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124)
요리하는 소드마스터-124화(124/318)
————– 124/203 ————–
“거기에 제 요리 실력까지 걸도록 하죠. 샌드 웜 고기를 요리해 드리겠습니다.”
블루마운틴은 우묵한 눈빛으로 케인첼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보석을 감정하는 장인의 눈이었다.
과연 드워프들은 자신의 요리를 어떻게 평가할까. 저울의 반대편에 얼마나 무거운 추를 올릴까.
그것이 이제부터 만들 요리에 달려 있는 것이다.
그때, 옆에 있던 드워프의 몸에서 피부가 뜨거워질 정도로 격렬한 노기가 뿜어져 나왔다.
“······놈. 뚫린 입이라고 어디서 그 교활한 혓바닥을 놀리는가!”
“첼바!”
“비티스트! 이건 수석 대장장이인 내 일입니다!”
첼바라 불린 드워프는 옆에 놓아두었던 도끼를 들어 올렸다. 어느새 거기에는 불타는 듯 한 붉은 색의 오러가 깃들어 있었다.
“다시 한 번 말해 보아라, 인간놈! 뭐? 샌드 웜을 요리해 준다고?”
“말 그대로입니다. 샌드 웜으로 요리를 해 드리겠습니다. 독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해독하는 방법을 알고 있으니까요.”
서슬 퍼런 도끼날을 보고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묻는 말에 대답한다.
그러자 당황한 것은 위협을 한 첼바였다.
“당당하게 말하면 또 속을 줄 아느냐! 비티스트! 이 비열한 놈의 혀를 뽑아 버려야 합니다!”
아무래도 무언가 상황이 돌아가는 모습이 이상하다. 케인첼은 여전히 소개장을 들고 있는 블루마운틴을 향해 말했다.
“드워프는 소개장을 들고 찾아온 손님을 이런 식으로 맞이합니까?”
날카로운 일침이었다.
아무리 인간과 대립중인 상황이라 해도 눈앞에 있는 남자는 소개장과 샌드 웜 고기를 가지고 왔다.
이런 식의 대응은 좋지 않다.
사이에 낀 블루마운틴의 입에서 곤혹스런 신음이 흘러나왔다.
“끄응! 첼바. 적어도 이러는 이유는 말해 주는 것이 옳지 않겠나. 아무리 자네의 아내가······.”
“······비티스트께서 그러시다면야, 알겠습니다. 대신 저는 저 인간 놈과 말을 섞지 않겠습니다.”
“으음.”
인간의 관점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모습이었다.
비티스트는 드워프 중에서 제일 높은 신분 아닌가.
그렇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존중의 의미이지 복종의 의미가 아니다.
“갑자기 이런 추태를 보여 미안하군. 어째서 첼바가 샌드 웜 요리에 저렇게 예민하게 구는지 궁금하겠지. 그건 말이네.”
블루마운틴은 얼마 전에 아이언포지를 방문한 인간에 대해 이야기했다.
드워프가 샌드 웜 고기를 원한다는 소문은 상인들을 중심으로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그리고 자칭 셰프라는 남자가 나타났다.
그는 한 덩어리의 샌드 웜 고기를 내보이며 자신 있게 그것을 요리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때 까지만 해도 첼바도 저러지는 않았지. 오히려 두 팔을 벌리고 셰프를 환영했네. 첼바의 아내 또한 오스만 제국 출신이거든.”
“그런데 일이 좋지 않게 끝났나 보군요.”
“그 놈은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요리는 하지 않고 보물만 탐했어. 결국 버티지 못했는지 샌드 웜 고기를 요리하기는 했는데, 그게 제대로 해독되지 않은 상태였던 거네. 결국 먹은 사람들은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지.”
그나마 어느 정도 독을 제거했는지, 죽은 드워프는 나오지 않았다.
그렇지만 가장 먹고 싶어 했던 음식을 최악의 형태로 먹게 된 것이다.
그 고통은 분명 엄청나겠지.
‘샌드 웜 독에 중독된 거라면 약선 요리를 사용하면 해독 할 수 있어.’
자칭 셰프는 독이 완벽하게 해독됐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시식까지 했다고 한다.
분명 먹기 직전에 음식을 바꿔쳤으리라.
같은 방식으로는 블루마운틴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그렇다면 더욱 대담한 퍼포먼스가 필요하지 않을까.
‘아무래도 오랜만에 그걸 해야겠군.’
“잠시 이것을 봐 주시겠습니까.”
케인첼은 샌드 웜 고기 한 덩어리를 꺼내 블루마운틴에게 내밀었다.
“샌드 웜 고기······. 아직 해독되지 않은 상태군. 그걸 어쩔 셈인가.”
“이렇게 할 생각입니다.”
우걱-!
맹독을 가지고 있는 샌드 웜의 고기를 그대로 입 안으로 집어넣는다. 그리고 그대로 씹어 삼켰다.
지켜보고 있던 드워프의 얼굴이 새하얗게 변했다.
[맹독 저항력이 높아 ‘자이언트 샌드 웜’의 독이 해독되고 있습니다.]복어를 요리하며 올린 맹독 저항력은 무려 60%가 넘는다. 덕분에 자이언트 샌드 웜의 맹독도 케인첼에게 아무런 피해를 주지 못했다.
‘게다가 혹시나 해서 미리 독이 적게 든 껍질 부분의 고기를 한 덩어리 잘라 두었거든.’
그렇지만 여기서는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을 보여주면 안 된다.
케인첼은 목을 부여잡고 괴로운 표정으로 신음했다.
“윽······, 끄윽······.”
“미, 미쳤나! 소년! 해독하지도 않은 샌드 웜 고기를 그대로 먹다니!”
상대가 미끼를 문 것이 확실해지자 케인첼은 더욱 대담한 짓을 했다.
부스터를 이용해서 목 근처의 근육을 수축 시키자, 얼굴색이 새까맣게 변했다.
거기에 혼신을 다한 연기가 합쳐지자 누가 봐도 독에 중독된 사람의 모습이 되었다.
“······샌드 웜 독을 해독 할 수 있다고 했지 않습니까. 그것은 이미 먹은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주방으로 안내해 주십시오. 요리로 받은 상처를 낫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요리 뿐입니다.”
“따, 따라오게!”
@
주방은 아이언포지에서 약간 떨어진 건물에 있었다.
그곳의 열기가 식재료에 닿으면 그대로 익어버리기 때문이다.
케인첼은 비틀거리는 몸을 이끌고 조리대 앞에 섰다.
“몸 상태가 정말 안 좋은 것 같은데, 요리를 할 수 있겠나?”
“걱정 마십시오. 할 수 있습니다.”
블루마운틴의 눈이 커졌다.
독에 중독된 상태에서도 요리에 대한 열정이 식지 않다니. 말 그대로 장인의 모습.
케인첼에 대한 평가가 한 단계 올라가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주방 상태가 정말 엉망이네. 정리만 제대로 해도 일하기 훨씬 쉬울 텐데.’
도마 위에는 자르다 만 야채가 그대로 놓여 있고, 냄비 안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소스가 보였다.
어째서 고든이 그토록 주방의 정리에 집착하는지 알 수 있는 모습이었다.
이런 주방에서는 절대 좋은 요리가 나올 수 없다.
케인첼은 한숨을 쉬며 전혀 관리가 되어 있지 않은 야채들에 신선도 회복을 사용했다.
덤으로 미미르의 샘물도 한 방울.
그러자 쓰레기 같던 식재료가 밭에서 갓 딴 것처럼 변했다.
‘얼음이 없으니 대신 마녀 수프를 만들면 되겠군.’
케인첼은 주방에 남아 있는 야채를 이용해 중독을 낫게 해 주는 요리를 만들었다.
“허어! 요리를 시작한지 얼마나 됬다고, 벌써 그럴듯한 수프가 완성 되다니······.”
“저 정도면 수백 명이 먹을 요리도 순식간에 만들겠습니다.”
“저런 셰프가 남아 있었으면 상황이 이렇게 되진 않았겠지······”
손재주가 높기로 유명한 드워프마저 감탄할 정도로 엄청난 속도.
양배추와 토마토, 양파, 당근, 순무 등으로 만드는 마녀 수프에는 해독과 면역력 강화.
그리고 신체에 쌓인 노폐물을 배출 시키는 효과가 있다.
그것을 오러를 이용해 강화시키자 ‘특제 해독 수프’가 탄생했다.
케인첼은 냄비 한 가득 끓인 마녀 수프를 작은 접시에 담아 드워프들에게 가지고 갔다.
‘아, 중독된 척 해야지.’
“으윽! 이, 이것을 먹으면 제대로 요리되지 않은 샌드 웜 고기의 부작용 정도는 금방 나을 수 있습니다.”
“그런 다 죽어가는 얼굴로 무슨 설명을 하려고 하나! 어서 먹게나, 소년!”
케인첼은 자신의 연기력에 감탄하며 마녀 수프를 접시채로 마셨다.
“후우!”
목을 조르고 있는 근육을 이완 시키자, 시체 같았던 안색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마치 죽은 사람이 되살아난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정말 요리로 독을 중화했군······.”
“이 정도면 샌드 웜을 요리 할 수 있다는 것도 믿어 주시겠습니까?”
“물론이네! 멀리서 찾아온 귀인을 내 손으로 내칠 뻔 했어!”
인간이랑은 말도 섞지 않겠다던 첼바가 은근히 물어왔다.
“흠, 흠! 인간놈······. 아니, 인간. 그 수프를 먹으면 정말 독의 후유증도 나을 수 있는 건가.”
“물론입니다.”
“크, 크흠! 크흠!”
첼바는 무엇이 그리도 무안한지 안절부절못하지 못하고 헛기침만 해댔다.
그의 아내는 가짜 셰프가 요리한 샌드 웜 고기를 먹고 심한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
저 수프를 한 모금만 마시면 다시 건강을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
결국 참지 못한 블루마운틴이 끼어들었다.
“······혹시 얼마를 주면 그 수프를 팔아주겠나.”
“천 골드.”
“뭐, 뭐라고?!”
“그렇지만 재능 교환을 해 주신다면 이런 수프 정도는 얼마든지 만들어 드리죠. 어떻습니까.”
“끄응! 도저히 거절 할 수 없는 제안이군. 알겠네, 소년. 그럼 우선 그 수프를 한 냄비만 더 만들어 주게나. 그것을 보고 저울추의 무게를 다시 생각해 보도록 하겠네.”
@
중독 증상에 시달리던 사람들은 마녀 수프를 먹자 건강을 되찾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블루마운틴은 케인첼을 향해 손짓을 했다.
“아쉽게도 완치가 된 것은 아닌 것 같아 보이는군.”
“예. 독이 뼈 속까지 파고들어 있습니다. 완전히 회복되려면 마녀 수프를 한 달은 더 먹어야 할 겁니다.”
그러자 블루마운틴은 결심했다는 것처럼 손가락을 하나 펴 보였다.
“일 년.”
“무슨 말씀이십니까?”
“일 년 동안 이곳에서 요리를 해 주면 일족에 전해져 내려오는 보검을 주지. 어떤가.”
그것은 케인첼이 소드 나이트라는 것을 알기에 할 수 있는 제안이었다.
평범한 요리사가 그런 엄청난 속도로 식재료를 손질 할 수는 없다.
오러로 신체를 강화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움직임.
“설마 롤랑의 검 듀렌달을 말하는 겁니까?”
“역시 알고 있나.”
“워낙 많은 영웅담에 나오는 무기니까요.”
듀렌달은 샤를마뉴 대제의 오른팔 롤랑의 애검으로 유명한 무기였다.
달빛을 모아 만들었다는 검답게 오러를 저장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롤랑이 죽은 후에는 검을 만들었던 드워프의 손으로 돌아갔다고 들었다.
설마 그 유명한 검의 이름을 듣게 될 줄이야.
케인첼은 마른침을 삼켰다.
어쩌면 소드 마스터가 되지 않고도 멜리오트를 상대 할 수 있는 무기가 생길지 모른다.
그런데 1년은 너무 길었다.
아무리 특징 죽이기가 있다고 해도 백작의 눈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열흘.
길어야 한 달이었다.
그 전에 필요한 것을 전부 얻은 후 크롤트라를 빠져나가야 한다.
“죄송하지만 일 년은 너무 길군요. 한 달은 어떻습니까.”
“하아! 설마 듀렌달을 상대로 흥정을 하는 기사가 있을 줄이야! ······그렇지만 자네의 요리가 꼭 필요하니 어쩔 수 없겠군. 허나 그러면 조건을 하나 더 붙이도록 함세. 한 달 후, 떠나기 전에 한 가지 부탁을 들어 주었으면 하네. 듀렌달의 성능을 확인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거네.”
“무슨 부탁입니까?”
“그건 그때 말하도록 하지. 그렇지만 아이언포지에서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은 소년이라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거야. 자네 화염 저항력 있지 않나.”
블루마운틴은 케인첼이 소드 나이트라는 것은 물론, 엄청난 화염 저항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마저 알아차렸다.
첫 번째로 두들기는 자, 비티스트 다운 안목이었다.
배고픈 이들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