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quering Murim with future technology RAW novel - Chapter 301
301화. 신세계의 신.
빛 한점 없는 칠흑같이 어두운 곳.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용신주가 시동되며 오페라의 안내음성이 신혁의 귓가에 들려왔다.
[에너지 쉴드 전개. 생명유지시스템을 가동하겠습니다.]용신주에서 푸른색의 광막이 펼쳐졌고, 신혁의 눈에 루빈지오의 모습이 들어왔다. 신혁과 마찬가지로 푸른빛의 광막에 쌓여있는 루빈지오.
“여기가 어디냐 사신혁. 대체 무슨 짓을 벌인 것이냐!”
루빈지오가 당황한 얼굴로 신혁을 다그쳤다.
“어떻습니까? 루빈지오 총사령관. 신세계의 신이 된 기분이 말입니다.”
“뭐, 뭣?!”
신혁이 정중하게 허리를 굽히며 루빈지오에게 예를 갖췄다.
“닥쳐라. 왜 가드 위성의 생명유지시스템이 활성화됐느냔 말이다. 대체 여기는 어디냐!”
“어디라니요. 총사령관님께서 원하던 신세계이지 않습니까.”
“이 자식 지금 그게 무슨…….”
분노한 루빈지오가 신혁을 향해 파괴광선을 내뿜었고, 신혁의 S4 위성이 모습을 드러내며 그의 광선을 막았다.
“이, 이게 무슨!”
루빈지오의 몸이 파괴광선을 발사하는 순간 빠른 속도로 신혁으로부터 멀어졌고, 대경한 루비지오가 가드 위성의 중력시스템을 사용하여 몸을 멈췄다.
“여, 여기는 설마……?”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 중력이 제로인데 중력조절시스템도 활성화하지 않고 파괴광선을 발사하시면 어떡합니까. 마지막 인사도 못 했는데 다신 못 보는 줄 알았습니다.”
신혁이 씨익 미소지으며 루빈지오에게 말했다.
“우, 우주 공간이란 말이냐?!”
“생각보다 눈치가 없으시네요. 그걸 지금 깨달으시다니.”
“……빛이 없다. 그 말은 태양도 없다는 것.”
패닉에 빠진 루빈지오가 황당한 심정을 가득 담아 신혁에게 물었다.
“여기는 어디냐 사신혁.”
“지구죠.”
“지구?”
“정확히 말씀드리자면 지구가 탄생할 곳이라고 하는 게 맞겠군요.”
“뭐, 뭣?!”
루빈지오가 경악하며 패닉에 빠졌고, 신혁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신세계의 신답게 항성도 만드시고 행성도 만드시고 하면 좋을 것 같아서 골라봤습니다. 아마도 한 47억 년 전쯤이었나요?”
“무슨 소리냐?”
“위대한 과학자이자 지구연합의 총사령관님께서 태양이 생성되는 시기를 벌써 잊으셨습니까?”
“이, 이 자식…….?!”
“예, 대충 47억 년 전의 지구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뭐 조금 기다리시면 태양도 만들어지고 지구도 만들어지겠죠. 신세계의 신께서 잘해나가시리라 믿습니다.”
“이, 이 개자식이…….”
유들유들한 말투와 여유를 잃지 않던 루빈지오가 패닉에 빠져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신혁에게 소리쳤다.
“당장 나를 돌려놓아라. 지구로 돌려놓으란 말이다!
“글쎄요. 당신 하는 걸 봐서 생각해보죠.”
신혁이 손가락을 까닥이며 도발하였고, 결국 참지 못한 루빈지오가 하데스를 활성화하며 신혁을 위협하였다.
“당장, 나를 지구로 데려다 놔라.”
“음……? 그, 낫 휘두르실 겁니까?”
“뭐?”
“결과는 차치하고 제가 죽으면 어떻게 하시려고요? 정말 지구를 한번 만들어 보실 생각입니까? 하데스가 강하긴 하지만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도 가능한지는 몰랐네요. 큭큭큭…….”
신혁이 고개를 숙이고 악동처럼 웃으며 루빈지오를 비웃었다.
“자신 있으면 한 번 해보시죠.”
“……어떻게 한 것이냐?”
“뭘요?”
“대체 어떻게 너와 내가 여기에 있는 거란 말이냐!”
“호오……? 과연 루빈지오 총사령관. 똑똑하군요.”
신혁이 손가락으로 이마를 툭툭 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제가 어떻게 당신을 차원 이동시켰는지 알아내기 위해서 물어보다니 말입니다.”
“……말해라. 네놈은 지구로 돌아갈 방법이 있을 터. 설마 여기서 나와 같이 죽자는 건 아닐 테지?”
“그럴 리가요. 기껏 크리스탈의 아스트랄 파편을 모두 모았는데, 이렇게 고생만 하고 죽다니요. 말도 안 되죠.”
“어떻게……. 어떻게 한 것이냐.”
루빈지오의 거대한 낫이 사라졌다. 조금이라도 오랜 시간 생존하기 위해서는 가드 위성의 에너지를 낭비할 수 없었고, 무엇보다 스스로의 힘으로 다시 지구에 돌아가기 위해서라도 최대한 많은 에너지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역시, 똑똑하네요. 제가 방법을 알려줘도 에너지가 부족하다면 그 방법을 실행할 수 없을 거라 생각한 거군요. 기계화된 당신의 몸이라면 상당 시간 우주에서 버틸 수 있을 테고, 당신이 가진 아스트랄 에너지도 아직까지 충분할 테니까요.”
“……말해라 사신혁.”
“싫다면……?”
“그렇다면 여기서 너를 죽이겠다.”
루빈지오의 협박에 신혁이 코웃음 치며 말했다.
“우리 입은 삐뚤어졌어도 말은 바로 하죠. 당신의 목표는 인류의 재건. 지금 이 상황에 나와 당신이 싸운다면 누가 이기든 가진 에너지를 모두 소모할 테죠. 그 말은 나와 당신 둘 다 지구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거고 인류 재건은 물 건너갈 텐데, 당신이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내가 졌다. 그러니 제발 방법을 말해 다오.”
“그러죠.”
의외로 순순히 신혁은 루빈지오가 원하는 답을 내놓았다.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는데 뭘 먼저 들으시겠습니까?”
“…….”
“뭐, 대답이 없으시니 좋은 소식부터 말씀드리죠.”
루빈지오의 절망에 빠진 얼굴을 감상하며 신혁이 말을 이었다.
“좋은 소식은 당신이 보유한 아스트랄 에너지만으로도 지구로 귀환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는 겁니다. 뭐 많은 시간이 흐르면 에너지가 깎이며 불가능할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지금은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나쁜 소식은?”
“방법을 알려줘도 당신이 가능할지는 모르겠군요.”
“말해라.”
“음……. 충분히 통신이 가능한 거리니까, 조금 떨어져 주시겠습니까?”
“뭐?”
“아, 제가 방법을 말해줘도 불가능할 것 같으면 같이 죽자고 나올지도 모르잖아요. 뭐 그래도 큰 상관은 없지만, 괜히 힘 빼기 싫어서요.”
신혁이 마치 루빈지오처럼 유들유들하게 그를 비웃으며 조건을 걸었다.
“좋다.”
신혁의 말을 따르는 것 말고는 답이 없었기에 루빈지오가 신혁과 거리를 벌렸다.
“말해라.”
“어차피 통신이 가능하니 조금 더 떨어지도록 하죠.”
이미 상당히 거리를 벌렸지만,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신혁은 더욱더 루빈지오에게 물러날 것을 요구했다.
“……네가 움직여라.”
“아하~ 눈곱만큼의 에너지라도 아끼겠다니. 좋은 선택입니다. 그러도록 하죠.”
신혁이 피식 웃으며 몸을 움직였고, 루빈지오가 조그만 점으로 보일 정도로 멀찍이 거리를 벌렸다.
“자……. 어디까지 말씀드렸더라.”
“내가 지구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말해라.”
“좋습니다. 잘 들으세요. 한 번만 말씀드릴 테니까요.”
루빈지오의 가드 위성에서 신혁의 영상이 출력되며 목소리가 울려 퍼졌고, 그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빌어먹을, 지구에 돌아가는 즉시 갈가리 찢어 죽이겠다 사신혁.’
괜히 여유를 부리다가 이런 상황을 만든 자신을 용서할 수 없는 루빈지오였고, 그런 그의 분노가 오롯이 신혁에게 전이되었다.
“생각했습니다. DMP 프로젝트. 테레사함의 보호를 받는 저는 먼저 차원을 건너간 크리스탈의 아스트랄 오브젝트로 좌표 삼아 이동했는데, 과연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말입니다. 뭐, 결론적으로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게 밝혀졌죠. 크리스탈을 먼저 이동시킨 것은 나와 달리 아스트랄 에너지를 몸에 담을 수 없는 당신이 그녀의 희생을 바탕으로 과거로 이동하기 위한 수단이었으니까요.”
“……어쩔 수 없었다. 인류를 재건하기 위한 적임자는 나 이외에는 생각할 수 없었으니까.”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까?”
“물론이다. 그게 모두를 위한 선택이었다. 너와 크리스탈은 신세계의 신이 되기에는 너무 여리다.”
“잘못된 신념을 가진 광신도에게 말이 통할 것 같지 않으니 그 이야기는 그만하도록 하죠.”
신혁이 화를 억누르고 잠시 숨을 골랐다. 최후의 최후가 도래했음에도 루빈지오는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았고, 그런 그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받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깨달은 신혁이었다.
그리고 그런 루빈지오에게 신혁이 베풀 수 있는 것은 용서가 아닌 지은 죄에 걸맞는 처벌이라는 것도 말이다.
“당신의 차원 이동 이론과 과학기술은 완벽했습니다. 그건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그런데 중원에 도착하고 나서 저는 적잖이 놀랐지요. 무공이라는 전투 공학기술과 그들의 사이오닉 운용능력은 우리가 살던 시대에는 없던 개념이니까요.”
“……네 말이 맞다. 그런 게 그것과 내가 여기 있는 게 무슨 관련이 있지?”
“급하시군요.”
신혁이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지금 루빈지오의 머릿속에 가득 찬 것은 어떻게든 지구로 돌아갈 방법을 모색하는 것뿐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계속하겠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당신의 의도대로 크리스탈의 아스트랄 오브젝트가 박혀있는 십대기보가 발견되었고, 저는 주소천을 만났습니다. 당신이나 저나 주소천이 크리스탈의 아스트랄 에너지를 흡수하고 천혼강림술이라는 말도 안 되는 힘을 보여주는 건 상상도 할 수 없겠지요. 이계에 있는 신을 인간이 강림시킨 것이니까요.”
“……인정한다. 주소천의 존재는 나도 예상치 못했다. 그녀의 힘은 인류의 진화과정을 완전히 벗어난 돌연변이였으니까.”
“예, 그것도 놀라운데 더 황당했던 건 현아진의 존재였습니다. 그녀는 다른 차원에서 테레사함과 같은 과학기술의 도움 없이도 이쪽으로 차원 이동에 성공했고, 심지어 그녀가 좌표로 삼은 것이 주소천의 존재였으니까요. 게다가 그녀는 십대기보의 존재 역시 알고 있었지요. 그녀가 찾는 것이 그것이었으니까요. 뭐, 그녀가 인간이 아닌 것도 놀랐지만 말입니다.”
“그녀의 등장 역시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가 이곳에 올 수 있었던 건 내가 500년 전에 중원으로 이동하면서 남긴 아스트랄 에너지의 흔적 때문인 것은 알고 있다.”
“좋습니다. 슬슬 이야기가 끝을 향해 가는군요. 이계의 신을 잠시지만 현 차원에 강림시킨 주소천의 주술이 가진 메커니즘 그리고 홀로 차원을 이동해온 현아진. 그리고 그녀가 사이오닉 에너지를 조작하여 시간과 차원은 이동하지 못했지만 동일한 시간선에서 공간을 마음대로 이동한 블링크라는 기술. 어때요, 이 정도면 대략적으로 퍼즐이 맞춰지지 않습니까?”
신혁의 말에 루빈지오가 한동안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그래. 그들의 공통점은 중원에 있는 크리스탈의 아스트랄 에너지를 좌표로 해서 신을 강림시키고 차원 이동에 성공했다는 거군.”
“그렇죠. 그리고 중원에 있는 아스트랄 오브젝트에 대한 차원 좌표는 나도, 당신도 알고 있습니다.”
“네 말이 맞다. 하지만 너는 가장 중요한 것을 말하지 않았다. 그것을 알아도 어떻게 차원 이동이 가능했다는 말이냐!”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더군요. 하나는 차원 이동을 가능케 할 엄청난 에너지와…….”
“그래! 거기까진 알고 있다. 나머지 하나는 무엇이냐! 네가 나를 이동시키고 지구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은 네가 보유한 아스트랄 에너지의 절반이 필요하단 것이 아니냐. 너와 크리스탈이 가진 아스트랄 에너지 총량의 절반이 말이다!”
“뭐……. 절반까지는 아니고. 대략 38.5% 정도면 충분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크리스탈도 차원 이동이 가능했던 거고, 당신 역시 지구로 돌아갈 수 있다는 말입니다.”
“이익, 좋다. 나머지 하나는, 그 하나는 무엇이냐!”
신혁의 몸이 서서히 오색의 서기에 휩싸이는 것을 확인한 루빈지오가 초라하게 신혁에게 대답을 재촉하였다.
“남은 하나는 의지입니다.”
“의지?”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죠.”
“지금 무슨 개소리를 하는 것이냐!”
진지한 얼굴로 인간의 마음과 의지를 논하는 신혁의 대답에 루빈지오가 당장이라도 손을 쓸 것처럼 분개하며 소리쳤다.
“마지막 조각은 유신의 무명심검. 의지를 현실에, 차원에 관철하여 시간과 공간을 넘어 모든 것을 베어내는 그의 의지. 그것이 주요했습니다. 아, 물론 심검을 펼칠 정도라면 무공에 대한 이해도 역시 뒷받침되어야겠지요.”
신혁의 몸이 더욱더 강렬한 빛에 휘날리며 찬연한 빛을 쏟아내었다.
“아스트랄 오브젝트의 좌표와 차원 이동이 가능할 정도의 에너지를 보유하는 것. 마지막으로 심검을 실현할 정도의 강한 의지. 이 세 개가 삼위일체 수준으로 하나가 된다면 차원 이동이 가능할 겁니다.”
“……사신혁.”
허탈한 얼굴로 루빈지오가 신혁에게 말했다.
“네 말대로라면 지금 이곳에는 아스트랄 오브젝트가 없다. 그런데 어떻게, 너와 내가 이곳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는 말이냐…….”
루빈지오의 가드 위성이 회색빛으로 물들었다. 그가 신혁처럼 심검의 원리를 이해하고 의지를 무공으로 재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아니 불가능한 일이었기에 신혁과 동귀어진할 준비를 하는 것만 같았다.
“……그건 당신이 알고 있겠지요. 아니, 이제 알게 되었겠지요. 당신은, 신세계의……. 신이었습니다.”
더없이 씁쓸한 얼굴로 루빈지오를 향해 정중하게 몸을 숙였고, 그 마지막 인사를 끝으로 신혁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오색의 서기가 정점에 달했다.
“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래, 그런 것이었구나.”
루빈지오의 허망한 웃음이 가드 위성의 베리어 속에서 메아리치며 울려 퍼졌고, 어느새 신혁은 사라지고 없었다.
“내가 바로 신세계의 신이었구나. 으하하하하하하하.”
신혁이 사라지고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루빈지오를 감싸고 있던 하데스의 베리어가 꺼져가기 직전의 마지막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이제 그에게 허락된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다.
“흐…. 흐흐…. 흐흐흐흐흐.”
메마른 루빈지오의 입술을 비짓고 의미를 알 수 없는 웃음이 새어 나왔다.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났는지 그의 목소리마저 심하게 달라져 있었다.
“나는……. 누구인가.”
루빈지오는 물끄러미 그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피부가 삭아 없어지고, 적나라하게 드러난 기계의 팔.
“나는……. 지금의 나를 인간이라 할 수 있는가……?”
루빈지오의 눈동자에 회한의 눈물이 차올랐다.
“그래, 사신혁. 네 말이 맞다. 나는 신세계의 신이오. 외계의 지적생명체가 되었구나.”
이제서야 자신이 할 일을 찾은 루빈지오가 꾸욱 쥐고 있던 왼손의 주먹을 펼쳤다.
신혁이 떠나고 나서 미친 듯이 지구로의 귀환을 시도했지만, 신혁의 예상대로 그는 결코 심검의 원리를, 의지를 실체화시킬 수 없었다. 그리고 지금에 와서야 깨달았다. 그가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을 말이다.
“마지막 남은, 나의 아스트랄 조각을 이곳에 남긴다.”
루빈지오는 스스로 심장을 꺼내는 심정으로 그의 몸속에 박혀있는 집혼석을 꺼내어 과거 그의 고향이 있었던 곳으로 짐작되는, 미래에 지구가 탄생한다면 아마도 이쯤이지 않을까 싶은 곳으로 절망과 희망을 가득 담아 힘껏 집혼석을 던졌다.
“하데스.”
루빈지오를 구성하는 기계의 몸체에 남은 마지막 사이오닉 에너지를 모조리 짜내어 하데스에 주입하며 루빈지오가 최후의 명령을 내렸다.
“약속의 그 날, 사신혁이 중원으로 향하는 5년 전의 그날. 나의 메세지를 지구연합에 전송시켜다오.”
[루빈지오 총사령관님의 마지막 명령. 반드시 이행하겠습니다.]미래의 지구연합의 총사령관 루빈지오. 또 다른 자신에게 남길 최후의 메세지가 하데스에 기록되기 시작했다.
“안녕하십니까. 지구인 여러분. 저는 과학을 탐구하시던 분들이 찾던 외계의 지적 생명체이며, 신앙을 가지신 분들이 기다리던 신이라 부르는 존재들의 대표입니다.”
조금씩 몸에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끼면서도 루빈지오는 마치 새로운 문명을 전파하는 외계인처럼, 이 지구를 창조한 창조주처럼 목소리에 힘을 주어 말을 이었다.
“이런 소식을 전하게 되어 유감입니다. 여러분에게 남은 시간은 5년입니다. 5년 안에 테라포밍을 준비하십시오. 여러분이 속한 태양계는 인공 빅뱅 입자로부터 창조되었고, 이제 그 수명이 다하여 종말의 시간이 도래하였습니다. 사실 인류라는 지성체가 이렇게까지 번성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여러분의 진화에 경의를 표하며, 지구의 테라포밍에 대한 방법을 남기겠습니다. 명심하십시오. 지구의 남은 시간은 5년입니다. 부디 행운을 빕니다.”
메세지가 하데스에 기록되었고, 루빈지오의 눈에서 조금씩 생기가 사라져갔다.
“……너무도 긴 시간이었어. 새드 엔딩이라 아쉽지만 말이야. 축하한다, 사신혁. 네가 신세계의 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