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quering Murim with future technology RAW novel - Chapter 51
51화. 사신혁 VS 주소천 (4)
날아오르는 주소천의 분신들을 본 순간, 신혁이 눈을 빛냈다.
‘오페라, M102 곡선 유도탄.’
[Ready.]‘내 사이오닉 에너지를 집속해.’
[Copy that.]“놈! 무엇을 꾸미는 게냐!”
심상찮은 신혁의 모습에 주소천들이 역정을 내며 달려들었으나, 다시 한번 펼쳐진 블루 패턴에 여의금고봉이 튕겨 나가며 신혁과 거리가 벌어졌다.
“하아아앗!”
신혁의 몸이 작열하는 태양처럼 환한 빛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SOD(stalker of double) 헬 라이팅(hell lighting).”
[M102 곡선 유도탄. 기능 분리, 유도기능 세팅 완료.]“본 부처가 가만히 앉아서 당해주겠느냐?”
신혁이 제 분신들을 노리고 있음을 눈치챈 주소천이 크게 봉을 휘두르며 힘을 모았다.
본체를 중심으로 모여드는 거대한 영력에 하늘이 요동쳤다.
분신을 향한 그 어떤 공격이라도 바로 분쇄해버릴 듯한 기세가 주소천에게서 뿜어져 나왔다.
“Fire!”
이윽고 신혁의 명령과 함께 헬 라이팅이 분신들을 향해 발사되었고, 그것을 요격하기 위해 움직이는 주소천의 본체를 향해 신혁 역시 빠르게 쏘아졌다.
백제격검술(百濟擊劍術).
Sword Pattern Red.
적월(赤月) 오의.
주작절검세(朱雀絶劍勢) 단천(斷天).
“이건?”
주소천이 신혁의 놀라운 기세에 조금 당황한 듯하였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강맹한 기세로 신혁의 검과 격돌했다.
퍼엉~! 빠가가각!
“하아압!”
“이익. 야아앗!”
붉은 에너지 소드와 여의봉이 격돌하기 직전, 두 자루의 무기가 담고 있는 기운이 먼저 충돌하며 주변의 공기가 터져나갔다.
구름조차 분해되어 흩어진 하늘이 퍼져나오는 충격파에 갈라졌고, 곧 직접 맞부딪친 무기들이 서로를 갉아내고 부러뜨리기 위해 마찰음을 내며 거칠게 부대꼈다.
피잇~!
신혁의 오른팔이 횡으로 크게 움직이자 약 1촌의 크기의 금빛 금속조각이 잘려나갔다.
“아닛?!”
주소천의 사슴 같은 눈망울이 더욱 커졌다.
‘투신 나타도 흠집조차 내지 못했던 여의금고봉을?!’
그 무엇으로도 파괴하지 못했던 여의봉이 비록 극소량이지만 잘려나갔다는 사실에 주소천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크크크크, 아무리 이 아이의 영력으로 급조한 가짜라 해도 본 부처의 힘이 깃든 여의봉을 자르다니, 참으로 대단하구나. 마치 내 소싯적 모습을 보는 거 같아. 크하하하하하.”
당황하던 주소천의 표정이 사라지고, 다시금 투전승불 손행자의 모습이 드러났다.
“과찬입니다. 그런데 잊고 계신 게 있지 않습니까?”
“무어라?”
퍼엉! 퍼엉!
주소천의 의문 섞인 말이 나옴과 동시에 무언가 터져나가는 소리가 들리더니, 주소천의 뒤로 두 군데 불길이 솟아올랐다.
[SOD(stalker of double) 헬 라이팅(hell lighting). 두 발 모두 명중했습니다.]오페라의 보고와 함께 신혁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이걸 잊으셨더군요.”
“크, 큭, 크크큭……. 크크크크크…….”
실성한 듯이 조금씩 웃음을 흘리는 주소천이 어느덧 이마까지 짚었다.
“크하하하하하하하. 홍해아와 나타에 이어서 네놈이 세 번째다.”
“무엇이 말입니까?”
“약한 주제에 본 부처님을 보고도 겁먹지 않고 맞서는 놈 말이다. 오냐, 내 인정하마. 지금 이 여아의 몸으로 네놈을 제압하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겠구나.”
주소천은 진심으로 즐겁다는 듯 광소를 터트렸다.
“조금 전에 말씀드렸다시피 당신은 너무 강합니다. 해서 더는 당신의 목숨을 살피며 싸울 수가 없습니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이제 제 차례입니다.”
파앙!
신혁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의 몸이 무서운 속도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루시아.’
[네, 오라버니.]‘포격 범위 산정.’
[이미 계산을 마쳤어요. 타겟 록 온.]‘빅토리노.’
[예, 사령관님.]‘이온 캐논의 발사 시퀀스는?’
[명령만 내려주십시오. 언제든지 가능합니다.]“모두 지금 계신 곳으로부터 오십 장 이상 더 물러서십시오!”
하늘에서부터 신혁의 음성이 매산곡 전역으로 울려 퍼졌다.
신혁이 허언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암연백과 도현도장이 제일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들이 움직이는 것을 본 정사마의 세력들도 정신을 잃고 쓰러진 일행을 챙겨서 부랴부랴 격전의 현장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대체 무슨 짓을…….”
“이온 캐논 발사.”
신혁의 눈동자에 불꽃이 일었다.
[Copy that.]번쩍!
“응?”
주소천이 고개를 들어 신혁을 보았을 때, 그가 떠 있던 하늘이 초록빛으로 번뜩였다.
그리고 녹색의 번개, 아니, 번개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되는 위험한 기운을 내포한 무엇인가가 하늘을 찢어발기며 나타났다.
기어이 푸른 하늘이 완연한 초록색으로 물든 그 순간.
슈우웅!
백 장에 이르는 넓은 공간을 녹색의 무언가가 번개 같은 속도로 뒤덮어 버렸다.
아무런 소음도, 파동도 없었다. 그저 녹색의 빛무리만이 공간을 가득히 메웠다.
굉장히 짧았지만, 영원과도 같던 시간이 흐르고 점차 녹색의 빛무리가 시야에서 사라졌을 때 매산곡을 돌아본 무인들은 모두 말을 잃었다.
“…….”
“……없어?”
눈앞의 정경은 단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었다.
소멸, 주소천이 있던 곳은 말 그대로 무(無)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대지는 물론이고 그곳에 흐르던 공기조차도 모조리 사라져 버린 것만 같은 상황.
“저것이 공령의 경지에 이른 무인이 전력을 다했을 때의 위력이란 말인가.”
“어찌 인간이, 한 수에 백 장에 이르는 공간을 무(無)로 돌릴 수 있단 말인가!”
“괴룡의 승리인가……?”
황당할 정도의 위력을 보인 주술에 대한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그에 대응이라도 하듯이 보여주는 신혁의 기술을 접한 무인들이 전율에 몸을 떨었다.
“크크크크크크…….”
그러나, 어디선가 짜증과 감탄 그리고 투지가 뒤섞인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여의와 근두운에 이어 용포(龍袍)까지 사용해야 할 줄이야. 정말 놀라운 위력의 술법이었다.”
붉은색 바탕에 전신을 가린, 살아 움직이는 듯한 흑룡이 수놓아져 있는 도포를 입은 주소천이 소멸된 대지 밑바닥에서부터 서서히 상승해 다시금 신혁 앞에 섰다.
“이거……. 이런 경우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말입니다.”
신혁이 슬쩍 앞머리를 쓸어 넘겼다.
‘이온 캐논에 직격당하고도 살아남을 수 있는 인간, 아니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건가?’
[사령관님, 아직 전투가 끝나지 않았습니다.]오페라의 음성과 함께 다시금 S4 위성이 푸른빛을 뿌리기 시작했다.
“이제 정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이만 놀이를 끝내자.”
주소천이 몇 가닥의 머리카락을 뽑아서 숨을 불어넣자 순식간에 8명의 분신이 나타나 여의봉을 휘둘렀다.
공기가 찢어지는 파공음과 함께, 사방을 점한 분신들이 쇄도했다.
‘오페라.’
[Copy that. 고속 기동 모드 온.]‘아이야.’
‘예, 제천대성이시여.’
‘알고 있는 게냐?’
‘무엇을 말씀이시옵니까?’
‘이젠 시간이 촌각에 달했다.’
머릿속에서 손오공이 걸어오는 이해할 수 없는 말에 주소천의 아미가 살짝 찌푸려졌다.
‘갑자기 어인 말씀이시옵니까?’
‘부디 네 바람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노라.’
‘예, 소녀 최선을 다하겠사옵니다.’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네가 끌어모을 수 있는 최대한의 영력을 집중시키거라.’
‘예.’
“헬 라이팅!”
신혁의 몸에서 다시금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
쿠쿠쿠쿠쿠.
“간다. 일격에 분신들을 정리하고 본체를 친다.”
백제격검술(百濟擊劍術).
Sword Pattern Red.
적월(赤月) 오의.
주작절검세(朱雀絶劍勢).
신혁의 몸이 붉은빛의 궤적과 함께 갈지자를 그리며 유려하게, 그러나 날카롭기 이를 데 없는 기운을 흩뿌리며 움직였다.
퍼엉, 퍼엉. 퍼어엉!
주소천의 분신들이 순식간에 반 토막 나며 가죽 주머니처럼 터져나갔다.
분신들이 터져나간 자리에는 흩날리는 머리카락들만이 그들이 존재했던 흔적을 말해주었다.
“후우우~!”
분신들이 쓰러지고 그대로 쇄도하는 신혁을 바라보며, 오른손을 뒤로 숨긴 주소천이 왼손으로 머리카락을 몇 가닥 뽑아 다시금 8명의 분신을 불러냈다.
[S4 위성 전투 지속 가능 시간 27초. 사령관님. 주의를 요합니다.]백제격검술(百濟擊劍術).
Sword Pattern Black.
현월(玄月).
이번엔 흑빛의 강기가 덧씌워지듯이 신혁의 검이 검은 불꽃에 휩싸여 타오르기 시작했다.
이글이글 불타오르는 신혁의 검이 8명의 분신을 순식간에 베어낸 순간, 마치 몸속에서 숨겨진 폭탄이 터지는 것처럼 주소천의 분신들이 폭발했다.
쿠구구구궁.
“거기까지다.”
터져나가는 분신들 너머로 주소천이 등 뒤로 숨기고 있던 오른손이 모습을 드러냈다.
예쁘지만 앙증맞을 정도로 작은 손이 살짝 펴졌다. 그리고 그녀의 손가락 사이로 영력이 집중되며 모이기 시작하니, 영력은 점점 한 가지의 형태를 이루어 갔다.
“호리병?”
신혁의 눈꺼풀이 살짝 움직였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마주할 때 나오는 특유의 버릇이었다.
“이제 끝이에요.”
그녀의 작은 손이 살짝 움직이자, 호리병의 주둥이가 신혁을 향했다.
[경고, 놀라울 정도로 응축된 아스트랄 에너지의 집결체가 병 속에서 측정되었습니다. 위험합니다. 인공 블랙홀에 필적할 정도의…….]화아아아악!
“이런, 제길.”
신혁의 몸이 주소천을 향해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오페라.’
[A4 위성 중력 조절 모드 시동. S4 위성 안티 그레비티 필드(Anti Gravity field) 전개.]덜컥.
[삐삐삐삐.] [경고, 중력장이 효력을 발휘할 수 없습니다.]‘이럴 수가, 중력이 아니라고?’
“끝이다!”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무엇인지 짐작할 수 없는 흡입력이 신혁을 끌어당겼다. 놀랍게도 신혁의 신체뿐만이 아니라 사이소닉 에너지마저 호리병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크윽……. 오페라, S4 위성의 출력 잔여 시간은?”
[14초 남았습니다. 승부를 걸어야 할 때입니다.]‘빅토리노.’
[예, 사령관님.]‘내게 남은 아스트랄 에너지를 모두 사용하겠다.’
[아직 차원의 분석이 끝나지 않았습니다. 또한 사령관님의 정밀 신체검사도 진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모든 아스트랄 에너지를 사용한다는 것은…….]‘다른 방법이 있나?’
[……없습니다.]신혁의 몸이 주소천의 호리병에 닿기까지 삼 장의 거리도 채 남지 않았다.
“억울하게 돌아가신 사부님의 한을 풀어드릴 수 있겠군요.”
주소천의 한이 가득 담긴 목소리가 신혁에게 들려온 찰나. 호리병에서 발생된 인력의 파동이 미묘하게 변했다.
[경고, 사령관님의 사이오닉 에너지와 함께 위성의 광자 배리어 마저 흡수되고 있습니다.]슈우우우욱!
S4 위성의 배리어가 빛을 잃었다. 다음 공격은 그야말로 신혁이 순수하게 몸으로 때워야 할 상황이 되었다.
[위험, S4 위성 배리어 소실.]“아스트랄 에너지 완전 개방!”
“죽어엇!”
주소천의 한 맺힌 음성과 함께 호리병이 신혁의 몸을 완전히 빨아들이려는 그때,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아아……. 왜……? 어째서……?”
‘아이야 내 혼을 담기에 너의 그릇이 충분히 단련되지 않았구나. 1각. 1각의 시간만이 네가 나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투전승불 손행자의 씁쓸한 음성을 끝으로 주소천의 눈이 황금빛 화안금정의 눈에서 원래의 흑요석 같은 검은빛으로 돌아왔다.
“안돼…….”
한 방울 눈물을 흘러내리며, 그대로 주소천이 무너져 내렸다.
[사령관님, 아스트랄 에너지의 개방 시퀀스가 중단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