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1)
요리하는 소드마스터-1화(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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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장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
병실에 누워있는 케인첼의 귀로 비아냥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저기 입원해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
“명패에는 ‘케인첼’이라고 적혀 있는데요.”
“잠깐. 목소리 좀 낮춰. 잘못하다가 깨겠어. 아까까지만 해도 기절해 있었긴 한데. 그다지 심한 부상도 아니니까.”
“그것보다 케인첼이 도대체 누구기에 선배가 이러는 거예요?”
“의무실의 왕.”
“왕이요?”
“단골손님이잖아. 게다가 이번엔 근처에 출몰한 고블린들을 잡으려고 출동했다가 저렇게 되었다더라.”
“푸, 푸훕! 고블린 한테 당했다고요? 신입생인가 보네요.”
“벌써 3년차야.”
“그런데 고블린한테 부상을요? 세상에······.”
“괜히 ‘스타니스 기사양성소’ 사상 최고의 열등생이라고 불리겠어. 빌리 교관이 하는 말을 들었는데. 차라리 일곱 살짜리 꼬마에게 검을 들려주는 것이 더 셀 것 같다고 하더라. 진지하게 말해서 너랑 싸워도 질 걸.”
“에이, 아무리 그래도 수련기사인데 그 정도일라고요.”
“아니야. 충분히 가능성 있어. 저번에는 목검을 휘두르다가······.”
‘젠장, 더는 못 들어주겠다.’
케인첼은 덮고 있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끌어 올렸다.
몸에 입은 부상보다 현실을 알려주는 주위의 시선이 더욱 아프게 느껴졌다.
간호장교들이 말한 대로였다.
케인첼 반 지스타드.
그는 한 때 명망 있었던 변방의 귀족 가문 출신이었다.
하지만 어떤 사건 이후 계속 가계가 기울더니, 지금은 완전히 몰락해 남아 있는 재산이라곤 몸뚱이 뿐이었다.
그래서 기사가 되고자 했다.
그럴 수만 있다면 남작에 준하는 대우를 받을 수 있으며.
더 높은 경지에 도달하게 될 경우는 그에 걸맞은 작위와 명예와 부를 손에 넣을 수 있다.
먹고 살기 위해 깊은 숲을 뛰어 다녔던 케인첼은 체력이라면 자신 있었다. 게다가 지스타드 가문은 백 년 전만 해도 무의 극의라 할 수 있는 소드 마스터마저 배출해낸 명가였다.
자신에게 그 재능이 한줌이라도 남아 있다면······.
그런데 말라 버린 것은 가세뿐이 아닌 것 같았다.
케인첼은 무겁게 가라앉은 눈동자로 허공을 바라보았다.
‘자신 있었던 체력은 이곳에선 평범할 뿐이었어. 게다가 검술은······.’
3년 동안 배웠음에도 고블린 한 마리 쓰러트릴 수 없었다.
이대로라면 기사가 아니라 반년 후에 있을 진급 시험부터가 문제다.
사실 그건 3년 전부터 그랬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통과한 적 없었으니까.
겨우 조용해졌나 싶었는데, 또다시 간호장교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그렇게 계속 진급 누락이 되면 어떻게 되는 거예요?”
“스타니스 양성소는 아무리 심각한 열등생이라도 퇴학을 시키지는 않아. 그러니까 케인첼 같은 대단하신 분이 나오는 거고. 다만.”
“다만?”
“진급을 하지 못하면 계속 루키들과 같이 훈련을 받게 되는 거야. 몇 년이 지나도 말이야. 그래서 지금 양성소에 있는 수련기사들은 대부분 케인첼과 같이 훈련을 받은 적이 있다고 해.”
“우와.”
“그래, 진기록이지. 보통은 이 정도도 되기 전에 알아서 나가는데, 케인첼에겐 기사로서의 명예나 긍지가 없는 모양이야. 그러니 아직까지 저렇게 버티고 있지.”
“아하하! 계속 이러면 아버지와 아들이 대를 이어 케인첼의 동기가 될 수도 있겠네요!”
“정말 그러면 양성소의 전설이 되겠다. 미리 사인이라도 받아 둘까 봐.”
젠장.
젠장······.
어디서부터 잘못 된 것일까?
첫 번째 진급 누락이 결정 되었을 때. 케인첼은 자신의 노력이 부족하다 생각했다.
그래서 밤잠마저 줄여가며 검을 휘둘렀다. 손톱이 깨져 피가 맺히고 사흘이 멀다하고 의무실 신세를 졌다.
그럼에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두 번째 진급 누락이 결정 되었을 때. 오기가 생겨 얼마 되지 않는 수면 시간을 더욱 줄였다.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을 받았다.
그럼에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몬스터를 잡는 경험을 쌓으면 달라질까 토벌 훈련에 지원했다.
그리고 고블린의 돌도끼를 막다가 쥐고 있던 칼을 놓쳤을 때 그제야 케인첼은 깨달았다.
자신에게 단 한줌의 재능조차 없다는 사실을.
3년.
그 간단한 사실을 깨닫는데 너무 오래 걸렸다.
“······이번에도 진급에서 떨어지면······ 그냥, 나갈까.”
기사가 되어 가문을 일으켜 세우겠다는 꿈을 품었던 소년은.
재능이 없다는 사실에 좌절하고. 현실에 풍화되어 지금은 양성소의 웃음거리가 되어 있었다.
그때 굳게 닫혀 있던 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들어왔다.
“닭고기 수프입니다. 일어나서 드세요.”
식사를 가져온 계원인 것 같았다.
그런데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의무실에 저런 사람이 있었던가?
‘신입이겠지. 워낙 많은 사람이 들어왔다 나가는 곳이니까.’
“아주 맛있을 겁니다. 그럼.”
계원은 씨익 웃으며 침대 옆 테이블에 접시와 스픈을 세팅했다.
“······감사합니다.”
“다 드시고 접시는 옆에 놓아두시면 됩니다.”
케인첼은 아직 따뜻한 수프가 들어 있는 접시를 바라보았다. 입속이 바짝 말라 있었다. 얼마나 오래 정신을 잃고 있었던 것일까.
나중에 잘 먹었다는 인사라도 해 줘야지.
그런데 몇 분 전까지 이곳에 있던 계원의 얼굴이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입고 있던 옷차림은 생생했는데 어째서일까.
잠깐만. ······분명 사람 맞지?
그런 생각을 하며 케인첼을 고개를 가로저었다.
설마 유령이 음식을 가져다주었을라고. 그저 오래 기절해 있어 아직 몸 상태가 좋지 않아 그런 것이리라.
꼬르륵.
‘이런 상황에서도 배가 고프네.’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부상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비웃은 사람이 가져다 준 음식이라도 먹어야 했다.
스푼을 들고 닭고기 수프가 들어 있는 그릇을 자신의 앞으로 가져왔다.
‘뭐지, 냄새가 엄청 좋은데.’
그릇에서 피어오르는 것은 닭고기와 여러 채소, 그리고 양념이 어우러진 향기.
꿀꺽······.
침이 고였다.
결국 참지 못하고 한가득 떠서 입으로 가져갔다.
그러자 입 안에 가득 퍼져나가는 진한 수프의 맛.
정체를 알 수 없는 향초가 닭고기와 채소의 향을 더욱 증폭시켜 주고 있었다.
“······맛있다.”
그 맛이 비어있는 위장을 채우자 저절로 탄성이 흘러 나왔다.
이렇게 맛있는 수프를 먹어 본 것은 처음이었다.
양념이 잘 배인 닭고기는 녹아내릴 듯 부드러웠고. 푹 익힌 주황색과 흰색의 채소는 수프를 머금은 채 자신의 존재를 뽐내고 있었다.
케인첼은 순식간에 접시 가득 담겨 있던 닭고기 수프를 전부 비워냈다.
그리고도 부족한 것인지 스푼으로 그릇을 긁어댔다.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하아······.”
비어있는 접시를 바라보며 한동안 케인첼은 멍하니 앉아 있었다.
방금 전까지 그를 괴롭히던 좌절감은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검을 들고 연병장으로 뛰쳐나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마치 한 그릇의 닭고기 수프가 자신의 영혼을 치유해 주기라도 한 것일까.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문득 케인첼의 뇌리에 묘한 생각이 떠올랐다.
―――이런 요리를 만들어 보고 싶다.
결국 닭고기 수프에 정신이 팔려 있던 케인첼은 목에 차고 있는 회중시계가 진동하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3년 동안이나 아무런 변화가 없던 그것에 묘한 글귀가 떠올라 있었다.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를 시식했습니다.] [다른 사람이 만든 음식을 먹고 요리를 동경하게 되었습니다.] [미식 레벨이 생성 되었습니다.]스타니스 기사양성소의 열등생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