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131)
요리하는 소드마스터-131화(13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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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장 전설의 재림
“건국왕 샤를마뉴 대제 시절만 해도 영웅을 상징하는 무구는 많이 있었지.”
“듀렌달처럼 말이죠?”
“맞아. 그렇지만 요정, 마법, 신화······. 칠죄종 전쟁과 함께 너무 많은 것이 사라졌어. 도공이 평생에 걸쳐 한 자루의 검을 벼려내는 시대는 끝났네. 여기 남아 있는 것은 그저 과거의 유물일 뿐이야.”
묘하게 쓸쓸하게 들리는 말이었다. 케인첼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블루마운틴의 말을 경청했다.
혹시라도 무기에 대한 힌트라도 될까 싶어서였다.
무기고 안에는 몇 개의 기사단이 무장해도 될 정도로 많은 무구들이 잠들어 있다.
그 중에는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화려한 검도 있었으며, 도대체 어디에서 굴러먹다 온 것인지 다 녹슨 녀석도 있었다.
‘오히려 이 낡은 쪽이 보검일 수도 있어.’
케인첼은 벽에 걸려 있는 검을 뽑아 들었다. 마치 황금으로 벼려낸 것처럼 보이는 명검이었다.
반사적으로 검날에 혀를 가져다 댔다. 어쩌면 미식 스킬이 무엇이 좋은 무기인지 알려주지 않을까.
그렇지만 혀끝에 느껴지는 것은 검에 배어있는 은은한 피맛 뿐이었다.
화려해 보이는 외관과는 달리 수많은 피를 먹은 검.
‘······분명 좋은 검이지만 듀렌달 정도는 아니야.’
케인첼의 입가에 쓴웃음이 떠올랐다. 5성이 된 미식 스킬은 독을 만든 사람의 이름은 물론 그 성분마저 알아냈다.
그렇지만 미식 스킬이 분석하는 것은 먹을 수 있는 것에 한정되어 있었다.
과연 독을 식재료라고 볼 수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었지만 말이다.
“무엇을 고를지 고민인가 보구먼. 뭐, 천천히 골라보게.”
“추천해 주실 물건은 없습니까.”
“흐음, 소년이 반칙을 하려고 하는군. 그렇지만 이 무기고 전체를 달라는 것도 아니고, 그 정도의 부탁은 들어주어야겠지. 어디보자.”
블루마운틴은 케인첼이 입고 있는 갑옷을 위 아래로 훑어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엔 반지의 모습을 하고 있다가 사용자의 오러에 반응하여 구현화되는 물건인가. 갑옷은 그거로 충분할 것 같군. 그럼 이건 어떤가.”
그가 들어 올린 것은 황금으로 만들어진 팔찌였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무늬가 횃불을 받아 반짝거렸다.
“드라우프니르. 수천 년 전, 데우스에게 최초로 바쳐졌던 공물이네.”
“······그런 대단한 물건을 어떻게 얻으신 겁니까?”
“비밀이네. 하여간 이걸 차고 있으면 소유자의 오러를 먹고 9일마다 같은 물건을 8개 생성해내는 보물이라고 할 수 있지. 물론 복사 능력을 가진 것은 원본뿐이지만 말이네.”
케인첼의 눈동자가 커졌다.
왜 이런 것이 무기고 안에서 먼지가 쌓여가고 있는지 의문이었다.
이것이 있으면 마을이 아니라 도시라도 세울 수 있지 않겠는가.
“그 이유는 간단하네. 드라우프니르를 복사하려면 적어도 소드 마스터 이상의 오러가 필요하거든. 게다가 그것을 차고 있을 때는 소드 마스터라 해도 평범한 사람이 되어버려.”
“그거 완전 쓰레기 아닙니까.”
“흠, 흠!”
블루마운틴은 자기가 말하고도 무안한지 뒷머리를 긁적이며 헛기침을 했다.
소드 마스터는 국가를 대표하는 전술무기나 마찬가지.
그 힘을 포기하는 대가가 금팔찌 몇 개면 도저히 수지가 맞지 않는 장사였다.
“뭐, 소드 나이트의 힘을 포기하는 대가로 33일 마다 3개의 금팔찌를 복사하는 것도 가능하긴 한데······.”
“필요 없습니다.”
아무래도 그냥 마음에 가는 것을 고르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케인첼은 눈을 가늘게 뜨고 무기고 안을 둘러보았다.
기왕이면 지금 자신에게 없는 것. 부족한 부분을 메워 줄 수 있는 무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구석에 놓여있는 무언가를 본 케인첼의 눈이 커졌다.
“아니, 왜 무기고에 저게······.”
아무리 봐도 식재료를 올려두고 손질 할 때 쓰는 도마였다.
넓적한 판때기는 커다란 생선이라 해도 거뜬히 올라갈 크기. 특히나 마음에 드는 것은 철로 되어 있는 몸체였다. 다양한 식재료를 손질해도 쉽게 더러워지지 않을 것 같았다.
‘게다가 무지 단단해 보여. 저거라면 미스랄 검으로 아무리 내려쳐도 흠집 하나 나지 않을 것 같아.’
케인첼이 철제 도마를 보고 눈을 빛내자 블루마운틴이 껄껄 웃었다.
“역시 소년이 보는 안목이 있군 그게 바로······.”
“아주 쓸 만해 보이는 도마군요.”
“······신의 방패라 불리는 아이기스다. 자, 잠깐만. 방금 뭐라고 했나?”
블루마운틴과 케인첼은 같은 물건을 보고 전혀 다른 생각을 했다.
뭐, 신의 방패를 보고 도마라고?
아무리 봐도 도마로 보이는데. 이게 신의 방패?
“화, 확실히 얼핏 보면 도마처럼 보이기도 하네만······. 설마 무기고에 도마를 놓아두었겠나.”
“아하하! 그렇죠? 그럼 이걸 받도록 하겠습니다.”
“소년, 잊지 말게나. 그건 도마가 아니라 방패네.”
무언가 찝찝함을 느꼈는지 블루마운틴은 몇 번이나 강조했다.
케인첼의 볼을 타고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아이기스는 어디를 어떻게 봐도 도마였다.
아무래도 블루마운틴이 보는 앞에서는 도마로 쓰면 안 될 것 같았다.
시험 삼아 오러를 불어넣은 미스랄 식칼을 있는 힘껏 내리쳐 보았다. 당연하게도 작은 흠집조차 나지 않았다.
‘이거로 식칼에 이어서 도마까지 얻었네.’
마음껏 칼질을 할 수 있으면 식재료를 손질하는 속도가 더욱 빨라지리라.
블루마운틴은 이차원 주머니를 꺼내 무기고 안에 들어 있던 것들을 쓸어 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이곳을 떠날 준비를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이제 어디로 가실 생각입니까.”
“우선 에든버러로 갈 생각이네. 이 정도 되는 양의 무기를 팔려면 굿블러드 경매장 밖에 없지.”
그것은 뱀파이어가 운영하고 있다는 지하 대경매장의 이름이었다.
거기서는 모든 것이 상품이 된다. 값비싼 보물, 고서, 보검은 물론 인간까지도.
손님과 상품의 차이가 가지고 있는 돈의 유무뿐이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였다.
“만약 머물 곳이 필요하면 북부로 오시지 않겠습니까. 미노 영지의 미켈란 남작이란 자에게 말하면 분명 머물 곳을 마련해 줄 겁니다.”
“흐음, 북부라······. 확실히 거기라면 숨어 지내기에 좋겠군.”
“미노 영지에는 얼마 전에 생긴 던전이 있습니다. 실력 있는 대장장이라면 아무리 수가 많아도 환영받을 겁니다.”
“확실히 백색 산맥에는 철광석 광산도 있고, 알게디 백작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니 나쁘지 않아 보이는군. 일단 고려해 보겠네, 소년.”
케인첼은 즉석에서 양피지에 소개장까지 적어 주었다.
“허허, 이런 것 까지 받으니 미안하구먼. 애초에 소년도 소개장을 가지고 찾아왔지 않나. 그런데 오히려 이쪽이 은혜를 잔뜩 입었어.”
“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북부로 와 달라고 부탁하고 있는 겁니다.”
“호오, 그런가.”
지스타드 영지의 재건을 위해서는 뛰어난 실력을 가진 건축가와 기술자가 필요하다.
만약 이웃에 드워프가 머물고 있으면 분명 엄청난 도움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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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해머를 떠난 케인첼은 광산으로 유명한 골드러시로 향했다.
식재료 트리오와 제대로 작별 인사를 나누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그렇지만 그들이 계속 요리를 하는 이상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겨우 한 달이 지났을 뿐인데 케인첼은 엄청나게 바뀌어 있었다.
‘13성의 초급 검술, 드래곤 고기로 만든 요리와 듀렌달······. 게다가 덤으로 죽여주는 도마까지 얻었네.’
정확히는 신의 방패 아이기스지만 케인첼에겐 그저 도마일 뿐이었다.
2시간 가까이 말을 달리자 골드러시의 외곽에 있는 작은 주점에 도착 할 수 있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진한 술 냄새가 물씬 풍겼다. 손님은 광부가 반이고, 나머지 반이 행상인이었다.
“낄낄! 어디서 새파란 꼬맹이가 왔네! 주인장! 내 우유 한 잔 사리다!”
술에 거나하게 취해서는 시비를 거는 사람을 무시하고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술을 나르고 있던 급사가 물었다.
“뭘 드릴까요?”
“음, 지금 바로 나오는 음식이 뭐죠?”
“웬만한 건 다 되요.”
“그럼 전부 주시겠어요.”
깜짝 놀란 급사가 되물었다.
“네? 방금 뭐라고······.”
“주점에 있는 메뉴 전부 1인분씩 달라고요.”
“죄송하지만 메뉴 중에는 돼지 통구이도 있습니다. 그건 1인분은······.”
“괜찮습니다. 주세요.”
주점에서 취급하는 메뉴만 10가지가 넘었다.
순식간에 케인첼의 앞에 음식의 산이 만들어졌다.
“뭐야, 저 허여멀건 한 자식, 저걸 다 먹겠다는 거야?”
“분명 다 못 먹고 대부분 남길걸. 어디서 돈푼 꽤나 번 것 같은데. 사치를 부리려면 고급 레스토랑에나 가지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케인첼은 씨익 웃으며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커다란 솥에 담겨 있는 스튜를 입에 전부 쏟아 넣는다. 접시에 가지런히 담겨 있는 생 햄은 반으로 자른 호밀 빵에 넣고 한 입에 꿀꺽 삼켰다.
엄청난 속도로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자 옆에서 술잔을 기울이고 있던 사람들의 눈이 커졌다.
“뭐, 뭐야. 정말 다 먹고 있어!”
“게다가 엄청 맛있게 먹는데······. 여기 나도 저거 한 그릇 주쇼!”
“여기도!”
갑자기 주점에 먹자판이 벌어졌다.
음식을 나르고 있던 급사의 발이 빨라졌다.
“후······.”
산더미 같은 음식을 모두 먹어치운 케인첼은 단 한마디로 모든 사람을 경악시켰다.
“일 인분 씩 더 주시겠어요.”
“······.”
그렇게 먹어 치우고도 케인첼의 배는 여전히 홀쭉했다.
그것은 갑작스런 성장에 따른 부작용이었다.
안 그래도 미식 스킬 덕분에 남들보다 많이 먹는 케인첼이었다.
그런데 드래곤 고기를 먹은 이후로는 그 양이 열배로 늘어난 것이다.
‘그나마 돼지 통구이가 있어서 다행이군. 아니었으면 30인분쯤은 먹어야 했을 거야.’
조마경에서는 끊임없이 경험치가 오르고 있다는 메시지가 흘러 나오고 있었다.
[3성급 요리 ‘통째로 구워낸 돼지 통구이’를 시식 했습니다.] [2성급 요리 ‘살라미와 감자튀김’을 시식 했습니다.]경험치는 쥐꼬리만큼 늘어났는데, 워낙 많이 먹어서인지 레벨이하나 올랐다.
이대로라면 머지않아 100레벨에 도달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20인분의 요리와 돼지 통구이까지 깨끗하게 비우자, 긴장한 표정의 급사가 다가왔다.
“죄송하지만 손님. 먼저 계산을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그러죠. 얼마입니까.”
“40쿠퍼 깎아서 4실버만 받겠습니다.”
케인첼은 주머니에서 반짝거리는 은화를 꺼내 급사의 손에 쥐어 주었다.
‘아직 돈은 많이 남았으니 한동안은 열심히 먹어서 경험치나 늘려야겠군.’
디저트로 나온 정체모를 과일까지 먹어치우자 기다렸던 사람이 등장했다.
“형님! 오래 기다리셨어요?”
조사를 위해 아이언해머를 떠났던 지크였다. 그는 산더미 같은 양피지를 짊어지고 있었다.
“기다리다보니 또 배가 고프군요. 뭐라도 먹으면서 이야기 하죠.”
“그럴까요?”
옆을 지나가던 급사가 그대로 앞으로 자빠졌다.
설마 그렇게 먹고도 또 먹는단 말인가? 뱃속에 이차원 주머니라도 들어 있는 것이 아닐까싶을 정도였다.
지크는 케인첼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그리고 속삭이듯 말했다.
“형님의 예상이 맞았어요. 크롤트라 전체에 칠죄종의 저주가 퍼져 있어요.”
“확인된 것은 몇 종류입니까?”
나태의 저주라면 그저 깊은 잠에 빠져 깨어나지 못할 뿐이다. 그렇지만 언데드가 되는 탐식이나 살인마가 되는 분노라면 위험하다.
“아직까지는 나태랑 탐식뿐이에요. 그나마 탐식의 저주에 걸린 것은 저번에 보았던 그 셰프 뿐이고요.”
“흠······.”
그때였다.
술을 마시고 있던 광부 한 명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술잔을 집어 던지는 모습이 보였다.
“뭐, 뭐가! 열심히 캐면 언젠가 황금이 나온다는 거야! 아무리 곡괭이를 휘둘러도 아무 것도 나오지 않잖아! 이, 이, 이! 분노! 킥, 크힉, 키이이익!”
“이, 이봐, 지, 진정해. 그렇게 화낸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아무 것도······. 으아아악!”
온 몸이 빨갛게 변한 남자가 테이블을 다리를 잡아 뽑았다. 그것으로 옆에 앉아있던 남자의 얼굴을 향해 휘두른다.
빠악!
무언가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고통에 찬 비명이 울려 퍼졌다.
단순히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그렇지만 테이블 다리를 맨손으로 우그러트리는 것은 상당한 괴력을 지니고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이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분노의 저주에 걸렸을 때뿐.
지크는 피식 웃으며 손가락을 하나 더 폈다.
“아, 분노의 저주도 있네요.”
전설의 재림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