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quering Murim with future technology RAW novel - Chapter 50
50화. 사신혁 VS 주소천 (3)
“끼야호오~!”
주소천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마치 소풍날을 기다리던 아이가 당일 아침에 소리를 지르는 것마냥 신나는 목소리가 매산곡에 울려 퍼졌다.
그런데 압도적인 음량에 실려 나오는 경력의 여파만으로도 환호성은 어마어마한 위력의 음공으로 변해버렸다.
[엄청난 아스트랄 파동과 사이오닉 에너지가 포함된 음성입니다.]“아악!”
“어어억…….”
풀썩, 풀썩.
백 장이 넘게 떨어진 거리였음에도 내공이 떨어지는 무사들은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크하하하하하. 나와라, 여의!”
주소천이 한참을 웃어 젖히다 머리카락을 한 올 뽑은 뒤 숨을 불어 넣자 놀랍게도 머리카락이 금빛이 감도는 봉으로 변했다.
천하정저신진철(天河定底神珍鐵) 여의금고봉(如意金箍棒).
손오공이 삼장법사와 함께 천축으로 향할 때 나타난 수많은 요괴들을 때려잡는 데 사용했다는 금색의 봉.
평상시에는 아주 작게 만들어 귓속에 보관하다가 요괴를 만나면 꺼내 휘둘렀다던 신화 속 무기의 재림이었다.
부우웅~!
손안에 든 여의봉을 매우 만족스럽게 바라보던 주소천이 슬쩍 여의봉을 휘둘렀다.
바람을 가르는 묵직한 소리와 함께 사방팔방 허공을 누비는 여의봉이 속도가 점점 빨라지기 시작했다.
“크하하하하하, 아주 좋아! 그래, 아이야. 부탁이 무엇이더냐.”
콰앙!
주소천이 휘두르던 여의봉을 바닥에 꽂고 크게 만족한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어어억…….”
“제발 그만…….”
“크으으으윽…….”
“무량수불…….”
쿠웅! 풀썩.
주소천과 사신혁의 전투를 관전하던 무사 중 절정고수를 제외한 대다수 무인들이 정신을 잃고 무너져 내렸다.
실로 말도 안 되는 광경에 압도된 무사들은 그 누구도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
“오냐, 저놈을 처단해 달라는 것이구나. 걱정 말거라. 한방이면 되느니라. 크하하하하하.”
휘익!
광소와 함께 주소천이 뒤로 한 바퀴 재주를 넘었다. 분명 신혁이 바라보는 방향에서 뒤로 재주를 넘었음에도 재주를 넘는 순간 사라진 주소천의 신형이 재주를 넘는 모양 그대로 신혁의 등 뒤에서 나타났다.
부우웅!
곧장 신혁의 머리를 향해 여의봉이 내리꽂혔다.
[회피기동, 공격 경로 방어.]신혁의 신형이 엄청난 속도로 전방으로 쏘아져 나갔다.
회피기동에 필요한 찰나의 시간을 벌기 위해 여분의 A4 위성 중 하나가 찬란한 푸른빛과 함께 주소천의 여의봉과 충돌했다.
까앙! 퍼억!
여의봉에 닿는 순간 그대로 빛이 사라지며 바닥으로 추락하는 A4 위성 한 기.
그러나 위성 하나를 희생하여 얻은 시간 덕에 신혁은 주소천에게서 어느 정도 거리를 벌릴 수 있었다.
‘견제, 삼각 탄환.’
타아앙!
신혁의 명령에 발맞추어 A4 위성에서 주소천의 움직임을 견제하기 위한 삼각 탄환이 발사되었으나, 여의봉은 마치 스스로 의지를 가진 생물처럼 탄환을 쳐냈다.
그리고 바로 멀어져가는 신혁을 향해 여의봉이 겨누어졌다.
촤아아악!
‘이게 뭐야?!’
대경한 신혁이 에너지 소드를 휘둘러 엄청난 속도로 다가오는 여의봉을 쳐냈다.
티잉!
그러나 공격 경로가 수정되기는커녕, 여의봉에 부딪힌 에너지 소드가 되려 튕겨 나가버렸다.
“응?”
[경고, 적의 공격 경로를 수정하지 못하였습니다.]Sword Pattern Blue.
청월(靑月).
검에서 뻗어 나온 푸른색의 기운이 예의 십(十)자 모양의 궤적을 남겼다.
지금까지 보여준 청월의 위력, 모든 공격을 무효화시키던 절대 방어의 기술이 다시 발현된 것이다.
“키키키키.”
푸른 방패와 같은 기운이 주소천의 앞을 가로막자 여유로운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마치 아이가 새로운 장난감을 발견한 듯한 맑은 웃음소리였다.
[사령관님, 적의 무기에서 아스트랄 에너지가……!]루시아의 다급한 경고음이 끝나자마자 여의봉에서 심상치 않은 황금빛이 쏟아져 나왔다.
“이건……?”
파아아앙!
청월(靑月)의 방패가 주소천의 황금빛 봉과 충돌하는 순간 그대로 부서져 나갔다.
“이럴 수가?! 아스트랄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는 개체가 이 세계에 존재한다고?”
[M120 섬광탄, M130 연막탄.]투앙!
오페라의 통제 아래에서 A4 위성이 다급하게 두 가지 탄환을 발사했다.
신혁을 공격해 오던 여의봉이 두 개의 탄환을 쳐냈지만, 애초에 그것을 노리고 신혁이 날려 보낸 탄환은 폭발해 눈부신 섬광과 백색의 연기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이런……. 이건 완전히 예상을 벗어났는데?
오페라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한 신혁이 앞머리를 헝클어뜨렸다.
“인간이 신의 힘을 대적한다는 것은 불가능. 당신이 지은 죄의 대가를 받아 가겠어요.”
주소천의 얼굴에서 투전승불의 눈빛이 지워지며, 다시금 맑고 초롱초롱한 소녀의 눈망울이 나타났다.
“제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전투력을 보여주시는군요.”
“지금 저를 놀리시는 건가요? 스승님의 원수에게 조롱받을 만큼 제가 유약해 보이십니까?!”
신혁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살벌한 말이 흘러나왔다.
“더는 당신의 목숨을 살펴 가며 전투를 지속할 수가 없겠습니다.”
‘오페라, 보조해라. 사이오닉 에너지 개방.’
신혁의 눈빛이 변했다. 조금씩 금빛의 기운이 어리기 시작한 주소천의 눈동자처럼, 신혁의 눈동자에 푸른빛이 어리기 시작했다.
[Copy that. 사령관님의 체내(體內) 사이오닉 에너지의 변환과 집속을 보조합니다. 사이오닉 에너지 변환, 집속. 연산 완료. 에너지 패턴 블루, 레드, 블랙 레디.]Sword Pattern Red.
적월(赤月).
신혁의 에너지 소드가 붉은빛을 발하자, 다시금 어린아이 같은 웃음소리가 들리며 주소천의 눈빛이 영롱한 황금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화안금정(火眼金睛).
모든 것을 통찰하며 세상의 허와 실을 구분할 수 있다는 투전승불의 눈이 다시금 현계에 강림했다.
“본 부처께서 잠시 천계에 머무르는 동안 세상에 이런 재미난 녀석이 나타난 줄은 몰랐구나. 키키키키. 네 놈도 돌에서 태어났더냐.”
촤자자자작!
여유롭게 말을 걸면서도 주소천의 손에 들린 여의봉은 엄청난 속도로 신혁을 노려왔다.
오페라가 A4 위성을 어지러이 움직이며 온갖 탄환으로 견제를 시도하였으나, 장난치듯 휘두르는 여의봉에 신혁의 공격이 모조리 봉쇄되었다.
“킬킬킬킬. 화안금정을 개안한 본 부처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이 없고, 속일 수 있는 것 또한 없으니, 그런 조잡한 기술로 본 부처님을 시험하지 말거라.”
‘역시, 패턴 레드의 에너지로도 자를 수 없구나. 그렇다면 답은 정해졌다.’
“내게로 오라, 근두운(筋斗雲).”
우르르릉!
하늘이 울부짖었다. 환한 대낮에 먹구름이 태양 빛을 가리고 우렛소리와 함께 검은 하늘이 번개로 번쩍거렸다.
꽈앙!
신혁의 바로 앞에 낙뢰를 떨어뜨리며, 주소천의 앞에 검은빛의 구름이 나타났다.
스윽.
그녀가 사뿐하게 구름에 몸을 싣자 근두운이 서서히 상승했다,
근두운이 궤도에 오르자, 주소천이 구름 위에서 여의봉을 꼬나잡고는 거만한 시선으로 신혁을 내려보았다.
[경고, 적의 사이오닉 에너지가 상승하고 있습니다. 현재 수치…….]점점 완연한 금빛으로 변해가는 주소천의 눈동자가 마치 부처의 그것처럼 장엄하면서도 성스러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삐삐삐삐삐삐삐삐.]오페라의 안내와 함께 신혁의 CEC에 요란한 경고음이 들려왔다.
[현재 적성 개체의 PEF 수치 보고. 7,000,000……. 8,000,000……. 9,700,000…….]‘아직도 올라간다고?’
[PEF 10,000,000.]쿠오오오오오.
서서히 움직이는 근두운의 진동에 공명하듯이 주소천의 몸에서 황금빛 서광이 강렬하게 흘러나오며 대기를 찢어발겼다.
마치 하늘이 울부짖는 것과 같은 광경.
[사령관님, 빅토리노입니다. 현 상황을 긴급상황으로 간주합니다. 아직 사령관님의 아스트랄 파동 검사가 완료되진 않았지만, 함선 운영지침에 따라서 최대 아스트랄 에너지의 50% 사용을 승인합니다. 테레사함의 모든 작업을 중지하고, 사령관님 전용 백제격검술의 데이터를 S4 위성으로 전송하겠습니다. 전송 예상 시간 3초.] [3, 2, 1. 전송 완료.]‘확인.’
처억.
무림에 온 이후, 처음으로 신혁이 기수식을 취했다.
백제격검술(百濟擊劍術).
Sword Pattern Red.
적월(赤月) 오의.
주작절검세(朱雀絶劍勢).
불의 날개에 닿는 모든 것은 불꽃으로 되돌아갈지니.
“대단한 중생이로구만. 이 정도면 투신 나타와 겨루어도 크게 밀리진 않겠어. 현계의 인간들이 이 정도까지 발전한 건가?”
신혁의 기수식은 실로 주작이 비상하기 전 힘을 모으기 위해 웅크리는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천계의 무법자이자, 옥황상제 앞에서도 진지함이라곤 털끝만큼도 내비치지 않는 제천대성이 담백한 말투로 감탄했다.
“오랜만에 현세에 강림했다가 이렇게까지 힘을 쓸 줄은 몰랐군. 자, 간다!”
그야말로 빛살. 과연 전설 속의 근두운을 탄 손오공은 빨라도 너무 빨랐다.
‘오페라, S4 위성. 오버클럭.’
[Copy that. 사령관님의 명령을 수행합니다.]S4 위성 오버클럭.
대(對) 고속기동전.
공지양용 전술 기동 장비 가동.
흑익(黑翼).
파앗!
신혁이 들고 있는 검에서 발생한 흑빛의 기류가 순간적으로 그의 등 뒤로 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타나는 검은빛의 날개.
이제는 절정고수의 시력으로도 쫓기 어려운 속도로 신혁이 움직였다.
“제법이구나. 근두운의 속도를 따라올 수 있다니.”
[적의 공격력과 기동 속도가 예상치를 훨씬 초월합니다. S4 위성 잔여 에너지 71%, 70%…….]오페라의 경고음과 함께 다시 한번 주소천에 타겟팅된 PEF가 신혁의 CEC에 출력되었다.
[PEF 10,330,000, 10,450,000…….]‘PEF가 줄어들기는커녕 계속 상승하고 있다…….’
슬쩍 손을 뻗어 두 가닥의 머리카락을 뽑는 주소천의 얼굴에 괴소가 흘렀다.
핏, 피잇.
“후우~”
머리카락을 잠시 바라보던 주소천이 가볍게 숨을 불어넣었다.
퍼엉! 퍼엉!
“뭐야?!”
웬만한 일로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신혁조차 순간적으로 눈을 부릅뜰 수밖에 없을 만큼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낄낄낄낄!”
“히히히히!”
“자, 어떠냐 애송아. 본 부처님의 신외신술(身外神術)이. 크하하하하.”
세 명의 주소천이 동시에 웃음을 터뜨리자 그것만으로도 공기가 진동하며 터져나가기 시작했고, 그 충격파에 백 장 밖에서 사태를 주시하던 절정고수들마저 몸을 휘청이며 귀를 틀어막았다.
“저런 걸 무공이라고 할 수 있는가?”
“주소천 소저는 그래도 주술이라고는 할 수 있을 것이오. 헌데, 괴룡은…….”
“괴룡이 공령(空靈)의 경지에 도달한 무인이 아니고서야 어찌 인간의 몸으로 저럴 수 있겠소이까.”
정사마의 무인들은 백 장이나 떨어져 있음에도 느껴지는 주소천의 무지막지한 주술에 전율하면서도 그녀에게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맞서고 있는 신혁에게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자, 가자!”
중간에서 주소천의 본체로 추측되는 인형이 명령을 내림과 동시에, 신혁을 포위한 주소천들이 일제히 봉을 내리찍었다.
꽈앙!
땅이 파이는 것이 아니라 땅이 그대로 폭발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의 폭음과 함께 거대한 구덩이가 파였으나, 주소천들의 눈은 공중으로 향했다.
무시무시한 여의금고봉을 피해 공중으로 몸을 띄운 신혁의 등에 펼쳐진 흑익(黑翼)이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내고 있었다.
“본 부처님을 상대로 하늘에서 싸워보겠다는 것이냐?”
주소천이 신혁을 올려다보며 코웃음 쳤다.
“내게로 오라. 근두운!”
하늘에서 만들어진 구름 세 개가 쏜살같이 그녀들의 앞으로 다가왔다.
“가자!”
어느새 구름에 올라탄 세 명의 주소천들이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바야흐로 강호의 그 누구도 본 적 없을 장엄한 사투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