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121)
요리하는 소드마스터-121화(12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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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케인첼의 주위에는 몇 명의 상인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주린 배를 움켜쥐고 과연 어떻게 샌드 웜을 요리 할지에 대해 떠들어댔다.
“냄새가 진짜······. 저걸 그대로 요리한다면, 아무리 맛있다고 해도 절대 못 먹을 겁니다.”
“우웁······. 죄송합니다, 구역질이······.”
샌드 웜의 고기를 잘라내자, 마치 썩은 오물 같은 역겨운 냄새가 더욱 강해졌다.
이것을 정화하는 것이 샌드 웜 요리의 시작인 셈이다.
케인첼은 이차원 주머니에서 세계수 근처에서만 자라는 특수한 향신료를 꺼냈다.
양파에 사프란을 합친 것 같은 풍미를 가진 뿌리채소 피아가놀.
여기에 케민잎을 잘 섞어 주면 고기의 냄새를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향신료가 탄생한다.
‘엘프가 쓰는 식재료가 고기 냄새를 산뜻하게 바꿔준다니, 참 신기하지.’
그렇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케인첼은 거기에 해독 효과가 있는 약초 몇 개와 마늘, 그리고 양파와 생강을 갈아 넣었다.
그리고 오러를 이용해 향신료의 효과를 몇 배로 증폭 시켰다.
‘좋았어. 대륙에 이 정도로 효과적인 탈취제는 없을 거야.’
커다란 샌드 웜 고기를 줄로 단단하게 묶어준 후, 냄비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향신료와 보석 소금을 넣고 끓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역한 냄새를 머금은 거품이 떠오르며 고기의 색깔이 연한 갈색으로 변했다.
‘여기서부터는 치킨 스톡을 만들 때와 똑같아. 떠오르는 거품을 계속 걷어내 주면서 아주 정성스럽게 끓여 줘야 해.’
지루한 작업은 몇 시간이나 계속되었다.
마법 같은 극적인 변화는 없었다.
하지만 아주 천천히 샌드 웜 고기가 먹을 수 있는 것으로 바뀌어 갔다.
상인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 이상하군요. 아까 전부터 구역질나던 냄새가 없어진 것 같지 않습니까?”
“그러게요. 그 대신 향초를 듬뿍 넣고 닭고기 수프를 끓이는 것 같은 냄새만······.”
케인첼은 피식 웃었다. 마법은 지금부터 시작이었다.
두 시간 가까이 끓여 냄새와 독을 제거한 샌드 웜의 속살. 그것을 약간 잘라 입에 넣었다.
‘이 맛은······. 랍스타와 비슷하면서도 풍미가 훨씬 강해.’
삶으면 맛이 없어지는 랍스타와는 달리, 샌드 웜 고기는 포악스럽게 맛을 흡수한다.
여러 향신료를 넣고 삶아준 후 굽는 것이 샌드 웜 고기의 맛을 살리는 비결이었다.
케인첼은 화력을 최대로 올리고 팬을 달궜다. 그리고 먹음직스럽게 변한 샌드 웜 고기를 꺼내 썰기 시작했다.
이미 한 번 향신료를 넣고 삶아준 덕분에 단단했던 살이 어느 정도 풀어진 상태였다.
그것을 달궈진 후라이팬 위에 올린다.
치이이이익-
고기가 익어가며 내는 향기가 순식간에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케인첼은 능숙한 솜씨로 시어링을 해 주었다.
강한 화력에서 겉 부분이 탈 때까지 바싹 구워 준 후, 불을 줄여 나머지를 익힌다.
그러면 속에 배여 있는 향신료의 맛이 고기 전체에 퍼지게 된다.
‘바삭하고 촉촉한 스테이크는 최고지. 그리고 간은 보석 소금만으로 깔끔하게.’
동방의 조미료인 간장으로 만든 조림이라면 샌드 웜 고기의 감칠맛을 더욱 잘 살릴 수 있다.
풍미라면 불도장 쪽이 낫다.
그렇지만 그나마 익숙한 스테이크 쪽이 부담감 없이 먹을 수 있으리라.
무너진 터널 안에 만들어진 임시 주방.
그렇지만 그 열기는 어떤 곳에 있는 주방보다도 뜨거웠다.
케인첼은 도마 위에 잘 구워진 샌드 웜 고기를 올리고 먹기 좋은 크기로 썰기 시작했다.
스윽! 스윽!
“저, 저게 샌드 웜 고기라고? 그런데 왜 저렇게 맛있어 보이지?”
“으으, 못 참겠어······.”
이미 상인들에겐 저것이 몬스터 고기라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몬스터 고기라도 고기야. 그것을 최대한 맛있게 요리하는 것이 셰프의 역할······.’
케인첼은 와인을 졸여 소스를 만든 후 그것을 뿌렸다.
이미 몇 번이나 6성급 스테이크를 구워낸 적이 있었다.
그렇지만 이렇게 굶주린 손님을 상대한 것은 처음. 과연 얼마나 맛있게 먹어줄까?
입가에 흐르는 침을 닦고 있던 상인이 다가왔다.
굶어 죽는 것보다 중독되어 죽는 것이 낫다고 외친 남자였다.
“이제 먹어도 됩니까?”
“예, 완성입니다. 안심하고 드실 수 있도록 먼저 시식을 하겠습니다.”
케인첼이 먼저 한 점 집어 입으로 가져가자 눈치를 보고 있던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곁들여 먹을 가니쉬나 빵이 있으면 더 좋았겠지만······. 이 정도가 한계군요. 고기는 잔뜩 있으니 드시고 싶은 만큼 드셔도 됩니다.”
“고, 고기다! 정말 고기야!”
“으으, 잘 먹겠습니다!”
상인들은 손으로 스테이크를 집어 그대로 입으로 가져갔다. 젊잖게 나이프 질을 하고 있을 여유는 없었다.
잘 구워진 샌드 웜 스테이크를 베어 물자 깜짝 놀랄 정도로 깊은 맛이 느껴졌다.
“이게 샌드 웜이야? 뭐야, 최고급 스테이크보다 더 맛있잖아!”
“정말 맛있어?”
“먹어 봐! 정말 죽여준다니까?”
샌드 웜의 고기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던 사람까지 스테이크를 받기 위해 몰려들었다.
산더미 같이 쌓여 있던 고기가 순식간에 줄어들었다. 고기를 굽는 속도가 따라 갈 수 없을 정도였다.
그리고 기적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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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아! 정말 잘 먹었습니다.”
“최고였어요!”
“덕분에 살았습니다!”
며칠 동안 굶주려 초췌했던 상인들의 얼굴에 활력이 돌아왔다.
케인첼의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떠올랐다.
‘역시 이 맛에 요리를 한다니까.’
자이언트 샌드 웜의 고기는 수백 명이 먹어도 될 정도의 양이 남아 있다.
한동안 식량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리라.
그런데 샌드 웜 고기를 먹은 상인들의 상태가 이상했다.
“배, 배가 부르니까, 힘이 난다! 지금 당장 산이라도 옮길 수 있을 것 같아!”
“오오! 뭐야, 곡괭이가 이렇게 가벼웠어? 이 정도면 양손에 하나씩 들고 휘둘러도 되겠는데?”
그것은 단순한 비유가 아니었다.
상인들은 넘쳐나는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삽과 곡괭이를 들고 파묻힌 벽을 파기 시작했다.
퍽! 퍽퍽-!
몇 사람이 달라붙어야 옮길 수 있을 정도로 커다란 바위.
그것을 가볍게 들어서 저 멀리 던져버리는 모습은 입이 쩍 벌어질 정도였다.
‘어, 잠깐만······. 아무리 배가 부르다고 해도 저건 너무한데?’
사람들의 의욕이 돌아온 것을 본 타스 행수가 신이 나서 외쳤다.
“며칠 동안 터널 안에 공기가 남아 있다는 것은 이곳이 완전히 매몰된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조금만 더 힘을 내서 파면 밖으로 나갈 수 있을 겁니다!”
“오우! 오우! 오우!”
맛있는 음식을 잔뜩 먹었다곤 해도 저런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케인첼은 조마경을 들고 거기에 떠올라 있는 메시지를 확인했다.
[6성급 요리 ‘자이언트 샌드 웜의 특성이 담긴 스테이크’를 먹은 손님들이 매우 만족해합니다.] [손님들의 근력과 체력이 일시적으로 상승했습니다.]“샌드 웜의 특성이 담겨 있다고······?”
지금까지 만들었던 어떤 요리에도 적혀 있지 않은 설명이었다.
이것이 요리 레벨이 오르며 새롭게 생긴 능력이 아닐까?
그렇지만 그 후에 만들었던 양념 치킨에는 이런 효과가 없었다.
무엇이 그 차이를 만든 것일까.
‘분명 샌드 웜의 특성이 담겨 있다고 했지.’
어쩌면 불사 세포를 요리하는데 필요한 것이 바로 이 힘이 아닐까?
그렇지만 우선은 여기서 나가는 것이 먼저였다.
샌드 웜 요리를 먹은 상인들은 무서울 정도의 속도로 벽을 뚫었다.
그들은 그렇게 반나절 만에 지난 삼일 동안 한 것보다 많은 일을 해 냈다.
“나갈 수 있습니다! 조금만 더 힘을 내십시오!”
“오우! 오우! 오우!”
상인들은 마치 전투를 앞둔 전사라도 된 것처럼 고함을 질러댔다.
아무래도 저것 또한 샌드 웜 요리의 효과 인 것 같았다.
타스 행수는 저녁에 먹을 샌드 웜을 손질하고 있는 케인첼에게 다가와 고개를 꾸벅 숙였다.
“도대체 어떻게 감사를 드려야 할지······. 케인첼 경이 아니었으면 저희들은 전부 죽었을 겁니다. 만약 이곳에서 나간다면 로렌초 대행수님에게 말씀드려 평생 큰사슴 상회의 은인으로 모시겠습니다.”
“한 배를 탄 동료 아닙니까. 살아남기 위해 당연한 일을 했을 뿐입니다.”
“저를 은혜도 모르는 놈으로 만드실 생각입니까?”
타스 행수는 한숨을 쉬고는 주머니에서 구겨진 종이를 꺼냈다.
거기에 자신의 이름과 함께 오랜 벗에게 라는 말을 적어 내밀었다.
“크롤트라에는 장인중의 장인이라는 드워프들이 일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들은 전부 대형 상회나 영주와 계약을 하고 있어 무구 제작 의뢰 같은 것은 받지 않습니다.”
“그렇군요.”
“아이언해머에 있는 블루마운틴이라는 드워프를 찾아가서 이것을 보여 주십시오. 제 소개로 왔다고 하면 무구의 정비 정도는 해 줄 겁니다. 샌드 웜을 상대하느라 날이 제법 상하지 않으셨습니까.”
물론 케인첼의 검은 그럴 걱정이 없는 미스랄제였다.
그렇지만 드워프 장인이 손을 봐 준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드워프와 벗이라······, 무언가 사연이 있을 것 같군요.”
타스 행수는 껄껄 웃으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예전에 그 친구의 목숨을 구해 준 적이 있습니다. 그때 어떤 부탁이라도 한 가지 들어주겠다고 약조를 받아 두었지요. 명검이라도 한 자루 만들어 달라고 해서 팔까 했는데, 아무래도 아까워서 아껴 두고 있었습니다.”
“그런 소중한 보상을 저에게 주신 거군요. 감사합니다, 테스 행수님.”
“어차피 케인첼 경이 없었으면 죽었을 목숨입니다. 공교롭게도 서로가 서로에게 목숨을 빚진 셈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타스 행수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고개를 숙인 후, 일터로 돌아갔다.
어느새 공기의 질이 달라져 있었다. 머지않아 밖으로 나갈 수 있다는 뜻이었다.
‘몬스터의 특성이 담긴 요리에 드워프 블루마운틴······. 어쩌면 또 하나의 기연을 얻은 것일지도 모르겠네.’
케인첼은 갖은 향신료의 향이 배어있는 샌드 웜 고기를 뜨거운 팬 위에 올렸다.
치이이익-!
그것은 너무나 맛있는 향을 내며 익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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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 밖이다!”
“살았어! 우린 살았다고!”
“으하하하하!”
터널을 벗어난 사람들은 맑은 공기를 마음껏 들이마시며 두 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비록 엄청난 희생을 치루긴 했지만, 우선은 다시 햇빛을 볼 수 있다는 기쁨을 만끽하기로 했다.
부상자를 부축하고 있던 타스 행수가 물었다.
“케인첼 경은 이제 어디로 가십니까?”
“우선 소개해 주신 드워프를 만나러 아이언해머로 먼저 가 볼 생각입니다. 거기서 해야 할 일도 있으니까요.”
“그럼 여기서 헤어져야겠군요. 저는 안빌에 있는 큰사슴 상회의 지점으로 가봐야 합니다. 아마 터널이 무너져 지금쯤 난리가 났을 겁니다.”
“분명 안빌에는 크롤트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상회들의 지점이 모여 있었죠?”
“예. 언제라도 들러 주십시오.”
타스 행수와 헤어진 케인첼과 지크는 아이언해머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공업지구 크롤트라는 나라 안의 나라라 불릴 정도로 폐쇄적인 영지였다.
크롤트라에서 생산되는 무기와 공업품의 양은 엄청나다.
그런 생산력을 내기 위해 도시 전체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간다고 한다.
그리고 거기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먹는 식단이 말도 안 되게 열악하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케인첼이 노리는 것은 바로 그것이었다.
반나절 정도 걷자, 아이언해머의 성문에 도착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무장한 병사들은 물론, 소드 나이트로 보이는 기사들까지 한데 모여 진을 치고 있었다.
지휘관으로 보이는 남자가 케인첼에게 다가왔다.
그는 케인첼의 가슴에 붙어 있는 자유 기사의 문장을 보며 말했다.
“자유 기사가 아이언헤머에는 무슨 일이지.”
“아는 분의 소개로 블루마운틴이라는 드워프를 만나러 왔습니다.”
“블루마운틴? 그런 드워프도 있었나? 미안하지만 여기서부터는 출입 금지다.”
케인첼은 눈을 가늘게 뜨며 지휘관을 바라보았다. 성문이 굳게 닫혀 있는 것으로 보아, 무언가 사건이 일어난 것 같았다.
“이유를 말해주지 않으면 돌아가지 않을 생각이군. 아이언헤머에서 일하는 드워프들이 파업을 했다. 이딴 음식을 먹고 일할 수 없다더군. 내일까지 기다렸다가 강제로 진압할 생각이다.”
‘파업? 잠깐만 그거 설마······.’
케인첼은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어쩌면 소문이 사실일지도 몰랐다.
배고픈 이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