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quering Murim with future technology RAW novel - Chapter 34
34화. 사혼교의 등장
“사형 모산파는 원래 이렇게 조용한 곳입니까?”
“무슨 뜻인가, 사제?”
빠른 속도로 이동 중인 두 사형제의 뒤편으로, 해질녘의 밤바람이 스쳐 지나갔고 두 도사는 마침내 관도를 지나, 모산파가 시야에 들어올 만한 위치까지 도달했다.
“전방에 아무런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런……. 설마 모산에 변고가 생긴 것인가? 사제, 서두르세.”
타앗.
지금까지도 범인은 꿈도 꾸지 못할 속도로 이동 중이긴 했었지만, 본격적으로 공력을 운용하여 질주하기 시작한 도현도장과 유신의 속도는 유유히 허공을 노닐다 먹이를 향해 하강하는 독수리의 그것과 같았다.
‘사형, 잠시 기척을 숨기시지요. 상당한 고수가 접근하고 있습니다.’
유신이 모산으로 향하는 길을 벗어나 나무와 풀이 우거진 숲으로 몸을 숨기며 말했다.
유신의 전음에 도현도장 역시 질주를 멈추고 유신이 은신한 나무 반대편으로 몸을 숨겼다.
‘사제가 저렇게 말할 정도의 고수라니. 과연 누가……?’
타다다다다.
도현도장의 물음에 답하듯, 근처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헌데, 발소리는 하나가 아니었다. 족히 백 명은 될 듯한 무리들이 멀리서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다.
적의와 황의를 입은 무리들이 뒤섞여 달리는 가운데, 그 중심에는 금의를 입은 네 명의 무사가 휘황찬란한 가마를 맨 채 이동하는 중이었다.
‘사혼교?!’
그들의 복색을 확인한 도현도장의 표정이 굳어졌다.
정파에서 구파일방과 오대세가가 위세를 떨치고 있다면, 그에 대항하는 사파에는 사도팔문과 여섯 개의 가문이 있었다.
그 중 사혼교는 사천과 청해 사이에 있는 서안의 패자이자, 사도팔문의 일좌를 당당히 차지하고 있는 곳이었다.
“멈춰라.”
그들이 막 도현도장이 은신해 있는 곳을 지나쳐가는 순간, 가마에서 음산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듣는 것만으로도 사람의 혼백을 뒤흔들어 놓는 것 같은 끔찍한 목소리였다.
“존명.”
이동을 멈추고 질서정연하게 사위를 경계하는 의문의 무리들은 명령과 동시에 멈춰 가마 속 인물의 다음 명을 기다렸다.
“나와라 쥐새끼.”
자신들의 수준에서는 어떠한 기척도 느낄 수가 없던 탓에 가마 속 인물의 말에 무리가 긴장하기 시작했다.
“본좌의 이목을 벗어날 수 있으리라 생각했더냐. 느껴지는 기운으로 보아 말코의 냄새로구나.”
가마 속의 목소리가 정확히 도현도장이 은신해 있는 곳을 향해 울리고 있었다.
‘불행 중 다행인가.’
최대한 기척을 숨기고 은신한 자신을 이동 중인 가마 속에서 정확히 짚어낼 정도의 고수였다.
도현도장은 반대편에 몸을 숨인 유신에게 나서지 말라 수신호를 주며 모습을 드러냈다.
“무량수불.”
청운신표로 우아하게 허공을 가르며 등장한 도현도장이 고즈넉하게 도호를 읊었다.
“누군가 했더니 무당의 도현이로구나. 크하하하하.”
양의검군(兩意劍君) 도현도장.
무당의 12 장로 중 한 명으로, 무당이 자랑하는 양의문검을 극한까지 갈고 닦았다는 고수의 등장에 사혼교도들의 근육이 팽팽히 당겨졌다.
“그렇소이다. 시주께서는 빈도와 만난 적이 있으시오?”
도현도장은 암암리에 공력을 집중하며 가마 속 상대의 기감을 살폈으나, 사이하고 음침한 기운만이 느껴질 뿐 상대방의 기세를 정확히 읽을 수가 없었다.
‘기세를 가늠할 수가 없다. 허나, 다행히도 괴룡 시주와 같은 느낌은 아니구나.’
도현도장의 이마에 주름이 생겼다.
“말코 주제에 감히 본좌를 가늠하려 드는 게냐.”
“허허, 빈도와 대면하실 마음은 없으신 모양이오.”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도현도장의 여유 있는 태도에 등에 대검을 찬 8척 거한이 분개하며 검으로 손을 가져갔다.
사내의 움직임에 발맞추어 백 명의 사혼교도들에게서 흉흉한 기색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절정의 경지에 이른 고수. 그리고 일백에 이르는 일류무사. 이들을 통솔할 정도의 인물이라면…….’
가마 속의 인물만 아니라면 도현도장 혼자서도 이들을 상대하고 따돌리는 데 문제가 없어 보였기에 그의 관심은 오로지 가마 속의 인물과 이들이 모산으로 향하는 목적에 집중되어 있었다.
“빈도는 그대들과 사사로이 원을 맺고 싶지 않소이다.”
“클클클. 과연 말코답게 상황판단이 빠르구나. 그렇다면 본좌가 말코에게 아량을 베풀겠노라.”
“무슨 말씀이시오?”
“스스로 무릎을 꿇고 오른팔을 자르라.”
“허허허, 그건 안 되겠소만?”
“그럼, 목숨을 내놓아라!”
채앵!
도현도장의 시종일관 여유 있는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8척 거구의 사내가 검을 뽑았다.
“아둔한 놈, 물러서라.”
도현도장을 향해 막 살수를 펼치려던 사내가 들려오는 목소리에 황급히 검을 접었고.
거대한 가마가 열리며 화려한 금빛의 옷을 입고 한 손에 판관필을 든 사내가 한껏 거만한 표정으로 나타났다.
“사혼판관(死魂判官) 연무정?! 사혼교의 부교주가 어이하여……?”
“눈이 멀지는 않았구나, 아이야. 클클클클.”
사혼판관 연무정. 정파에서는 염왕이라 부를 정도로 대단한 악명을 자랑하는, 백 세를 훌쩍 넘긴 전대의 노고수였다.
“아직까지 이리도 정정하다니. 대체 얼마나 많은 여인을 희생시켜온 것이오?”
사혼교의 기본적인 토납법은 채음보양을 근간으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물며 평소에도 음산한 성격에 여자를 밝히는 사혼판관 연무정이 채음보양을 위주로한 토납법을 마다할 리가 없었다.
“크큭, 희생이라니. 열락으로 몸을 불태우고, 혼은 미르바나의 세계로 귀천한 것이니 축복할 일인 게지.”
“무량수불, 악행은 큰 업보가 되어 돌아옴을 어찌 모르시오. 그들의 피를 갈취하고 무고한 생명마저 해하는 것은 결코…….”
“그만, 설교는 지옥에서나 하거라.”
이래서 정파 놈들이 재밌었다. 제 목숨이 바람 앞에 흔들리는 촛불과 같은 상황에서도 주제넘은 설교를 한마디씩 남기지 않는가.
평소 같았으면 조금 더 들어줬을 테지만 지금은 일각이 여삼추였다.
따악.
연무정이 손가락을 튕기자 일백 명의 사혼교도들이 원형으로 퍼지며 넓게 도현도장을 포위하였다.
허나 일정한 진식을 형성하는 것 같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사술을 펼치기 위한 전조로 보이지도 않았다.
마치 자신 있으면 뚫고 탈출해보라고 말하는 듯한 일견 허술해 보이기까지 하는 포위진이었다.
“기어코 빈도에게 살생을 강요하시는 게요?”
“아이야, 착각하고 있구나. 네가 감히 사혼의 신도를 해할 수 있을 거 같더냐?”
“선배, 빈도의 재주가 일천하여 뜻을 이루지 못했던 적이 부지기수지만, 악을 마주하고도 목숨이 아까워 검을 꺾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소이다.”
스르릉.
도현도장의 검이 검집에서 흐르는 물처럼 흘러나와 부드럽게 움직였다.
그리고 취하는 기수식은 양의검군 도현도장의 상징이오, 무당의 전설이라 불리는 아홉 개의 검술 중 하나인 양의문검의 기수식이었다.
“아이야, 네 경지가 설령 강에 공을 싣는 단계에 도달하여도, 결과가 달라지진 않을 것이다.”
사혼판관 연무정은 자신의 생각보다 높은 경지에 이른 도현도장을 경계했지만, 그렇다고 자신이 패할 것이란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그의 눈에는 도현도장의 경지와 그의 강함이 보였던 것이다.
“새로운 무기를 시험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를 만났구나. 으하하하하.”
갑자기 광소를 터뜨리며 가마의 끄트머리에 아슬아슬하게 올라선 연무정이 다시금 손가락을 튕겼다.
따악!
“그럼, 무당의 저력은 어떨지 감상해 보도록 할까?”
화려한 가마 지붕에 앉아 다리를 꼬고 판관필을 슬쩍슬쩍 흔드는 연무정의 입꼬리가 비열하게 꿈틀거렸다.
“시작하라.”
가마를 메고 있던 네 명의 금의인이 가마를 공손히 내려놓고, 도현도장의 전후좌우를 포위하였다.
“쉬익…… 쉬익…….”
“스읍…… 스읍…….”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한 기이한 호흡을 내뱉으며, 서서히 도현도장을 옥죄어 오는 금의의 무사들.
‘권각술을 수련한 자들인가? 헌데, 연무정이 말한 신무기는 대체 무엇일까.’
차앙!
도현도장의 검이 맑은 검명과 함께 전방위에 걸쳐 날카로운 예기를 뿜어냈다.
“스읍…….”
하지만, 이상한 호흡을 내뱉는 네 명의 사내는 빠르게 도현도장의 공격 범위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공격을 피해낸 사내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이 동시에 권각을 사용해 도현도장의 전신 요혈을 노렸다.
“클클. 아이야, 공력을 아끼다간 후회할 것이야. 이곳이 너의 무덤이 될 터이니 미련을 남기지 말거라. 본좌의 마지막 배려이니라.”
지금 상대하는 괴이한 사내들과 진을 치고 대기하고 있는 일백 명에 달하는 일류무사들. 그리고 얼마나 강할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 연무정까지 생각한다면, 그의 말대로 도현도장이 이곳에서 빠져나갈 확률은 매우 낮았다.
“흡!”
네 방향에서 정신없이 날아드는 손발이 도현도장의 생명을 노렸으나, 도현도장은 검집과 검을 유려하게 휘두르며 괴인들의 공격을 여유롭게 방어했다.
‘특별한 건 없어 보이는구나.’
어느 정도 금의인들을 파악했다 생각한 도현도장의 눈빛이 바뀌었다.
“하앗!”
도현도장은 자신의 인중혈을 노리는 주먹을 몸을 숙여 피함과 동시에 반 바퀴 회전하며 공격자의 턱을 깔끔하게 걷어찼다.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출수한 왼손의 검집으로는 자신의 뒤를 노리던 상대의 기해혈을 후려쳤다.
동료가 당하는 와중에도 방어하기 힘든 발목을 노려오는 세 번째 공격마저 몸을 슬쩍 띄워 회피한 도현도장은 검을 찔러 상대의 기해혈을 뚫어버렸다.
“클클클. 자, 이제 한 명 남았다네.”
사혼판관은 자신의 수하가 쓰러졌음에도 전혀 당황하지 않고 오히려 도현도장을 응원하듯이 이야기했다.
빠아악!
검의 손잡이로 마지막 남은 금의 사내에 뒤통수를 가격하여, 기절시킨 도현도장의 시선과 사혼판관의 시선이 마주쳤다.
“무량수불. 연무정 선배, 빈도의 마지막 배려외다. 더는 빈도도 상대의 목숨을 살펴 가며 싸울 수가 없소이다.”
“크크크크……. 자네 뭔가 착각하고 있는 거 같은데, 뒤를 보게나.”
기척을 숨긴 채 도현도장과 사혼교 괴인들의 전투를 지켜보던 유신의 주먹이 살짝 떨렸다.
‘기경팔맥을 따라 자연스럽게 기가 흐르지 않는다. 사술 혹은 주술의 힘이 가미된 괴인인가. 사형, 경계하셔야 합니다.’
도현도장이 자신을 비장의 한 수로 숨겨두고 먼저 나선 연유가 있을 거라 믿었기에 유신은 사형의 안위가 걱정되면서도 함부로 모습을 드러낼 수가 없었다.
“쉬익…… 쉬익…….”
“스읍…… 스읍…….”
유신의 걱정 속에서. 도현도장에게 쓰러진 사내들이 마치 시간을 되돌린 것처럼 상처 하나 없는 모습으로 접근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