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quering Murim with future technology RAW novel - Chapter 35
35화. 폭풍무룡
휘익!
도현도장이 재빨리 금의 무사들로부터 거리를 벌렸다.
잠시 상황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한 명은 뒤통수를 가격해 기절시켰었고, 나머지 세 명은 기해혈에 타격을 입혔었다.
백번 양보해서 기절했던 이가 뇌진탕을 극복하고 불굴의 의지로 일어섰다 쳐도, 나머지 세 명은 최소 한 시진 이상은 일어나지 못해야 했다.
‘네 명모두 여차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치명적인 급소들만을 공격하였다. 그런데 곧바로 일어설 수 있다니?’
대체 어떻게 된 것인가. 빠르게 다시 한번 상황을 복기한 도현도장의 머릿속에 번개같이 스치는 생각이 하나 있었다.
“생강시?!”
“크크크큭, 과연 노강호다운 판단이구나 아이야. 하지만, 생강시와는 다를 것이다.”
도현도장의 추리에 연무정이 비웃음을 흘렸다.
도현도장의 안목은 매우 뛰어났다. 단 한 번의 공방으로 괴인들이 시체로 만들어진 생강시라고 추측할 정도니 말이다. 그러나 이들은 생강시같은 양산형 하급강시가 아니었다.
“사혼교가 정파의 공적이 되려 한단 말이오? 어찌 생강시를……?”
“클클, 아니라고 말해줘도 못 알아듣는구나.”
“좋소이다. 시주의 말이 과연 사실인지 거짓인지는 곧 드러날 터.”
파앗!
도현도장의 공력이 집중되며 그의 검에서 은은하게 빛을 발하는 태극의 문양이 검신에 새겨지듯이 나타났고, 한 자에 가까운 길이의 검강이 발현되었다.
“오호라. 무당의 태극검강이 아니더냐? 아직 완성하진 못한 것 같지만, 그럭저럭 봐줄 만은 하구나.”
여전히 여유가 느껴지는 연무정과 달리, 네 명의 금의인은 순간 위기감을 느꼈는지 괴성을 발하며 도현도장에게 달려들었다.
“크아아악!”
지금까지의 기괴한 숨소리와 달리 극도의 적의와 두려움을 담아 고함을 내지르며 공격을 시작하는 괴인들.
양의문검(兩意紋劍) 제2초.
연환양의검(連環兩意劍).
서걱! 빠직!
도현도장의 검과 검집이 전방위에 걸친 잔영을 남기며 화려하게 허공을 수놓았다.
그의 검로에 닿는 족족 괴인들의 손과 발이 잘리고 부러졌다.
‘과연 무당의 전설로 불릴 만한 검술이로다.’
채앵.
장엄하게 도호를 읊은 도현도장이 가볍게 검을 한번 휘두른 후 검집에 검을 수납했고, 쓰러지는 괴인들이 부들부들 몸을 떨다 움직임을 멈췄다.
연무정의 자신만만한 웃음과 달리 쓰러져 있던 괴인들은 일어나지 못했다.
“빈도가 생강시의 축이 되는 혈도들을 모두 부쉈으니, 이제 저주는 없어졌을 터. 극락왕생하시오, 무량수불.”
도현도장의 말대로 쓰러져 있는 금의 괴인들은 전혀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클클, 그래. 이들이 생강시가 맞다면 말이다.”
파앗.
연무정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의 판관필에서 붉은색의 사이한 기운이 쏘아지더니, 쓰러진 금의 괴인들에게로 향했다.
“쉬익…… 쉬익…….”
그러자 도현도장에게 박살이 난 괴인들이 몸을 일으키며, 잘리고 구멍이 난 몸통을 서서히 재생하는 것이 아닌가.
“허허, 이게 무슨 괴사란 말인가…….”
“말코. 네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다만 사혼강시에 대해 알지 못했을 뿐이다.”
“빈도의 검은 아직 꺾이지 않았소이다.”
도현도장이 다시금 공력을 끌어올렸고, 그의 손이 태극의 문양을 그리며 강력한 장력을 방출하였다.
퍼엉!
회복 중이던 괴인들의 몸에 도현도장의 장력에 적중되며, 북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신체 부위가 공중으로 비산하였다.
“과연. 사혼강시 만으로는 제압이 힘들겠구나. 허나 아이야. 양의문검과 방금의 장력까지, 막대한 공력이 소모되는 초식을 그렇게 남발해도 괜찮겠느냐? 클클클.”
도현도장은 예리한 연무정의 말에 내심 움찔하였으나, 결코 겉으로 내색하지 않았다.
그 후에도 도현도장이 괴인들을 쓰러뜨리고 다시 괴인들이 살아나는 과정이 몇 번이나 반복되었다. 그로 말미암아 도현도장의 체력과 공력의 소모가 극에 달했고,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를 정도로 지친 기색을 숨길 수 없었다.
“허억, 허억.”
“클클클.”
연무정이 음침한 웃음을 흘리며 판관필을 슬쩍 흔들자, 판관필에서 사이한 붉은 기운이 다시 방출되며 괴인들의 신체 위에 덧씌워졌다.
“무량수불…….”
‘큰일이구나, 공력이 2할도 채 남지 않았는데.’
“클클클, 포기를 모르는 아이구나, 그래 봐야 제 고통만 길어질 것을…….”
“허억, 허억…….”
“그래도 양의문검은 과연 무당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검이었다고 기억될 것이다.”
천천히 수복되는 사혼강시들의 눈빛에 혈기가 돌았다.
사혼강시들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까지 수십 번이나 자신들의 몸을 토막 낸 적의 최후가 임박했음을 말이다.
“양의검군 도현도장. 그 이름은 내 잊지 않겠다. 이만 가거라.”
“후후후후후…….”
자신의 최후가 임박했음에도, 오히려 의미심장한 웃음을 흘리는 도현도장에 연무정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천하의 도현도 죽음이 임박하니 정신을 놓을 수밖에 없는가?”
“내 마지막으로 묻고 싶은 게 있소만 답해주실 수 있겠소이까?”
“좋다, 내 대답해 주마. 어차피 죽을 거 미련이나 내려놓고 가거라.”
연무정의 말에 도현도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모산파로 이동하는 것이 파천비를 차지하기 위함이오?”
“클클, 이미 파천비의 소재는 파악했다. 매산곡의 심처가 모산의 비밀통로와 이어져 있음을 알고 있기에 모산으로 이동 중이었지.”
“그렇다면 모산의 무사들은 어찌 되었단 말이오?”
“그놈들은 매산곡의 초입에서 파천비가 모산에 없다고 설명하는 중이지 않겠느냐?”
“다행히 모산이 아직 화를 입지는 않은 모양이구려. 허면 부교주는 비어있는 모산파의 비밀통로를 통해 매산곡에 잠입하려는 것이었소?”
“아이야, 이제 남은 궁금증은 염라대왕에게 묻도록 해라.”
“부교주. 헌데, 부교주의 말대로 사혼교도들이 무사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구려.”
“끼아아아악!”
더 이상 상대하기는 귀찮았던지 연무정이 손을 휘저었고, 사혼강시들이 귀곡성을 발하며 도현도장에게 달려들었다.
그동안 자신들이 토막 났던 대로 도현도장을 갈가리 찢어버리겠다는 각오가 느껴졌다.
하지만.
“무량수불!”
그 순간, 낭랑하면서도 장엄한 남성의 목소리가 내공이 가득 담긴 채로 장내를 메웠다.
모든 사마를 굴복시킨다는 무당의 음공 창룡후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꽈아아아아앙!
창룡후의 발현에 모두가 움찔한 찰나, 네 명의 사혼강시들을 향해 엄청난 위력의 장력이 쇄도했다.
장력에 직격당한 사혼강시들의 신체가 분해, 아니 소멸되었다. 그리고 허공을 가르며 찬란한 태극의 문양이 떠올랐다.
“이게 무슨?!”
경악과 함께 연무정의 얼굴에 당혹감과 공포가 어렸다.
“완성된 태극의 강기?! 누구냐!”
이 정도 무공은, 무당이 자랑하는 천하제일검 태극검제 정진진인이나 무당의 현대 장문인인 청현도장 정도나 되어야 발휘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괜찮으십니까? 사형.”
“허허, 안 그래도 사제에게 도움을 청할 생각이었네.”
찬란하게 빛나는 태극 문양이 서서히 광채를 줄이며 허공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드러난 모습은 시원시원한 인상의 잘생긴 도사가 도현도장을 부축한 모습이었다.
“사제, 내 걱정은 말고 손속의 사정을 두지 말게. 저들은 괴룡 시주의 경우와는 다르네.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데 주저함이 없고, 살려두면 세상에 지옥을 불러올 자들일세.”
“가슴에 새기겠습니다. 사형.”
말을 마친 도현도장이 사혼교도들의 포위망을 벗어났지만, 엄청난 무위를 보인 유신을 앞에 두고 누구도 그를 막을 생각을 하지 못했다.
“네놈은 누구냐?”
“무당의 유신이오.”
검조차 뽑지 않고 천천히 앞으로 나서는 유신이었다.
그러나 조금 전 보여준 경천동지한 무공과 상반되게 그에게서는 그 어떠한 기세도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산속을 노니는 산들바람과도 같은 자유로운 느낌뿐.
‘이럴 수가, 나조차도 놈의 경지가 읽히지 않는다?’
“감히, 후기지수가 본좌와 대적하려 드느냐?”
“무당과 민생을 핍박하는 자들에게는 손속에 자비를 둘 생각은 없습니다.”
유신의 광오한 말에 연무정의 명령을 채 기다리지 못한 사혼교도들이 공격을 시작했다.
“감히 부교주님께!”
“쳐라!”
유신의 등장에 놀란 사혼교도들이었지만 아무런 기세도 느껴지지 않는 모습에 어느새 두려움이 많이 희석되었는지 도현을 감싸고 있던 포위망을 좁히며 유신에게 달려들었다.
“이야아아압!”
어느새 유신의 지척에 접근한 사혼교도들의 다채로운 무공이 유신의 전신 요혈을 향해 날아왔다.
태극현천강기(太極現天剛氣) 제3식.
태극벽강(太極壁剛).
꽈아아아아앙!
유신을 기점으로 원형으로 퍼져나가는 태극의 강기벽이 그 위용을 발하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아악!”
추풍낙엽.
그야말로 가을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처럼 사혼교도들의 신형이 유신의 태극벽강을 이겨내지 못하고 허공에 휘날렸다.
“감히!”
대경한 연무정이 판관필을 휘두르며 태극벽강을 향해 나아갔지만.
꽈아앙!
“이럴 수가?!”
공력을 가득 담은 연무정의 판관필과 부딪힌 태극벽강이 오히려 연무정의 공격을 잡아먹으며 나아갔다.
“이이이익!”
사혼탈명필(死魂奪命筆).
비뢰진천(庇雷鎭天).
쩌르릉!
연무정이 모든 공력을 집중하여 다시 한번 판관필을 허공에 긋자, 하늘을 울리는 듯한 소리와 함께 피가 분출되는 듯 하늘을 찌르는 붉은 강기가 방출되어 태극벽강과 충돌하였다.
‘상당한 손해를 감수하고서야 가까스로 소멸시킬 수 있었다.’
단 한수에 일백의 일류무사들로 구성된 명왕대가 추풍낙엽처럼 날아갔고, 그것도 모자라 절정의 극으로 나아가는 연무정조차 간신히 유신의 태극벽강을 막아낼 수 있었다.
그런데 괴룡은 단 일검에 유신의 태극벽강을 갈라냈으니, 갑자기 둘의 비무가 떠오른 도현도장의 입에서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어찌 인간의 몸으로 이 정도 파괴력을…….”
저벅저벅.
빙그레 미소 지으며 유신이 연무정을 향해 다가왔다.
그의 뒤에서는 어느새 전의를 상실하고 가까스로 목숨을 구한 소수의 명왕 대원들이 공포에 몸을 떨고 있었다.
처참한 광경이 그들의 눈에 들어왔다.
“끄으으으으으…….”
“아아…….”
대부분의 명왕 대원들이 방금의 한 수에 숨을 거뒀고, 가까스로 숨이 붙은 자들도 더 버티지 못하고 하나둘씩 고개를 떨궜다.
“유신이라 했나?”
연무정이 도현도장을 상대할 때 보이던 여유 있고 음침한 웃음기를 싹 뺀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렇소.”
“이토록 대단한 무공을 가진 후기지수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없다. 네놈은 누구냐.”
스스로 밝히기도 처음이거니와 그런 거창한 별호를 입에 담기가 부끄러웠는지 유신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무룡(武龍), 유신이라 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