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quering Murim with future technology RAW novel - Chapter 91
91화. 지원요청
“휴우~ 여기가 맞는 거 같은데.”
유시아가 무당파라 쓰여있는 고풍스러운 현판이 걸린 대문 앞에 섰다. 신혁이 번왕들의 반역 사실을 듣고 그에 대한 대책으로 유시아를 무당파로 파견한 것이다.
“무량수불. 소저께서는 무슨 일로 무당에 오셨습니까?”
도가의 성지로 추앙받는 무당파에는 매일같이 일반 백성부터 무림인들까지 그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그렇기에 무당의 수련제자들이 입구에서 기본적인 안내를 도와주고 있었다.
“만나고 싶은 분이 있어서 찾아왔어요.”
“점을 보러 오신 것입니까, 아니면 사주를?”
척 봐도 무림과는 별로 연관이 없어 보이는 젊은 여인이었기에 안내를 도와주던 도사가 유시아의 방문 목적을 어림짐작하여 물었다.
“아니에요. 저는 유신 도사님을 만나러 왔습니다.”
유신이라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수련제자.
“유신 도사님이요? 이상하네요. 제가 아는 도사님 중에는 그런 이름을 가진 도사님은 안 계신 데…….”
아직까지 도적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유신이었으니 수련제자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아마도 유신을 찾는듯하였으나, 유신이 자신과 같은 수련제자도 아니고 배분이 장문인과 같은데, 정체도 모르는 자를 함부로 유신에게 안내할 순 없었다.
“그래요? 분명 유신 도사님이 맞는데? 아, 그러면 도현도장님을 만나볼 수 있을까요?”
“예?! 도현도장님을요?”
“예, 맞아요.”
“실례지만, 도현도장님과 관계가 어떻게 되십니까?”
도현도장은 무당파가 자랑하는 절정고수로, 아무나 만나고 싶다고 만날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었다.
“괴룡 사신혁 님을 모시는 루시아가 만나 뵙고 싶다고 전해주시면 아실 거예요.”
“잠, 잠시만. 잠시만 접객당에서 기다려주십시오!”
괴룡이라는 별호는 중원에 혜성처럼 등장하여 들불처럼 퍼져나가는 신진고수의 별호였다. 청해색마와 흡혈마군이라는 두 마두의 목을 베고, 매산곡에서 발생한 주룡 주소천과의 접전 끝에 승리했다는 소문이 강호를 진동시키고 있던 것이다.
‘괴룡의 수하라니……?’
신혁과 유신의 비무는 알지 못하는 무당의 수련제자였으나, 괴룡이라는 별호는 무당산에만 박혀있는 그조차도 귀에 딱지가 지도록 접했었다.
“헉헉, 사숙. 도현 사숙!”
“어인 일로 대낮부터 급하게 빈도를 찾았느냐?”
무당의 중지에서 조용히 명상하던 도현도장이 헐레벌떡 달려오는 수련제자를 보며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사숙. 나와 보셔야 할 거 같습니다.”
수련제자가 도현도장에게 루시아가 방문하여 유신을 먼저 찾고 자신이 잘 모르겠다고 하자 도현도장을 찾았다는 것을 전해주었다.
“빈도가 직접 시주를 만나보겠다. 너는 태극봉에 있는 유신 사제에게 가서 이 사실을 전하고 접객당으로 데려오너라.”
“예, 사숙.”
수련제자가 태극봉으로 향하는 것을 본 도현도장의 신형이 나는 듯이 움직였다. 순식간에 무당의 산문 앞에 다다른 그의 눈에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하는 시주의 모습이 들어왔다.
‘허허, 누가 괴룡의 수하 아니랄까 봐 전혀 기가 읽히지 않는구나. 무공을 익히지 아니한 것인가 그게 아니라면…….’
궁금증과 호기심을 누른 도현도장이 경공을 멈추고 여유롭게 발걸음을 옮겼다.
“어머! 도현도장님!”
산문 앞에 서서 살포시 미소 지으며 도현도장을 부르는 루시아였다.
“무량수불, 무당의 도현입니다. 저를 찾으셨습니까?”
한참이나 어린 여자에게 정중히 포권하는 도현도장에게 유시아 또한 우아하게 포권하며 말했다.
“사신혁 님의 수하인 유시아에요.”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목소리다. 분명히 얼굴은 처음 보는데 대체 어디서 들어본 것인지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괴룡 시주의 수하라 하셨는데, 혹시 빈도와 만난 적이 있으십니까?”
“소녀가 깜빡했네요. 제 얼굴은 본 적이 없으실 거예요. 금미산에서 유신 도사님을 치료하려고 할 때 제가 말을 걸었었어요.”
[저는 사신혁 사령관님의 비서 루시아에요. 드릴 말씀이 있어요.] [지금은 내 사제의 치료가 급하오.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소. 치료를 마치고 듣겠소이다.] [바로 그 때문이에요 도장님. 사신혁 사령관님의 에너지 소드에, 그것도 에너지 패턴 블랙에 당한 상처는 사신혁 사령관님 외에는 치료할 수가 없어요.]루시아의 말에 그제야 금미산에서 들었던 전음이라는 것을 떠올렸다.
“무량수불. 은인을 뵙고도 빈도가 알지 못했소이다.”
도현도장이 다시 한번 유시아에게 정중하게 포권하였다.
“괜찮아요. 당시 워낙 경황이 없었으니까요.”
“빈도의 허물을 이해해 주시니 참으로 고맙소이다. 헌데, 청해에서 이 먼 곳까지 어인 일로 오셨소이까? 혹시 괴룡 시주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입니까?”
“아니요. 다행히 오라버니, 아니 주인님께서는 건강하세요.”
“허허, 괴룡 시주가 무탈하시다니 빈도의 마음이 놓입니다. 허면……?”
“오라버니께서 유신 도사님께 부탁하실 일이 있으신데, 지금은 자리를 비우실 수가 없는 입장이라 저를 대신 보내셨어요. 그래서 유신 도사님을 좀 만나고 싶은데……. 안될까요?”
“은공의 부탁을 들어드리지는 못할망정 만나지도 않을 이유가 있겠습니까. 빈도와 같이 안으로 드시지요. 안에서 유신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도현도장이 유시아와 함께 접객당으로 향했고, 유신을 만나볼 수 있었다.
“먼 길 오시느라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간단하게 인사를 나눈 루시아가 현재 신혁이 처한 상황을 자세하게 유신과 도현도장에게 설명했다.
“이러한 이유로 주인님께서 유신 도사님을 찾으셨어요.”
“무량수불…….”
유시아의 말에 도현도장이 도호를 외웠다.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습니까? 사제와 저는 괴룡을 도와드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습니다만, 황궁에 관련된 일이라면 제 독단으로 판단할 수 없을 거 같습니다. 일단 장문진인께 말씀을 드려야 될 듯합니다.”
“물론이죠. 기다리고 있을게요.”
장문인의 집무실이자 무당을 상징하는 건물인 상청각에 들어서는 유신과 도현도장을 청현도장이 반색하며 맞이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장문사형.”
“도현 사제와 유신 사제가 어쩐 일로 빈도를 찾았느냐?”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도현도장이 루시아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장문인에게 보고하였다.
“그래, 유신 사제의 생각은 무엇인가?”
“가능하다면 괴룡 시주에게 보은하고 싶습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하는 유신을 보며 장문인의 표정이 살짝 복잡해졌다. 차기 황권 쟁탈전에 무당이 연루되는 일이었기에 장문인은 신중에 또 신중을 기해야만했다.
주윤문이 승리한다면야 아무 문제가 없고 큰 상까지 받을 수도 있을지 모르겠으나 번왕들이 승리한다면 무당은 운이 좋으면 봉문(封門)이고 재수가 없으면 멸문(滅門)이었다.
“사형, 부족한 사제가 한 말씀만 드려도 되겠습니까?”
고심하는 장문인을 보며 유신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말해보게 사제.”
“관과 무림은 별개이고, 서로 관여하지 않는 것이 강호의 불문율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강호인이기 이전에 태상노군의 가르침을 따르는 도인입니다. 괴룡 시주는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아니하고 저와 도현 사형에게 큰 은혜를 베풀었습니다. 더 나아가 파천비로 인하여 다가올 강호의 큰 혼란을 홀로 막아냈습니다.”
유신의 말이 계속될수록 장문인과 도현도장이 숙연해졌다.
“사신혁 시주가 개인의 영달을 위해 세자전하의 편에 선 것이 아닐 거라 빈도는 확신합니다. 헌데, 그런 의인(義人)의 위기와 도움을 외면한다면 어찌 도문의 제자라 칭할 수 있겠습니까?”
유신의 질문에 장문인이 빙그레 미소 지으며 말했다.
“유신 사제의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다. 빈도가 이렇게 훌륭하게 성장한 사제를 보니 기쁨을 감출 수가 없구나. 사제의 뜻대로 하시게.”
“감사합니다 사형.”
“사형, 허면 제가 유신과 동행하겠습니다.”
“아닙니다 사형. 제가 산문을 나선다면 저의 두 번째 세속행이 될 것입니다. 첫 번째 세속행 때, 사형의 가르침을 받았으니, 그 가르침을 바탕으로 이번에는 우제가 홀로 세상을 돌아보고자 합니다.”
* * *
서안의 모산파. 도가의 양 갈래 중 심신의 단련과 경전을 위주로 수련을 하는 무당파와 달리 도가의 주술과 정신수양에 중점을 두는 무림의 방파이자 도문이었다. 얼마 전 사혼교와 파천비의 사건으로 당분간 문을 닫은 모산파의 산문에 잘 벼려진 기도를 풍기는 사내가 나타났다.
“주군의 뜻대로 되어야 할 터인데…….”
산문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문은 굳게 닫혀있었고, 첩첩산중에 높은 벽과 두꺼운 자단나무로 된 모산의 웅장한 대문만이 굳건하게 자리를 지켰다.
휘익~!
축객령이 적혀진 깃발과 대문 앞에 적힌 방문을 본 사내가 망설임 없이 모산의 담장을 넘었다. 그 순간 사내의 기감에 다수의 기세가 감지되었다.
‘과연, 모산은 모산인가? 구파일방에 버금가는 도문이라 불릴 만하구나.’
사내의 눈빛에 감탄이 어렸다.
“본인은 추혼살왕(追魂殺王) 윤신제라고 하오. 주군의 명을 받들어 모산파의 장문진인과 주룡을 뵙고자 하외다.”
사내는 신혁의 명을 받고 모산파에 도착한 신윤제였다. 그의 내공을 담은 목소리가 산문에 울려 퍼졌고, 곧이어 십여 명의 도사들이 나타났다.
‘호오. 절정고수?’
무리의 중심에 서 있는 도사는 특이하게 짤막한 제사용 검을 차고 있었고, 허리에는 부적들이 주렁주렁 달려있었다.
“모산의 선순이라 하오. 무슨 용무로 모산을 방문하셨는지는 모르겠으나, 본문은 현재 외인의 출입을 금하고 있소.”
매산곡의 입구를 지키고 있던 모산의 적전제자 선순도인이 앞으로 나서며 정중하게 신윤제에게 말했다. 비록 산문의 담장을 넘는 무례를 범한 자였으나, 따로 죄를 묻지 않을 테니 좋은 말로 할 때 돌아가라는 말이었다.
“장문인을 만나고 싶소.”
“불가하외다.”
“좋소. 그렇다면 주군의 말씀을 장문인께 전해주실 순 있겠소?”
주군의 말씀이라는 단어에 선순이 눈썹이 올라갔다.
“듣고 싶지 않소이다. 당장 떠나시오.”
파천비 사건 이후에 중립 문파였던 모산파에 유독 이런 자들이 자주 출몰했다. 사혼교와 원한을 지었으니 보호의 명목으로 함께하자며 접근하는 정파나 오대세가는 양반이었다.
‘무례한 자들 같으니라고. 천년의 세월을 이어온 본문을 어찌 이리 가볍게 여길 수 있다는 말인가.’
사파는 정파에 비해 더욱더 무례했다. 본문의 휘하로 들어오지 않으면 사혼교를 도와 너희를 칠 것이라고 대놓고 협박을 하는 문파도 있을 정도였다.
“부탁드리오. 주군의 말씀만 전하고 물러가리다. 본인의 명예를 걸고 약속하겠소.”
“불가하오. 더는 무례를 용서치 않겠소. 이만 물러가시오.”
“그럴 수는 없소.”
모산파를 상대로 전면전을 벌일 순 없는 윤제였으나, 이곳에 있는 열 명 정도는 충분히 제압할 수 있었다. 하지만 부탁을 하러 온 마당에 모산파에서 난동을 부릴 수는 없었고, 단지 그들이 먼저 손을 쓰면 적당히 상대해줄 생각이었다.
‘예상은 했지만, 쉽지 않구나.’
“시주, 경고는 끝났소이다.”
수차례 경고했음에도, 미동도 하지 않는 윤제를 향해 선순도인이 허리춤의 검과 부적을 꺼내 양손에 쥐었다.
채앵!
선순도인의 움직임에 맞추어 곁에 있던 십여 명의 도인들이 검을 뽑고 윤제를 포위했다.
“어쩔 수 없구려.”
“잠시 검을 거두어주세요.”
윤제가 검을 뽑으려는 순간, 장내에 도가의 맑고 푸르른 기운과 사도의 사이하고 요사스러운 기운을 동시에 풍기는 미모의 소녀가 그들의 사이에 나타났다.
“주룡?!”
윤제의 본능이 그녀가 주소천임을 확신했다.
“괴룡 사신혁님의 영기가 미세하게 느껴지는군요. 그분의 부탁으로 오신 게 맞습니까?”
“그렇소.”
윤제의 말에 모산의 문인들의 동공이 떨렸다. 매산곡에서 신혁의 신위를 여과 없이 목격한 그들이었기에 당연한 반응이었다.
“소녀를 찾아오신 겁니까?”
“그렇소.”
“무슨 일인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오.”
이 자리에 모두에게 굳이 알릴 필요는 없는 내용인지라, 윤제가 전음을 통해서 그녀에게 신혁의 부탁을 전했다.
“과연, 그리된 것이군요. 알겠습니다.”
“허면……?”
“도와드리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습니까?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겠소. 여기서 기다리겠소.”
윤제에게 양해를 구한 주소천의 몸이 나타날 때와 마찬가지로 그림자가 지워지듯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소천이냐?”
“예, 사숙 어르신.”
모산의 장문인 태을진인. 주소천의 사부인 소을도장의 사형이자 그녀의 사숙이었다.
“천리지청술(千里知聽術)로 들으셨을 줄 압니다.”
그녀의 말에 태을진인이 빙그레 미소 지었다.
“괴룡 시주께 큰 은혜를 입었는데 무엇을 망설이고 무엇을 고민하겠느냐. 은혜를 갚을 좋은 기회이지 않겠느냐. 네 뜻대로 하거라.”
확실히 무림방파의 색채보다 도가의 색채가 강한 모산파의 문주다운 발언이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주소천의 입가에도 잔잔한 미소가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