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111)
요리하는 소드마스터-111화(11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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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미, 미, 미안해요 케인첼······. 소, 속이려던 것이 아니었는데······.”
니뮤에는 안절부절 하지 못하고 말을 더듬어댔다.
결국 보다 못한 에이레네가 대신 나섰다.
“너무 니뮤에님을 책망하지 말아주었으면 해. 그녀로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거야.”
엘프의 여왕은 핏줄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다.
세계수와 공명하며 숲과 대지 전체를 굽어 살필 수 있는 이만이 엘프의 여왕이 된다.
“세계수 이그드라실이 나무가 가진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선택하는 존재가 여왕이야. 세계수의 분신이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어.”
“분신······.”
“여왕이 가진 모든 의무와 권력은 세계수를 수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거야. 생각해 봐. 몸을 지키지 못하는 발톱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신랄할 정도로 가혹한 말.
그렇지만 그것이 사실이었다.
자신의 반신을 지키지 못한 여왕은 결국 한 자루의 검이 되어 여행을 떠났다.
다하지 못한 책무를 이어줄 새로운 세계수를 찾기 위해.
에이레네는 키득거리며 말했다.
“아참, 케인첼. 니뮤에님을 지키기 위해 안타레스의 마법을 한 손으로 막아내는 모습은 제법 멋있었어.”
아무래도 세계수를 통해 전부 지켜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케인첼의 볼을 타고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화염 저항력을 믿고 안타레스의 마법을 막아냈더니만, 뒤에 니뮤에가 있었구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 쓸데없이 멋진 장면이 연출되었던 것이다.
케인첼은 무언가 반박의 말을 꺼내려다가 그만두었다.
니뮤에의 눈빛이 묘하게 뜨거워졌다 했더니 이제야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지금이라도 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손님에게 인정받은 것 같아 기쁩니다.”
“손님?”
“아······, 그런 게 있습니다.”
조마경은 케인첼의 음식을 먹는 이들을 손님이라고 불렀다.
아무래도 그 호칭에 너무 익숙해 진 것 같았다.
에이레네는 무엇이 그리도 유쾌한지 깔깔 웃으며 말했다.
“아하하! 역시 케인첼은 정말 재밌는 사람이야. 미스랄제 식칼은 니뮤에님에게 부탁하도록 해. 대신 나는 다른 것을 선물로 주도록 할게.”
케인첼은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미스랄제 식칼을 만들기 위해서는 니뮤에의 능력을 빌려야 한다.
과연 그녀가 자신을 위해 식칼을 만들어 줄까?
‘아무리 인간을 싫어하는 니뮤에님이라고 해도 내가 만든 요리를 맛있게 먹어 주었으니까······. 으음, 만약 거절하면 다른 채식 요리로 꼬셔봐야겠군.’
케인첼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고 있는 니뮤에를 바라보며 말했다.
“니뮤에님 아무래도 일이 그렇게 된 것 같은데 말입니다. 미스랄제 식칼의 제조를 부탁 드려도 되겠습니까.”
“예, 예! 어, 얼마든지 만들어 드릴게요!”
니뮤에는 마치 칭찬을 바라는 강아지 같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더한 것을 부탁해도 들어줄 텐데······.
그저 그것이 아쉬울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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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랄을 정화하는 작업은 바로 진행되었다.
니뮤에는 세계수의 잎에 맺힌 이슬을 모아 그것으로 자신의 몸에 묻은 이물질들을 닦기 시작했다.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에 케인첼은 한동안 넋을 잃고 니뮤에를 바라보았다.
“그거 알아? 사실 니뮤에님의 나이가 말이야······.”
“에이레네! 그, 그건 비밀로 해 주세요!”
“아하하! 미안! 정화 작업이 꽤 오래 걸리니까 그동안 잠깐 따라와 볼래?”
에이레네는 케인첼을 데리고 세계수의 뿌리 사이에 있는 작은 동굴로 향했다.
그러자 호라이즌이 깜짝 놀라 외쳤다.
“여, 여왕님! 설마 그것을 주실 생각입니까?”
“응, 그런데?”
“아무리 일족을 위기에서 구해주셨다고 해도 그것은 너무 큰 상입니다!”
“그럼 케인첼을 기둥서방으로 들일까? 그의 요리를 마음에 들어 하는 어린 엘프들이 잔뜩 있으니까 그래도 괜찮을 것 같은데?”
“그, 그것도 좀······.”
“그러면 미미르의 샘으로 결정이네.”
호라이즌은 당황한 얼굴로 결혼과 미미르의 샘을 번갈아가며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인간들이나 보는 로맨스 소설을 읽고 계실 때부터 불안하다 했더니만······. 알겠습니다! 대신 두 모금 이상은 절대 안 됩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 알아서 할게.”
케인첼은 마른침을 삼켰다.
도대체 어떤 보물이기에 호라이즌이 저렇게까지 반대하는 것일까.
그렇게 5분 가까이를 더 나아가자 목표로 했던 장소에 도착 할 수 있었다.
거기에는 세계수의 굵은 뿌리에 이어진 아주 작은 샘이 있었다.
“여기는······.”
“잘 왔어! 이게 바로 미미르의 샘이야.”
에이레네는 한결 진지해진 표정으로 미미르의 샘에 대해 설명했다.
“세계수 이그드라실은 대지에 뿌리를 박고 거기에 담긴 기억을 저장해. 그 힘이 흘러넘친 것이 바로 미미르의 샘이야.”
“그럼 이 물에 대지의 기억을 읽어 들일 수 있는 힘이 담겨 있다는 겁니까?”
“맞아! 그래서 이걸 전부 마시면 그 어떠한 현자보다 더 지혜롭게 된다고 해. 그렇지만 그건 시도해 보지 마. 대지의 기억을 전부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없으니까.”
미미르의 샘은 하루에 한 방울씩 차오른다고 한다.
약 2년 정도가 모여야 겨우 한 모금을 마실 양이 되는 것이다.
에이레네는 작은 병에 미미르의 샘물을 가득 채웠다. 거의 다섯 모금은 될 정도의 양이었다.
그리고 케인첼에게 가까이 다가와 귓가에 속삭였다.
잘 익은 과일 특유의 풋풋하면서 달콤한 향기가 케인첼의 시야를 어지럽혔다.
“미미르의 샘물 한 방울을 씨앗에 뿌리면 어떤 환경에서도 자라나는 강인한 생명력을 가지게 돼. 그리고 채소에 넣으면 어떤 조미료보다도 맛을 좋게 해 주지. 그렇다고 해서 너무 낭비하지는 마. 이건 정말 귀한 거니까.”
“이, 이걸 저에게 주시는 겁니까?”
“이건 내가 개인적으로 주는 선물. 케인첼 덕분에 니뮤에님이 사명을 다할 수 있었잖아. 아참 일족 차원의 보답은 조금 기다리도록 해.”
케인첼은 멍한 표정으로 작은 병에 담긴 미미르의 샘물을 바라보았다.
대지의 기억을 읽어 낼 수 있는 힘을 가진 샘물은 학자라면 천금을 내더라도 아깝지 않을 보물이었다.
그것은 요리사도 마찬가지였다.
‘채소의 맛을 끌어올려 준다고?’
에이레네는 생긋 웃으며 미미르의 샘물이 담긴 병을 내밀었다.
“혹시라도 알고 싶은 과거의 지식이 있으면 이걸 한 모금 입에 머금고 대지에 귀를 기울이도록 해. 그럼 그곳에 담긴 기억을 얻을 수 있을 거야.”
케인첼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자신은 지스타드 영지가 사라졌을 때의 기억을 잃어버렸다.
어쩌면 미미르의 샘물을 이용해 지스타드 영지에서 벌어진 참극의 진상을 알아 낼 수 있을지 모른다.
지금 당장이라도 그곳으로 달려가고 싶었다.
도대체 어째서 자신은 기억을 잃은 채 아무것도 없는 영지의 한복판에서 눈을 뜬 것일까.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를 먹고 얻게 된 미식과 요리 스킬들.
어쩌면 그 비밀이 지스타드 영지에 남아 있지 않을까?
“지금 당장이라도 샘물을 사용하고 싶은 데가 있나 보구나. 그렇지만 우선은 참도록 해. 적어도 지력이 100은 되어야 대지의 기억을 받아들이고도 정신이 멀쩡할 거야.”
“지력 스테이터스 말입니까? 설마 엘프에게도 조마경과 비슷한 물건이 있는 겁니까?”
“비슷하다면 비슷하지. 세계수는 대지가 가진 기억을 읽어 들일 수 있어. 그곳에 얼마나 많은 경험치가 쌓였는지 알 수 있는 거야. 능력치를 수치로 표현하는 것과 닮았다고 생각하지 않아?”
“······.”
“어쩌면 그 조마경이라는 것은 세계수의 모조품일지도 몰라.”
케인첼은 목에 걸고 있는 조마경을 꺼내 거기에 적혀 있는 지력 능력치를 확인했다.
지력(59).
이것이 100을 넘긴 상태로 미미르의 샘물을 마시면 10년 전에 벌어졌던 참극의 진상을 알 수 있게 된다.
아무래도 한동안은 레벨 업에 전념해야 할 것 같았다.
미식 스킬 덕분에 모든 능력치를 동시에 올릴 수 있어 다행이었다.
아니면 평생 도서관에 틀어박혀 지내야 했으리라.
‘······그런데 미미르의 샘물을 넣으면 채소가 맛있게 변한다고 했지?’
어쩌면 보석 소금에 이어 최강의 조미료를 하나 더 얻은 것일지도 모른다.
“아참, 미미르의 샘물을 조미료 취급했다는 것은 호라이즌에게 비밀이야!”
케인첼은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다가는 정말 그의 손에 죽을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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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첼. 여기 정화시킨 미스랄이에요. 야장 실력이 부족해서 식칼을 만들 수는 없었어요.”
니뮤에는 동그란 구 형태로 변한 미스랄을 내밀었다. 순수한 미스랄 원석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케인첼은 바이마르에서 만난 대장장이를 떠올렸다. 아무래도 식칼을 만드는 것은 그에게 부탁해야 할 것 같았다.
“그럼 포로들을 보러 가도록 하죠.”
“예!”
몸에 마법각인을 새기고 있는 신도들은 대부분 죽이지 않고 정신만을 잃게 만들었다.
그들은 지금 엘드라드 외곽에 있는 건물에 갇혀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울부짖는 신도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사, 살려주십쇼!”
“저희들은 그저 시키는 일만 했을 뿐입니다!”
“그, 그, 개자식이 전부 꾸민 일입니다!”
한발 먼저 와 있던 호라이즌이 그들의 목에 칼을 대며 외쳤다.
“알고 있는 것을 전부 말해라! 네놈들을 거름으로 만들지 않은 것은 여기 있는 니뮤에님 덕분이라는 것을 잊지 마라!”
“저, 정말 아무것도 모릅니다! 저희들은 그저 강해지게 해 준다는 말에······.”
호라이즌은 조용히 검을 거두었다.
신도들은 그저 뒷골목을 떠도는 건달일 뿐이다. 그들은 칠죄신교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수확은 있나요, 호라이즌.”
“아무래도 이들을 심문해 봐야 알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을 그냥 보내 줄 수는 없었다. 신도들의 몸에 새겨진 마법각인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아주 위험한 물건이었다.
호라이즌이 물었다.
“인간. 마법 각인을 지울 수는 없나.”
케인첼은 길버트의 몸에 새겨져 있던 마법 각인을 떠올렸다. 그것을 지울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싶어 여러 가지를 시험해 보았다.
그렇지만 신성력으로도 마력으로도 마법 각인을 지울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문신 그 자체를 파괴하려 했다간 마법이 발동되어 버린다.
“이건 단순한 문신이 아닙니다. 안타레스는 이것을 잊힌 신의 낙인이라 불렀죠. 그것은 축복이자 저주······.”
그때, 케인첼의 뇌리에 무언가가 떠올렸다.
니뮤에는 세계수의 힘을 이용해 미스랄에 담긴 오러를 정화했다.
어쩌면 그것이 마법 각인을 없앨 열쇠가 되어주지 않을까?
케인첼의 생각을 들은 니뮤에가 고개를 끄덕였다.
“시험해 볼 가치는 있어요. 이들은 분명 선한 사람은 아니지만, 마법각인 때문에 안타레스의 명령을 따르고 있었을 뿐이에요.”
그리고 품고 있던 세계수의 가지를 꺼냈다.
이미 정화 의식을 마친 뒤였기 때문에 다른 준비는 필요 없었다.
니뮤에는 눈을 감고 세계수의 가지에 자신의 의식을 담았다.
“♩~♪~♬······.”
그러자 마치 새가 지저귀는 것 같은 노랫소리가 울려 퍼졌다.
엘드라드에 있는 나무들이 그녀의 노래에 호응하며 공명하기 시작했다.
신도들의 몸에 싱그러운 녹색 빛이 떠올랐다.
“오오! 오오오!”
그리고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것 같았던 마법각인의 모습이 조금씩 흐릿하게 변했다.
엘프 여왕만이 부를 수 있다는 요정들의 노래 엘펜리트Elfen Lied.
그것을 사용한 정화는 선악을 구분하지 않고 모든 것을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린다.
힘을 다한 세계수의 가지가 잿빛으로 변하며 부서졌다.
“······다행히 성공한 것 같네요.”
신도들은 니뮤에의 앞에 엎드렸다. 죽을 뻔 했던 자신들의 목숨을 구해준 것은 물론 마법 각인까지 지워준 것이다.
“위대한 숲의 요정이시여.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의 말은 여기 있는 케인첼에게 하도록 하세요. 케인첼이 부탁하지 않았으면 당신들을 살려서 데려오지 않았을 겁니다.”
“오오······. 오······.”
케인첼은 조용히 건물을 빠져나왔다.
신도들의 처우에 대해서는 조금 더 논의를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렇지만 마법 각인을 지울 수 있는 것이 엘펜리트라는 것을 발견한 것은 큰 수확이었다.
‘안타레스가 죽은 것을 알면 협력자인 알게디 백작이 무언가 움직임을 보일 거야.’
그는 전쟁을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한 브리타니아의 귀족. 마법 각인의 사용법을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니뮤에가 가진 엘펜리트의 능력이 필요 하리라.
‘어쩌면 세계수를 파괴하려는 것도······.’
형태가 보이지 않았던 퍼즐의 조각이 하나씩 모이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렇지만 아직 결정적인 단서가 부족하다.
케인첼은 혼란스러운 머리를 정리하며 자신이 머물고 있는 숙소로 돌아갔다.
그러자 그곳에 에이레네가 기다리고 있었다.
“케인첼! 오늘 밤에 일족 전부를 모아서 새로운 일족의 탄생을 축하하는 연회를 열까 해. 와 줄 거지?”
“······인간인 제가 참석해도 되는 겁니까?”
“당연하지! 주인공이 빠지면 어떻게 하라고!”
세계수의 수호자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