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104)
요리하는 소드마스터-104화(104/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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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히들리는 넋을 잃고 복어회를 바라보았다.
“세상에······. 이토록 아름다운 요리라니······.”
접시 위에는 무늬가 비춰 보일 정도로 얇게 썬 복어회가 학의 형상을 그리고 있었다.
후궁의 자식이라곤 해도 프히들리는 왕족이다. 어릴 때부터 온갖 산해진미를 먹어왔다.
그렇지만 이런 식으로 장식한 요리는 처음이었다.
“처음 보는 새군.”
“동방에서 학이라고 부르는 새입니다.”
“학이라. 학 사이에 피어 있는 꽃도 복어로 만들 건가. 정말 아름다워. 마치 정교하게 만들어진 예술품을 보는 것 같구나.”
옆에 놓여있는 소스 또한 무언가 특별해 보였다. 검은색의 소스에서 묘하게 새콤한 향기가 느껴졌다.
“흐음. 유자와 감귤즙이 들어갔군. 그런데 어째서 검은 색이지?”
프히들리는 손가락으로 검은색의 소스를 찍어 입으로 가져갔다.
그러자 입 안 가득 진한 과일의 향기가 퍼져나가며 묘하게 짭짤한 맛이 느껴졌다.
그리고 진하게 느껴지는 깊은 풍미. 수많은 진미를 먹어왔던 프히들리조차 처음 먹어보는 맛이었다.
결국 프히들리는 포기한 얼굴로 케인첼을 바라보았다.
“은인. 도대체 이 소스는 무엇인가. 어떻게 만들었기에 이렇게 깊은 맛이 날 수 있지.”
“그건 동방에서 만든 간장이라는 소스입니다.”
“카안장?”
“콩을 발효시켜 만드는데, 거기에 산미가 강한 과일과 말린 오징어를 넣고 끓인 것입니다. 이름이 어려우시면 폰즈 소스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폰즈 소스라. 동방의 요리도 알고 있다니, 도대체 은인은······.”
프히들리가 깜짝 놀랄 정도로 폰즈 소스에서는 깊은 맛이 느껴졌다.
브리타니아는 몇 년 전부터 동방의 대국 명明과 무역을 하고 있다.
그들은 콩으로 만든 검은 조미료를 즐겨 먹었는데, 그것이 바로 간장이었다.
‘채식 요리에 써먹을 수 있을까 싶어 챙겨오길 잘했지.’
담백한 맛의 복어회에는 짭짤하면서도 진한 풍미를 지닌 폰즈 소스가 어울린다.
그것은 프히들리조차 처음 접하는 이국의 맛이었다.
‘가다랭어포를 구할 수 없어서 말린 오징어로 대체했는데, 이 정도면 성공 아니겠어?’
“향긋하면서 짭짤한 맛이 자꾸 먹고 싶어지는구나. 후, 이런 먹음직스러운 요리를 눈앞에 보고도 먹지 못하다니.”
프히들리는 아쉬운 표정으로 폰즈 소스만 계속 먹어댔다.
결국 보다 못한 에리히가 나섰다.
“독이 제대로 제거 되었는지, 제가 한번 먹어 보겠습니다.”
“오오, 에리히. 정말 괜찮겠나?”
“독을 전부 제거했다는 은인의 말을 믿어 보아야지요.”
에리히는 포크로 복어회를 찍었다.
원래는 젓가락으로 먹어야 하는 음식. 그렇지만 이 정도가 한계였다.
“어디 그럼······.”
폰즈 소스를 묻힌 복어회를 입으로 가져가는 모습은 의연하기까지 했다.
주군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장수들의 표정이 저럴까.
그만큼 복어를 먹는 것은 엄청난 각오가 필요한 일이었다.
복어의 독이 완전히 제거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케인첼은 쓴웃음을 지었다.
눈을 감고 복어회를 우물거리던 에리히가 갑자기 신음을 흘렸다.
“크억······.”
“에리히! 왜 그러나! 서, 설마 복어의 독이?”
“그런 게 아니라, 너무 맛있어서 혀를 그만······.”
“맛있다고? 정말인가? 독은?”
에리히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새 포크를 들고 있는 손이 잔상마저 남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신을 차리자 접시를 가득 채우고 있던 복어회가 절반가량 사라져 있었다.
“은인! 나에게도 포크를 다오!”
결국 왕자와 그의 오른팔은 음식을 놓고 싸우는 어린아이처럼 복어회에 달려들었다.
프히들리는 복어회를 우물거리며 말했다.
“마치 말고기를 먹는 것처럼 쫄깃하군.”
게다가 복어회의 담백한 맛과 폰즈의 신맛과 단맛이 섞여 만들어낸 풍미가 상당했다.
“종이처럼 얇게 잘랐는데 계속 씹으면 단맛이 납니다. 그리고 어느새 목구멍으로 스윽 하고 넘어가는데······.”
“말 그대로 죽음과 맞바꾸어 먹어도 후회 하지 않을 맛이다. 게다가 은인께서 독을 전부 제거해 주었으니 더욱 즐겁군.”
복어회를 요리하기 위해서는 내장을 제거한 복어를 흐르는 물에 반나절 이상 담가 두어야 한다.
그런 세심한 작업을 거쳐야 맹독을 가진 복어를 먹을 수 있게 된다.
‘그렇지만 만들 가치가 있었어.’
한 접시의 복어회를 만들자 45%정도였던 맹독 저항력이 1%가량 높아졌다.
만약 무도회에 초청된 귀족들이 전부 복어 회를 먹어 준다면 거의 60%까지 오르지 않을까.
“그럼 이것으로 적을 낚을 준비를 끝냈습니다. 이틀 뒤에 있을 무도회가 기대되는군요.”
복어회를 전부 먹어치우고 만족한 표정을 짓고 있던 프히들리 왕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냥 가스파초만 내 놓으면 안 되겠나. 복어회는 내가 전부 먹고 싶은데.”
“왕자님······.”
적을 낚을 미끼로 사용하기엔 너무 아까울 정도로 복어회의 맛은 환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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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히들리의 초청장은 수많은 귀족 영애들의 가슴을 설레게 만들었다.
평소 사교계에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던 왕자가 무도회의 초청장을 보낸 것이다.
게다가 그것을 받은 것은 수은 중독에 때문에 괴로워하는 이들이었다.
그 소식은 순식간에 도이칠랜드 전역에 퍼져나갔다.
“왕자님이 수은 중독을 낫게 하는 음식을 발견한 모양이야. 이번 무도회에서 그것을 영애들에게 대접한다는 모양이던데?”
“역시 프히들리 왕자군. 형제들과 왕위 계승권을 놓고 경쟁을 하고 있을 때도 병자들을 생각하고 있어.”
게다가 복어의 독이 완벽하게 제거되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직접 시식까지 한다고 한다.
수은 중독 때문에 고통 받던 영애들은 눈물마저 흘리며 프히들리의 이름을 외쳐댔다.
만약 이번 무도회가 성공적으로 끝난다면 프히들리의 인기는 더욱 높아지리라.
프히들리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왕위를 놓고 경쟁하고 있는 두 왕자들뿐이었다.
도이칠랜드의 삼왕자 고트프리트는 무겁게 가라앉은 눈으로 빅터를 노려보았다.
“아주 일이 재미있게 돌아가고 있군. 카트린느의 외모만 망가트리면 에리히를 쫓아 낼 수 있다고 했지. 그런데 결국 어떻게 되었나.”
“······죄송합니다, 폐하.”
“그 입 닥쳐라, 빅터! 폐하? 네놈의 실패 덕분에 서열 3위의 자리마저 위험해 졌잖아!”
고트프리트는 들고 있던 술잔을 집어던졌다. 그것은 빅터의 얼굴에 맞고 날카로운 파편으로 바뀌었다.
빅터의 얼굴을 타고 붉은 선혈이 흘러내렸다.
그렇지만 그의 몸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눈앞에 있는 것은 아카드 제국의 왕이 될 위대한 남자니까.
“엘프 보호 구역 같은 역겨운 장소를 남겨두려는 사람이 왕이 되면 안 된단 말이다. 아카드 제국은 오직 인간만을 위한 나라가 되어야 해!”
빅터는 고개를 더욱 숙이며 말했다.
“고트프리트 폐하. 기회는 아직 남아 있습니다. 프히들리는 무도회에서 직접 복어를 시식한다고 합니다.”
그러자 고트프리트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호오, 얼간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정도로 얼간이일 줄이야.”
“복어독의 제거에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뜻이겠지요.”
고트프리트는 수염을 쓰다듬었다. 너무 상황이 원하는 대로 흘러갔다. 마치 복어에 독을 타 달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지 않은가.
“어쩌면 음식에 독을 타는 순간을 노려 여동생을 중독 시킨 범인을 잡으려는 것일지도 모르겠군.”
그러자 빅터의 입가가 일그러졌다.
“그러게 말입니다. 음식에는 손도 대지 않고도 상대에게 독을 먹일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말이지요.”
고트프리트는 낄낄 웃었다. 그는 왕위 쟁탈전이 시작되자마자 왕궁에서 일하는 사람들 중 절반 이상을 자신의 부하로 만들었다.
그들을 이용하여 아주 은밀하게 원하는 것을 손에 쥘 생각이었다.
“모든 것은 인간들만의 제국을 만들기 위하여 하는 일이다. 마지막 기회다, 빅터. 이번에는 실패하지 마라.”
빅터는 고개를 더욱 숙였다.
요리가 끝난 복어회는 접시에 담겨져 무도회장으로 가게 된다.
빅터가 노리는 것은 복어회를 담을 접시를 독으로 오염시키는 것이었다.
“그릇에 독이 묻어있으면 대부분 복어에서 묻어나온 것이라고 생각하지요. 요리가 완성되는 순간, 폐하가 독을 사용했다는 증거는 사라집니다.”
“그런데 프히들리가 입에 대기 전에 전에 다른 사람이 복어를 먹으면 계획이 실패하지 않겠나.”
“그건 걱정 마십시오. 보통 무도회에 나오는 요리를 접시에 담는 것은 아주 심혈을 기울여야 합니다. 요리사들은 그것을 플레이팅이라고 하지요. 사전 시식은 플레이팅 전에 이루어질 것입니다.”
“완벽하군. 그럼 프히들리는 다른 사람이 시식까지 끝낸 요리를 먹고 독에 중독되는 건가. 아주 좋아. 내일 무도회가 정말 기대되는구나. 그래도 동생의 마지막 가는 길 정도는 지켜봐 줘야겠지. 내일 나도 참석한다고 전해라.”
고트프리트는 만족스런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만큼 프히들리 왕자 독살 계획은 완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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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 왕실 무도회가 열리는 날이 되었다.
초대받은 귀족 영애들은 흥분한 표정으로 프히들리가 오는 것을 기다렸다.
“아아! 너무 떨려! 왕자님이 춤을 신청하면 어떻게 하지!”
“나는 왕자님보다 에리히 경 쪽이 좋아. 비록 약혼을 하셨지만 춤 한 곡 정도는 청해도 되지 않을까?”
시종이 큰 소리로 주인공의 등장을 알렸다.
“프히들리 전하가 입장하십니다!”
화려하게 장식된 문이 열리고 프히들리 왕자가 들어왔다.
그런데 항상 같이 다니던 에리히 대신 낯선 얼굴의 남자가 함께였다.
친근하게 대하는 것으로 보아 에리히의 제자라도 되는 것일까.
프히들리가 상석으로 오르자 시끄럽던 무도회장에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오늘 그대들을 초청한 이유는 내 친우가 수은 중독을 치료 할 수 있는 요리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것을 먹는 것으로 그대들을 괴롭히는 수은 중독이 조금이라도 나아지기를 바란다.”
짧은 말이었지만 그것이 불러온 파장은 엄청났다.
왕자의 입에서 친우라는 말이 나온 것이다. 무도회에 모인 귀족들은 검은 머리의 남자의 정체가 무엇인지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프히들리는 무도회의 중앙에 놓여 있는 장막을 걷어 올렸다. 그러자 케인첼이 만든 요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커다란 접시에 담겨 있는 복어회와 토마토로 만든 가스파초. 하나같이 너무나 맛있어 보이는 요리였다.
“저게 정말 복어로 만든 건가요?”
“세상에······. 너무 아름다워요.”
“그런데 저 토마토 수프는 뭘까요.”
“메인 요리를 먹기 전에 입가심을 하라는 뜻 아닐까요.”
그렇지만 아무리 왕자가 준비했다고는 해도 복어로 만든 요리에 쉽게 손을 댈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프히들리는 씨익 웃으며 포크를 들어 복어회를 찍어 입으로 가져갔다.
맹독을 가진 복어를 먹는 모습에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정말 드시고 계셔······.”
“······그런데 정말 맛있어 보인다. 왕자님이 드셨으니까 먹어도 괜찮지 않을까?”
그 모습을 보며 조용히 웃음 짓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복어회가 독에 오염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고트프리트였다.
“크크큭······. 아름다운 귀족 영애들에게 둘러싸여 죽는 것을 행복하게 생각해라, 프히들리.”
그런데 무언가 이상했다.
복어독을 먹은 사람은 1분 안에 온몸이 마비되어 쓰러져야 한다.
그것은 최강의 무력을 지닌 소드마스터라 해도 피할 수 없는 운명.
그런데 지금 눈앞에 펼쳐져 있는 광경은 무엇이란 말인가.
“이게 복어회군요! 정말 맛있어요!”
“이렇게 진한 맛의 소스는 처음 먹어봐요. 쫄깃한 복어회랑 정말 잘 어울리네요.”
“도대체 누가 만든 건가요?”
이제는 귀족 영애들까지 너무나 맛있게 복어회를 먹고 있지 않은가.
분명 복어회가 놓여 있는 접시는 독으로 오염되어 있다. 그렇다면 그 위에 있는 복어회 또한 멀쩡하지 않으리라.
그런데 도대체 어째서······.
명백하게 당황한 고트프리트의 옆에 검은 머리의 남자가 다가왔다.
“고트프리트 전하. 복어회를 드시지 않는 겁니까. 다들 맛있게 먹고 있지 않습니까.”
“네, 네놈은······.”
“복어회를 요리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전하의 궁금증을 풀어줄 사람이기도 합니다.”
“궁금증이라고?”
“예. 어째서 복어회를 먹고도 저렇게 멀쩡한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웃고 있는 케인첼을 보며 고트프리트는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다른 사람이 들으면 그저 맹독을 가진 복어를 요리한 것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아니다.
저 자는 자신이 그릇에 독을 묻힌 것을 알고 있다.
그러고보니 프히들리와 항상 같이 다니던 에리히는 어디 갔지?
고트프리트의 등이 축축해졌다.
한 그릇의 요리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