 기다리고 있다.”
“지금, 뭐라고 말씀하셨습니까? 수하들이 사지에 있는데 그들을 구하지 않겠다니요?”
“수하? 누가 내 수하란 말인가?”
“지금 그대의 곁에 있는 현의문도들만이 당신의 수하란 말입니까? 사신문을 위해 목숨을 내던진 저들은 외면하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아무리 서로가 서로를 죽여야 하는 적대관계였지만 사람으로 지켜야 할 최소한의 도리라는 것이 있었다.
그것이 유신의 신념이었고 도리였지만 돌아오는 무명의 대답은 달랐다.
“무룡, 뭔가를 착각하고 있구나.”
“빈도가 말씀이시오?”
“그렇다.”
“무엇을 착각하고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적의령주, 청의령주. 그리고 지금 나와 함께 있는 현의문까지도 내게 있어서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
“무량수불, 무명시주.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것이오?”
유신의 질문에 무명이 쓰고 있던 가면을 벗으며 손에 힘을 주었다.
우지끈.
그의 손에서 야차 가면이 조각나며 부서졌고, 신혁과 꼭 닮은 무명의 눈동자가 불꽃처럼 열망에 타올랐다.
“사신문, 다 장난 같은 이야기다. 나는 수백 년 동안 홀로 지존을 지켜왔다. 나의 이름은 무명. 사신혁을 대신하여 그의 운명을 빼앗아 지존의 뜻을 이어갈 자다.”
“그걸 지금 말이라고…….”
더는 무명과 말을 섞기를 포기한 유신이 의천검을 뽑으려 할 때 진강전이 유신의 어깨를 짚으며 만류했다.
“정도맹주. 굳이 지금 손을 쓸 필요는 없소이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전하.”
“저자는 정말 움직일 생각이 없어 보이는군. 사신문의 잔당들을 정리한 삼도연맹의 무사들이 합류할 때 싸움을 시작해도 늦지 않소.”
“그런…….”
“저쪽에서 먼저 움직인다면 모르되, 우리가 유리한 상황에서 난전을 만들 필요는 없다는 말이오. 아시겠소?”
“…… 알겠습니다.”
지금은 개인의 정의보다는 연맹의 승리를 우선시할 상황이었다.
진강전의 말에 수긍한 유신이 의천검에서 손을 놓았고, 잠시 후 처절한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사신문의 무사들이 모조리 전장의 이슬이 되어 사라졌다.
“뜻밖이군. 우리를 기다렸나?”
약간은 지친 모습으로 진용제가 유신의 등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사신문도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았는지 화경의 고수인 그조차 어깨와 허벅지에 자그마한 검상이 남아있었고, 그의 직속 무력부대인 흑검대의 인원은 다섯도 남지 않았다.
“너희를 기다렸다기보단, 제물들이 모두 죽기를 기다렸지. 그런데 실망이군.”
표정은 미동조차 없고 목소리에는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는데, 명백한 비웃음을 띄고 있었으니.
무명의 말에 모두가 이질감을 느꼈다.
“절반 정도는 건재할 줄 알았는데 남은 건 무당과 마교를 비롯해서 500명 정도인가? 뭐 황궁의 고수들은 건재하니 그걸로 위안을 삼아야 하려나?”
“무슨 뜻이냐. 우리가 만만해 보이느냐 현의령주?”
마치 상처 입은 늑대가 으르렁거리듯이 진용제가 이를 갈며 무명의 말을 받았다.
“아아, 만족할 만한 실험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너희의 전력이 지금보다 두 배 이상은 강해야 하는데 아쉬워서 한 소리니 신경 쓰지 말게나 부교주.”
무명이 피식 웃으며 오른손을 들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나찰 가면을 쓴 현의문도들이 품속에서 집혼석을 꺼내 들며 가면을 벗었다.
“이럴 수가, 당신들은?!”
가면 속에 숨겨진 현의문도들의 얼굴을 본 유신이 경악하며 말을 잃었다. 푸른색의 나찰 가면을 쓰고 있던 현의문도들의 얼굴은 청의령주 요백진과 똑같았으며 붉은색의 가면을 쓰고 있던 현의문도들의 얼굴은 적무강을 얼굴을 그대로 빼다 박았기 때문이었다.
“모여라.”
무명이 손가락을 튕기며 명령하듯이 중얼거리자 진용제의 뒤편에서 시체가 되어 쓰러진 사신문도들의 몸에서 붉은색과 푸른색의 영기가 흘러나오며 현의문도들이 들고 있던 집혼석에 흡수되었다.
“이럴 수가, 지금 당장 공격을 시작해야 합니다.”
유신이 경악하며 양손을 뻗었고 그의 손에서 막강한 강기가 회오리치며 파도처럼 밀려 나갔다.
태극현천강기(太極現天剛氣) 제3식.
태극벽강(太極霹剛).
쿠콰콰콰콰쾅~!
막강한 태극벽강의 강기가 지면을 뒤집으며 무명과 현의문도들을 그대로 덮쳤다.
하지만, 그 순간 무명의 손이 가볍게 움직였다. 그의 손에서 방출된 현의신공의 강기가 그대로 태극벽강을 소멸시켜 버렸다.
쿠르르르릉.
뒤집어진 땅들이 우박처럼 쏟아져 내렸고, 자욱한 먼지가 사위를 가렸다.
잠시 후 먼지가 걷히고 나서 드러난 모습은 두 눈이 붉은빛과 푸른색으로 빛나는 소름 끼치는 모습의 현의문도 들이었다.
“군사! 어서 증원을!”
촤아아아앙!
그 모습에 유신이 대경하며 사자후로 소리쳤고, 날카로운 검명과 함께 의천검이 모습을 드러냈다.
“제가 현의령주를 상대하겠습니다. 진강전 전하, 그리고 진용제 부교주님. 시간을 끄십시오. 절대 맞서서는 아니 됩니다.”
한편, 유신과 현의령주가 본격적으로 격돌하며 현의문이 정체를 드러냈을 때, 허공에서는 현아진이 요백진과 적무강을 거침없이 몰아붙이고 있었다.
“크으윽, 믿을 수가 없군. 적의신공으로도 잘라내지 못하는 강기가 존재하다니.”
적무강의 검이 현아진의 베리어를 완전히 관통하지 못하고 튕겨 나왔고, 그 순간 현아진의 마령신장이 빛을 뿜었다.
퍼어어어엉~!
수십 개의 파이어볼이 허공에 생성되며 그대로 적무강을 향해 쇄도하였다.
“빌어먹을, 정말 괴물이로군.”
요백진이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적무강의 전면을 가로막았고, 그의 검이 청의신공의 강기를 뿌리며 현아진의 파이어볼을 반사시켰다.
“흥, 다시 내게 돌아오라 화염의 마나여.”
요백진이 반사시킨 파이어볼이 현아진에게 적중하려는 순간 거짓말처럼 사라져 버렸고, 그 모습에 요백진이 입맛을 다셨다.
이 상태로는 백번 천번을 공격해도 현아진을 쓰러뜨릴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좋아, 집혼석에 영력이 가득 찼다.”
그때, 요백진의 등 뒤에서 적무강이 품속의 집혼석을 입에 넣으며 앞으로 나섰다.
고오오오오.
적무강의 몸에서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강렬한 붉은 빛의 폭사 되었다.
“나의 적의신공이 극성에 이르렀다.”
자신감이 가득찬 적무강이 손에 쥔 검에 공력을 집중시켰고, 그의 검에 신혁의 패턴 레드의 적월과 비슷한 느낌의 검강이 만들어졌다.
“간다, 현아진!”
요백진의 몸이 쏜살같이 허공을 가르며 현아진을 노렸고, 놀랍게도 현아진의 베리어가 반으로 갈라져 버렸다.
“블링크.”
요백진을 맞이하여 처음으로 현아진이 블링크를 펼쳤고, 그녀의 몸이 거짓말처럼 허공에서 사라졌다.
“으하하하하하, 이제는 이길 수 있다. 죽여주마 현아진.”
적무강과 마찬가지로 집혼석의 영력을 흡수한 요백진이 신혁의 패턴 블루에 근접한 검강을 피워올리며 다시 나타난 현아진에게 쇄도하였다.
“흥, 오만하구나 미물아.”
현아진의 시그니쳐와도 같은 수천 발의 매직 미사일들이 허공에 형성되며 요백진의 진로를 가로막았으나, 요백진은 멈추지 않고 현아진을 향해 돌진하였다.
“크크크큭, 지금까지와는 다르다 현아진.”
마치 신혁의 패턴 블루 청월의 방패처럼 요백진의 몸에 닿은 매직 미사일들이 그대로 현아진에게 반사되었고, 그 순간 다시 한번 적무강의 검이 현아진의 목을 노렸다.
“블링크.”
더는 베리어로 적무강의 검을 방어할 수 없음을 직감한 현아진이 다시 한번 블링크를 시전해 몸을 이동시켰지만, 이번에는 적무강이 한 수 앞을 예측하였다.
“이런?!”
현아진의 눈동자가 커졌다. 블링크가 실행되며 안전한 공간을 열고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적무강의 검이 이기어검의 묘용으로 날아와 현아진의 목을 노렸다.
이대로 목이 잘 릴 수는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현아진이 왼팔을 들어 목을 가렸다.
까아앙~!
그때 적무강의 검이 무언가에 강타당하는 소리와 함께 튕겨 나갔고, 현아진의 입가에 쓴웃음이 걸렸다.
“악취미구나, 주소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