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quering Murim with future technology RAW novel - Chapter 76
76화. 유시아 (3)
“방심하지 마라. 최소 절정의 길의 절반은 지난 고수인 것 같다.”
“걱정 마십시오 형님.”
“저희가 앞장서겠어요 오라버니.”
홍태일의 지시에 응답한 네 명의 절정고수들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용홍과 오요지의 무기는 조그마한 반월의 월륜이었다. 그녀들의 얼굴에 서서히 살기가 어렸고, 그 뒤를 홍태일의 형제들이 검을 뽑아 들고 압박하기 위해 움직였다.
“호호, 예쁜 얼굴에 상처가 나면 볼 만하겠어.”
“언니, 저 아이 눈이 너무 예쁜데 뽑아서 소녀의 방에 놓아두고 싶어요.”
쉬이이익~!
오요홍과 오요지의 월륜이 그녀들의 손을 떠나 나비처럼 우아하게 허공을 노닐기 시작했다. 월륜을 날림과 동시에 그녀들이 품에서 조그마한 단도 두 자루를 들고 유시아를 향해 좌우로 빠르게 움직이며 접근하기 시작했다.
[5인의 적성 개체 타겟 록 온. 춤추는 인형, 출력 상승. 사이오닉 에너지 소모 가속. 지속 가능 전투 시간이 6시간에서 2시간으로 감소합니다. 다연발탄 Ready.]“포위하라.”
[다중 타겟 록 온.]홍태일의 명령에 홍태이와 홍태삼이 검을 세우고 루시아의 전후 공간을 점하기 위해 움직였다.
“M127 다연발탄. Fire.”
유시아의 낭랑한 목소리와 함께 A4 위성이 불을 뿜었다.
꽈아아앙!
* * *
“폐하, 내관 장영이옵니다. 분부하신 대로 용신주를 가져왔나이다.”
“들어오라.”
“예 폐하.”
조심스럽게 어전의 문이 열리며 내관 장영이 황제 앞에 엎드렸다.
“일어나라.”
“망극하옵니다 폐하.”
조심스럽게 일어나 의관을 다듬은 장영이 품속에서 주먹만 한 구슬 세 개를 꺼내었다. 보는 각도와 빛의 반사에 따라서 오색영롱한 빛깔을 띠는 구슬에는 황금색 용의 형상이 새겨져 있었다.
‘저것이 용신주로군. 루시아, 아니 루시아는 전투 중일 테니 나중에 확인해봐야겠군.’
약간의 아스트랄 파동이 느껴지긴 했지만, 그것이 크리스탈의 아스트랄 파편인지는 정보컴퓨터인 루시아의 정밀분석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용신주를 보던 황제의 시선이 주윤문에게 향했다.
“세자.”
“예, 폐하.
“의천검을 장영에게.”
“예.”
주윤문이 허리의 의천검을 풀어 용신주를 들고 있는 내시에게 건네자 그가 공손히 고개를 조아리며 의천검을 받았다. 이번에는 황제의 시선이 사신혁에게 향했다.
“사신혁.”
“예.”
“세자의 목숨을 구한 공으로 그대에게 의천검을, 세자를 무사히 황궁으로 귀환케 한 공으로 용신주를 하사하노라.”
“감사합니다.”
신혁이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 황제에게 감사함을 표했다.
[사령관님.]‘빅토리노?’
‘승인한다. 현 시간부로 빅토리노와 오페라의 임무를 교대하도록.
[Copy that.]‘루시아가 위험한가?’
[예, 오페라가 간 이상 어느 정도 시간은 벌 수 있을 거 같지만, 속히 사령관님께서 가보셔야 할 거 같습니다.]“신혁 선생은 무릎을 꿇으시오.”
내관 장영이 신혁을 향해 근엄한 표정으로 말했다. 빅토리노가 말하기를 속히 가봐야 하는 상황이라 하였다.
“죄송합니다, 제가 조금 급한 일이 생겨서요. 수하가 좀 위험한 상황인 거 같습니다. 황제 폐하의 선물은 잘 받겠습니다. 그리고 반드시 계약은 이행하겠습니다.”
신혁의 갑작스러운 말에 주원장과 주윤문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다.
“갑자기 무슨 말인고?”
“수하라면 설마 유시아 총관 말이오?”
“예, 서둘러 가봐야 할 거 같군요. 아무래도 세자궁에서 벌어진 일일 테니, 세자전하께서도 오시지요.”
“아니, 갑작스럽게 대체 무슨 일이……. 그리고 여기서 도대체 어떻게 그런 걸 알 수 있는 겁니까?”
“나중에 설명드리겠습니다.”
신혁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의 몸이 슬쩍 공중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신혁이 내관 장영을 보며 슬쩍 고개를 움직이자 장영의 품에 있던 의천검과 용신주가 귀신이 들린 것처럼 꿈틀대더니 그대로 신혁에게로 날아왔다.
“그럼 이만.”
콰아아앙!
그 말을 끝으로 신혁의 몸이 커다란 파공음만을 남기고 세자궁으로 향했다.
“윤문아.”
“예, 폐하.”
“괴룡이라는 놈 말이다.”
“예.”
“약속과 계약으로 그를 묶고 대하거라. 결코 힘으로 누르거나 그의 약점을 잡아 이용할 생각은 말거라.”
“명심하겠습니다 폐하.”
주원장의 충고를 가슴에 새긴 주윤문이 결연한 표정으로 황제에게 청했다.
“괴룡이 저리 급히 간 것을 보면 아무래도 세자궁에 일이 생긴 것 같습니다. 제가 직접 궁으로 귀환하여 상황을 정리하겠습니다.”
주윤문의 말에 황제가 만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래야지. 이만 가보거라.”
“예, 폐하.”
주윤문이 주원장에게 큰절을 올리고 걸어나갔다. 주윤문이 나가고 나서 무언가 중요한 결정을 하려는지 한동안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있던 황제의 눈이 떠졌다.
“어부승지.”
“예, 폐하.”
“세자의 즉위식을 준비하도록 하라. 빠를수록 좋다.”
“알겠사옵니다.”
“모두 물러가라.”
황제의 위엄과 기품이 가득 담긴 축객령이었다.
“만세, 만세, 만만세!”
모두가 물러간 어전에 덩그러니 남아있는 황제. 그 혼자의 존재감만으로도 어전이 가득 채워지는 거 같았다.
‘가진 것 하나 없는 촌부의 집에서 태어나, 청운의 꿈을 품고 세상으로 뛰쳐나왔다. 소중한 인연들의 도움으로 제국을 일구었고, 이제 갈 때가 되어 생각해보니 너무도 파란만장한 삶이었구나..’
그의 눈이 서서히 감기기 시작했다. 어두운 방 안을 환하게 밝혀주던 촛불이 서서히 꺼져가듯이 황제의 눈동자에서 빛이 조금씩 사라져갔다.
* * *
“하악, 하악.”
거친 숨을 몰아쉬는 유시아. 실제로 숨이 차오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안드로이드의 출력이 최고조에 이른 상태로 전투를 지속했기 때문에 내부온도가 급격히 상승하여 마치 사람이 숨을 헐떡이는 것과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후우우우…….”
거친 숨을 조금씩 토해내며 호흡을 조절한 유시아. 그녀의 주위엔 의식을 잃고 널브러져 있는 백여 명의 무리가 있었다. 바로 번왕들이 파견한 병력들이었다.
[전투목표 달성. 적성 개체들의 완전 침묵. 카테고리 등급 절정의 다섯 개체는 사이오닉 집중기관의 완전 파괴. 이상으로 전투를 종결합니다. 수고하셨어요 루시아 씨.]‘뭘요, 다 토리 씨의 서포트 덕분이죠.’
루시아와 빅토리노가 서로에게 공을 돌리며 깔끔하게 마무리된 전투를 뿌듯하게 감평했다.
“이런 치욕을…….”
홍태일을 비롯한 절정고수들의 모습은 처참했다. 동남동녀는 물론이고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정혈을 빨아들여 쌓은 내공이 무너지며 그들의 몰골이 순식간에 추레하게 변한 것이었다.
‘이제 문제는 저 뒤에서 지켜보고 있는 19명의 사이오닉 개체로군요.’
[만약 저들이 적성 개체라면 현재의 전력으로는 감당할 수 없습니다. A4 위성의 통제권을 전투 컴퓨터인 오페라 씨에게 넘기고 사령관님을 기다려야 합니다.]‘토리 씨가 사령관님께 연락해 주시겠어요?’
[알겠습니다. 그럼 무운을.]‘고마워요 토리 씨.’
그 순간 하늘을 가르며 고색창연한 보검을 허리에 찬 무사들이 등장하였다.
“본인은 대 남궁세가의 창궁십팔수의 수좌 남궁현도라 하오.”
“유시아에요.”
“노가주님의 명을 이행하려하오. 본인이 원하는 것은 두 가지요. 첫째, 사신혁이라는 자를 내놓으시오. 둘째, 사신혁의 처우와 관계없이 그대는 우리를 따르시오.”
“어머나, 방금 비슷한 말씀을 하시던 분들이 여기 누워 계시는 걸요?”
“그대의 의사는 반영할 생각이 없소. 따를 것이오? 아니면 우리가 무력을 사용해야 하오?”
콰앙!
굉음이 들렸다. 소음의 진원지는 형관오였다. 그의 검이 땅을 뚫고 한 자 깊이로 들어가 있었다.
“듣자 듣자 하니, 감히 지방의 호족이 세자궁에서 못 하는 말이 없으시오. 당신들의 눈에는 금의위도 세자전하도 보이지 않소?”
까닥.
그때 홀로 붉은 무복을 입은 남궁 무기가 나섰다.
“잘 보입니다. 그래도 발검은 신중히 하셨으면 합니다 대인. 아무리 지방의 ‘호족’이라지만 목숨을 위협받으면 부득이 대응할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남궁무기가 유들유들하게 말을 하며 손을 슬쩍 저였다. 그러자 바닥에 박혀있던 형관오의 검이 스스로 땅에서 뽑혀 형관오의 검집에 그대로 꽂혔다.
‘……대응할 수가 없었다. 신혁 대인의 수준은 아니지만, 저자의 무공이 어검의 경지에 이르렀단 말인가? 내가 상대할 수 있는 자가 아니다.’
“당신은 누구시오?”
“저는 대 남궁세가의 전대 가주 남궁무기라 하옵니다.”
“세자전하께서 곧 당도하실 터, 이만 물러가시오.”
“걱정 마시옵소서. 세자전하께서 당도하시기 전에 모든 일이 마무리될 테니 말입니다.”
남궁무기가 형관오의 말에 답하면서 남궁현도에게 슬쩍 눈짓했다.
형관오와 금의위는 자신이 견제하고 있을 테니 이때 얼른 유시아를 제압하라는 뜻이었다.
“그대가 조금 전 절정고수 다섯과 일백의 일류무사를 제압하는 것을 지켜보았소. 그대 나이대의 여류고수들 중 제일이라 칭할 만한 솜씨요.”
남궁현도가 루시아에게 다가서며 말했다.
“어머나, 과찬이셔요.”
“본인은 허튼소리를 하지 않소. 그대가 온전한 상태였다면 우리도 그대를 제압할 때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렸을 테지요. 그러나 조금 전의 전투로 상당한 공력을 소모했음을 그대 스스로가 잘 알 것이오.”
“그래 보이나요?”
“허장성세로 세자전하께서 당도하실 때까지 시간을 벌 생각이라면 그대의 생각은 틀렸소. 본인은 그대에게 시간을 줄 생각이 없소.”
[적성 사이오닉 에너지 반응 체크. 3개체의 사이오닉 에너지가 급격히 상승하고 있습니다. 현시간부터 제가 보조하겠습니다. A4 위성 시동.]오페라의 경고음과 함께 루시아의 주변에서 다시금 위성이 나타나 공전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창궁십팔수 중 세 명의 검수가 앞으로 나섰다.
“문답무용, 시작하라.”
“존명!”
촤자작.
명을 받은 세 명의 검수가 움직였다. 빠른 속도로 유시아를 포위했다 싶은 순간, 그들의 검이 유시아의 사혈을 노리며 뻗어졌다.
[능동방어시스템 가동. 요격개시.]채채챙!
통제권을 넘겨받은 오페라의 A4 위성이 마치 신혁이 다루는 것처럼 검을 쳐냈다. 유시아의 직전 전투 장면을 목격해서인지 세 명의 창궁십팔수는 당황하지 않고 연이어서 검격을 펼치기 시작했다. 검과 구슬이 부딪히며 요란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그들의 공방이 순식간에 10여 합이 이어졌다.
[춤추는 인형의 출력이 최대치에 도달하였습니다. 지속 가능 전투 시간이 51분으로 감소합니다.]“현도야.”
“예, 노가주님.”
“지루하구나. 본좌가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 게냐?”
남궁현도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급박한 상황이었다. 남궁무기의 말대로 그를 기다리게 하는 것도 실례였지만, 주윤문이 언제 알현을 마치고 세자궁으로 돌아올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부끄럽습니다, 노가주님. 1각 안에 정리하겠습니다.”
“더 이상 본좌를 실망시키지 말거라.”
“존명.”
남궁현도의 표정에 살기가 어렸다.
“창궁검진(蒼穹劍陣) 개(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