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quering Murim with future technology RAW novel - Chapter 90
90화. 서문
서문.
“형관오 위장. 어떻게 할 생각이십니까?”
세자 주윤문의 호위대장이자, 금의위에 다섯 명밖에 없는 절정고수 중 한 명인 형관오. 그와 함께 서문을 수비하기로 한 금의위 소속 절정고수 금도무적(金刀無敵) 강사평이 물었다.
“뭘 어떻게 하나?”
“노왕의 군세가 파죽지세로 진격하고 있습니다.”
그의 말대로 어마어마한 수의 병사들이 파도처럼 서문으로 밀려들고 있었다. 거의 모든 병력을 일거에 투입한 듯한 숫자였다.
“작전대로 간다.”
“작전이라 하면……?”
“신혁 선생의 작전대로다. 금의위와 모든 병사들은 성문 수비에 전력을 다하도록 한다.”
“예?!”
“전시상황에 더 이상의 질문은 불허한다. 시행하라.”
형관오의 명령에 강사평이 마지못해 복명하고 그가 하달한 작전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형관오의 금의위는 처음부터 정예 고수들을 이끌고 성문 앞에 진을 쳤다.
한편 노왕 진영은 영왕과 연왕에 비해 병사의 질이 뒤떨어지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물량전을 선택했다.
“모두 돌격하라!”
“와아아아~!”
“가자!”
선봉에 선 노왕군의 장수가 자신감에 가득 찬 목소리로 공격 명령을 내렸고, 척 봐도 자신들의 일할 이나 될까 말까 한 수비군의 숫자를 확인한 노왕의 병사들이 용기백배하여 공격을 시작했다.
“세자 전하를 향한 충정만이 있을 뿐이다. 그것이 금의위의 존재 목적. 주군을 위해 죽는 것이 우리들의 소망. 금의를 걸친 우리들의 의기를 역적들의 가슴에 새겨주어라.”
“충!”
처음부터 금의위의 정예고수들을 이끌고 선봉에 선 형관오의 눈에 살기가 어렸다. 그의 패검이 휘둘러지자 십여 명의 병사들이 쓰러졌고, 대장의 기세에 뒤질세라 금의위의 무사들 역시 무시무시한 기세로 검을 쓰기 시작했다.
“으아아악!”
“끄아악!”
순식간에 성문을 휩쓸어 버릴 것 같았던 노왕군의 병사들이 금의위의 등장에 바위에 부딪힌 파도처럼 흩어지고 깨지며 쓰러졌다.
“이이익! 무공을 익힌 자들을 앞으로 세워라!”
그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던 노왕이 분노하여 명령했고, 노왕의 명에 공격군의 후방에서 대기하던 고수들이 앞으로 나섰다.
채앵! 채애앵!
일방적으로 노왕군을 학살하던 형관오와 금의위 무사들의 검이 막히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검강과 검기가 난무하는 난전이 펼쳐졌다. 압도적으로 일반 병사들을 몰아붙이던 금의위의 기세가 순식간에 꺾였다.
“크윽!”
“으윽……”
엄청난 위용을 보이던 금의위도 적의 고수들의 등장에 수적, 체력적 열세 앞에 서서히 밀리기 시작했다. 하나둘씩 쓰러지는 금의위의 무사들을 보며 물러섰던 노왕의 병사들도 슬금슬금 공격에 가담하였고, 금의위에 곁에서 분전하던 서문수비군의 병사들의 사상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기 시작했다.
“지켜라! 우리가 물러나면 남문도, 동문도 그리고 세자전하께서도 위험하다!”
촤아악! 촤악!
단전이 욱신거리고 근육이 비명을 지르는 고통을 감수하고 형관오가 강기를 일으키며 노왕의 군세를 베었다. 종횡무진 검을 휘두르는 형관오의 위세에 노왕군의 수비군이 주춤하는 듯하였으나, 열 배가 넘어가는 적의 물량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형관오와 금의위놈들도 수만의 대군 앞에서는 별수 없구나. 크하하하. 좋아, 아주 좋아~! 더욱더 몰아붙여라. 숨 쉴 틈도 주지 말거라!”
넘을 수 없는 권력을 자랑하던 금의위의 무사들이 하나둘씩 피를 토하며 쓰러졌고, 그 모습을 본 노왕의 병사들이 더욱 기세등등하여 물밀 듯이 몰려들었다.
“이 자식들!”
아끼던 동료와 수하들이 쓰러지는 모습에 금도무적(金刀無敵) 강사평의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그의 도에서 모든 것을 갈라버릴 듯한 금빛의 도강이 분출되었다.
촤아아악!
거침없는 금빛의 도강이 노왕군의 병사들이 밀집해 있는 곳에 쏘아졌으나 아쉽게도 단 한 명의 목숨도 거두지 못하고 가로막혔다.
까앙!
“과연, 금도무적 강사평. 금의위의 절정고수답소. 전모가 감탄했소이다.”
사람 좋은 미소와 함께 강사평의 도를 막아낸 무사가 앞으로 나섰다.
“사자철장(獅子鐵掌) 전상필?!”
강사평의 도강을 막은 자는 사파의 이름 높은 고수인 사자철장이었다. 명실상부한 절정상급의 고수로서 형관오보다도 최소 반수 위의 고수로 평가받는 거였다.
“소인과 같은 무명소졸을 알아봐 주시다니 전모가 몸 둘 바를 모르겠소.”
전상필이 사람 좋은 미소를 보였다. 살이 찢어지고 피가 튀는 전장에 어울리는 미소가 아니었다. 마치 놀러 나오기라도 한 듯 즐거워 보이는 표정.
힘든 상황에 아끼던 수하들마저 잃고 있어서 화가 머리끝까지 나 있는 강사평은 당장이라도 저 입을 찢어놓고 싶었다.
“네 이노옴!”
까아앙!
강사평이 한마디 하려는 순간 전상필이 엄청난 속도로 강사평을 기습하였고, 전상필을 예의주시하던 형관오가 가까스로 둘 사이에 끼어들어 전상필의 암습을 막았다.
“이거, 아쉽구려. 쉽게 보낼 수 있었는데 말이오.”
비릿한 미소와 함께 입맛을 다시는 전상필. 소살(笑殺). 강호에서 스승이 제자를 가르칠 때, 빼놓지 않고 반드시 언급하는 단어이다. 웃으면서 살수를 펼치는 자. 살인 경험이 많고, 사람을 죽일 때 일말의 망설임도 없다는 방증이었다.
“이런 비겁한……. 그러고도 네놈이 무인이더냐?”
“죽고 죽이는 전장에서 비겁이 어디 있겠소이까? 크크크크.”
순간의 방심으로 큰 낭패를 볼뻔한 강사평이 분노하여 외쳤지만, 유들유들하게 되받아치는 전상필이었다.
‘금의위장님. 이대로는 힘듭니다. 쓰러져 가는 아군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조금만. 조금만 더 버텨보자.’
‘…….’
강사평에게 버티자고 말하는 형관오였지만,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대체 신혁이 말한 대책은 무엇일까, 그의 말대로 성문을 굳건히 막고 있긴 했지만, 이미 한계에 달한 듯하였다. 이대로라면 뚫리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금의위의 무사들을 신경 쓸 것 없다. 우리 쪽의 고수들이 그들을 상대할 것이다. 병사들은 성안으로 돌격하라!”
전상필의 뒤편에서 병사들을 지휘하는 노왕군의 장수가 수비군에게 명을 하달하였고, 형관오와 금의위 무사들의 눈에 절망이 어렸다.
“안돼! 막아라!”
형관오가 대경하여 명을 내렸지만, 거머리처럼 달라붙는 노왕의 고수들로 인하여 몸을 빼기는커녕 오히려 금의위가 전멸할 상황이었다.
“으아아악!”
“아아악!”
금의위의 무사들이 묶여있는 동안 얼마 남지 않은 수비군들마저 돌파당하며 결국 길을 내주고야 말았다. 그 틈새로 노왕의 병력들이 드디어 성문을 돌파하였다.
‘안돼! 서문이 뚫리면 적들이 세자전하께 도달한다. 그렇게 되면 신혁공과 교위태감마저 위험에 처한다.’
형관오의 눈에 핏발이 섰다. 순간 누구도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성문을 돌파하며 거칠 것 없이 나아갈 거 같던 노왕군의 앞을 막아서는 가녀린 그림자.
“여기서부터는 지나가실 수 없어요. 돌아가세요.”
칠흑 같은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아수라장이 된 전장에 나타난 의문의 여인.
‘갑자기 어디서……?’
‘이런 전장에 웬 여인이?’
그녀의 등장으로 소란스럽던 전장이 일순간 멈춰졌다.
“여러분의 목숨을 소중히 여기시길 바랍니다. 부디 현명한 판단을 하십시오.”
아름다운 미모의 여성이 하는 말이었고, 이 살벌한 전쟁터에서 듣는 말이라 생각하기에는 너무나 현실감이 떨어졌다.
“본인은 노왕 전하의 명을 수행 중인바, 소저의 뜻대로 행동할 수가 없구려. 아쉽게도 그대의 부탁을 들어줄 수 없을 거 같소.”
전상필이 한껏 예의를 차리며 격식 있는 말로 자신의 뜻을 밝혔다.
‘모두 진입하라. 그리고 저 소저는 정중히 모셔오도록.’
전상필이 암암리에 전음을 보내어 자신의 욕망을 드러냈다.
“소저. 저와 잠시 이야기 좀 하시지요”
전상필의 전음을 받은 사파의 절정고수 은구철요(銀鉤鐵耀) 홍불기가 음흉한 표정으로 다가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푸욱!
“응……?”
풀썩.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심장에 박힌 비수를 내려다보던 홍불기의 장대한 몸이 그대로 쓰러졌다. 그리고 그의 죽음으로 인해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움직임을 멈췄다.
“다시 한번 말씀드려요. 여기서부터는 지나가실 수 없어요. 돌아가세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처음 등장했을 때 했던 말을 반복하는 그녀를 보며 전상필의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대, 대체 소저는 누구시오? 누구길래 홍불기를 이리 쉽게……?”
“저는 모산파의 주소천이에요.”
“주소천?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전상필이 그녀의 대답에 굉장히 인상 깊은 이름이라 생각하였고, 그가 기억을 뒤지고 있을 때 누군가의 경악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파, 파천비(破天匕)의 주인. 주룡(朱龍) 주소천?!”
“파천비……? 설마 그 저주받은 마병?”
파천비의 전설이 그들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얼마 전 서안에서 그 전설이 다시 나타났다는 이야기는 이미 사파의 무림인들에게는 유명한 이야기였다.
‘그 소문이 반의반이라도 사실이라면, 절대 이길 수 없다.’
전상필이 막 퇴각 명령을 내리려는 순간 그의 뒤에서 들리는 청천벽력 같은 노왕의 목소리.
“뭘 꾸물거리는 게냐! 전 병력 총공격하라! 망설이지 말란 말이다!”
“와아아아아아~”
“우와아아아아아~”
노왕의 명령에 전 병력이 우렁찬 고함과 함께 물밀 듯이 성문으로 밀려들었다.
“소저는 대체…….”
“금의위의 무사님들.”
“말씀하시오 소저.”
“저는 괴룡의 부탁으로 온 지원군입니다. 지금부터 여기서 최소 삼십 장 이상 물러서십시오. 혹시나 저를 통과하는 자가 있다면 그들만 제압해주시면 됩니다.”
가녀린 그녀의 외형을 볼 때, 정말 혼자서 십만의 병력을 막아낼 수 있을까 싶은 마음이 드는 형관오였지만, 이것이 신혁의 안배라면 그의 뜻에 따르는 것이 옳았다.
“알겠소이다. 모두 물러서라.”
금의위와 성문 수비군이 썰물 빠지듯이 뒤로 물러섰고, 어느새 노왕의 병사들은 주소천의 지척에 이르렀다.
모산비전 부적술(符籍術).
영력변환(靈力變換)의 술.
주소천의 희고 긴 손가락이 우아하게 움직였다. 어느새 품 안에서 부적 하나를 꺼내든 주소천이 살짝 주문을 읊조린 뒤 부적을 파천비에 붙였다.
화아아악!
파천비에 붙은 부적에서 순식간에 붉은색의 불꽃이 일어나며 파천비를 집어삼켰다.
“뭐, 뭐야?!”
“무슨……?”
주소천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던 무인들의 눈에 의문이 가득 찼다. 강기나 검기는 분명히 아니다. 주술에 의한 불꽃 같은데…….
부우우웅! 우우우웅!
불꽃이 가시자 파천비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주소천이 무려 열다섯 자나 되는 길이의 장팔사모를 손에 쥐고 휘두르고 있었다.
“이제부터 일어나는 일에, 소녀를 원망하지 마세요.”
인혼강림(人魂降臨)의 금주술(禁呪術).
현신(現神). 장비 익덕(張飛益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