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quering Murim with future technology RAW novel - Chapter 64
64화. 황궁으로
시원스럽게 대답하는 신혁과 주윤문의 눈에서 서로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느껴졌다. 이제 남은 과제는 무슨 수로 무사히 황궁까지 이동할 것인가였다.
“신혁 선생, 본 세자가 한 가지 물어봐도 되겠소?”
“네, 말씀하시지요.”
“내, 신혁 선생의 능력을 의심하는 바는 아니오만…….”
말끝을 흐리며 신혁의 눈치를 살피고 있는 형관오와 눈을 마주친 주윤문이 머쓱한 미소와 함께 말을 이었다.
“청해에서 황궁까지는 아주 먼 길이오. 그곳까지 어떤 방법으로 우리를 호위할 생각이시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적들을 피할 것이오? 아니면 강행 돌파를 하더라도 최단 거리로 이동할 생각이시오?”
“두 가지 모두 가능하지요.”
“그렇다면 어떤 방법을 사용하실 생각이시오? 혹 후자를 택한다면 본 세자가 어느 정도 도움을 드릴 수가 있소.”
“도움이요?”
“그렇소이다. 우리의 이동 경로에 위치한 관청에 미리 사자를 파견하여 어림군을 준비시켜 놓으라 이르겠소. 그리하면…….”
신혁의 고개가 좌우로 절레절레 흔들렸다.
“그건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습니다.”
“어째서요?”
“뭐,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만, 어림군 속에 자객이 숨어들 수도 있고, 이동 경로의 노출과 어림군의 전투력 등, 따져봐야 할 문제가 많습니다.”
“끄응……”
주윤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신혁이 이야기하는 것이 무엇인지 눈치챈 것이다.
“그럼, 신혁 선생의 생각은 어떻소?
‘루시아, 써도 될까?’
‘예? 뭘요?’
‘호언장담하긴 했는데, 그렇다고 테레사함에 태워서 남경까지 다녀올 순 없잖아. 그렇다고 다 때려 부수면서 갈 수도 없고.’
‘그거야 그렇지요.’
‘그래서 수송선을 한 척 썼으면 하는데 최대한 빨리 제작한다면 얼마나 걸릴까?’
‘현재 함 내에 세 기의 강습선이 있어요. 강습선 한 기당 수용 가능 인원을 200명으로 조정하여 개조한다면 2시간 내외로 가능할 것 같아요.’
‘좋아, 제작하도록.’
‘Copy that.’
“두 가지 방법을 모두 사용할 생각입니다.”
“두 가지 모두요?”
“예, 적들이 눈치챌 수 없도록, 혹여 눈치채더라도 손쓸 수 없게 움직일 것이고, 최단 거리로 황궁으로 이동할 생각입니다.”
“오오? 그런 방법이 있습니까?”
신혁이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설명하기보다는 직접 보시는 게 나을 거 같군요. 한 시진만 푹 쉬고 계시지요. 자연스럽게 아시게 될 겁니다.”
“흠…… 알겠소이다.”
대체 한 시진 동안 뭘 하려는지 알 수가 없었지만, 무슨 방법이 있으니 저리 자신만만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인 주윤문이었다.
“모두 이곳에서 쉬도록 합시다.”
“예, 전하.”
형관오가 주윤문의 명을 병사들과 문관들에게 전달하였다.
“흠, 한 시진 만에 대체 뭘 어떻게 하신다는 걸까?”
“우리 같은 범인이 뭘 알겠나. 혹시 뭐 용이라도 부르려는 걸까?”
“그런 허무맹랑한 것은 아니더라도 무언가 방법이 있으니 저리 호언장담하는 것이 아니겠나?”
신혁과 주윤문의 대화를 들었던 문관들과 병사들이 한 시진 후에 있을 일을 기대하며 삼삼오오 무리 지어 흩어지기 시작했다.
* * *
“여기서 기다리면 확실히 주윤문이 지나갈 거라고 장담하지 않았나?”
단단한 쇠로 만든 장군복을 입고 있는 수염이 삐쭉삐쭉 난 사내가 으르렁거렸다.
“그것이……”
“아니, 이 길이 확실하냐고 묻잖소 군사.”
군사라 호명된 염소수염의 사내가 장군복의 사내의 눈길에 안절부절못하며 자신의 상황을 변명하기 시작하였다.
“예, 첩보에 따르면 확실히 이 길을 지난다고 합니다. 무엇보다도 이쪽이 남경으로 향하는 최단 경로이자 가장 안전한 길 중의 하나입니다. 아무래도 청해를 떠나서 남경으로 가려면 그나마 어림군이 주둔하는 경로를 통해 이동할 것이 자명한 일이니까요.”
“그으~래?”
“네, 그러믄입죠.”
“그러면 얼마나 기다리면 되나?”
“늦어도 사흘 안에는 반드시 이곳을 지날 겁니다.”
“그래야 할 거야.”
장군복의 사내가 위협을 가득 담아 말했다.
“안 그러면, 여기까지 헛걸음한 대가를 치르게 할 테니까.”
“…….”
“영왕 전하의 정예군을 예까지 이끌고 와서 빈손으로 돌아갈 생각은 아니겠지?”
“물론입니다 장군. 수색대의 숫자를 더욱 증원하겠습니다.”
“그러도록. 어?! 저, 저게 뭐야?!”
장군복의 사내의 눈에 저 멀리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세 개의 괴물체가 눈에 들어왔다.
“무엇을 말씀……. 어, 어?!”
장군복의 사내의 시선을 쫓던 염소수염의 사내도 말을 이었다.
“저게 대체 무엇이냐?”
“글쎄요……. 확인되지 않은 비행물체라고밖에…….”
염소수염 사내의 목소리가 기어들어 갔다.
* * *
만월이 떠오른 밤에 흑의 무복에 각종의 무기로 무장한 무인들이 산길을 이동 중이었다. 대부분의 사람이 곯아떨어지는 자정이 넘은 시간임에도 이들은 잠도 잊은 채 빠른 속도로 산길을 주파하고 있었다.
“단주님. 선두 수색조에서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중앙에서 이동 중이던 사내에게 무사 한 명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내용은?”
“약 12리 앞에 깊은 계곡이 있고, 절벽으로 인하여 길이 끊겼습니다.”
“그런가?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나 보군. 언제 목표가 이곳에 도착할지 모른다. 바로 작업을 시작하도록,”
“예. 알겠습니다. 수하들에게 그리 이르겠습니다.”
단주의 차분하면서도 덤덤한 말투의 명령이 떨어졌다.
“작업을 시작하라.”
“존명.”
단주라 불린 최고 지휘관의 명령에 따라 무사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노왕 전하께서 말씀하셨다. 확실한 출처의 정보이고, 주윤문이 내일 이곳을 지난다고 말이다. 절대 놓치면 아니 된다.”
“존명.”
깎아지른 듯한 절벽. 그 절벽을 가로지르지 않는 이상 이들이 숨어있는 곳을 발견하기는 쉽지 않을 듯하였다. 그러나 그들도 전혀 생각지 못했다. 이 절벽이 자신들을 숨겨주는 대신, 자신들의 시야도 절벽에 의해 제한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 * *
청해에서 남경으로 향하는 요지마다 위와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한편, 그들이 그토록 찾아 헤매는 주윤문은 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세상에…….”
“저게 대체……?”
“저토록 거대한 쇳덩어리가 갑자기 하늘에서……?”
“하늘이 찢기는 소리가 들렸는데 과연 저토록 거대한 쇠구름이 추락하는 소리였구나.”
웅성거리는 수백의 무리들이 저마다의 소감을 이야기하며 감탄을 터트렸다. 그나마 말을 할 수 있는 자들은 양반이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입을 쩍 벌리고 눈을 비비며 볼을 꼬집는 등 반쯤은 넋이 나간 상황이었다.
“…….”
“전하…….”
주윤문 역시 넋이 나가기는 마찬가지였었지만, 체통이 체통인지라 차마 티를 낼 수는 없었기에 놀라움이라는 감정을 억지로 꾹 삼켰다.
“흠흠, 전하.”
형관오가 조그맣게 주윤문에게만 들릴 정도로 헛기침을 하며 주윤문의 주위를 환기시켰다.
“음? 왜 그러시오.”
“전하, 병사들이 동요하고 있습니다.”
그제야 정신이 들었는지 주윤문이 의관을 정제하고 일어섰다. 일단 상황 파악이 먼저였기에 주윤문의 시선이 급하게 신혁을 찾았다.
“신혁 선생.”
“무슨 일이시죠?”
“대체 저게 무엇이오?”
“이곳 말로 하면 대규모 병력이동을 위한 공중부양선 정도로 이해하시면 될 겁니다.”
신혁의 말에 주윤문이 어이가 없었는지 헛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허허허……. 저 큰 게 하늘을 난다는 말이오?”
“예.”
“내 신혁 선생을 믿기는 하지만, 그래도 저게…….”
“뭐, 직접 겪어보시면 되지요.”
[사령관님, 착륙 허가를.]‘그래. 공간 확보가 되면 착륙해.’
신혁의 몸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공중에 둥둥 떠서 사람들을 돌아보며 신혁이 큰 소리로 말했다.
“모두 자리를 만들어주세요. 넓은 공간이 필요합니다.”
서서히 하강하는 세 기의 거대한 수송선 밑에서 웅성거리던 수백의 인원들이 신혁의 말에 부랴부랴 움직이기 시작했다.
“크게 3열 종대로 헤쳐모여 주세요.”
“좋습니다. 그대로 탑승을 시작해보지요. 유시아.”
“네, 오라버니. 게이트 오픈!”
유시아의 음성에 맞춰서 쇳덩어리의 하부가 열리며 양옆에 손잡이가 있는 사다리가 접혀있는 상태로 내려오더니 차곡차곡 펼쳐지기 시작했다.
“세상에…….”
“이게 대체 뭐시당가……?”
그 모습에 다시금 주윤문 일행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자자~ 안전하고 즐거운 여행이 될 겁니다. 질문은 타고나서 하셔도 늦지 않습니다.”
* * *
거대한 평원에 각양각색의 천막이 수천 개가 펼쳐져 있다. 그리고 족히 수십 장은 될 듯한 흰색의 거대한 천막의 중심. 화려한 의관에 가죽 망토를 어깨에 대충 걸치고 비스듬히 기대앉은 남자가 말했다.
“그래, 실패했다고?”
덤덤하게 말하는 조금은 길쭉한 얼굴에 날카로운 눈매 그리고 다듬지 않은 턱수염이 야성미를 더해주는 호랑이상의 얼굴을 가진 남자.
“예, 연왕 전하.”
“당당하군.”
연왕이라 불린 사내가 걸치고 있던 망토를 슬쩍 풀어 젖히며 가볍게 웃었다.
“…….”
“벽력궁(霹靂弓) 뇌진원.”
“예, 전하.”
“내 책략이 잘못되었나? 그도 아니면 너의 능력 부족인가?”
연왕이라 불린 남자의 물음에 뇌진원의 고개가 깊숙이 숙여졌다.
‘과연, 전하시다. 이 위압감. 어찌 이런…….”
무공을 익히지 않은 연왕이었다. 그러나 그 타고난 기세와 위엄은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절대자의 기도였다. 잘 벼려진 칼날 같은 기도를 가진 자. 존재만으로 만인을 내려다볼 수 있는 눈을 가진 자. 요동의 절대자이며 실질적인 대명의 차기 황제에 가장 가까운 연왕 주체였다.
“왜 대답이 없는가?”
“변수가 발생하였습니다.”
“변수?”
“예, 의문의 초절정고수라 추측되는 자가 출현하여 주윤문을 탈출시켰습니다.”
“오호라, 벽력궁이 당당한 이유가 있었구나.”
“망극하옵니다 전하. 소신의 능력이 부족하여 벌어진 일이옵니다. 이에 대한 처벌은 달게 받겠습니다.”
“자세히 이야기해보라.”
연왕 주체의 명이 떨어지자, 뇌진원은 단 하나의 과장도 축소도 없이 자신이 보고 겪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연왕에게 보고하였다.
“그자의 이름이 무어라 하였느냐.”
“사신혁, 괴룡 사신혁이라 하였습니다.”
“크크크크…….”
“전하?”
그게 말이 되느냐며 화를 낼 줄 알았던 연왕이 오히려 재미있다는 듯이 웃음을 흘리자 뇌진원의 눈동자가 심하게 떨렸다.
“크하하하하하!”
한참을 혼자서 앙천광소 하던 주체가 돌연 웃음을 그치고 물었다.
“이천의 제령천위대와 자네가 추린 절정고수를 이끌고 천라지망을 펼쳤는데 적은 단 한 명의 사망자도 없이 무사히 도주하였다 하였는가?”
자신들이 직접 겪은 일이고 보고까지 한 뇌진원이었지만, 사실 아직까지도 믿어지지 않는 사건이었다. 그러나 부정한다고 사실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예, 전하. 사실이옵니다.”
“그 정도로 뛰어난 기인을 주윤문 그 애송이가 어찌 수하로 들였을까?”
“아직 수하로 든 것은 아닌 듯하였습니다. 오히려…….”
“오히려?”
“자신이 주윤문에게 볼일이 있으니, 자신의 볼일이 끝나면 저희의 볼일을 보라고 하였습니다. 그것으로 미루어 보아 무언가 주윤문에게 얻을 것이 있어서 도움을 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군사를 들라 하라.”
연왕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문복을 입은 문관이 재빨리 천막안으로 들어왔다.
“찾으셨사옵니까 전하.”
“들었나?”
“괴룡 사신혁이라는 자에 대하여 말씀하시는 것이라면 소인도 들었사옵니다.”
“내 친히 남경(황궁)으로 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