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quering Murim with future technology RAW novel - Chapter 38
38화. 매산곡의 입구에서 (2)
한편, 매산곡에서 그리 멀지 않은 거리. 흑의 무복을 깔끔하게 차려입은 삼백 명의 무사가 바람을 가르며 매산곡을 향해 신속하게 이동하고 있었다.
“으음?”
그중 가장 선두에서 이동 중인 날카로운 눈매의 사내가 무언가 이상한 느낌을 받은 듯 멈춰 섰다.
“무슨 일이십니까? 소교주님.”
“보고드리겠습니다.”
“보고라니요. 당치도 않습니다.”
마교의 삼대 파벌 중 암연백이 속한 천마교의 후계자, 흑월마검(黑月魔劍) 위지천을 보는 암연백의 눈에서 당혹감이 떠올랐다.
“지금은 작전 수행 중입니다. 최고 지휘관에게 보고와 공대는 당연합니다.”
‘과연, 마교의 떠오르는 태양이라 불릴 만합니다. 소교주님.’
암연백의 눈에서 감탄의 빛이 떠올랐다.
얼마 전 괴룡과 무룡을 보고 그 뛰어난 재기에 질투를 느꼈었는데, 지금 다시 소교주님을 보니 그러한 감정이 많이 희석되는 기분이었다.
괴룡과 무룡에 비해 무위는 조금 부족할지언정, 그것은 두 명이 강호 역사상 전대미문의 경지를 개척한 천고의 기재였기 때문이다.
그 둘이 없었다면 후기지수 중 최고로 꼽히는 것은 언제나 흑월마검 위지천일 것이다.
“변한 게 없으십니다. 소교주님.”
암연백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이질적인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이걸 인간의 기운이라고 해야 할지, 자연의 기운이라 해야 할지…….”
위지천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무공을 익히고 나서 처음 느껴보는 종류의 기운이기에 명확히 그 기운을 감별해내지 못하는 데서 오는 혼란이었다.
“소교주님께서 걱정하실 정도의 기운입니까?”
비록 현재 작전에서는 암연백보다 낮은 직책을 가진 위지천이었지만, 그의 무공은 암연백을 능가해 절정의 극의를 향해 가고 있었다.
그런 그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끝을 흐리니 암연백은 괜스레 불안해졌다.
“특이합니다.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종류의 기운입니다. 마치, 대자연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그런 느낌입니다.”
“설마……?”
불현듯 암연백의 머리에 번개처럼 스치는 한 명의 인물이 있었다.
대자연과 같은 기운이 느껴지는 자, 그리고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종류의 기운.
괴룡(怪龍) 사신혁.
“짐작 가시는 바가 있으십니까?”
“소교주님, 속하 감히 이번 작전의 최고 책임자로서 한 가지만 당부드려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말씀하십시오.”
“소교주님의 승부욕과 강자와의 대결을 열망하는 무인으로서의 기상은 저 역시 잘 알고 있습니다.”
“과찬이십니다.”
설마 자신이 열망하는 강자가 매산곡에 있다는 것일까? 방금 대자연과 같은 기운을 드러낸 자가 그 자인 것일까?
위지천은 갑자기 뜻 모를 소리를 하는 암연백의 말에 의문이 들었다.
“이번 작전이 끝날 때까지는 반드시 제 지시를 따라주시기로 약속해 주십시오.”
“그리하겠습니다.”
위지천의 대답에 암연백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소교주님께서 느끼신 기운은 괴룡이라는 사내일 것입니다.”
“괴룡이라 하심은……?”
“제가 청동현의 괴사에 대한 보고서를 올릴 때쯤, 소교주님께서 매산곡으로 출발하셨을 거라 아마 듣지 못하셨을 겁니다. 괴룡과 무룡이라는 초신성들의 출현에 대한 소식을 말입니다.”
“괴룡과 무룡?”
위지천의 눈빛이 장난감을 손에 쥔 아이처럼 반짝였다.
청해분타주 암연백을 잘 알고 있는 위지천이었다. 그런 암연백이 초신성이라는 말과 괴룡과 무룡이라는 거창한 별호를 언급할 정도면, 분명 평범한 무인은 아닐 것이다.
“제가 견문이 얕아, 두 별호는 모두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그런 거창한 별호를 사용할 정도의 은거기인이 나타난 겁니까?”
“그러실 만합니다. 두 개의 별호를 지어준 것이 바로 저였으니 말입니다.”
암연백은 잠자코 그의 다음 말을 기다리는 위지천에게 괴룡 사신혁과 무룡 유신에 대한 이야기를 간략하게 해주었다.
화아아아악!
‘이런……. 누가 천생 무골 아니랄까 봐 강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피가 뜨거워지신 거 같구나.’
마치 도현도장이 유신을 바라보는 것과 비슷한 눈빛으로 암연백이 소교주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허면, 분타주님의 말씀은 지금 매산곡으로 향하고 있는 고수가…….”
“높은 확률로 괴룡일 겁니다. 제가 먼저 가서 상황을 살펴보겠습니다.”
* * *
‘루시아.’
[루시아 등장이어요.]‘스파이 버그와 감시위성의 스캔 결과를 보고해다오.’
[아스트랄 에너지의 파동이 탐색 되었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크리스탈 님의 본체 기준 약 40% 비중의 파동을 가진 ‘존재’와 파천비로 추정되는 오브젝트의 대략적인 위치가 발견되었습니다.]‘뭐? 40%나? 그나저나 ‘존재’라니? 크리스탈의 아스트랄이 집결되어 생명체의 몸을 잠식한 건가?’
신혁의 표정이 굳어졌다. 이런 상황은 사전에 상정하지 못했던 경우였다.
[아직 확정된 건 없습니다. 그 존재가 가진 아스트랄이 크리스탈 님의 파동과 동일한지도 아직 확인되지 않았어요. 그렇다고 저희의 목표가 달라지지도 않을 거구요. 파천비의 회수와 미지의 존재가 보유한 아스트랄 에너지의 회수만 생각하심이 좋아 보여요.]‘……그래야겠지, 루시아. CEC로 아스트랄 오브젝트들의 위치를 출력해줘.’
[네, 오라버니. 행운을 빌어요.]신혁이 막 매산곡의 진입을 시도하려는 순간, CEC에 다수의 타겟이 표기되었다.
[카테고리 분류등급 ‘절정’과 ‘일류무사’급에 속하는 다수의 생명체가 접근하고 있습니다.]다수의 높은 PEF 수치를 보유한 생명체의 접근에 오페라의 경고음이 반복해서 울렸다.
‘루시아.’
[네, 오라버니. 접근 개체는 99.5%의 확률로 ‘마교’의 표본과 일치해요. 그들의 선두에서는 오라버니와 조우했던 코드 네임 : 암연백이 있어요.]‘그래? 일단 그들이 어떤 목적으로 접근하는지 알아봐야겠군.’
[좋은 생각이에요.]루시아와 대화를 마치고 나서 채 1각의 시간이 흐르기도 전에 암연백이 나타나 신혁에게 포권을 하며 반갑게 인사했다.
“대협. 이런 곳에서 또다시 만나니 우리의 인연이 가볍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신혁 역시 포권을 취하며 마주 인사했다.
“정말 그렇습니다. 이런 곳에서 만나게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군요.”
한차례 인사가 오가자 암연백은 날카로운 눈빛을 하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어왔다.
“전에 말씀하시던 것, 찾으신다고 하셨던 것이 이곳에 있으신 듯합니다.”
“예, 이전까지는 맞는지 확신이 없었는데, 이제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신혁의 눈에 불꽃이 일었다.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 매산곡 내부에 있는 자들을 포함하여 저 또한 그 물건을 회수하기 위해 수하들을 이끌고 이곳에 왔습니다.”
“그렇습니까?”
역시, 이 사내는 싫지 않았다. 그리고 머리가 좋았다.
자신의 목적을 숨길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정확하게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이토록 솔직하게 자신의 목적을 밝히는 것으로 미루어보아 어느 정도의 협상 혹은 최소한 목적을 이룰 때까지 협력하려는 생각은 있는 것 같았다.
“예, 그래서 괴룡께 제안을 드리면서, 몇 가지만 여쭤보고자 합니다.”
암연백은 처음 사신혁의 존재를 감지한 순간부터 머릿속으로 주판을 튕기고 있었다.
가장 좋은 경우는 파천비를 취함과 동시에 괴룡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오, 최악의 경우는 파천비도 얻지 못하고 괴룡과도 척을 지는 경우였다.
‘최악의 상황만은 피해야 한다.’
“네, 말씀하십시오.”
“일단 저희와 함께 매산곡 내부로 진입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파천비를 탐색하면서 제가 저희의 사정과 파천비의 유래 그리고 그에 대한 제안을 드리려 합니다.”
‘어떻게 생각하니 루시아?’
[마교 세력에 합류하시어 매산곡에 진입하시면 쓸데없는 충돌을 피할 수 있을 거예요. 이 경우 단점은 추후 마교와 파천비에 대한 소유권을 다퉈야 하나, 파천비에 내재된 아스트랄 에너지만 회수한다면 파천비는 내어줘도 무방해요.]‘합류하지 않는다면?’
[본격적으로 나서시는 게 아니라면 지금부터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다른 세력끼리 서로 싸우기를 기다리며 어부지리를 취하는 방법이 있어요. 그러나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아요.]‘내가 본격적으로 나선다면?’
[S4 위성과 사령관님의 아스트랄 에너지를 사용하면 매산곡에 있는 모두를 제압하실 수는 있을 거예요. 하지만 파천비나 미상의 아스트랄 보유 생명체가 위기를 느끼고 자취를 감출 확률이 매우 높아요.]루시아의 의견을 취합하여 여러 경우의 수를 가늠해본 신혁이 빠르게 생각을 정리하고 결정을 내렸다.
‘좋아, 마교와 합류한다.’
[훌륭한 판단이에요.]신혁의 고개가 위에서 아래로 움직였다.
“좋습니다. 그렇게 하시죠.”
신혁의 승낙에 암연백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신혁이 제안을 거절하고 홀로 행동하겠다고 선언한다면 그야말로 예측할 수 없는 변수로 돌아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쁘지 않다. 문제는 파천비의 확보 그다음인데…….’
초절정고수. 말 그대로 절정을 초월한 미지수에 가까운 무력을 보이는 존재였고, 강호의 수많은 호사가들이 말하기를 일백의 절정고수에 비견되는 무위를 떨치는 무시무시한 존재로 묘사되는 존재다.
‘또한 괴룡은 일반적인 초절정고수라고 보기도 어렵다. 강호의 상식을 벗어난 인물이야.’
“제안에 응해주신 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현재 신혁과 암연백의 위치는 여러 세력이 모여있는 매산곡의 입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응? 지금 다가오는 저자는…?”
암연백의 등장으로 서로 대치하던 세력들의 시선이 모였다.
“마안천이대의 부대주?”
“마교의 청해분타주가 어째서 이곳에?”
“무영비도 암연백…….”
정과 사의 무인들이 서로를 견제하고 있던 시선을 암연백에게 돌렸다.
마교에서 대외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고수 중의 하나가 암연백이었기에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또한, 그가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은 결코 만만치 않은 마교의 세력이 매산곡에 근접했다는 방증이었다.
이윽고 우렁찬 함성과 함께 오십여 명의 무사들이 허공을 가로질러 암연백의 앞에 부복했다. 그리고 그 무리 중, 군계일학의 자태를 드러내며 잘 벼려진 칼날 같은 기도의 젊은이가 암연백에게 다가왔다.
“천마진천대(天魔進天隊) 지금 도착했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소교주님.”
‘한 명, 한 명이 절정의 경지에 접어들었다. 어찌 이런…….’
‘마교의 소교주, 흑월마검(黑月魔劍) 위지천! 강호의 후지기수 중 가장 강하다고 알려진 자가 등장했단 말인가?!’
위지천과 암연백을 포함한 다수의 절정고수가 뿜어내는 기세는 어마어마했다.
정과 사의 무인들이 마교의 충격적인 등장에 정신을 차리지 못할 때, 천마진천대의 뒤를 이어 삼백여 명의 흑의 무복을 입은 자들이 대지를 박차고 달려와 암연백과 위지천의 앞에 부복했다.
“진마천위대(眞魔天衛隊), 지금 도착했습니다.”
비록 새로 도착한 무리 중에서는 절정고수가 몇 보이지 않았지만, 마치 한 사람이 외치는 듯한 보고에 무인들은 등에 소름이 돋아난 것을 느꼈다.
“이럴 수가, 천마교의 직속 무력 집단이 두 개나…….”
정사마의 세력이 팽팽한 긴장감 속에 서로를 견제할 때 암연백의 뒤편에서 준수한 미남자가 자연스럽게 마교도 사이를 걸어 나왔다.
단 한 줌의 기세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몸에서 흘러나오는 여유와 암연백이 공손히 시립하며 목례와 함께 자리를 비켜주는 모습까지.
강호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자였으나, 그가 범상치 않은 자일 것이라는 생각에는 모두 동의했다.
“저자는 또 누구란 말인가?”
“아니, 잠깐. 암연백과 같이 나타난 자였는데, 어째서 지금에서야 존재감이 느껴지는 거지?”
천마교의 소교주조차 예를 갖추는 암연백의 곁에서 자연스럽게 모습을 드러낸 자.
저자는 대체 누구란 말인가?
겉보기에 결코 마교도로는 보이지는 않았다.
모두의 머릿속에 물음표가 떠오를 때, 사파의 무사 중 하나가 답답함을 이기지 못하고 앞으로 나섰다.
“너는 누구냐?”
“사신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