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116)
요리하는 소드마스터-116화(116/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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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장 후울과 오라클
케인첼은 오라클에게 지크를 소개시켜 주었다. 지금부터 그에게 들어야 할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오라클의 모습을 본 지크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땀으로 흥건히 젖어있는 옷과 묘한 흥분으로 빨갛게 달아올라 있는 얼굴.
말 그대로 거사를 치루고 난 모습으로 보인다.
지크는 능글맞게 웃으며 손가락으로 케인첼의 팔을 찔렀다.
“형님! 숙맥인줄 알았더니 전부 내숭이었군요! 역시 빵 반죽하던 솜씨가 심상치 않다 했어요!”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지는 모르겠지만 그거 틀렸어요.”
“그런데 분명 저택을 나갈 때는 마녀 할멈이랑 함께 아니었나요? 그 분은 어디가고 아름다운 아가씨가 계시네요?”
그러자 찻잔을 기울이고 있던 오라클의 손이 멈췄다.
아무래도 예상치 못한 칭호에 충격이 큰 것 같았다.
“내, 내가 마녀 할멈······. 마녀······, 할멈······.”
“어? 설마 아가씨가 마녀 할멈인가요?! 아하! 아하하하! 이거 실례했습니다.”
케인첼은 한숨을 쉬며 오라클은 그저 병에 걸려 있었을 뿐이라는 것을 설명해 주었다.
“그럼 형님의 요리를 먹고 몸을 좀먹고 있던 병마가 한발 뒤로 물러난 건가요오!”
지크는 순수하게 감탄했다.
카트린느 왕녀가 보여준 변화도 이 정도로 극적이지는 않았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오라클이 먹은 것은 6성급 약선 요리였다. 게다가 효과 증폭에 사용된 오러의 양도 거의 두 배에 가까웠다.
케인첼은 목을 가다듬고는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지크 아저씨. 분명 노점상 연맹에 대해서 조사한 적이 있었죠?”
“그거 다 끝난 일 아닌가요.”
“안타깝게도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노점상 연맹의 횡포에 시달리던 셰프 중에는 가게를 접고 시티즌을 떠난 이들이 있었다.
케인첼은 서늘하게 가라앉은 눈동자로 물었다.
“혹시 시티즌을 떠난 셰프들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고 계십니까.”
“······무사히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았을까요. 죄송해요, 형님. 거기까지는 조사하지 않았어요.”
“어제 한 명의 셰프가 사라졌습니다. 그는 얼마 전까지 노점상 연맹의 표적이 되어 있었죠. 아무래도 뛰어난 요리 실력을 가진 셰프를 원하는 누군가가 있는 것 같습니다.”
“형님의 말 대로라면······.”
“어쩌면 그들은 시티즌을 떠난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손에 납치 된 것이 아닐까요.”
불사 세포의 정체는 칠죄종 마몬의 육신을 요리한 것이었다.
안타레스가 먹은 것은 3성의 완성도를 가지고 있었다. 만약 불사 세포를 더 높은 등급으로 요리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놈이 먹은 게 5성······. 아니 6성급이었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뛰어난 요리 실력을 가진 셰프의 힘이 필요하겠지.
예를 들자면 고든 같은.
“만약 요리 대결에서 뛰어난 실력을 보여주게 된다면, 앞으로는 오라클 양도 그들에게 노려지게 될 겁니다.”
“상관없어요. 이런 몸으로 태어난 제가 지금까지 살 수 있었던 것은 전부 아버지 덕분이에요. 이 정도 위험은 얼마든지 감수 할 수 있어요.”
후울과 오라클의 대결이라면 타겟이 되는 것은 오라클뿐이다. 후울의 정체는 두꺼운 어릿광대 분장 뒤에 가려져 있으니까.
오라클의 푸른 눈동자에서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 고든의 딸다운 기백이었다.
‘오라클이 각오를 보여주었으면, 그에 대한 대답을 해 주어야 해.’
“우선 이것을 봐 주시겠습니까.”
케인첼은 이차원 주머니에서 어릿광대 의상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렸다.
“어릿광대?”
“제가 고든 램볼튼과 대결하기로 예정되어 있던 후울입니다.”
“아. 그래서 요리 대결을 후원하고 있었군요. 그렇지만 후울의 행동거지는 완벽하게 어릿광대라고 했어요. 그것도 전부 당신이 연기한 건가요?”
“그건 지크 아저씨의 도움을 받았죠. 그런 분야의 전문가거든요.”
그런데 생각했던 것보다 오라클의 표정이 덤덤했다.
깜짝 놀라는 모습을 기대했던 케인첼은 어깨를 으쓱했다.
오라클은 새침한 표정으로 웃었다.
“당신이 만든 요리는 제 병마를 한발 뒤로 물러나게 했어요. 후울이 아니라 데우스의 재림이라 해도 믿었을 거예요.”
“데, 데우스의 재림······. 이 자리에 케롤라인이 없어서 다행이군요.”
“케롤라인? 설마 대주교 케롤라인님과 아는 사이인가요?”
“단골손님이라고 해 두죠.”
“······세상에.”
케인첼의 단골은 케롤라인 말고도 잔뜩 있었다.
도이칠랜드의 왕족 프히들리와 카트린느. 엘프 여왕 니뮤에와 에이레네.
그 외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케인첼의 요리를 먹어 주었다.
그렇게 그들과의 인연은 경험치가 되어 케인첼의 안에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그래도 최소한의 안전장치 정도는 해 두도록 하죠.”
“안전장치요?”
“내일 하는 것은 요리 대결이 아닙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어릿광대들의 서커스일 뿐이죠. 그런 식으로 포장해야 아슬란 황제의 눈치를 보는 귀족들도 마음 놓고 볼 수 있을 테니까요.”
“확실히 좋은 아이디어네요.”
“그러니까 지금부터 오라클 양도 어릿광대 분장을 해 주어야겠습니다.”
“예? 어릿광대요? 설마 그걸 입고 요리를 해야 되는 거예요?”
오라클의 얼굴이 잘 익은 홍시처럼 붉게 물들었다.
아무래도 몸매가 완전히 드러나는 어릿광대 옷을 입고 요리를 하는 것이 부끄러운 것 같았다.
“익숙해지면 괜찮습니다.”
“그런 건 익숙해지고 싶지 않아요!”
그렇지만 맨얼굴로 요리 대결을 하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
결국 변장의 필요성을 인정한 오라클은 한 가지 조건을 걸었다.
“무얼 입고 나갈 건지는 제가 정할게요. 아셨죠?”
지크는 어디선가 여성용 어릿광대 의상을 잔뜩 구해왔다. 그 대부분이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야했다.
결국 그녀가 고른 것은 해골이 그려져 있는 품이 넓은 옷이었다.
지크는 아쉬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렇게 멋진 옷이 잔뜩 있는데 왜 해골인가요! 결국 후울과 미스 스컬이 되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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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신사 숙녀 여러분! 지금부터 축제의 마지막을 장식할 즐거운 서커스의 막이 오릅니다!”
서커스의 사회를 보고 있는 것은 시티즌의 시장인 윌슨이었다.
그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중앙 광장 전체에 울려 퍼졌다.
음성을 증폭시켜주는 마도구 덕분이었다.
“그럼 오늘 공연을 할 어릿광대를 소개하겠습니다! 여름 축제를 뜨겁게 달군 허니버터의 창시자! 후울!”
그러자 여전히 허니버터를 기억하고 있던 사람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보고 싶었다고, 후울! 도대체 어디 갔다가 이제 왔냐!”
“나는 아직도 허니버터 샌드위치의 맛이 잊히지가 않는다니까!”
관객들은 천막을 가득 채우고도 밖에까지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서커스의 참가자가 갑자기 바뀌긴 했지만 관객들이 보고 싶은 것은 후울이었다.
그만큼 허니버터 샌드위치가 일으킨 파란은 엄청났다.
저렴한 가격에 뛰어난 맛.
특히 귀족들의 전유물이었던 고급 음식과는 달리, 손을 뻗으면 사 먹을 수 있다는 점이 컸다.
그래서인지 관객들은 대부분 상인이나 시민이었다.
윌슨은 두 번째 참가자를 소개했다.
“그와 같이 서커스를 할 사람은 해골 속에 엄청난 요리 실력을 감춘 수수께끼의 미녀! 미스 스컬!”
해골 분장을 한 오라클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 무대의 중앙에는 당장이라도 요리를 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었다.
“꺄악!”
익숙하지 않은 무대에 긴장한 것일까. 조리대로 향하던 오라클이 그대로 앞으로 자빠졌다.
날카로운 비명 소리에 관객들은 미스 스컬이 이름 그대로 여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 관절염이 도진 걸까요, 미스 스컬. 화려하게 넘어집니다!”
그것까지 쇼의 일부로 만드는 윌슨의 센스가 대단했다.
윌슨은 마도구를 케인첼의 얼굴에 가까이 가져가며 말했다.
“그럼 후울! 요리 대결······. 아니, 서커스를 앞둔 각오를 한 마디 말씀해 주시지요!”
“하하! 히히! 후후! 헤헤! 호호! 저 후울! 열심히 수련했지만 아쉽게도 여러분들을 즐겁게 해줄 묘기는 부릴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조금 특별한 음식을 만드는 모습 정도는 보여 드릴 수 있지요!”
그리고 케인첼은 마치 바닥에 미끄러운 기름이라도 발라져 있는 것처럼 우스꽝스럽게 넘어졌다.
“어이쿠! 누가 바닥에 올리브유를 발라 두었네요! 네? 오늘 요리는 어릿광대 볶음이라고요? 요리를 하러 왔는데, 제가 요리되게 생겼군요!”
케인첼은 몸으로는 어릿광대를 연기하면서 폴른 스타를 발동시켰다.
지금부터 수많은 관객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요리를 하게 된다.
‘고든을 납치해간 사람의 목적이 뛰어난 요리 실력이라면······. 분명 저 중에 그의 눈이 있을 거야.’
어떤 전투보다도 더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이것은 단순히 어릿광대의 공연이 아니다. 상대를 끌어내기 위한 거대한 함정.
그 효과를 최대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지금 만들 수 있는 최고의 요리를 해야 한다.
윌슨은 이번에는 심사위원석에 앉아 있는 괴테에게 다가갔다.
“그럼 괴테 선생님! 드시고 싶은 요리를 말씀해 주십시오!”
“어, 메뉴는 내가 정해도 되는 거야?”
“아주 어려운 메뉴라도 괜찮습니다! 저기에 있는 어릿광대들은 괴테 선생님의 혀를 만족시키기 위해 이 자리에 있는 것이니까요!”
“그래? 그럼 이런 것은 어떨까. 닭고기. 그것도 악마라도 반할 것 같은 닭고기가 먹고 싶어.”
윌슨이 목소리를 높였다.
“나왔습니다! 지금부터 후울과 미스 스컬이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악마라도 반할 닭고기! 그럼 즐겁고도 맛있는 공연이 시작됩니다!”
‘악마라도 반할 맛? 도대체 뭘 만들라는 거야!’
케인첼은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이런 추상적인 요리는 해석에 따라 평가가 갈린다. 단순히 맛있게 만든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었다.
고민하는 케인첼과는 달리, 오라클은 바로 해답을 찾은 것 같았다.
그녀는 고개를 한번 끄덕거리곤 바로 재료를 모으기 시작했다.
수많은 상회들이 모여 있는 상업도시답게 한겨울에도 다양한 식재료들을 구할 수 있었다.
‘콜라드 그린과 참마에 버터밀크······. 거기에 꿀이라······. 오라클은 버터밀크 치킨을 만들려는 모양이네.’
그것은 버터밀크에 재워둔 닭고기를 튀겨낸 요리였다.
버터밀크가 배여든 닭고기는 아주 촉촉하고 부드러워진다.
그것을 바삭하게 튀겨낸 후, 꿀을 바른다.
마지막으로 상큼한 맛의 콜라드 그린과 으깬 참마를 곁들인다.
그럼 누구라도 군침을 흘리지 않고는 버틸 수 없는 요리가 탄생한다.
‘으으, 재료를 준비하는 모습만 봐도 군침이······.’
요리를 하는 오라클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우스꽝스러운 해골 분장조차 그녀의 요리 솜씨를 가리지 못했다.
오라클은 순식간에 버터밀크에 샬롯과 마늘, 그리고 양파를 넣었다.
이제 저기에 손질한 닭고기를 넣고 그 맛이 배어들게 하는 것이다.
가느다란 손가락이 악기를 연주하듯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그러자 커다란 닭고기가 먹기 좋은 크기로 조각났다. 오라클의 식칼 다루는 솜씨는 거의 예술의 경지였다.
‘······마치 고든이 요리하는 것을 보는 것 같아.’
케인첼은 마른침을 삼켰다. 비록 적을 끌어들이기 하는 요리 대결이지만 이기고 싶었다.
뛰어난 실력을 가진 셰프와의 대결에서 이기면 엄청난 경험치를 얻는다.
그것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만 케인첼은 아직까지도 무엇을 만들어야 할지 정하지 못한 상태였다.
‘미안하지만 브릴리언트 로드의 힘을 조금 빌리도록 할까.’
케인첼은 손질되지 않은 닭고기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요리 스킬을 발동 시켰다.
그러자 닭고기로 만들 수 있는 수많은 요리의 레시피가 눈앞에 떠올랐다.
‘악마라도 반할 것 같은 닭고기······. 악마······. 그래, 이거야.’
케인첼은 아주 깊숙한 곳에 놓여 있던 한 장의 레시피를 손에 쥐었다.
양념 치킨.
그것은 마치 지옥의 불길을 닭고기에 입혀둔 것처럼 보이는 요리였다.
후울과 오라클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