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118)
요리하는 소드마스터-118화(118/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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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사이에 섞여 있던 평범한 남자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심사위원을 맡은 괴테는 입맛이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그런데 미스 스컬의 버터밀크 치킨을 먹은 괴테는 연신 호평만을 쏟아냈다.
그것은 고급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셰프조차 하지 못한 일이었다.
“고든 램볼튼의 재능을 그대로 물려받았군. 역시 요리를 하지 않은 것은 건강 때문이었나.”
평범한 남자는 이미 미스 스컬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사라진 아버지 대신 자식이 대결에 나오는 것은 흔한 일이었으니까.
“어차피 조만간 처리하려고 했는데 잘 됐어.”
그런데 예상 못한 이변이 일어났다.
후울이 만든 양념치킨을 먹은 괴테가 말도 안 되는 반응을 보인 것이다.
“······괴테는 진짜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는 맛있다는 말 밖에는 안 한다고 했는데······. 설마 후울이 만든 요리가 그렇게 맛있단 말인가?”
평범한 남자의 손이 흥분으로 떨리기 시작했다.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서 실력 있는 셰프를 두 명이나 찾아낸 것이다.
평범한 남자는 손을 뻗어 축축해진 입가를 닦아냈다.
자신도 모는 사이, 후울이 만든 양념 치킨이 먹고 싶어 흘린 침이었다.
“매콤달콤이라는 말을 들으니 나도 모르게 침이 고이는군. 저, 정도면 말 그대로 대박이다.”
무대에서는 윌슨 시장이 튀어나와 목이 터져라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양념 치킨이 괴테 선생님의 혀를 만족 시켰습니다! 매콤하면서 달콤한 맛이라니! 도대체 어떤 맛인지 저도 궁금하군요! 그러면 앞자리에 계신 분부터 양념 치킨을 시식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러자 관객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오, 오오오! 설마 양념 치킨을 먹을 수 있는 건가! 저녁도 안 먹고 구경하러 온 보람이 있는데!”
“줄서! 너 분명 나보다 늦게 왔잖아!”
괴테가 제대로 된 평가를 내릴 수 없을 정도로 맛있게 먹어치운 음식.
그것을 시식할 수 있다는 말에 관객들 사이에 엄청난 소란이 일어났다.
그 틈에 평범한 남자는 천막을 빠져나왔다.
뒷골목의 어둠속으로 녹아든 남자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도대체 후울이 누구기에 저런 엄청난 요리 실력을······.”
대답을 기대하지 않고 던진 물음이 형태를 가지고 돌아왔다.
“하하! 히히! 후후! 헤헤! 호호! 손님. 아직 서커스가 끝나지 않았는데, 어딜 그렇게 급히 가십니까.”
“후, 후울? 네가 왜 거기서 나와! 분명 방금 전까지 무대 위에 있었잖아!”
지금도 서커스 무대 위에서는 후울이 관객들에게 양념 치킨을 나누어 주고 있었다.
케인첼은 씨익 웃으며 어릿광대 의상 속에 숨겨두었던 검을 꺼냈다.
그저 양념 치킨을 완성한 후, 똑같은 모습으로 분장하고 있던 지크와 교대를 했을 뿐이다.
“어릿광대는 손님을 즐겁게 해 주기 위해서라면 어디라도 간답니다. 그런데 제 정체가 퍽이나 궁금하신 것 같군요.”
케인첼이 들고 있던 검이 찬란한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소드 나이트?”
평범한 남자는 경악한 얼굴로 뒷걸음질 쳤다. 도저히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이 믿기지가 않았다.
그가 암살 길드의 정보원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두 가지였다.
아무런 특징도 없는 평범한 얼굴.
그리고 그 특성을 더욱 강화시켜주는 마도구의 존재.
그것을 이용하면 왕실이라도 숨어들어가 정보를 빼올 수 있었다.
그런데 고작해야 어릿광대에게 그 모든 것이 간파당한 것이다.
“설마 함정에 빠진 건가······.”
평범한 남자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주머니에서 연막탄을 꺼냈다. 그것을 이용해서 이 자리에서 도망칠 생각이었다.
툭!
그런데 연막탄은 터지지 않았다. 마치 구멍 뚫린 고무공처럼 그저 몇 번 땅바닥 위에서 튕기기만 했다.
“젠장, 불량품인가!”
케인첼의 검은 푸른 섬광이 되어 평범한 남자의 허벅지를 꿰뚫었다.
“끄아아악!”
“머랭은 역시 최고라니까.”
오러로 거품을 만들어 물체를 보호하는 스킬 머랭.
반대로 말하자면 머랭을 이용하면 물체에 전해지는 충격마저 흡수 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케인첼은 평범한 남자를 기절시킨 후. 웰라이드 저택의 지하실로 끌고 갔다.
한발 늦게 도착한 지크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형님답지 않게 거친 손놀림이네요. 하긴, 어제 그런 일이 있었으니까요.”
“······.”
녹색 산맥에 이그드라실의 묘목을 심기 위해 떠났던 아벨과 니뮤에.
그들은 예정보다 보름이나 일찍 웰라이드 저택으로 돌아왔다.
그것도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부상을 입은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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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첼은 그들의 치료를 위해 대주교 캐롤라인을 불러왔다. 그렇지만 엄청난 신성력을 가진 캐롤라인조차 두 엘프의 상처를 보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들의 몸에는 이미 한 줌의 생명력조차 남아 있지 않아요······. 그저 엄청난 의지로 생명줄을 붙잡고 있을 뿐이에요······.”
“그럼 죽는 것만 기다려야 한다는 말입니까?”
“······죄송해요.”
그때 케인첼의 뇌리에 불현듯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대지에 뿌리를 박고 자라나는 세계수. 그리고 그 정수가 모인 미미르의 샘.
그것을 뿌린 식물은 어떤 환경에서도 자라나는 강한 생명력을 가지게 된다고 했다.
“어쩌면 미미르의 샘물로 아벨을 치료 할 수 있을지 몰라.”
케인첼은 가지고 있는 모든 오러를 사용해서 미미르의 샘물에 효과 증폭을 걸었다.
그것을 한 모금씩 두 엘프의 입에 흘려 넣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시체 같았던 몸에 혈색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도대체 어떤 괴물이 상대였기에 니뮤에가 저렇게 된 것일까.
그 대답은 눈을 뜬 니뮤에에게 직접 들을 수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닭똥 같은 눈물을 쏟아냈다.
“죄, 죄송해요. 결국 의무를 다하지 못했어요······.”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녹색 산맥까지는 아무 일 없이 도착 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거기서 광기에 물든 눈을 가진 남자가······. 아아! 도대체 그 괴물은······!”
니뮤에는 한동안 침대에 얼굴을 박고 비명을 질러댔다. 아무래도 엄청난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마음 같아서는 정신을 안정시켜주는 허브티라도 끓여주고 싶었다.
그렇지만 니뮤에는 부상이 너무 심해 물조차 마실 수 없는 상태였다.
30분 가까이 지나서야 니뮤에는 이야기를 이어 갈 수 있었다.
“그는 이성을 잃은 버서커였어요. 루시아라는 말 밖에는 하지 못했죠. 그런데 정말 무서울 정도로 강했어요.”
“······버서커.”
“예. 그는 분명 소드 마스터일거에요.”
그 말을 하고 니뮤에는 그대로 기절하듯 쓰러졌다.
거기까지가 어젯밤에 있었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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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첼은 무겁게 가라앉은 눈으로 지크를 바라보았다.
“만약 버서커가 된 소드 마스터가 있으면 얼마나 강할까요.”
“오히려 약해지지 않을까요. 보통 광전사는 이성을 잃은 대신 무서울 정도로 강한 힘과 속도를 손에 넣잖아요. 그렇지만 그것이 통하는 것은 소드 나이트까지죠. 소드 마스터에겐 상급 검술이 있으니까요.”
지크의 말이 맞았다.
오러 블레이드로 펼치는 중급 검술은 그 강함 때문에 상급 검술로 불린다.
그것을 제대로 다루기 위해서는 어떤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는 이성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유일한 예외가 있었다.
“혹시 알레한드로 알게디 백작의 사위가 누구인지 아십니까.”
“음. 분명 멜리오트 산달폰이잖아요? 7대 미덕중에 근면을 담당하고 있는.”
멜리오트는 초급 검술만으로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도달한 남자.
그가 휘두르는 검은 강을 가르고 산을 무너트린다고 한다.
만약 그가 버서커가 되었다면 얼마나 강해질까.
상상조차 가지 않을 정도였다.
“설마 형님은 여왕님을 습격한 것이 멜리오트 경이라는 생각하는 건가요? 에이, 말이 안 되잖아요. 그는 7대 미덕이라고요. 그런데 왜 버서커가 되겠어요. 단단히 미치지 않고서야······.”
“알게디 백작은 칠죄신교와 손을 잡았습니다. 그 정도면 충분히 미친 짓이라고 생각되는데요.”
“······확실히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이러지 말고, 저놈을 깨워서 물어보죠?”
지크는 눈을 반짝이며 기절해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마치 허락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케인첼은 고개를 끄덕이며 품속에서 작은 책을 꺼내들었다.
거기에는 남자가 모으고 있던 정보가 담겨 있었다.
그렇지만 암호로 적혀 있어, 보통 방법으로는 해석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럼 심문은 부탁드리겠습니다.”
“예, 예!”
지크는 기절해 있는 남자를 깨우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한동안 즐거운 심문이 이어졌다.
그렇지만 좀처럼 소득은 나오지 않았다.
“끄, 끄윽······. 차라리 죽여라······.”
“아무래도 어디 한 군데 자르지 않으면 제대로 된 정보를 얻을 수 없을 것 같은데요? 죽어도 상관없으면 조금 더 심문 해 볼까요?”
“잠시만 제가 해 보죠.”
케인첼은 평범한 남자에게 다가갔다. 얼마나 화려하게 심문을 한 것인지 온몸에 멍이 가득했다.
“혹시 어디 소속인지 말할 생각 없어?”
“······나,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너희들은 무고한 사람을 잡아 온 거야!”
낼름-
케인첼은 평범한 남자의 볼을 타고 흐르는 땀을 핥았다.
그러자 미식 스킬이 그것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거짓말을 하는 자의 땀]*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평소보다 많은 땀을 흘리게 된다. 자연스럽게 그 농도가 낮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땀은 흘리는 조건에 따라 그 맛이 달라진다. 단순히 더위로 흘리는 땀은 운동으로 흘리는 땀보다 싱겁다.
사람의 땀에 들어있는 소금 또한 식재료의 일종.
케인첼의 혀는 어느새 땀에 들어있는 염분의 농도마저 알아차릴 정도로 예민해져 있었다.
“그럼 이번엔 가벼운 질문부터 해 볼까. 굉장히 평범한 얼굴을 하고 있는데, 이름이 뭐지?”
“커, 커먼······.”
“······진짜군. 정말 이름이 평범이었네.”
커먼의 눈동자가 격렬하게 떨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커먼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그것이 가명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상대는 단숨에 그것을 간파해 냈다. 마치 마음을 읽히는 기분이었다.
“그럼 이번엔 질문 방식을 바꿔 보도록 할까. 알레한드로 알게디에 대해 알고 있어?”
“모, 몰라!”
낼름-
“아쉽게도, 이건 거짓말이네.”
“······!”
훈련받은 암살자 중에는 거짓말을 하면서도 땀을 흘리지 않는 사람이 있다.
그렇지만 커먼은 그런 훈련까지는 받지 않았다.
어느 누가 땀의 맛으로 거짓말을 간파하는 사람이 있으리라 생각했겠는가.
케인첼은 커먼이 땀을 계속 흘릴 수 있도록 물까지 먹여가며 심문을 계속했다.
그리고 커먼이 알고 있는 거의 대부분의 정보를 들을 수 있었다.
커먼은 암살 길드 소속의 정보원이었다.
그리고 알레한드로 알게디는 브리타니아 전역에서 실력 있는 셰프들을 모으고 있다.
고든을 납치한 것 또한 그의 짓이었다.
그렇지만 셰프를 모으는 목적은 커먼도 모른다고 한다.
케인첼은 입술을 깨물었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사실은 많았다.
그렇지만 이것으로 알게디 백작의 목적은 확실해졌다.
‘알게디 백작은 불사 세포를 요리하려는 거야. 그것도 5성급 이상으로.’
불사 세포를 요리해서 먹은 사람은 불사자가 된다. 옆방에는 목을 베어내고도 죽지 않은 안타레스의 몸이 있다.
“아참 형님. 이놈이 가지고 있던 마도구는 어떻게 할까요?”
“분명 인상을 흐리게 만드는 마도구였죠?”
“예. ‘특징죽이기’라는 이름의 팔찌에요. 왕들이 민심을 살피기 위한 암행을 떠날 때 사용하던 물건인데······. 이게 어떻게 암살 길드의 손에 들어간 걸까요.”
그것은 말 그대로 아주 평범해 보이는 팔찌였다. 이것을 끼고 다니면 어디에 가도 눈에 띠지 않게 된다.
아예 얼굴 그 자체를 바꾸는 것에 비하면 급이 떨어지는 마도구.
그렇지만 안 그래도 평범한 인상의 커먼의 손에 들어가자 무서울 정도로 강한 힘을 내게 되었다.
같은 마도구라도 사용하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그 위력이 달라지는 것이다.
“아무래도 크롤트라에 가야 할 것 같군요.”
“거긴 말 그대로 적의 본거지잖아요? 너무 위험하지 않을까요? 적어도 여왕님이 회복할 때 까지는 기다려야······.”
“그러면 너무 늦습니다. 아무래도 지금 바로 드래곤 고기를 요리해 먹어야 할 것 같아서요.”
케인첼은 이차원 주머니 안에 들어있는 드래곤 고기를 떠올렸다.
지금 가진 능력치로는 소드 마스터를 상대 할 수 없다.
드래곤 고기를 먹고 더욱 많은 오러를 다룰 수 있는 그릇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거기에 필요한 마지막 파츠가 크롤트라에 있었다.
별미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