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129)
요리하는 소드마스터-129화(129/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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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장 불길 속으로
드워프가 불에 상처입지 않는다 해서 집까지 그런 것은 아니다.
불 정령이 날뛰기 시작하자 아이언포지는 순식간에 불바다가 되었다.
불길에는 다치지 않는 드워프라 해도 불 정령을 직접 마주하는 것은 위험하다.
결국 그들은 살아온 터전을 버리고 물이 있는 곳으로 대피해야 했다.
“전사들이 불 정령을 상대하는 동안 강가로 대피하시오! 아무리 불 정령이라 해도 물에는 접근 할 수 없소!”
“작업실 안에 아이가! 아이가 있어요!”
“누구 손 남는 사람 없나? 젠장, 안 되겠군. 블루마운틴님 나가신다!”
선두에서 드워프들을 지휘한 블루마운틴의 활약 덕분에 대피는 안전하고 신속하게 이루어졌다.
“······후우! 어느 정도 대피는 끝난 것 같구려. 혹시 동료 중에 빠져 나오지 못한 이가 있는지 확인들 해 보시오!”
그러자 대피 장소에 모여 있던 드워프 기술자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4조 전원 대피했습니다!”
“여기도 무사합니다.”
거기까지 확인한 블루마운틴은 겨우 한 숨 돌릴 여유를 얻었다.
“다행히 기술자들은 무사히 대피했구나······. 이제 거주 구역만 어떻게 할 수 있으면······.”
여자와 아이가 머물고 있는 거주 구역은 아이언포지의 북쪽 끝에 있다.
즉 그들이 대피하기 위해서는 용광로 주위에서 날뛰고 있는 불 정령을 처리해야 한다.
“그것은 전사들에게 맡기기로 했지 않습니까. 그들을 믿어 보아야지요.”
블루마운틴은 뜨거운 한숨을 토해냈다. 듀렌달은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검.
“그 힘을 제대로 쓸 수만 있으면 드넓은 바다라 해도 얼릴 수 있지. 그런데 과연 알 주방장이······.”
어쩔 수 없이 그에게 넘겨주기는 했지만 과연 어디까지 듀렌달을 쓸 수 있을까.
거주 지역에서 구조를 기다리고 있을 이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까맣게 타들어갔다.
“그런데 비티스트. 왜 갑자기 용광로가 저렇게 된 겁니까? 분명 안전 검사는 무사히 통과하지 않았습니까?”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분명 용광로 내부의 정령 농도는 기준치 이하였어.”
용광로의 관리는 모든 드워프가 심혈을 기울여서 하고 있었다. 그만큼 중요하면서 위험한 물건이었다.
아까 전부터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던 기술자가 작은 종을 내밀었다.
“잠시 이걸 봐 주시겠습니까? 용광로 안전 검사를 한 후에 주머니에 넣어놓은 것을 깜빡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무언가 이상합니다.”
그것은 주위의 정령 농도를 체크하는 ‘정령의 종’이라는 마도구였다.
“이상하다고?”
“예. 불 정령이 저렇게 날뛰고 있는데, 여기에는 정상이라고 뜹니다.”
“······.”
블루마운틴은 눈을 가늘게 뜨고 정령의 종을 바라보았다.
지잉-!
그것은 5초에 한 번씩 투명한 울림소리를 토해내고 있었다.
만약 주위의 정령 농도가 기준치를 넘는다면 이것보다 훨씬 빠르게 진동해야 한다.
“저렇게 많은 불 정령이 날뛰고 있지 않습니까. 분명 이 주변의 정령 농도는 최고로 높아야 합니다. 그런데······.”
블루마운틴은 그것이 뜻하는 것이 무엇인지 단숨에 간파했다. 그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졌다.
정령의 종은 브리엄 남작이 구해다 준 물건이었다.
용광로의 유지, 보수에 필요한 것을 모두 제공해 준다기에 기쁘게 받아서 10년 째 쓰고 있었다.
그런데 원하는 수치가 표시되도록 조작된 물건이었을 줄이야.
“브리엄, 내 이 자식을······.”
“그래도 우선 브리엄 남작에게 직접 물어보는 것이 먼저 아니겠습니까. 단순한 실수일 수도 있고······.”
“무슨 소리인가! 그 실수 때문에 일족 전체가 위험해졌어! 그런데 뭐? 대답을 듣는 것이 먼저라고?”
“죄, 죄, 죄, 죄송합니다. ······그럴 생각은 없었습니다.”
“아니, 네 말이 맞다. 그래, 대답을 들어야지. 물론 이걸 사용해서 말이야.”
블루마운틴은 길을 만들기 위해 사용한 커다란 도끼를 들어올렸다.
브리엄 남작은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될 것에 손을 댔다.
곧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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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열과 2열은 서로 교대해 가면서 길을 뚫어 주십시오. 불 정령을 상대할 때는 반드시 사인 일 조로 움직여야 합니다. 공기의 흐름을 차단하면 적의 기세가 약해집니다. 그 사이 오러 소드를 퍼부으면 정령계로 돌려보낼 수 있습니다.”
그 말에 전열에 있던 드워프 전사 두 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케인첼의 지시는 정확하고 효율적이었다.
처음에는 인간의 말에 따를 수 없다고 버티는 전사들도 있었다.
그렇지만 동시에 불의 정령 세 마리를 쓰러트리는 모습을 보자, 그들도 케인첼의 실력을 인정해야 했다.
“마치 기사단의 캡틴 같군. 용병단의 십인 대장도 이 정도로 깔끔한 지휘는 하지 못할 거요.”
“정식은 아니지만 비슷한 일을 한 적이 있습니다.”
케인첼은 그런 말을 하며 여전히 활활 타오르고 있는 건물을 바라보았다.
드워프 전사들의 도움으로 거리를 점령한 불 정령을 몰아 낼 수 있었다.
그렇지만 용광로에서는 끊임없이 불 정령이 튀어나온다.
이대로는 아무리 많은 적을 쓰러트리더라도 끝날 것 같지 않았다.
‘어떻게 해서든 용광로까지 가서 셔벗을 발동 시켜야 해.’
다행인 것은 드워프 전사들이 자신의 말을 믿고 따라준다는 것이었다.
어느새 용광로에서 쏟아져 나온 불 정령이 거리를 꽉 채웠다. 새로 튀어나온 녀석들은 훨씬 강한 불길을 뿜어냈다.
더 이상 머뭇거릴 여유는 없었다.
“우선 앞에 있는 녀석들을 몰아낼 테니, 바로 돌진해 주십시오!”
“알았소!”
듀렌달에 타오르는 오러를 한계까지 집어넣는다. 천의 오러가 사라지며 무시무시한 냉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흐물흐물 녹아내려 용암으로 변한 지면이 순식간에 얼어붙는다.
그와 동시에 불 정령들의 움직임이 일순간 정지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드워프 전사들이 성난 황소처럼 돌진했다.
“나도 질 수 없지! 이 몸의 도끼를 받아라!”
“으랴랴랴랴랴!”
“나 뚫는다! 길을!”
그오오오오-!
도끼에 맞은 불 정령이 기묘한 소리를 토해내며 정령계로 돌아갔다.
선두에서 싸우고 있던 첼바가 도끼를 치켜들었다.
“이대론 끝이 없겠소! 알 주방장! 오늘 저녁 메뉴는 뭐요?”
“왜 갑자기 그런 것을 물어보시는 겁니까?”
“하여간 대답해 주시오!”
첼바의 눈동자에는 이상할 정도로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 그것은 옆에 있는 다른 드워프 전사 또한 마찬가지였다.
케인첼은 어쩔 수 없이 생각하고 있던 메뉴를 말해주어야 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튀겨낸 닭고기에 매콤달콤한 소스를 입힌 양념 치킨을 만들어볼까 합니다.”
“양념 치킨? 그런 요리도 있던가? 그런데 매콤달콤이란 말을 들으니 이상하게 군침이 도는구먼.”
“눈물이 나올 정도로 맵지만 딸기잼을 듬뿍 넣어 아주 달콤하지요. 대문호 괴테는 한 입 먹어보더니, 양념이 묻는 것도 상관없다는 것처럼 손으로 들고 먹더군요.”
“대문호 괴테가 주방장이 만든 요리를 먹었다고? 이거 엄청난 거물이었군! 그런데 그 양념 치킨이라는 요리 말이네. 맥주랑은 잘 어울리나?”
케인첼은 첼바가 어째서 이런 것을 묻는지 알 것 같았다. 그는 죽음을 각오한 자만이 보일 수 있는 눈을 하고 있었다.
뜨거운 무언가가 가슴속 깊은 곳에서 울컥 하고 넘어왔다.
“······제대로 튀긴 양념 치킨은 소스를 듬뿍 뿌려도 여전히 바삭함을 유지합니다. 바삭거리는 양념 치킨을 한 입 먹고 맥주를 마시면 말 그대로 천국의 맛이 나죠. 먹어 보시면 아주 마음에 드실 겁니다.”
“허허, 그래? 그럼 그걸 먹기 전에는 죽을 수 없겠군!”
“옳소! 아참, 닭다리는 내꺼요!”
“나는 조금 퍽퍽해도 가슴살이 좋더군!”
“그럼 뒤를 맡기겠네, 주방장. 길을 뚫는 것은 우리에게 맡기고 용광로로 가게나!”
그런 말을 남기고 드워프 전사들은 앞으로 돌진했다.
어차피 시간을 더 끌어봐야 오러만 바닥 날 뿐이다. 머뭇거리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케인첼은 듀렌달을 쥐고 있는 손에 힘을 주며 불 정령 사이를 가로질렀다.
“흐아아아아압!”
앞을 가로막는 불 정령을 향해 첼바가 던진 도끼가 날아왔다. 일순간 불 정령의 몸이 흐려졌다.
‘부스터!’
양쪽 발과 허리에 한계까지 오러를 불어 넣는다.
그리고 그대로 불길 속으로 뛰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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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도시 전체가 불길에 휩싸인 것 같았다.
‘만약 화염 저항력이 조금이라도 낮았으면 뜨거운 공기가 폐를 태웠을 거야.’
어느새 케인첼은 용광로의 바로 앞까지 와 있었다.
목숨을 걸고 길을 뚫어준 드워프 전사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들이 없었으면 끊임없이 몰려드는 불 정령을 상대하기 위해 모든 오러를 소모한 채 불타 죽었으리라.
그렇지만 이겨냈다. 결국 이렇게 적의 본거지에 도달 할 수 있었다.
용광로에서는 지금도 끊임없이 불 정령이 튀어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마치 저 안에 정령계로 이어진 통로라도 있는 것 같아.’
셔벗을 사용하면 저들은 물론 용광로까지 꽁꽁 얼릴 수 있으리라.
그렇지만 지금 케인첼에게 남아 있는 오러는 900뿐이었다.
‘젠장······. 오러를 너무 많이 썼어······.’
셔벗을 발동하기 위해서는 한 번에 천 정도의 오러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정확히 천이 소모 되는 것이 아니다.
어떨 때는 그보다 많이. 어떨 때는 적게.
결국 그 작은 차이가 셔벗의 사용 가능한 횟수를 한번 소모한 것이다.
‘······무언가 먹고 오러를 회복할 요리가 필요해.’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이차원 주머니 안에 들어 있는 드래곤 고기였다. 그거라면 한 입만 먹어도 100정도의 오러를 회복 할 수 있으리라.
그렇지만 아직 먹어치운 드래곤 고기의 소화가 끝나지 않았다.
케인첼은 앞으로 한 달은 드래곤 고기를 입에 댈 수 없는 상태였다.
‘생각해라, 케인첼! 지금 가지고 있는 식재료 중에는 분명 배가 불러도 먹을 수 있는 것이 있을 거야!’
이차원 주머니 안에는 아이언포지에서 구한 온갖 식재료와 조미료가 들어 있다.
그렇지만 그 중에는 한 번에 100의 오러를 채울 정도로 생명력이 넘치는 것은 없었다.
‘잠깐만, 생명력?’
케인첼의 뇌리에 번개처럼 무언가가 스치듯 떠올랐다. 세계수의 정수가 모인 미미르의 샘물.
그걸 뿌린 야채를 먹으면 유난히 많은 양의 오러가 회복되곤 했다.
‘그래, 오러란 곧 생명력! 죽어가는 니뮤에를 살릴 정도니까 분명 거기에는 엄청난 오러가 담겨 있을 거야!’
케인첼은 이차원 주머니에서 감자를 하나 꺼냈다. 지금부터는 속도가 중요하다. 작은 병 안에 담아둔 미미르의 샘물을 두어 방울 뿌린다.
용광로의 주위는 마그마가 생길 정도로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감자가 타는 것을 걱정해야 할 정도의 열기.
치이익-!
뜨거운 공기에 노출된 감자가 순식간에 익었다. 겉은 까맣게 타고 속은 설익은 엉망진창인 요리.
적당히 익은 감자를 그대로 입에 쑤셔 넣는다.
[1성급 요리 ‘대충 익힌 통감자’를 시식 했습니다.] [미식 레벨의 영향으로 요리에 담긴 경험치와 오러를 흡수했습니다.]“뭐야, 불 정령이라더니 감자하나 제대로 못 굽잖아? 겉은 너무 탔고 속은 하나도 안 익었어. 땅에 심으면 그대로 싹이 나겠다!”
이 정도로 맛없는 요리를 먹는 것이 얼마만이던가.
그렇지만 비어 있던 오러가 어느 정도 차오른 것이 느껴졌다.
케인첼은 피식 웃으며 듀렌달을 양 손으로 쥐었다. 그리고 남아 있는 오러를 전부 불어 넣었다.
힘껏 내뻗은 칼날에서 모든 것을 얼리는 냉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검신이 진동한다. 마치 조금 부족하지만 이 정도면 그럭저럭 배가 부르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것을 그대로 휘두른다.
그러자 지면이, 공기가 얼어붙었다. 모든 것을 태울 듯 넘실대던 불길이 순식간에 그 힘을 잃고 사그라졌다.
쩌적-!
커다랗게 금이 가 있던 용광로에 새하얀 눈이 내려앉았다.
그 안에서는 더 이상 아무런 불길도 느껴지지 않았다.
케인첼은 심호흡을 하며 중얼거렸다.
“······감자하나 제대로 못 굽는 불은 필요 없다고.”
그렇게 아이언포지 전체를 태워 버릴 것 같았던 용광로의 불이 꺼졌다.
자신들의 목숨을 구해준 것이 감자라는 것을 알면 드워프들이 무슨 표정을 지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케인첼은 듀렌달을 검집에 집어넣었다.
불길 속으로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