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venience Store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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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끝이라는 시작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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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그곳은 고객의 편의를 위하여 24시간 문을 여는 잡화점으로 주로 잡화나 식료품 등을 취급하는 곳이다.
문을 닫는 일이 없기에 그곳에는 야간 근무자가 있었지만 주택가에 위치한 편의점에는 손님은커녕 파리조차 날아다니지 않는 한산한 곳이었다.
한가롭기만 한 매장. 그러나 그곳의 점원은 무언가 문제가 생긴 듯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그러니까 여기서 X는… X는.”
샤프를 쥔 손은 쉼 없이 관자놀이 눌러대고 좁힌 눈살은 펼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무언가 고민하듯 손가락으로 계산대를 계속 두들기지만 한참이 지나도록 답을 내지 못한 그는 괴성과 함께 보고 있던 것을 뒤집어엎었다.
그곳에는 중학 수학이라 적혀 있다.
“젠장, 이런 거 몰라도 살 수 있잖아.”
한숨을 내쉬며 담배 진열대에 등을 기대는 점원의 명찰에는 장근호라는 이름이 적혀있다.
중학 공부를 할 나이는 아닌 그가 왜 이제 와서 인수분해를 하고 있느냐.
“여, 여보세요?”
그것은 걸려온 한 통에 전화에 의해 알 수 있다.
[공부 잘 하고 있어?] “어, 어. 장난 아냐. 완전 잘 하고 있어.”자연스럽게 내뱉는 거짓말에 수화기 너머의 상대는 이를 간파했는지 잠깐 동안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다.
[제대로 좀 해. 이번 주 안으로 그거 못 끝내면 아빠가 너 안 본다고 했어.] “잠깐잠깐잠깐! 그건 너무 한 거 아냐?”그러게 잘 좀 하라는 말을 시작으로 잔소리가 들려온다. 스마트폰을 멀찍이 떨어뜨린 근호는 미영이라 적인 화면을 노려보았다.
“알았어, 열심히 할게.”
[당연히 그래야지.]
내쉬는 한숨이 들리지 않도록 수화기를 손으로 막는다.
[그럼 나중에 야식 들고 갈 테니까.] “피곤한데 안 와도 돼.”[검사하러 가는 거야.] “…그러니까 안 와도 된다는 거야.”
중얼거리듯 투덜대는 말에 날카로운 화살이 쏟아져 나온다. 다급히 전화를 끊은 근호는 덮어둔 중학 수학을 결국 다시 펼쳐야 했다.
“나 참, 이게 뭐 하는 짓인지.”
이쪽에서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는다. 그것을 위한 공부였지만 사실 검정고시만을 위해서였다면 이렇게까지 미영에게 쩔쩔 맬 필요는 없었다.
문제를 풀어낸 근호가 계산대 밑으로 손을 뻗어 두꺼운 책을 꺼내들었다. 그것은 바로 최신 개정판의 법전이었다.
모든 일을 끝냈을 때 근호는 결심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를 말이다.
이 세상에는 마법이 있다. 그리고 이에 관한 법률 또한 재정되었다.
그렇기에 근호는 미영의 아버지에게 부탁하여 공부를 시작했다. 하지만 학력 없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기에 그는 검정고시는 물론 대학까지 가지 않으면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겠다고 했다.
“기초부터 시작하려니까 갑갑하네.”
미영의 아버지는 말 했다.
‘공부는 가르쳐주겠다. 하지만 기초가 없는 놈에게 우리 딸을 맡길 수는 없다.’
기초와 딸이 무슨 연관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조건이 붙은 것이다.
각오는 했지만 힘든 것은 어쩔 수 없다. 문자와 숫자를 노려보던 근호는 끙끙거리는 신음을 한참이나 내뱉고는 겨우 정해진 분량을 끝을 낼 수 있었다.
“조금만 쉬다 할까?”
비록 한 과목이지만 말이다.
시계는 자정이 다 되어간다. 라디오를 켠 근호는 하품을 하며 방송을 듣는 둥 마는 둥 빈둥거렸다.
그렇게 잠깐의 여유를 즐기다보니 매장의 유리문이 열린다. 순간 손님을 향해 근호는 인사를 건네려 했지만 그는 다시 자리에 앉은 채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너 말이야, 나도 손님이라는 거 잊지 마.”
“이런 게 지인 우대라는 거 아니겠어, 누님.”
“우대를 할 거면 좀 더 대우를 해줘야지!”
“에이, 우리 사이에 왜 그래.”
우리 사이가 어떤 사이냐고 묻고 싶은 은하였지만 그녀는 돌아올 대답에 손해를 보는 것 자신이란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결국 등을 올린 채 매대로 향했다.
“또 이상한 곳에 취직한 거 아냐? 퇴근 시간이 변하질 않냐.”
“이상한 곳은 아니야.”
매일 다른 것을 보지만 무심코 같은 것을 고르게 된다. 여전히 같은 물건을 계산대에 올려둔 은하는 카드를 내밀었다.
“퇴근이 열두신데 이상한 곳이 아니란 거 보면 누님도 참.”
“내가 만족하면 그걸로 된 거잖아. 전에 다니던 곳이랑은 다르다고.”
아직 계산을 하는 도중이지만 작은 손은 물건을 이미 개봉중이다.
“그리고 여긴 교통비랑 야근비 꼬박꼬박 챙겨주거든.”
“뭐, 그럼 다행이고.”
계산을 마친 근호는 카드를 도로 건네며 은하의 얼굴을 살폈는데 예전과는 달리 피곤에 절어 있는 모습은 아니었다.
“넌 어때?”
“뭐가?”
“공부 말이야.”
“차라리 검이나 휘둘렀으면 좋을 정도야.”
안 하던 짓을 하려니 머리가 지끈거린다. 질색이라며 혀를 내두르는 근호의 표정에 은하는 웃음을 터뜨렸다.
“머리가 굳는 다는 말이 거짓말은 아닌가봐.”
“열심히 해. 아직 제대로 된 공부는 시작도 안 했잖아.”
이제 기초를 닦고 있을 뿐이다. 검을 휘두르는 일에도 기초가 중요한 만큼 어떤 분야에 있어서도 소홀히 할 수 없다는 것을 근호는 잘 알고 있었다.
“공부 말고는 좀 어때?”
“뭐가?”
아닌 척 묻는 은하의 모습이 조심스럽다.
“그 이후로 좀 어떠냐고.”
하지만 그녀의 질문에 근호는 아무렇지도 않게 눈을 감았고, 이것 또한 골머리가 아프다는 듯 눈살을 좁혔다.
“…지호가 전화를 안 받아.”
“동생한테는 충격이 컸겠지 아무래도.”
모두에게 진실은 전해졌다. 그렇기에 지호는 근호의 과거도, 그가 성태를 죽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건 뭐, 차근차근 풀어나가야지.”
“그러네.”
하지만 낙담하지 않는다. 괜찮을 거라며 말하는 근호를 향해 은하는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넌 어때?”
“나? 난 뭐….”
여전히 심드렁한 표정이지만 입꼬리는 위를 향한다.
“옥살이 한 두 번 해보는 것도 아니고 아무렇지도 않아.”
사람이 살면서 억울한 일 정도는 당하기 마련이다. 근호의 경우 그 정도가 심한 편이었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은 모습을 보였다.
“전과가 남은 것도 아니고 오히려 유명인이 됐으니까 기뻐해야지.”
“유명인이라니. 너도 참.”
애당초 보상을 바라고 한 일도 아니었다. 그렇기에 근호는 웃어보였고 그런 그의 모습에 은하 또한 안도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누님이야 말로 괜찮아?”
“나? 내가 안 괜찮을 게 뭐 있어?”
턴이 넘어오는 질문에 은하는 어깨만 으쓱거린다. 새롭게 들어간 직장은 일도 사람도 나쁘지 않았기에 그녀는 의아에 했지만 근호는 눈을 가늘게 떴다.
“잘 봤다고, 오늘의 게스트 미리내.”
“야, 웁! 그건!”
마법이라는 것이 세간에 유명해진만큼 TV 방송에 출연하는 일 또한 생겼다. 그리고 근호는 우연히 보고 만 것이다.
“거짓말쟁이.”
“내가 뭘?!”
“사람들은 미리내가 고등학생인줄 안다고.”
“…내, 내가 속인 거 아니다.”
연기자로 전향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방송에 나온 미리내는 꿈과 희망에 가득 차 있었다.
“진실은 때론 가혹한 법이지.”
씁쓸함으로 가득 찬 눈빛이 허공을 때렸고 결국 그 입이 매를 불렀다.
“먼저 갈게, 수고해.”
욱신거리는 정수리를 매만지고 있자니 은하가 등을 돌린다.
“벌써 가려고? 좀 놀아주고 가.”
“내일도 출근해야 돼. 거기다.”
굳이 자신이 이곳에 있을 필요는 없다. 그런 뜻으로 은하는 유리문 너머를 가리켰다.
그곳에는 조그만 가방을 든 미영이 있었고 그녀는 유리문에 찰싹 붙은 채 내부를 노려보고 있었다.
“왜 여기 있어?”
“이제 갈 거야! 노려보지 좀 마!”
흐느적거리는 움직임으로 다가와 엄청난 압박감을 선사한다. 은하는 질렸다는 듯 미영을 피해 매장을 빠져나갔다.
하지만 분위기는 전혀 나아지지 않는다. 마치 어두운 기운이 솟아나는 듯한 미영의 뒷모습에 근호는 딴 짓을 시작했다.
“배고프지?”
“응? 아니? 응.”
계산대 위로 올린 가방 속에는 도시락이 들어 있었고, 그 속에는 보기 좋게 말리고 썰린 김밥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왠지 소풍이라도 가야 할 것 같은데.”
“그럼 이번 주말에 갈까?”
“아니, 말이 그렇다는 거지.”
“안 가겠다는 거야?”
가겠습니다. 초점을 잃는 눈동자를 본 근호는 무심코 존댓말을 했고, 그의 수락에 미영은 미소를 지었다.
시간이 열두시가 넘어가다보니 사실 출출하기도 했기에 근호는 순식간에 도시락을 비웠고, 물을 마시려던 그는 어깨에서 느껴지던 무게감에 몸을 굳혔다.
“뭐, 뭐하십니까?”
“이 정도는 서비스 하라고.”
어깨와 맞닿은 머리카락에서 은은한 향기가 풍겨 나온다. 근호는 예전보다 대담하진 미영의 행동에 꼼짝도 하지 못 했다.
“저기, CCTV, 점장님 보는데.”
“보면 좀 어때.”
분명 무슨 말을 하더라도 통하지 않을 것이다. 이럴 땐 화제를 바꾸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내일은 출근 해?”
“응, 일단은.”
내일도 출근이라며 돌아간 은하와는 달리 전혀 그럴 기색이 없다. 하지만 그럴 수도 있는 것이 사정이 있기 때문이었다.
“지부는 좀 어때?”
“조만간 해체되지 않을까 싶어.”
몰랐다는 것으로 모든 책임을 피할 수는 없었다. 지부를 관리하는 지부장의 범죄행위에 그들 또한 비난의 화살을 피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 이후로 마물의 습격은 없었기에 사실상 지부의 기능은 마법과 마법사를 관리하는 정도 밖에 되지 않았는데, 이를 굳이 기업에 맡길 필요가 없다는 것이 여론이었다.
“애초에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으니까.”
“그렇지. 들리는 얘기론 정부가 협회랑 상의 중이라 했어.”
협회는 믿을 수 있느냐. 확신할 수는 없지만 마법에 관련하여 가장 오래된 조직인 만큼 그들이 가진 노하우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쪽도 변하지 않겠냐?”
“변하다니?”
더 이상 마법은 소수의 사람만이 알고 있는 것이 아니게 되어 버렸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그들이 자신의 권리와 핍박을 피하고 싶다면 이대로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영감이라면 알아줄 거야.”
“기정이라는 사람도 있으니까. 그때 얘기도 나눴다며.”
숨기려고 한다면 언젠가는 드러나는 법이다. 그들도 이제는 모든 것을 내어 놓고는 새로운 시작을 해야 한다.
“넌 어쩔 거냐?”
그렇게 사회는 변화한다. 지부가 해체된다면 미영도 자리를 잃게 되기에 근호는 물었지만 그녀는 아직까지 별다른 생각이 없어보였다.
“하긴, 너 예전에도 관두고 여행 다니려고 했었지.”
“다시 집으로 돌아갔으니까 당장 먹고 사는데 불편한 건 없어.”
굳이 다른 것이 아니더라도 가진 능력만으로 이미 통장에는 높은 숫자가 찍혀있다.
“이렇게 된 거 얼른 결혼해버릴까?”
“얘기가 왜 그렇게 되냐?”
“싫어?”
“…싫은 건 아니지만.”
서두를 필요는 없지 않은가 하는 것이 근호의 대답이지만 미영은 볼을 잔뜩 부풀린 채 쀼루퉁한 표정을 짓는다.
“아니, 생각 좀 해 봐. 지금 그 얘기 하면 나 너희 아버지한테 죽을 지도 모른다고.”
“아빠는 상관없잖아.”
벌떡 일어나 양쪽 어깨를 붙잡는다. 그것만으로도 모자라 한쪽 무릎을 가랑이 사이로 들이미는 그 모습은 마치 포식자의 모습과도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