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100)
요리하는 소드마스터-100화(10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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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해요······.”
니뮤에는 알프레도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자칫 잘못 됐으면 이번 상행은 물론, 외교문제로까지 커질 수 있는 사안이었다.
알프레도는 머리를 감싸쥐며 말했다.
“그나마 니뮤에님이 엘프라서 다행입니다. 만약 인간이 그런 말을 했으면 프히들리 전하의 관심을 받기 전에 에리히 폰 구스타프의 검을 먼저 받아야 했을 겁니다.”
“그럼 엘드라드로 도망치면 되요.”
“······엘프 자치구로 간다고 끝나는 문제였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엘프들의 도시 엘드라드.
도이칠랜드는 엘프들의 주권을 인정하는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였다.
니뮤에가 세계수의 묘목을 얻기 위한 목적지로 도이칠랜드를 선택한 것은 그 때문이었다.
“후우! 케인첼 경이 만든 요리가 프히들리의 입맛에 맞았으면 좋겠습니다.”
만약 케인첼이 만든 요리가 프히들리의 마음에 든다면 작은 해프닝으로 끝나리라.
그렇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프히들리는 하지 않아도 되는 일에 사과를 한 것이 된다.
누군가가 그 책임을 져야 하리라.
니뮤에의 귀가 밑으로 축 쳐졌다.
어째서 케인첼의 요리가 무시당하는 소리를 듣고 발끈했을까.
그가 만든 요리를 먹을 때면 언제나 가슴이 두근거린다.
소시지 풍미 콩 요리도, 채식 쿠키도, 콩고기 스테이크도 정말 맛있었다.
어쩌면 자신은 정말로 그가 만든 요리를 좋아하는 걸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며 니뮤에는 화들짝 놀라 고개를 흔들었다.
‘내가 인간이 만든 요리에 반했다는 거야? 그저 엄청나게 배가 고플 때 먹어서 그런 거야. 응, 그래. 그런 이유야.’
니뮤에는 묘하게 빠르게 뛰는 가슴을 애써 부여잡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케인첼이 만든 요리는 정말 맛있어요. 분명 프히들리도 마음에 들어 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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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뮤에의 발언은 케인첼의 귀에도 전해졌다.
그녀는 브리타니아의 요리를 무시하는 프히들리에게 케인첼의 요리는 다르다고 말했다.
그 어떠한 칭찬을 들은 것보다 기쁜 일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이국의 왕자의 마음을 홀릴 정도로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야 해.’
프히들리는 야전에까지 전용 셰프를 데리고 다닐 정도로 요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압도적인 맛을 가진 요리를 만들어 낸다면 니뮤에의 작은 무례 정도는 웃으며 용서해 주리라.
용병들이 먹고 있는 고기를 준비한 것은 케인첼이었다.
그렇지만 상황이 이렇게까지 커진 이상, 그것을 그대로 줄 수는 없었다.
적어도 자신의 이름을 걸고 당당하게 손님에게 내어 줄 수 있는 메뉴가 필요하다.
‘그런 것을 시그니처 메뉴라고 하던가.’
당장 떠오르는 것은 허니버터 샌드위치와 보석 아이스크림이었다.
그 두 가지는 각각 후울과 케인첼을 대표하는 요리였다.
그렇지만 그것들을 만들기 위해서는 르벵과 얼음이라는 특별한 재료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와일드덕도 무리겠네.’
지금 케인첼 일행이 있는 곳은 대평원.
이런 곳에서 오리를 감쌀 연잎을 구하기는 힘들다.
‘결국 프히들리의 입맛을 만족시켜줄 새로운 메뉴가 필요하다는 소리군.’
브리타니아에서는 귀족이라 해도 미식을 즐기기 힘든 것이 현실이었다.
그렇지만 이곳은 소시지와 맥주의 나라 도이칠랜드.
그곳의 왕자인 프히들리는 평소에도 아주 고급스럽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지내리라.
케인첼은 마탑에서 만난 도이칠랜드의 왕녀 카트린느를 떠올렸다.
마도구의 부작용을 호소하는 그녀를 위해 약선 요리를 만든 적이 있었다.
‘어쩌면 너무 화려한 요리보다는 소박한 음식이 더 좋을지 몰라.’
온갖 산해진미를 먹고 사는 왕족에게는 오히려 대중적인 음식이 새롭게 느껴진다.
카트린느 왕녀 또한 시원한 토마토 수프인 카스파초를 아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아주 대중적인 메뉴가 필요해······. 그래, 재료로는 돼지고기를 사용하자.’
도이칠랜드인의 돼지 사랑은 각별하다.
고기는 구워 먹고 껍질과 다리는 달콤한 소스에 졸여 먹는다.
피로는 푸딩을 만들고, 냄새가 난다고 다른 나라에서는 잘 먹지 않는 내장은 밀가루로 감싸 파이를 만든다.
그렇게 먹어치우고도 부족한 것일까.
남은 뼈와 고기 부스러기들을 넣고 스튜를 끓인다.
돼지에 대한 집념마저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사용할 재료가 정해지자 이번에는 무슨 요리를 만들지 결정할 차례였다.
‘브리타니아식으로 요리해야 해. 그래야 지금 만드는 요리에 의미가 있어.’
케인첼은 브릴리언트 로드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돼지고기를 만지며 스킬을 발동시키자 수많은 레시피들이 떠올랐다.
그것들을 바라보며 무엇을 만들어야 할지 고르기 시작했다.
돼지 내장에 피와 오트밀을 섞어 만드는 블랙 파이.
식빵에 돼지기름을 바른 후, 베이컨을 끼워 먹는 칩 버터스.
돼지의 방광에 야채를 채워 삶은 해기스.
“······젠장, 하나같이 괴팍한 요리들이군.”
한동안 프렌치 요리를 만드는 것에 열중했던 케인첼에게는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 요리들이었다.
달콤한 소스를 발라 오븐에 구운 로스트 포크 정도가 그나마 정상적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그것은 너무나 흔한 조리법이었다.
쓸모없는 레시피들을 구석으로 치우자 눈에 띠는 녀석이 있었다.
“이거다.”
브리타니아식 소시지 롤의 레시피.
먹고 남은 고기와 내장, 피 등을 내장에 넣어 만드는 도이칠랜드식 소시지와는 모양부터가 다르다.
다진 고기를 폭신한 빵으로 감싸 구운 소시지롤은 브리타니아 인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요리였다.
케인첼은 소시지롤의 레시피를 확인했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이거 평범한 소시지롤이 아니잖아?!”
훈제한 돼지 삽겹살과 어깨살에 레몬과 타임, 그리고 생 타임으로 양념을 해서 소시지 속을 만드는 부분 까지는 평범하다. 그런데 그 이후의 방법이 엄청나게 독특했다.
“퍼프 페이스트리로 겉을 감싸서 구우라고? 그러면 오븐 안에서 까맣게 탈거야!”
그런데 레시피에는 폴른 스타로 오븐 안의 온도를 정확히 유지하라고 적혀 있었다.
거기까지 읽은 케인첼은 마른침을 삼켰다.
버터가 듬뿍 들어간 퍼프 페이스트리는 프렌치를 대표하는 빵이었다. 그리고 조프리의 특기이기도 했다.
“확실히 장작을 사용하는 오븐으로는 얇은 층 구조를 이루는 퍼프 페이스트리 소시지롤을 만들기 힘들어. 그렇지만 폴른 스타를 사용하면 할 수 있잖아?”
브릴리언트 로드가 보여주는 것은 자신에게 최적화된 레시피.
그것은 케인첼만이 만들 수 있는 요리라는 뜻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만들 수밖에 없었다.
아니, 만들고 싶었다.
자신만이 만들 수 있는 요리.
시그니처 메뉴로 그것보다 더 어울리는 것이 있을까.
결국 퍼프 페이스트리로 감싼 소시지롤을 만들기로 정한 케인첼은 신속하게 움직였다.
가장 먼저 손을 댄 것은 돼지 고기였다.
삽겹살과 어깨살, 그리고 약간의 베이컨이 필요하다. 그것을 갈아 보울에 넣은 후 육두구를 섞어주었다.
그러면 고기의 잡내가 아주 깔끔하게 사라진다.
‘다음으로는 잘게 다진 타임과 세이지잎을 넣고 소금, 후추로 간을 하면서 섞어주면 끝이군.’
소시지롤에는 반드시 생 타임을 사용해야 한다. 그래야 특유의 향이 잘 배어든다.
어느새 조리대 옆에는 구경을 온 프히들리가 눈을 빛내고 있었다.
과연 무슨 요리를 만들어 자신의 입맛을 만족시키려는 것일까.
“이 냄새는 타임인가. 게다가 밀가루? 소시지롤을 만들 생각이군.”
프히들리는 팔짱을 끼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소시지롤이라면 브리타니아에서 먹어본 요리 중에서 그나마 괜찮았지.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브리타니아 음식 중에서 괜찮았다는 뜻이다. 그런 평범한 요리로 내 혀를 만족 시킬 수 있겠나.”
밀가루를 반죽하고 있던 케인첼은 손에 힘을 주었다.
지금 만들고 있는 것은 평범한 소시지롤이 아니다.
불주먹으로 반죽한 생지는 매끄럽다 못해 손가락으로 누르면 튀어나올 정도의 탄력을 지니고 있었다.
케인첼은 그것을 밀대로 밀어서 넓게 폈다. 그리고 반으로 접는다.
그것을 반복하면 여러 겹의 층을 가진 퍼프 페이스트리가 완성된다.
고소한 버터향이 코를 찌를 정도로 강하게 퍼져나갔다.
“잠깐만······, 도대체 어떻게 반죽을 했기에 저렇게 탄력이? 게다가 퍼프 페이스트리를 만들고 있잖아!”
얇은 층을 가진 퍼프 페이스트리를 태우지 않고 굽는 것은 힘들다.
그런데 속에 소시지까지 넣은 상태로 굽는다고?
조금만 온도 조절을 실수하면 고기는 덜 익고 겉은 까맣게 타고야 말리라.
그것은 수십 년간 빵을 구워온 사람이라 해도 힘든 일이었다. 그런데 눈앞에 있는 것은 새파랗게 젊은 남자였다. 게다가 요리사조차 아니라고 하지 않았던가.
프히들리의 입가가 일그러졌다.
“의욕이 앞서서 불가능한 요리를 시도하고 있군.”
엘프조차 극찬할 정도의 요리를 만든다기에 기대했건만. 왕족이 먹을 요리를 만들 그릇은 가지지 못한 모양이다.
프히들리는 더 이상은 구경할 의미가 없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케인첼은 전혀 상관없다는 것처럼 소시지로 속을 채운 퍼프 페이스트리를 오븐에 넣고 있었다.
그것이 자리를 떠나려던 프히들리의 발을 붙잡았다.
타닥, 타닥, 타닥.
장작이 타는 기분 좋은 소리와 함께 버터가 듬뿍 들어간 퍼프 페이스트리가 구워지기 시작했다.
“······이 냄새는 도대체······.”
그 안에 들어있는 소시지에서 말도 못할 정도로 향긋한 냄새가 풍겼다.
도이칠랜드에는 수천종류가 넘는 소시지가 존재한다. 그렇지만 이 정도로 후각을 자극하는 소시지는 처음이었다.
프히들리는 허탈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렇게 잘 만든 소시지가 요리사의 과욕 때문에 타버리다니······.”
그저 평범한 소시지롤이었어도 충분했으리라.
프히들리는 요리를 하고 있는 케인첼을 바라보았다. 기사로도 요리사로도 보이는 신비한 분위기.
만약 이 소시지롤이 제대로 구워지기만 한다면 과연 어떤 맛일까.
꿀꺽.
프히들리는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고인 침을 삼켰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20분 가까이 구웠음에도 탄내는 조금도 나지 않았다. 오히려 빵의 고소함과 소시지의 향긋함이 더욱 강해졌다.
요리사는 오븐이 조금도 뜨겁지 않은지 손으로 장작을 헤집어가며 온도를 조절하고 있었다.
어쩌면 빵을 태우지 않는 무슨 특별한 노하우라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만들고 있던 요리를 빼앗아 먹고 싶을 정도였다.
프히들리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지금까지 수많은 산해진미를 먹어 보았지만. 이런 기대감을 주는 요리는 처음이었다.
그것을 고작해야 스물이나 되었을까 싶은 젊은 기사가 만들고 있었다.
놀랍다 못해 경악할 정도였다.
“후우, 아주 잘 구워졌군요. 퍼프 페이스트리로 감싼 소시지 롤입니다.”
“······!”
프히들리는 자신도 모르게 요리사를 향해 걸어갔다.
접시 위에 놓여 있는 퍼프 페이스트리는 아주 노릇하게 잘 구워져 있었다.
신기에 가까운 온도조절이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
“그것을 다오. 빠, 빨리 먹고 싶구나.”
“조금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토마토 크림에 마늘과 훈제 파프리카를 넣어 소스를 만들 생각입니다.”
“······소스까지? 후! 그것 참 기대되는군. 그럼 기다리고 있으마.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게 해 다오.”
여기에 있다간 도저히 참을 수 없을 것 같았다. 프히들리는 손을 흔들며 에리히가 있는 장소로 돌아갔다.
케인첼은 조용히 중얼거렸다.
“아주 맛있을 겁니다.”
목에 걸고 있는 조마경이 반짝거렸다.
거기에는 6성급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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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히들리가 귀신에 홀린 것 같은 얼굴로 돌아오자 에리히가 물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괜찮은 요리를 만들고 있나 보군요.”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요리를 만들고 있기에 자신의 주군이 저런 표정을 짓는단 말인가.
“······소시지롤을 만들고 있더군.”
“예? 그러니까 지금 소시지롤이 먹고 싶어서 그런 표정을 짓고 계신 겁니까?”
프히들리는 우묵한 눈으로 에리히를 바라보았다.
“소시지롤을 무시하지 마라. 저건 평범한 소시지롤이 아니다.”
엘프에 이어 자신의 주군마저 정체를 알 수 없는 요리사의 요리를 칭찬하고 있었다.
게다가 프히들리는 요리를 먹지조차 않았다.
에리히는 요리를 만든 기사의 이름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맞은편에 앉아서 조용히 눈치를 보고 있는 알프레도를 불렀다.
“알프레도 행수. 미안하지만 지금 요리를 하고 있는 기사의 이름을 말해주지 않겠소?”
“케인첼······. 자유기사 케인첼 경이라고 합니다.”
“뭐라고? 케인첼?”
순간 에리히는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경악한 것은 프히들리 또한 마찬가지였다.
수은 중독에 걸린 것조차 모른 채 죽어가던 카트린느 왕녀.
그녀의 목숨을 구해준 은인의 이름이 왜 여기서 등장한단 말인가.
그렇지만 분명 은인은 요리하는 기사라고 했다.
프히들리는 은인을 찾기 위해 몇 번이나 마탑과 연락을 취했다. 그렇지만 돌아오는 것은 자유기사의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북부로 떠났다는 말 뿐이었다.
설마,
설마······.
그토록 찾아 헤매던 은인을 이런 곳에서 만나게 될 줄이야.
자신은 은인이 요리 하는 모습을 30분이나 멍하니 지켜보고 있었단 말인가.
두 사람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것을 본 알프레도가 손을 들었다.
“아, 저기 케인첼 경이 요리를 가져오는군요. 오, 정말 맛있어 보이는 소시지롤입니다.”
그렇지만 그 목소리는 프히들리와 에리히의 귀에 닿지 않았다.
한 그릇의 요리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