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125)
요리하는 소드마스터-125화(125/318)
————– 125/203 ————–
@
본격적으로 아이언해머에서 일하게 된 케인첼은 우선 요리 스킬부터 점검해 보기로 했다.
드래곤 고기에 브릴리언트 로드를 사용하자, 지금 가진 능력으로 어디까지 요리 할 수 있는지 떠올랐다.
[요리 레벨이 식재료가 가진 맛을 제대로 이끌어 내기에 충분합니다.] [미식 레벨이 낮아 식재료의 상태를 확인 할 수 없습니다.] [식재료를 손질하기 위한 초급 검술 극의 레벨이 부족합니다.]‘역시 드래곤을 요리하려면 요리 스킬이 적어도 6성은 되어야 하는구나. 미식 스킬까지 6성이 될 수 있으면 최선이겠지만······.’
식재료의 상태를 모른다고 해도 요리 자체는 가능하다.
그렇다면 지금 케인첼에게 필요한 것은 최대한 많은 요리를 만드는 것이었다.
초급 검술 극의 수준이 한 단계 더 높아질 때까지.
‘내가 엄청난 속도로 초급 검술의 레벨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양성소에서 수백 명이 먹을 요리를 만들었기 때문이야.’
셰프가 부족한 장소일수록 한 명에게 걸리는 부담이 늘어난다.
그래서 선택한 장소가 아이언해머였다.
게다가 드워프는 ‘열심히 일한 후의 한 잔’을 무엇보다도 큰 기쁨으로 여긴다.
요리 스킬은 손님의 만족도에 따라 그 성장률이 크게 차이가 난다.
그런 의미에서 드워프는 최고의 손님이라고 할 수 있었다.
케인첼은 손가락으로 조리대 위를 훑었다. 그러자 찌걱거리는 기름때가 묻어 번들거렸다.
‘우선 주방 청소부터 해야겠군.’
반년 전까지만 해도 주방의 상황이 이렇게까지 나쁘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실력과 경력을 갖춘 셰프들이 한 명씩 아이언해머를 떠나기 시작했다.
그 이유를 알고 있는 케인첼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인원이 부족해지자 주어진 요리만 만들던 이들이 주방 전체를 책임지게 되었다.
그 결과가 이것이었다.
‘······총주방장이 없다고 해도 이건 너무 엉망인데?’
아무래도 이곳에서 일하는 셰프를 만나 봐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슬슬 식사를 준비해야 할 시간이 되었다.
그런데 요리를 해야 할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결국 그들이 온 것은 두 시간이나 지나서였다.
셰프복을 입은 남자 세 명이 하품을 하며 주방 안으로 들어왔다.
얼마나 안 빨았으면 원래 색이 무엇인지 모를 정도였다.
그들은 주방의 중앙에 서 있는 케인첼을 보며 자기들끼리 수군거렸다.
“비노 형. 저 사람이 새로 들어온 주방장인 것 같은데?”
“정확히는 임시지. 한 달만 하고 간다잖아.”
“더러운 털보 난쟁이 새끼들······. 또 식사가 맛없다고 난리 쳤나 보네. 도대체 뭐가 불만이야? 손가락 하나 까딱 안 해도 하루 세끼 밥 잘 나오지. 식사 후에는 후식까지 챙겨 줘. 일주일에 한 번은 특식까지 만들어 주잖아. 그런데 뭐만 하면 도끼를 집어 던진단 말이야!”
세 명 중에서 나이가 가장 많아 보이는 남자, 비노가 중얼거렸다.
“주방장이 새로 온다고 해서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 왔나 했더니, 새파란 애송이잖아? 까르네, 우오바. 너희들도 봐봐.”
그러자 까르네와 우오바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한 달 있다 떠날 건데 깍듯이 모실 필요도 없지 않을까요. 주방에서 일할 사람도 없는데, 우릴 쫒아내기라도 하겠어요?”
“킥킥킥. 대충 너겟이랑 감자 쪼가리나 튀겨놓고 카드나 치러 가자.”
“오, 그거 좋은데.”
그 모습을 보고 케인첼은 눈을 가늘게 떴다.
인원이 부족한 것은 스타니스 양성소의 주방과 비슷하다.
그렇지만 거기서 일하는 셰프는 의욕이 없을 뿐이지 책임감은 가지고 있었다.
‘이러니 주방의 상태가 이렇지.’
케인첼은 비노, 우오바, 까르네 세 사람에게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했다.
“앞으로 한 달 동안 주방장으로 일하게 된 ‘알’이라고 합니다.”
적당히 만든 가명이었지만 그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부 주방장 비노요”
“수석 주방장인 우오바.”
“앙트루메티에인 까르넵니다.”
신기하게도 그들은 모두 음식을 뜻하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비노의 경우는 포도주, 우오바는 달걀, 까르네는 고기였다.
간단하게 자기소개가 끝나자, 비노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한 마디 덧붙였다.
“어디서 일하다 왔는지는 모르지만 어차피 한 달 있다가 갈 거 아니요.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적당히 하다 갑시다.”
“맞아 맞아. 비노 형은 브리튼의 고급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 담당으로 일한 적이 있다고.”
아무래도 그때의 경력을 인정받아 부주방장의 자리까지 오른 모양이다.
케인첼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저는 디저트 전문점에서 아이스크림을 만들다 왔습니다.”
“아이스크림? 그게 뭐야?”
“비노 형. 저도 처음 들어보는데요.”
아무래도 아이스크림에 대한 소문이 여기까지 퍼지지는 않은 것 같았다.
만약 이들이 아이스크림에 대해 알고 있다면 조금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을까.
우오바는 우악스러운 표정으로 검지를 치켜들었다.
그것으로 비노를 가리키며 말했다.
“기껏해야 애들이나 먹는 디저트 몇 개 만들었다고 으스대지 마십쇼! 여기 있는 비노 형이 구운 스테이크를 먹으려고 귀족들이 줄을 섰을 정도니까!”
마치 손님의 신분이 자신의 가치를 높여 준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케인첼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우오바의 입가에 의기양양한 미소가 떠올랐다.
“말해 보십쇼. 당신이 만든 요리를 도대체 누가 먹었는지. 뭐, 댈 이름이나 있겠어. 기껏해야 동네 꼬맹이겠지.”
“제가 만든 요리를 먹어준 단골말입니까? 손님의 이름을 밝히는 것은 예의가 아닌지라 신분만 말하도록 하죠.”
“뭐, 그 정도야.”
“······단골이라고 하면 어느 상단주의 영애가 제일 처음 떠오르는군요. 그녀는 제가 만든 요리를 적어도 하루에 한 끼는 먹어야 하거든요.”
“······!”
상단주라면 적어도 백작 이상의 귀족이나, 엄청난 거부라는 뜻이다.
그 영애라면 평소에도 온갖 산해진미를 먹고 살아왔겠지.
그런 사람이 뭐? 매일 이 사람이 만든 요리를 먹어야 한다고?
“그리고 데우스 교의 대주교는 제가 만든 디저트를 일주일에 한 번씩은 먹으러 왔습니다. 아무래도 1골드나 하니까 자주는 못 온다고 하더군요.”
“이, 일 골드?”
비노가 일하던 고급 레스토랑의 풀코스조차 그 절반 가격이었다.
그런데 고작해야 디저트가 1골드라니.
설마 그것을 믿으라고 하는 말일까.
그렇지만 케인첼의 이야기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 외에도 엘프족의 여왕과 도이칠랜드의 왕자님 정도가 제 요리의 단골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자신의 요리를 먹어준 이들은 수없이 많았지만, 우선 얼굴이 떠오르는 것은 그 정도였다.
도저히 믿겨지지 않는 말에 우오바가 비명을 질렀다.
“마, 말이 돼? 무슨 그런 대단한 사람들이 단골이라는 거야!”
“듣자듣자 하니까 아주 못하는 말이 없네! 왜, 차라리 왕실 셰프였다고 하지? 차라리 그게 더 신빙성 있겠다.”
“제게 요리를 가르쳐준 분이 왕실 셰프였습니다만.”
“무슨 혓바닥이 이렇게 길어! 손이 아니라 혀로 요리를 하는 건 아니겠지?”
의심 간다는 수준이 아니라, 거짓말이라고 단정 짓는 말투.
오랜만에 이런 취급을 당하자 신선한 기분이었다.
결국 보다 못한 비노가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어차피 요리를 해 보면 알겠지. 바보가 아닌 이상, 바로 들통 날 거짓말을 하겠어. 그렇죠? 주방장님? 아, 그런데 미안해서 어쩌지. 준비되어 있는 식재료가 감자랑 너겟 뿐인데.”
“그건 문제없습니다. 다들 늦으시는 것 같아 미리 식재료를 손질해 두었거든요. 그리고 오늘 점심 메뉴는 뽀모도르 스파게티와 비프 파이로 할 예정입니다.”
“머, 멋대로 식단을 바꾸지 말라고!”
“식단을 짜는 것은 주방장이 할 일 아닙니까.”
비노는 분한 표정으로 콧김을 내뿜었다.
지금까지는 부주방장인 그가 식단을 짰다. 물론 그 메뉴는 최대한 빨리, 그리고 많이 만들 수 있는 것이었다.
그래야 남는 시간을 즐길 수 있으니까.
비프 파이는 손과 시간이 많이 가는 음식.
그걸 드워프들이 배불리 먹을 정도로 만들려면 남은 시간을 전부 사용해도 부족하다.
“지금부터 그런 요리를 만들 수 있을 리 없잖아!”
“파이는 스튜를 미리 끓여 두었으니 오븐에 굽기만 하면 되고, 뽀모도르 스파게티는 토마토소스랑 면을 준비해 두었으니 바로 면부터 삶으셔야 할 겁니다. 남은 시간이 어디 보자······. 조금 빠듯하군요. 지금 바로 요리를 시작하셔야 할 것 같은데요.”
“이, 자식이······. 어디서 그런 새빨간 거짓말을······.”
비노는 이를 갈며 식재료 저장 창고로 들어갔다. 단골손님의 이름을 읊을 때부터 무언가 이상하다 했다.
그런데 이 짧은 시간에 그 많은 식재료를 전부 준비해 두었을 리 없지 않은가.
이 문을 열면 텅 비어 있는······.
“으아아! 으아아아악!”
깜짝 놀란 비노는 뒤로 뒷걸음질을 치다가 바닥에 굴러다니고 있는 웍을 밟고 그대로 미끄러졌다.
“비, 비노 형?!”
우오바가 비노의 뒤를 따라 창고 안을 힐끔 쳐다보았다. 그리고 눈을 부릅떴다.
그 안에는 있는 것은 도저히 믿기 어려운 것이었다.
“······시, 식재료 창고가.”
“꽉 차 있어······.”
두 사람은 마치 한 사람이라도 된 것처럼 동시에 중얼거렸다.
‘아니, 뭐 이 정도로 저렇게 놀라지?’
케인첼은 그저 양성소에서 매일 같이 하던 일을 했을 뿐이었다.
수백 명이 먹을 음식의 식재료를 손질해서 미리 창고 안에 넣어 둔다.
그러면 요리를 하는 셰프의 수고가 절반으로 줄어든다.
아무래도 그것이 비노와 우오바의 눈에는 대단히 놀랍게 보인 모양이다.
케인첼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
“그럼 요리를 시작하도록 하죠.”
@
비노는 경악한 눈으로 케인첼이 요리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아무렇지도 않게 휘두른 식칼에 식재료들이 먹기 좋은 크기로 잘린다.
토마토는 물컹물컹해서 껍질을 벗겨내는데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그런데 그의 손이 닿는 순간 그대로 속살만 남고 냄비 안으로 들어갔다.
저 정도 속도라면 두 시간 만에 식재료 손질을 전부 끝낸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 아닐까.
“후우, 조금만 더 빨리 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도, 동시에 서너 명이 할 일을 하고 있는데, 더 빨리 하고 싶다고? 도대체 어떤 주방을 거쳐 온 거야?!”
그런데 단순히 속도만 빠른 것이 아니었다.
케인첼이 끓이고 있는 비프스튜에서는 말도 안 될 정도로 좋은 냄새가 풍겼다.
걸쭉하게 만든 비프스튜를 바삭한 페이스트리에 싸서 구운 것이 비프 파이다.
잠시 케인첼이 자리를 떠난 사이.
옆에서 일하고 있던 비노가 끓고 있는 비프스튜를 국자로 떠서 맛을 보았다.
“도대체 무슨 고기지······. 육질이 질기지만 잘 끓여서인지 씹을수록 감칠맛이 배어나오고 있잖아. 게다가 여러 향신료가 고기의 진한 맛을 해치지 않고 아주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어. 이 정도면 고급 레스토랑의 메인 메뉴로 내 놔도 될 정도야······.”
비노는 상상도 하지 못하고 있지만, 스튜에 들어 있는 고기의 정체는 바로 자이언트 샌드 웜이었다.
이 스튜의 맛만 해도 새로 온 주방장의 솜씨가 얼마나 뛰어난지 알 수 있었다.
비노는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어쩌면 그가 한 말이 전부 사실일지도 모른다.
“상단주의 딸······. 엘프족의 여왕······. 거기에 일국의 왕족. 그들 전부를 단골로 둔 사람이 여기에······.”
놀랄 일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밖이 시끄럽다 했더니, 어느새 수 십 명의 드워프가 몰려와 있었다.
그들은 입을 모아 어서 빨리 음식을 내 오라고 소리를 질렀다.
“정말 오늘부터 비티스트님이 극찬하셨다는 셰프의 요리를 먹을 수 있는 건가!”
“그런데 도대체 밥은 언제 나오는 거야?”
“이 몸은 하도 배가 고파서 뱃가죽이 등에 붙었다!”
“크윽! 이 파이 굽는 냄새 좀 맡아 봐! 정말 냄새만 맡아도 식욕을 돋구는구먼!”
드워프들은 식탁에 앉아 나이프와 포크를 쥐고 음식이 나오는 것을 기다렸다.
저게 정말 음식을 먹으러 온 건지, 전쟁을 하러 온 건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거칠던 드워프가 맞는 것일까.
이렇게 기대감에 넘친 손님을 보는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비노가 말을 잃고 드워프를 바라보는 사이, 우렁찬 소리가 울려 퍼졌다.
“비프 파이 나왔습니다!”
“뽀모도르 스파게티 완성입니다!”
그저 비어 있던 주방장이 왔을 뿐인데. 엉망이었던 주방이 제대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배고픈 이들이 몰려들자 주방에서 요리를 하고 있던 케인첼의 손이 더욱 빠르게 움직였다.
‘몸이 가벼워. 마치, 식칼과 내가 한 몸이 된 것 같아.’
이미 한계를 뛰어 넘은 초급 검술이, 또 한 번 그 한계를 넘으려고 하고 있었다.
맛있는 음식 앞에서는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