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quering Murim with future technology RAW novel - Chapter 93
93화. 사신혁 VS 단운천
“영왕 전하!”
문관복장의 책사가 연왕에게 다가와 공손하게 허리를 숙였다.
“무슨 일이냐?”
바야흐로 이번 전투의 승패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사신혁과 단운천의 사투가 본격적으로 전개되던 중이었기에 손에 땀을 쥐며 주시하던 영왕이 짜증스럽게 물었다.
“급보입니다.”
“급보?”
“동문과 서문에서 이변이 발생했습니다.”
영왕의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여기서 사신혁에게 발목이 잡혀있을 동안 설마 연왕이 벌써 동문을 함락시키고 주윤문을 사로잡은 것일까?
“어서 말해보아라.”
“동문을 공격하던 연왕 전하께서 돌연 병력을 거두고 후퇴하셨습니다. 그리고 북경으로 돌아간다고 선언하셨다고 하옵니다.”
“후퇴? 북경으로? 그게 대체 무슨 소리냐!”
영왕은 지금 문관이 하는 말을 본인이 제대로 들은 게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예, 철수하는 연왕 전하께서 이르시길, 황위에 더이상 미련이 없다 전하라 하셨습니다.”
“……”
영왕의 말문이 막혔다.
“동문에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냐? 난적인 사신혁을 본왕이 상대하고 있었다. 오히려 예상을 훨씬 초월하는 사신혁으로 말미암아 본왕의 군세가 묶여있을 동안 연왕이라면 충분히 동문을 함락시켰어야 했거늘!”
“신(臣)이 척후병에게 보고 받기로는…….”
문관이 동문에서 일어난 일을 간략하게 영왕에게 보고하였다.
“사신혁의 부탁으로 나타난 무룡(武龍) 유신이라는 자가 동문을 지켰다?”
“그렇습니다.”
“빌어먹을…….”
영왕이 머리가 아픈지 관자놀이를 꾸욱 눌렀다. 연왕 주체가 황제가 되는 것도 견제해야 하는 일이지만, 그가 이토록 쉽게 황위를 포기한다는 것이 무언가 찜찜했다.
‘가만, 그러고 보니 서문은?’
“서문은 어찌 되었느냐? 동문과 서문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하지 않았느냐.”
“노왕 전하께서는 큰 부상을 입고 적에게 투항하셨으며, 그 외의 번왕 전하들께서도 모두 포박당하여 사로 잡히셨고, 그로 인하여 서문을 공격하던 번왕 전하들의 군세가 완벽하게 와해되었습니다.”
“뭐?! 설마 몇 되지도 않는 금의위의 무사들이 그런 일을 해냈단 말인가?”
“그것이 아니옵고, 보고에 따르면…….”
문관이 이번에도 역시 서문의 상황을 영왕에게 보고하였다.
“그러니까 이번에는 주룡이라는 여자아이 하나를 감당하지 못해서 그리되었다고……?”
문관의 보고에 영왕이 한동안 말을 잃었다.
“기가 막히는군……”
너무나도 어이가 없기도 하고 황당함이 커서 화도 나지 않는 영왕이었다.
“물러가도록 하라.”
“예, 전하.”
영왕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지금이라도 병력을 추슬러 돌아가야 하는가. 그게 아니면 황위와 내 목숨을 걸고 도박을 해야 하는가.’
생각은 깊었지만, 결론은 정해져 있었다. 영왕은 사자의 피를 타고난 자였다. 굶어 죽을지언정 풀을 뜯고는 살 수 없는 맹수. 영왕은 그런 자였다.
‘광마 단운천의 무(武)에 모든 것을 건다. 그가 사신혁을 제압한다면 황위는 내 것이다!’
* * *
[경고, 적성 개체의 PEF가 3,000,000을 돌파하였습니다.]오페라의 경고와 함께 A4 위성이 불을 뿜었다. 탄환을 위주로 한 견제의 목적의 사격이었다.
강마역천마공(降魔易天魔功).
천강멸혼조(天剛滅魂爪).
파파파팡!
광마 단운천의 공격이 변했다. 동작이 크고 파괴력이 강한 각법 위주의 무공에서 정교한 조법으로 바뀌었다.
광마 단운천의 손이 허공에 그림자를 남길 정도로 빠르게 움직였다. 수십 개의 수영(手影)이 생기며 지풍이 발사되었다. 신혁의 전면을 수십 개의 지풍이 수놓았다.
‘오페라, 고속이동.’
[Copy that.]콰앙! 콰앙!
무지막지한 파괴력이 담긴 빛줄기에 직격당한 신혁이었고, 흙먼지가 피어오르며 신혁의 신형을 가렸다.
S4 위성 출력 전개.
대(對) 고속기동전(高速機動戰)
공지양용(空地兩用) 전술기동장비(戰術機動裝備).
흑익(黑翼).
파아아앗!
검은빛과 함께 흙먼지가 거치며 등에 검은색의 날개를 단 듯한 모습의 신혁이 모습을 드러냈다.
‘뭐야? 공력으로 날개를 만들어냈어? 무형검의 일종인가? 그렇지 않으면 사술인가?’
단운천이 혼란에 빠졌다. 그 순간 신혁이 의천검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백제격검술.’
[Loading. 95%……. 97%…….]의천검을 들어 올린 신혁이 슬쩍 손목에서 검을 한 바퀴 회전시켰다.
[Loading complete.]오페라의 보고와 함께 신혁이 자신 있는 얼굴로 단운천을 향해 말했다.
“갑니다.”
“오너라.”
백제격검술(百濟擊劍術).
Sword Pattern Red.
적월(赤月).
신혁의 신형이 마치 주작이 하늘을 가르듯 단운천에게 쇄도하였고, 단운천은 부신수영(浮身水影)을 극성으로 펼치며 보법을 밟았다. 그리고 신혁의 속도에 전혀 뒤지지 않게 휘둘러지는 분뢰수(奮雷水). 과연 초절정고수의 성명절기다운 속도와 파괴력이었다.
투웅! 투우웅! 서걱!
단운천의 분뢰수의 강기와 신혁의 적월(赤月)의 사이오닉 에너지가 강렬하게 충돌하였고, 세 번째 충돌에 분뢰수의 강기가 베이며 단운천의 손날에 살짝 피가 맺혔다.
“분뢰수의 수강을 베었어?”
“제 입장에서는 패턴 레드의 사이오닉 에너지의 파동을 두 번이나 버틴 게 더 놀랍습니다만.”
단운천과 신혁이 둘 다 어이가 없었는지 황당한 표정으로 서로를 주시했다.
“하앗!”
먼저 움직인 것은 단운천이었다.
번쩍! 번쩍!
단운천의 양손이 번개와도 같은 속도로 움직였다. 신혁의 의천검을 교묘하게 피하며 그의 손이 빠르게 신혁의 급소만을 노렸다. 그러나 단운천의 분뢰수가 의천검을 피해 신혁의 심장에 닿을 때쯤엔, 어느샌가 신혁의 검이 그의 머리를 노렸다.
휘이이익! 파앗! 촤아아악!
공기를 가르는 소리만이 그가 움직인 궤적을 알려주는 듯 신혁의 화려한 공격이 시작되었다. 오페라의 통제 아래 S4 위성이 무지막지한 위력의 파괴광선을 쏘아댔고, 신혁의 검이 공간 자체를 가르는듯한 위용으로 단운천을 노렸다.
퍼어엉!
이리저리 신혁의 공세를 피하며 접근하던 단운천이 더는 안 되겠다 싶었는지 공력을 모아 크게 권강을 방출하며 신혁과의 거리를 벌렸다.
‘괴룡의 검의 속도와 분뢰수의 속도는 호각이다. 그러나 신법의 속도에서 차이가 난다. 부신수영(浮身水影)으로도 쫓아가기 벅찰 정도의 속도라니…….’
신혁의 CEC에 단운천의 스테이터스가 복잡하게 떠올랐다.
[현재 적 PEF 4,420,000……. 4,445,000……. 지속적으로 상승합니다. 곧 최고조에 이를 듯합니다.]‘단운천. 일반적인 절정고수들과는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빠르고 강해.’
[지속적으로 대상을 관찰하여 분석한 결과 ‘무공’이라 명명된 전투기술을 사용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다만 전투기술의 완성도가 매우 높습니다. 코드네임 : 유신과 전투 스타일이 다를 뿐, 그의 상위호환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그런가?’
[절정고수와 초절정고수라는 카테고리의 차이를 결정짓는 무엇인가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 적이 전력을 다하진 않았습니다만, 곧 숨겨둔 수를 드러낼 거 같습니다.]잠시의 소강상태가 끝나고 단운천이 움직였다. 이제는 방법을 바꿔 허초까지 섞어가며 더욱 정교하고 현란하게 초식을 전개했다.
[Miss. Miss. Miss.]신혁의 CEC에 실시간으로 표시되는 메시지는 오페라가 단운천의 분뢰수가 허공을 수놓은 수많은 수영들 중 허초들을 요격하며 발생한 것이었다.
‘뭐지? 이렇게 쉽게 허초에 반응하다니?’
단운천이 신혁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더욱더 복잡하고 난해한 초식을 펼쳤다.
[Miss. Miss.]계속해서 단운천의 허초에 흔들리는 듯한 신혁이었다. 허무하게 의천검이 허공을 가르기도 했고, S4 위성의 막강한 파괴광선이 하릴없이 지면을 강타했다.
‘이놈, 설마 중원의 무학을 전혀 모르는 것인가?’
단운천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무식하게 힘으로 찍어누르려다 상대가 만만치 않은 것을 인지하고 방법을 바꿨을 뿐인데, 의외로 효과가 좋았다.
“끝이다.”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현란하게 몰아치는 허초 위주의 공격이 범위를 좁혀가며 조금씩 신혁이 회피할 수 있는 공간을 잠식해 들어갔다.
[Check. Check. Check.]어느 순간 신혁의 CEC에 출력되던 Miss 메시지가 Check로 바뀌어 출력되기 시작했다.
[적의 공격패턴에 대한 분석이 완료되었습니다. 새로운 패턴이 나온다 하여도 기존의 패턴을 토대로 충분히 대응할 수 있습니다.]광마파천마공(光魔破天魔功).
분뢰환영수(奮雷幻影手).
‘좋아.’
신혁의 눈이 빛났다. 허공에 그려지는 푸른빛을 머금은 의천검의 화려한 궤적.
Sword Pattern Blue.
청월(靑月).
두두두두!
신혁의 소드 패턴 블루가 그려낸 십자형의 방패를 단운천의 분뢰영환수(奮雷影幻手)가 강타하였고, 놀랍게도 그의 초식이 그대로 반사되며 단운천에게 쏟아졌다.
“이화접목(移花接木)?”
단운천의 동공이 두 배 이상 확대되었다. 그러나 놀라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빌어먹을.”
분뢰환영수(奮雷幻影手).
다시 한번 분뢰환영수(奮雷幻影手)가 펼쳐졌고, 자신의 초식을 스스로 상쇄시킨 단운천이 황당함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신혁에게 물었다.
“무슨 수법이냐? 이화접목으로 설명할 수준이 아니다. 이건 대체…….”
“이런 경우가 자주 있어서 저도 슬슬 지겹긴 합니다만.”
신혁이 앞머리를 쓸어 올리며 씨익 미소지었다.
“과학기술입니다. 조금 더 자세히 말씀드리자면 전투 공학이라는 분야의 기술이죠.”
“재미있는 무공이구나.”
“기술입니다.”
“그래 좋다. 하나만 더 물어봐도 되겠나?”
“그러시죠.”
“방금까지만 해도 본좌의 허초에 대응하지 못했던 녀석이 갑자기 어떻게 반응할 수 있었지? 본좌의 방심을 유도하기 위한 허허실실이었나?”
“이곳 말로 설명하자니 적당한 말을 찾기가 참 어렵군요.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저는 상대의 기술을 분석하여 대응할 수 있습니다.”
신혁의 말에 단운천이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허허, 한 번 본 무공의 파훼법을 순식간에 만들어 낼 수 있단 말인가?”
“대충 그런 뜻입니다.”
“그래, 이야기가 너무 길었구나. 슬슬 끝을 보는 게 어떠냐?”
“좋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신혁과 단운천의 주변 공기가 요동쳤다.
‘빅토리노.’
신혁의 부름에 빅토리노의 모습이 CEC에 나타났다.
[예, 사령관님.]‘내 아스트랄 에너지 개방 코드를 전송하라.’
[아직 사령관님의 신체 정밀검사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사령관님의 신체에도 데미지가 누적될 수 있으므로…….]‘직접 부딪혀 보고 싶다. 이 세계의 최고레벨의 무사와 말이다.’
신혁의 말에 빅토리노가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권장되는 사항은 아닙니다만, 사령관님의 명령에 따르겠습니다. 코드전송. 오페라, 사령관님의 아스트랄 에너지 봉인을 해제하라.] [Copy that.]극한까지 공력을 끌어올린 단운천과 본신의 아스트랄 에너지를 개방한 사신혁이 서로 자신만만한 얼굴로 상대를 마주했다.
“놀랍구나. 기의 종류가 마치 대자연의 기를 방출하고 있는 듯하구나. 말로만 듣던 공령(空靈)의 경지에 도달하였느냐?”
“공령이라는 말도 많이 듣긴 했지만,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좋다. 부딪혀 보면 알겠지.”
광마파천마공(光魔破天魔功).
천붕마광(天崩魔光).
단운천의 소맷자락이 펄럭일 정도로 엄청난 공력이 그의 손에 집중되기 시작했다.
아스트랄 에너지 집속.
아스트랄 헬라이팅(hell lighting).
신혁의 아스트랄 에너지를 이용해 발현되는 헬라이팅. 지금까지 보여준 헬라이팅과는 그 색과 기세의 궤가 달랐다. 청광(靑光)을 내며 백열하는 헬라이팅이 신혁의 검지 끝에서 생성되었다.
[경고, 적성 개체의 PEF가 집중되며 6,000,000을 초과하였습니다.]“죽어라!”
공기가 부풀어 오르는 것 같은 소음과 함께 단운천의 손에서 광마파천마공의 절기, 천붕마광의 막강한 장력이 방출되었다.
“쉽지 않을 겁니다.”
까닥.
단운천과 상반되게 신혁의 손끝에 있던 헬라이팅이 천천히 단운천을 향해 나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