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quering Murim with future technology RAW novel - Chapter 299
299화. 무명심검
유신은 공력을 거두며 의천검을 검집에 넣었다
“재밌군, 검을 거두다니. 내가 알지 못하는 무당의 검술인가?”
“얼마 전에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말씀드렸다시피 조금 전 당신의 무형심검과 겨루며 확신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 네가 펼치려는 무공의 이름이 무엇이냐?”
유신의 손이 검결지(劍結指)를 맺으며 무명을 향해 뻗어 나가자, 무명의 검 역시 패턴 블랙의 에너지를 뿜어내며 그 검세를 바꿔나갔다.
진멸파천검(眞滅破天劍) 혼세참(昏世斬).
가히 신혁의 파멸기 현무파검세 파천에 준할만한 무시무시한 기가 무명의 주위에 휘몰아쳤다.
“아직 이름을 짓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시주의 무형심검에서 깨달음을 얻었고, 이름 또한 정하지 못하였으니 지금 제 무공을 무명심검(無名心劍)이라 부르려 합니다.”
“크크크크큭, 그래. 보여봐라, 너의 깨달음을. 너의 무공을 말이다.”
“무량수불.”
청량한 도호가 울려 퍼지며 유신의 몸에서 무명에게 뒤지지 않는 엄청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일촉즉발의 상황, 둘 중 누구라도 먼저 움직이는 순간 경천동지할 위력의 충돌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
“부디 내세에는 좋은 인연으로 만났으면 합니다. 무량수불.”
그 말을 끝으로 유신이 아주 살짝 손가락을 움직였고, 폭발할 것 같았던 유신의 기세가 일순간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무명심검(無名心劍) 절명(絶命).
풀썩.
눈앞에 그 어떠한 변화도 나타나지 않았으나, 찰나지간 이루어진 한 합에 모든 힘을 소진한 유신은 끈 떨어진 인형처럼 그 자리에서 곧장 앞으로 고꾸라졌다.
“허억…. 허억…….”
거친 숨결이 유신의 입에서 터져 나왔고, 가까스로 몸을 뒤집은 유신이 대(大)자로 누워서 고개를 살짝 꺾었다.
무명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어떻게 한 것이냐?”
아직까지도 진멸파천검의 검세를 취하고 있던 무명이 허망한 얼굴로 유신에게 물었다.
조금 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무명의 몸에서 느껴지던 엄청난 기세가 거짓말처럼 사라져버린 것이었다.
“분명, 시주와 스승님이 사용한 심검은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한데, 현경의 경지에 드신 스승님조차 시주처럼 오랜 시간 자유롭게 심검을 펼칠 수 없었다는 점이 의아하더군요. 스승님께서는 공령의 깨달음을 얻지 못하셨기에 공력이 부족하여 그런 것이 아닐까도 생각해보았지만, 시주와 검을 맞대고 나서 확실하게 그 차이를 알 수 있었습니다.”
“그…. 차…. 이가…. 무, 엇…. 이…. 냐?”
또렷하던 무명의 눈빛이 조금씩 빛을 잃어갔고, 그와 비례하듯이 점점 말을 잇기가 힘들어졌는지 힘겹게 유신에게 물었다.
“시주의 무형심검은 의지를, 신념을 형상화하여 구현한 것 같았습니다. 허나, 심검이란 마음의 검. 제가 무언가를 베고자 뜻을 품고 있다면 그 뜻이 기와 일체화되어 외부에 구현되지 않더라도, 마음만으로 모든 것을 벨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형태와는 관계없이…. 네 의지가, 내 신념보다, 더 강했다는 건가……? 하, 하하. 그래. 네, 승리다 유신.”
현의령주 무명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그려졌다.
“죽음…. 이란 게…. 생각보다, 아늑…. 하구나.”
풀썩.
수백 년을 홀로 루빈지오를 지키며 신혁의 운명을 탐하던 무명의 쓸쓸한 최후였다.
“저, 정도맹주께서 현의령주를 쓰러뜨렸다!”
“우와아아아아아아~!”
현의령주 무명이 숨을 거두면서 현의문도들도 동작을 멈췄고, 그들과 격전을 벌이던 천마교와 삼도연맹의 무사들이 힘겹게 현의문도들을 모조리 파괴하고는 기쁨에 겨워 소리쳤다.
“괜찮습니까, 무룡?”
나는 듯이 유신에게 달려온 자는 천마교의 소교주 위지천이었다.
그 역시 악전고투를 치렀는지 몸에는 자상이 가득했고, 숨소리도 무척 거칠었다.
“과연 괴룡의 의동생답습니다. 당신의 무공에 진심으로 찬사를 보냅니다.”
신혁의 의형제라는 사실만으로 유신이 부러워했던 위지천이었지만, 조금 전에 보여준 유신의 엄청난 한 수는 목표로 했던 검의 끝을 본 것 같이 아득하게 느껴졌다.
그렇기 때문에 정과 마라는 소속을 초월하여 무인으로서 절로 유신을 존경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 것이다.
“소교주님…….”
“예, 맹주님. 말씀하십시오.”
“호법을, 호법을 부탁드립니다. 아직 가장 위험한 자가 남아있습니다. 신혁 형님을 도와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위지천이 손을 들자 격전에서 살아남은 천마진천대와 진마천위대의 무사들이 나는 듯 다가왔고, 유신을 빙 둘러싸며 호법을 섰다.
“목숨으로 정도맹주님을 지켜라.”
“존명!”
공령의 경지에 들고나서 처음으로 내공이 부족함을 느낀 유신이 가까스로 몸을 일으켜 가부좌를 틀었다.
온몸이 물먹은 솜처럼 나른했지만, 조금이라도 공력을 회복하여 신혁에게 힘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유신이 눈을 떴을 때 그의 앞에 현아진과 주소천이 초조한 얼굴로 유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콰아아아앙! 퍼어어어어엉!
무념무상의 경계에서 눈을 뜬 유신의 귓가에 들리는 것은 세상이 멸망할 것 같은 거대한 폭음과 유신을 감싸고 있는 푸른색과 붉은색의 기의 장막이었다.
“무량수불. 교주님과 사도맹주님이 아니십니까.”
공령의 경지에 들며 운기조식을 통해 내공을 축적할 필요가 없는 유신이었지만, 무명심검은 그가 아니라면 감히 시전할 꿈도 꾸지 못할 막대한 공력이 들어가는 무공이었기에 무한에 가깝게 자연의 기를 끌어올 수 있는 유신마저 녹초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오죽했으면 유신이 운기조식의 형식을 취하여 완전히 지쳐버린 신체에 대자연의 기운을 끌어와 활력을 불어넣었겠는가.
“제가……. 얼마나 운기조식에 빠져 있었습니까?”
“네 시진이에요. 몸은 좀 괜찮으세요?”
“예, 괜찮습니다.”
주소천의 걱정어린 눈빛에 유신은 재빨리 자리를 털고 일어났고, 그제서야 그를 겹겹이 보호하던 두 겹의 광막이 자취를 감추었다.
“이럴 시간이 없다. 따라와라.”
유신이 깨어난 것을 확인한 현아진이 먼저 몸을 띄웠고, 그 뒤를 따라 주소천과 유신의 신형이 하늘을 갈랐다.
“무량수불……. 저게 대체.”
유신의 눈에 들어온 것은 신혁과 루빈지오가 하늘과 땅을 뒤집으며 혈투를 벌이는 장면이었다.
“오페라!”
신혁의 외침에 용신주가 모습을 바꾸며 녹색의 파괴광선을 발사하였고, 신혁의 손에 쥐어진 에너지 소드가 푸른색에서 붉은빛으로 색깔을 바꿨다.
백제격검술(百濟擊劍術).
Sword Pattern Red.
적월(赤月)의 오의(奧義) 절단기(絶斷技).
주작절검세(朱雀絶劍勢) 단천(斷天).
신혁의 주변을 돌며 용신주가 어지럽게 녹색의 파괴광선을 난사하자, 그에 대응하는 루빈지오의 몸은 회색으로 물들었다.
아스트랄 패턴 하데스(Astral Pattern hades).
발현, 사이드 오브 하데스(scythe of hades).
루빈지오의 가드 위성이 회색의 빛을 허공에 방사하였고, 곧 일정한 형태를 그리며 그림자처럼 회색의 빛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흐릿한 형체의 유령이 커다란 낫을 들고 있는 것과 같은 모습의 에너지체가 사람처럼 움직이며 신혁을 공격하였고, 신혁의 에너지 소드가 붉은빛의 섬광이 되어 그대로 유령 같은 에너지체를 베어버렸다.
“크크크큭, 과연. 패턴 레드의 에너지를 완벽하게 활용하는군. 하지만 그뿐. 하데스의 염체는 재생한다.”
신혁의 에너지 소드에 베인 낫을 든 회색의 유령이 연기가 합쳐지듯이 그대로 잘린 몸을 붙였고, 엄청난 사이오닉 에너지를 담은 낫을 휘둘렀다.
“하데스 P202 소형로켓탄.”
“모조리 튕겨주마.”
신혁의 에너지 소드가 이번엔 푸른색으로 변하며, 장엄한 바다와 같은 기의 파동을 사방에 뿌리며 신혁의 전신을 감쌌다.
백제격검술(百濟擊劍術).
Sword Pattern Blue.
청월(靑月)의 오의(奧義).
청룡중검세(靑龍重劍勢) 붕천(崩天).
에너지 소드가 형성한 검막에 루빈지오의 패턴 하데스의 에너지가 격돌하였고, 그 엄청난 에너지를 이겨내지 못하고 푸른 장막에 균열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아스트랄 에너지 개방.”
[아스트랄 에너지 개방, 현재 출력 71%]신혁의 귓가에 오페라의 보고가 들려왔고, 찬란한 빛이 패턴 블루의 균열을 메꿨다.
쿠오오오오오~!
상대의 주술과 기를 이용한 공격을 그대로 흡수하여 전기에너지로 전환시킨 뒤 방출하는 궁극의 반격기 붕천.
신혁에게 흡수된 하데스의 에너지가 그대로 하늘로 승천하며 막강한 뇌전을 형성하였고, 루빈지오가 서 있는 대지를 향해 무시무시한 전기에너지를 담은 수십 발의 번개가 작열하기 시작했다.
꽈르르르릉! 꽈아아아앙!
소나기가 쏟아지듯이 굵디굵은 번개들이 연달아서 루빈지오에게 작렬하였다.
하데스의 공격에너지가 신혁에게 흡수되며 그대로 치환되어 루빈지오에게 되돌아간 것이었으니, 이토록 많은 양의 번개가 떨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루빈지오의 아스트랄 패턴 하데스가 강대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이건 어떤가, 사신혁.”
놀랍게도 신혁의 패턴 블루처럼 루빈지오의 가드 위성은 신혁의 공격을 그대로 흡수하며 사이오닉 에너지로 전환시켰고, 곧 엄청난 크기가 화염의 구체가 신혁을 향해 발사되었다.
사이오닉 에너지(Psionic energy) 집속(輯束).
데스티니(Destiny) 헬 라이팅(hell lighting).
신혁의 헬라이팅과 비슷한 느낌의 화염체였으나, 그 크기는 족히 두 배는 될 듯하였고 화염의 색깔도 신혁의 기술에 비하여 몹시 어두웠다.
“트리플 헬 라이팅(Triple hell lighting).”
신혁의 명령에 용신주가 화염에 휩싸이며 세 개의 불덩어리로 변했다.
[아스트랄 에너지 집속. 용신주 강화. 타겟 록온.]삐삐삐삐삐~!
신혁의 CEC에 루빈지오의 데스티니 헬라이팅이 록온되었다.
“Fire.”
퍼엉~ 퍼엉~ 퍼어어어엉~!
신혁의 용신주가 지옥의 불꽃이 되어 루빈지오의 불꽃을 덮쳤다.
첫 번째 용신주가 빛을 잃고 튕겨져 나왔고, 두 번째, 세 번째 용신주 또한 루빈지오의 불꽃에 부딪혔지만.
그 크기가 처음의 절반 정도로 줄었을 뿐, 루빈지오의 불꽃은 꺼지지 않고 여전히 위협적으로 신혁을 향해 날아들었다.
“빌어먹을.”
말도 안 되는 루빈지오의 헬라이팅에 신혁이 입술을 깨물며 에너지 소드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신혁의 에너지 소드가 순식간에 검은색으로 물들었고, 우아한 반월의 검기가 허공을 갈랐다.
Sword Pattern Black
현월(玄月).
모든 것을 소멸시키는 패턴 블랙의 에너지가 루빈지오의 헬라이팅과 부딪혔고, 그제서야 루빈지오의 불꽃이 힘을 잃고 사그라들었다.
“전술 패턴 로딩.”
[Copy that.]이대로는 답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신혁이 패턴 블랙의 에너지 소드를 그대로 유지하며 루빈지오에게 몸을 날렸다.
“패턴 코드: 전조.”
[로딩 컴플릿.]신혁의 에너지 소드가 전조의 독문무공인 혈마삼검의 기수식을 취했다.
혈마삼검 (血魔三劍) 제1초.
혈마탈명 (血魔奪命).
일격에 루빈지오의 목을 쳐낼 각오로 거칠게 움직인 신혁의 에너지 소드가 회색의 낫에 가로막히며 힘을 잃었다.
“패턴 코드: 위지현오.”
[로딩 컴플릿.]그러나 신혁은 마치 예상했던 것처럼, 당황하지 않으며 다시 한번 검세를 바꿨다.
[패턴 코드: 위지현오. 구현율 100%. 아스트랄 에너지 집속. 현재 아스트랄 에너지 가동률 81%.]“하아아아아앗!”
신혁의 에너지 소드가 그의 기합에 맞춰 검은 불꽃으로 이글거리며 타올랐고, 곧이어 전설이라 불리는 천마의 무공이 신혁에 의해서 재현되었다.
천마삼검(天魔三劍)
제 3검 천마파천(天魔破天).
이번 공격은 루빈지오도 예상 밖이었는지 유령처럼 낫을 휘두르던 하데스의 형상이 사라지며 루빈지오의 손에서 신혁의 에너지 소드처럼 거대한 에너지 사이드가 형성되었다.
꺄아아아아아~!
마치 루빈지오에게 흡수당한 영혼이 비명을 지르는 것처럼 그의 손에 들린 회색의 낫이 울부짖었고, 루빈지오가 있는 힘껏 거대한 낫을 휘둘렀다.
아스트랄 패턴 하데스(Astral Pattern hades).
사신의 춤.
신화 속에 나오는 그림 리퍼처럼 영혼의 데드마스크들이 해골형상으로 루빈지오의 낫 주변을 맴돌았고 울부짖으며 불타올랐다. 그리고 소름 끼치는 파공음을 흘리며 신혁의 에너지 소드와 맞부딪쳤다.
콰아아아아아앙~!
공간이 일그러지고 엄청난 충격파가 사방으로 퍼져나가며 신혁과 루빈지오가 동시에 튕겨 나갔다.
“제법이야, 사신혁 사령관. 아주 놀라워.”
루빈지오가 손이 얼얼했는지 양손을 털면서 신혁을 칭찬하였고, 한쪽 무릎을 꿇고 피를 게워내던 신혁이 한 손으로 피를 훔치며 일어섰다.
“아직이다.”
“사신혁 사령관. 결과는 이미 정해졌어.”
“입 닥쳐.”
유들유들한 태도로 루빈지오가 신혁을 조롱하며 파괴광선을 연사했고, 신혁이 S4 위성의 고속 기동모드를 활용하여 빠르게 루빈지오와의 거리를 좁혔다.
“자네의 패턴 블랙, 블루, 레드. 이 세 가지 궁극의 에너지패턴은 정말 감탄이 나올 정도로 완벽해. 하지만 말이야, 그 세 가지 에너지패턴이 정점이 달했기 때문에 오히려 자네는 나를 넘을 수 없는 걸세.”
“….”
“물론, 자네는 하데스 때문에 이런 격차가 벌어진 것이라 생각하고 있겠지만 말이야.”
어느새 접근한 신혁의 에너지 소드와 오페라의 파괴광선을 여유롭게 회피하며 루빈지오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검은색이건 붉은색이건 이 세상의 모든 색을 한데 모아 섞으면 어떤 색이 되는지 알고 있나, 사신혁?”
“뭐…?”
루빈지오의 말에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낀 신혁의 동작이 순간적으로 멈췄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살짝 신혁과 거리를 벌린 루빈지오가, 가드 위성의 출력을 더욱 상승시키며 입을 열었다.
“바로 회색일세.”
회색, 바로 궁극의 가드 위성 하데스가 뿜어내는 빛깔이었다.
“이제, 슬슬 이 이야기의 끝을 보는 게 어떨까 싶네만…. 자네도 그렇지 않은가, 사신혁 사령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