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112)
요리하는 소드마스터-112화(11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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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족······? 주인공······? 도대체 무슨 소리야?!’
당황한 케인첼을 보며 에이레네가 키득거렸다.
그녀는 제대로 설명을 하지 않고, 상대의 반응을 보는 것을 좋아했다.
“이상한 오해 하지 마. 아벨린을 말하는 거니까. 그녀는 비록 하프 엘프지만 세계수를 지키기 위해 누구보다 용맹하게 싸워 주었어. 그녀가 원한다면 수호자로 받아들이려고 해.”
아벨은 인간과 엘프의 피가 섞인 하프 엘프였다.
어디에도 제대로 섞이지 못하는 기름 같은 존재.
그랬던 아벨이 인간과 엘프 모두에게 인정을 받게 된 것이다.
‘······잘 됐다, 아벨. 정말 다행이야······.’
그것이 마치 자신의 일처럼 기뻤다.
그런데 한 가지 걸리는 단어가 있었다.
“그런데 아벨은 남자입니다만.”
“흐응, 그래? 아무리 봐도 여자로 보이는데. 뭐, 그건 본인이 결정해야 하는 문제니까.”
아벨에게 이 사실을 말해주면 얼마나 기뻐할까.
그런 생각을 하며 케인첼은 아주 중요한 문제에 대해 물었다.
“그런데 여왕님. 괜찮으시다면 이번 연회에 필요한 음식을 제가 만들어도 되겠습니까?”
“그러니까 네가 주인공이래도! 뭐, 그러고 싶으면 마음대로 해.”
미미르의 샘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100이상의 지능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지금까지 이상으로 다양한 식재료를 먹고, 요리를 해서 미식과 요리 능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
케인첼은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주방으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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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프족의 연회는 생각했던 것보다 수수했다.
마음에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서로가 가져온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와인 잔을 기울인다.
일족 전부가 모인다기에 화려한 무도회 같은 것을 떠올렸던 케인첼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커다란 접시를 들고 온 엘프가 케인첼이 만든 요리를 받아 갔다.
“이게 인간이 만든 요리군요. 그런데 정말 맛있어 보입니다. 잘 먹겠습니다.”
“아하하! 그래!”
그런 행렬이 이어졌다.
서로가 만든 요리를 나누어 먹는 것은 엘프에게 있어 영혼의 교감이나 마찬가지.
케인첼은 조마경에 떠오른 메시지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5성급 요리 ‘매운 칠리와 카로트를 넣은 부리또’를 먹은 손님들이 매우 만족해합니다.] [5성급 요리 ‘상큼한 블루베리 팬케이크’를 먹은 손님들이 매우 만족해합니다.]요리를 먹은 엘프들의 시선이 한결 부드럽게 변했다.
“뭐! 인간이 만든 것 치곤 먹을 만하군.”
“그러면서 전부 먹어치웠잖아. 어이, 인간! 다음에 이 팬 케이크 어떻게 구웠는지 알려달라고!”
거기에는 엘프도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고민하고 노력한 케인첼의 열정이 담겨 있었다.
에이레네는 연회의 시작을 알리며 하프 엘프 아벨린을 일족으로 받아들인다고 선포했다.
그러나 당사자 아벨은 평소와 그다지 달라지지 않은 표정으로 와인을 홀짝거렸다.
‘조금 더 기뻐해도 좋을 텐데.’
아쉬워하는 케인첼에게 아벨이 몸을 밀착해 왔다.
“너도 한잔 하겠나, 케인첼.”
“윽······. 술 냄새······. 도대체 얼마나 마신거야?”
“음, 나는 괜찮다. 정말 괜찮아······.”
아벨은 그대로 케인첼의 품으로 쓰러졌다. 아무래도 정말 기뻤던 모양이다.
케인첼의 품에 안겨있는 아벨을 본 니뮤에가 귀를 새빨갛게 물들였다.
“아, 아벨린! 그러니까 와인은 적당히 마시라고 했잖아요! 침실로 데려다 주고 올게요!”
“······부탁드립니다.”
케인첼은 고개를 흔들며 눈앞에 놓여있는 와인을 바라보았다.
검은 빛이 도는 짙은 장미 빛의 액체에서 포도 특유의 아로마향이 풍긴다.
잔을 기울이자 마치 갓 딴 장미 같은 부드러운 향기가 코끝에 감돌았다.
지금까지 마셔본 그 어떤 와인보다 고급스럽고 감미로운 향이었다.
에이레네가 빙긋 웃었다.
“어때? 마음에 들어?”
“도대체 무슨 와인입니까? 향과 맛이 엄청난데요. 거의 샤토 페트뤼스나 슈발 블랑 수준은 되는 것 같습니다.”
케인첼의 입에서 갈리아산 최고급 와인들의 이름이 튀어 나왔다.
그만큼 멋진 와인이었다.
“이거 말이야? 그냥 마시는 와인인데? 이 정도 와인은 창고에 수천 병은 쌓여 있어. 포도는 가만히 놔둬도 제멋대로 자라는걸. 이런 식으로 술로 담가두지 않으면 썩어 버려.”
“······.”
엘프가 담그는 술은 엄청난 미주로 이야기 속에 자주 등장한다.
그런데 그 정체가 남아도는 포도를 처리할 데가 없어 술로 담갔을 뿐이라니.
에이레네는 와인 병을 들고 케인첼의 옆자리로 다가왔다.
그리고 털썩 주저앉으며 말했다.
“어때, 이거 팔 수 있을 것 같아?”
“판다니 무슨 말씀이십니까.”
“말 그대로야. 사실 아벨린을 일족으로 받아들인 것도 이것 때문이야. 계산적인 엘프라고 욕해도 좋아. 사실이니까.”
엘프는 살아가는데 필요한 모든 것을 숲에서 얻는다.
그렇기에 지금까지는 교역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상황이 달라졌어. 바람나무 일족은 안타레스의 마법 각인에 의해 너무나 무력하게 세계수를 잃었지. 그건 엘드라드도 마찬가지야. 케인첼이 없었으면 같은 결말이 되었겠지. 그래서 그에 대한 대비를 하려고 해.”
“설마 마도구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맞아. 니뮤에님이 말해줬어. 앞으로 엘프들에게 마도구로 만든 결계가 필요할 거라고.”
마도구는 비싸다.
엘드라드 전체를 지키기 위한 결계를 만들려면 천문학적인 돈이 필요하리라.
“결국 돈을 벌어야 해.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가진 것을 팔아야겠지. 나는 그 창구 역할을 아벨린에게 맡기려고 해.”
케인첼은 마른침을 삼켰다.
인간과 엘프의 교역. 그것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었다.
엘프가 담근 술은 갈리아산 최고급 와인에 비교해도 결코 떨어지지 않는 수준.
희귀도만 놓고 보면 그보다 훨씬 높다.
분명 엄청난 가격으로 팔려나가리라.
‘게다가 세계수의 축복을 받고 자란 식재료들을 공급 받을 수 있으면······.’
놀라울 정도로 맛있는 채식 요리를 만들 수 있다.
“물론 아무하고나 하지는 않아. 아벨린을 통해서만 교역을 할 생각이야.”
‘그거 독점 교역권이잖아!’
엘프족과의 대규모 교역이 아벨을 통해서만 이루어진다.
그것이 과연 어떤 파란을 불러일으킬까.
“작은 어깨에 너무 무거운 책임을 지어준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해. 그렇지만 그녀도 이제부터 세계수의 수호자야.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서는 때로는 검이 아닌 다른 것을 들고 싸울 필요가 있어. 그럼 앞으로도 아벨린을 잘 부탁할게.”
케인첼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벨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귄 친구이자 동료였다.
거기에 몇 가지 수식어가 더 붙는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다.
에이레네는 금빛 실을 꼬아 만든 작은 장식품을 내밀었다.
그런데 그 색이 묘하게 익숙하다.
케인첼은 에이레네의 머리카락과 장식품을 번갈아가며 바라보았다.
‘어, 저거 여왕님의 머리카락으로 만든 거잖아!?’
에이레네는 그것을 케인첼의 손목에 달아주었다.
“이게 내가 주는 마지막 선물이야. 우애의 증표로 받아주었으면 해. 만약 연락할 일이 생기면 이걸 한 가닥 끊으면서 내 얼굴을 떠올리도록 해.”
엘프 여왕이 준 우애의 증표.
그것은 그 어떤 훈장보다 값진 것이었다.
에이레네는 케인첼의 잔에 와인을 가득 채우며 말했다.
“그럼 마지막으로 건배를 하도록 할까?”
“그럴까요.”
그렇게 길고도 길었던 엘프들의 축제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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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마르의 여관에서 기다리고 있던 알프레도 행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외쳤다.
“에, 엘프와의 교역권 말입니까?”
테이블 위에 놓아두었던 잔이 쓰러져 맥주가 쏟아졌다.
결국 입고 있던 바지가 축축해 졌지만, 그 정도는 사소한 문제였다.
“예. 게다가 독점 교역권입니다. 그쪽에서 제공해 줄 수 있는 것은 매년 최고급 와인 1500박스······.”
결국 알프레도 행수는 의자채로 뒤로 넘어졌다.
엘드라드로 떠난 케인첼은 엄청난 것을 가지고 돌아왔다.
엘프가 만든 와인이라니!
그들이 만든 와인은 전설에도 자주 등장할 정도로 엄청난 맛과 향으로 유명하다.
그렇지만 실제로 먹어본 사람은 별로 없다.
만약 그것을 팔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분명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한 이득을 얻게 되리라.
“대, 대박······. 대박!”
알프레도 행수는 여러 위험을 무릅쓰고 여기까지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이 정도 성과라면 머지않아 대행수의 자리에도 오를 수 있지 않을까.
모든 것이 눈앞에 있는 자유 기사의 활약 덕분이었다.
알프레도는 그의 몸을 껴안고 입맞춤을 하고 싶은 욕망에 휩싸였다.
물론 아직 엘드라드를 지킬 결계를 설치할 연금술사의 파견 같은 문제가 남아 있다.
그렇지만 그것은 앞으로 천천히 해 나가면 된다.
옆자리에 앉아 있던 프히들리가 끼어들었다.
“엘프가 만든 와인이라. 괜찮다면 한 병 얻어 마시고 싶군.”
“왕자님 것은 미리 챙겨 두었습니다.”
케인첼은 구석에 놓아둔 상자를 가리켰다.
거기에는 투박한 유리병에 담긴 와인이 들어 있다.
코르크 마개를 따자 마치 꽃밭에 온 것 같은 향기가 퍼져나갔다.
“맙소사······. 과연 엘프가 만든 와인답게 엄청난 향이군. 앞으로 이걸 판다는 건가? 가능하다면 백 박스 정도 사고 싶은데.”
매년 바이마르 왕실에서 소비되는 와인의 양은 엄청나다.
“자세한 이야기는 에델바이스 상회와 하시면 될 겁니다. 앞으로는 그쪽을 통해서 교역을 할 생각이니까요.”
“하여간 잘 마시도록 하지. 엘프가 만든 와인이라, 정말 기대되는걸.”
프히들리는 품속에서 왕가의 문장이 찍힌 서신을 꺼내 내밀었다.
“귀한 선물도 받았으니 약속했던 것을 주도록 하지. 게이트 허가증이다. 이걸 이용하면 단숨에 국경까지 갈 수 있을 거다.”
“준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왕자님.”
“친우를 위해서인데, 이 정도는 해 주어야지.”
케인첼은 마차에 실려 있는 세계수의 묘목을 바라보았다. 지금부터 저것을 브리타니아까지 가지고 가야 한다.
칠죄신교가 세계수를 노리고 있다는 것이 확실해진 이상 게이트를 이용해 단숨에 이동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렇지만 타국에서 게이트를 사용하는 것은 힘들다.
그것을 해결해 준 것이 프히들리였다.
‘국경까지 간 후에 다시 한 번 게이트를 이용하면 바로 시티즌으로 돌아 갈 수 있어.’
케인첼은 달력을 확인했다.
계산 대로라면 축제가 끝나기 하루 전에는 시티즌에 도착 할 수 있게 된다.
‘정확히 고든 램볼튼과의 요리 대결이 시작되기 하루 전이네.’
만약 프히들리의 도움이 없었으면 예정보다 십일 가까이 늦어졌으리라.
케인첼은 흥분으로 뛰기 시작한 가슴을 억눌렀다.
지금부터 바람나무 일족의 운명을 걸고 세계수의 묘목을 운반해야 한다.
그럼에도 머릿속에는 고든이 만든 요리만이 떠올랐다.
양성소를 떠난 이후 케인첼의 요리 실력은 엄청나게 상승했다.
그 결과를 보고 고든이 과연 어떤 평가를 내릴까.
프히들리는 떠날 준비를 하는 케인첼을 보며 아쉬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벌써 가는가.”
“아직 만들어야 할 요리가 잔뜩 남아 있어서 말입니다.”
“그래, 그런가. 케인첼. 그대는 이 프히들리의 친우다. 원한다면 언제든 바이마르로 오거라.”
“감사합니다, 왕자님.”
“기회가 된다면 네가 만든 요리를 또 먹고 싶구나.”
어째서인지 오래지 않아 프히들리의 바람이 이루어 질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렇지만 이제는 브리타니아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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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클 램볼튼은 태어나면서부터 줄곧 몸이 약했다.
그렇기에 요리에 엄청난 재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셰프가 되지 못했다.
제대로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은 하루에 고작해야 한두 시간 정도일까.
게다가 최근에는 몸 상태가 더욱 나빠져 값비싼 약을 물처럼 마시고 있었다.
그녀의 아버지가 왕실 셰프 시절부터 모아두었던 재산은 어느새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게다가 새롭게 개장을 준비하고 있던 레스토랑에서는 계속해서 문제가 발생했다.
결국 오라클의 아버지는 평소라면 절대로 하지 않을 일에 손을 댔다.
― 요리 대결이라고? 그런 어릿광대나 하는 짓을 나한테 시키려는 거냐!
몇 번이나 거부했던 제안을 받아들였다는 사실에 오라클은 눈시울을 붉혔다.
자신의 몸이 약하지 않았다면 아버지가 셰프로서의 자부심을 꺾지 않았으리라.
그렇지만 이것은 기회였다. 무려 대문호 괴테가 심사위원으로 참석한다고 하지 않은가. 그에게 호평을 받으면 레스토랑의 개점에 큰 도움이 되리라.
오라클은 주방에서 요리대결에 내놓을 음식을 만들고 있을 아버지를 떠올렸다.
“풋! 입으로는 싫다고 하시지만 착실하게 준비하고 계시네. 그럼 고생하시는 아버지를 위해 애플파이라도 구워 볼까.”
그녀는 순식간에 먹음직스러운 애플파이를 만들어냈다. 그것을 들고 아버지가 일하고 있는 주방으로 향했다.
오라클은 조심스럽게 문을 열며 말했다.
“애플파이를 조금 구워 봤어요. 이거 드시고 쉬시면서 하세요.”
그렇지만 거기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버지······?”
조리대 위에는 굽고 있던 폭챱과 썰어둔 파프리카가 그대로 놓여 있다.
그녀의 아버지는 만들던 요리를 방치해 놓고 사라지는 성격이 아니다.
오라클은 정신없이 주방을 뒤졌다.
그렇지만 그녀의 아버지는 마치 증발하기라도 한 것처럼 모습을 감췄다.
절도? 납치? 행방불명?
수많은 가능성이 오라클의 뇌리에 떠올랐다.
‘고든 램볼튼’은 그렇게 딸이 보는 앞에서 사라졌다.
후울과의 요리대결을 이틀 앞둔 날에 일어난 일이었다.
사라진 셰프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