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137)
요리하는 소드마스터-137화(137/318)
————– 137/203 ————–
42장 굿블러드 경매장
예정보다 빠르게 골드러시를 떠나 케인첼은 우선 시티즌으로 돌아왔다.
북부로의 왕래를 쉽게 하기위해 준비해 두었던 게이트가 귀환에 걸리는 시간을 크게 단축시켜 주었다.
탐정 지크프리트는 크롤트라에 남기로 했다. 아직 그가 해 주어야 할 일이 있었다.
멜리오트가 알게디 백작의 데릴사위가 된 것은 루시아의 존재 때문이다.
그런데 멜리오트는 버서커로 변했고, 루시아는 오랫동안 사교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루시아는 크롤트라 어딘가에 감금되어 있을 확률이 높아. 어쩌면······.’
지크는 그녀의 행방을 쫒는 한편, 멜리오트와 루시아의 추억이 담긴 음식을 찾기로 했다.
같은 음식이라도 손님의 만족도에 따라 효과가 달라진다.
그 사람에게 있어 특별한 의미를 지닌 요리를 만들어 낸다면 저주의 완전한 해제까지 가능할지 모른다.
‘빈센트에게 만들어 주었던 추억의 코코뱅처럼 말이지.’
그것을 위해서라도 지크의 역할이 중요했다.
케인첼은 우선 데우스 교의 신전을 찾았다.
단골손님이자 칠죄신교를 상대하기 위해 손을 잡은 대주교 케롤라인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케인첼 경. 찾으신다는 칠죄신교의 단서는 발견 하셨나요?”
케인첼은 간단하게 크롤트라에서 있었던 일을 케롤라인에게 설명해 주었다.
그녀는 놀라움에 눈을 반짝이며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블루마운틴에게 받은 듀렌달로 불의 정령을 소멸시키는 대목에선 큰 소리로 감탄사를 터트렸다.
“어머! 그럼 지금 허리에 차고 있는 검이 롤랑의 검 듀렌달이라는 건가요? 설마 케인첼 경이 듀렌달을 다룰 수 있는 사람이었다니······.”
확실히 듀렌달은 소드 마스터가 아닌 이상 다루기 힘든 검이었다.
원하는 만큼 오러를 먹여주지 않으면 사용자의 생명력마저 먹어치우려고 한다. 보검이라기보다는 마검에 더 가까운 능력.
그렇지만 그 위력만큼은 엄청났다.
주변의 모든 것을 얼어 붙이는 능력은 대군마법에 가까울 정도였다.
버서커가 된 멜리오트에 대해 이야기하자 케롤라인의 눈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팔을 잘랐는데 다시 붙었다고 했죠? 그건 아무리 버서커가 되었다 해도 불가능한 일이에요.”
“예, 분명 불사 세포와 관련이 있을 겁니다.”
“설마 크롤트라의 대영주가 그런 짓을 하다니······.”
캐롤라인은 잠시 말을 멈추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무언가 결심한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칠죄신교와 협력해 지켜야 할 영지민에게 저주를 퍼트렸어요. 그 죄는 절대 용서받지 못하겠죠. 알레한드로 아우그스테 폰 알게디는 데우스의 이름 앞에 심판을 받게 될 거에요.”
그렇지만 아무리 신전 기사단의 세력이 엄청나다 해도 소드 마스터를 상대 할 수 있는 것은 소드 마스터 뿐.
거기서 케인첼이 드라우프니르의 존재를 입에 담았다.
그것을 사용하면 멜리오트를 일시적으로 묶어 둘 수 있다.
미미르의 샘물 덕분에 니뮤에와 아벨의 부상또한 거의 나은 상태. 그들의 조력이 더해진다면 충분히 멜리오트를 상대 할 수 있으리라.
캐롤라인은 보석 아이스크림에 환장하던 소녀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경견한 얼굴로 말했다.
“당신의 검이 옳은 길을 가리키는 한, 데우스 교는 자유 기사 케인첼 반 지스타드와 함께 할 것입니다.”
이것으로 케롤라인과는 완벽하게 한 배를 타게 되었다.
@
유일한 걱정은 색욕의 증거라고 할 수 있는 하프 엘프 아벨의 존재였다.
그렇지만 그것은 전혀 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 해결되어 있었다.
“아벨······?”
“네가 당황하니 괜히 부끄럽군. 케인첼, 친구 사이에 종족이나 성별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했지 않았나.”
“······아니, 그렇긴 한데.”
웰라이드 저택의 응접실에 앉아 있는 하프 엘프 아벨. 그녀는 이제 더 이상 하프 엘프라고 부르기 힘든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한결 가느다랗게 변한 몸은 끌어안았다간 부서질 것처럼 연약해 보인다.
어깨를 넘어 등까지 덮고 있는 선명한 금발은 니뮤에의 것과 똑같았다.
얼굴 또한 약간 남아 있던 중성적인 분위기가 사라져 있었다. 누가 봐도 여자로 볼 정도로 아름다운 모습.
“설마 미미르의 샘물 때문인가?”
케인첼은 멜리오트와 싸우고 큰 부상을 당한 아벨과 니뮤에에게 미미르의 샘물을 먹였다.
그러자 거기에 담겨 있던 세계수의 생명력이 두 엘프의 상처를 순식간에 회복시켜 주었다.
“아무래도 세계수가 엘프쪽 부분만 회복 시켜 준 것 같다. 게다가 이 모습으로 보아 세계수는 나를 여성체로 판단한 모양이고.”
아벨은 줄곧 인간과 엘프 사이에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결말이 지어져도 괜찮은 걸까?
“······.”
아벨은 피식 웃으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래서야 앞으로 남자라고 하고 다니기 힘들겠군. 분명 이런 경우는 연정을 품고 있는 상대에 따라 성별이 결정된다고 했는데······.”
아무래도 케인첼에게는 한동안 그것에 대해 말할 수 없을 것 같았다.
“흠흠. 하여간 케인첼. 그런 상처를 입고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전부 미미르의 샘물 덕분이다. 이 빚은 꼭 갚도록 하지.”
“그럼 앞으로도 내가 만든 요리를 먹어줘. 기왕이면 맛있게.”
“그건 오히려 이쪽이 부탁해야 할 일 아닌가.”
“어? 그런가?”
케인첼은 멋쩍게 웃으며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저 모습이다.
언제나 한결같은 저 모습에······.
아벨은 갑자기 두근거리기 시작한 가슴을 억누르며 말했다.
“그럼 앞으로의 일을 이야기 해 보도록 하지. 알고 있겠지만 녹색 산맥에 세계수를 심는 것은 실패했다.”
브리타니아의 세계수를 재건하기 위해서는 알게디 백작과 멜리오트를 쓰러트려야 한다.
“그런데 세계수의 묘목은 무사한 거지?”
“당연하지. 나와 니뮤에님이 목숨을 걸고 지켰으니까. 멜리오트를 쓰러트린 후에 다시 심기로 했다.”
“녹색 산맥에?”
“세계수가 자라기엔 거기가 가장 이상적인 환경이다. 그렇지만 그곳은 너무 노출이 많이 되어 있지. 니뮤에님은 다른 곳을 찾아볼 생각이라고 하더군.”
과연 니뮤에가 여왕으로 있는 바람나무 일족의 새로운 보금자리는 어디가 되는 것일까.
아벨은 마치 사랑을 속삭이는 것 같은 끈적끈적한 말투로 케인첼에게 속삭였다.
“니뮤에님은 한동안 비밀로 하라고 했지만. 그곳의 영주에게 미리 허락을 구해두는 편이 낫겠지.”
“설마······.”
“그래, 지스타드 영지다.”
칠죄종 전쟁의 여파로 완전히 몰락해버린 지스타드 남작령. 케인첼은 그곳의 재건을 위해 소드 마스터가 되고자 했다.
그런데 설마 이런 식으로 이주를 바라는 영지민과 만나게 될 줄이야.
“그런데 그 추운 장소에서 세계수 이그드라실이 제대로 뿌리를 내릴 수 있을까?”
“그건 영주의 도움을 받을 생각이다. 네가 가진 미미르의 샘물이 있으면 대지에 뿌리를 내릴 때까지 버틸 수 있다고 하니까.”
세계수의 축복이 깃든 대지에서는 한 겨울에도 꽃이 핀다고 한다.
“정말 괜찮겠어? 북부는 인간도 살기 힘든 곳인데.”
“그러니까 누구도 쉽게 건드릴 수 없을 정도로 강해져야죠.”
대답은 전혀 엉뚱한 장소에서 들려왔다.
케인첼과 아벨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응접실의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니뮤에가 다가왔다.
“니뮤에님?! 몸은 괜찮으십니까?”
“덕분에요. 이야기는 대충 밖에서 들었어요. 멜리오트랑 싸우기로 했다면서요?”
“예.”
“거기에 저와 아벨린도 가세할게요. 한 달 사이 엄청나게 강해진 것 같지만 그래도 혼자서 그 괴물과 싸우기는 힘들 테니까요.”
케인첼은 고개를 끄덕였다.
드라우프니르를 채울 틈만 만들어 주면 된다.
두 엘프가 함께해 준다면 불사의 괴물이라 해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으리라.
“그럼 조금 계산적인 이야기를 해 볼까요. 일족을 받아준다면 엘드라드에서 보았던 것들을 해 드릴 수 있어요. 세계수의 근처에서만 자라는 채소와 엘프의 손으로 빚은 포도주······. 분명 그것들은 상당히 높은 가격으로 팔리겠죠.”
상당히가 아니라 무식하게 높은 가격에도 팔리지 않을까.
마치 혼수품을 잔뜩 준비해 두었다고 신나서 떠들어대는 새색시 같은 모습이었다.
그렇지만 엘프 영지민을 지키기 위해서는 자유 기사의 몸으로는 힘들다.
‘소드 마스터가 되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늘어났군.’
이미 상당히 근접해 있는 상태긴 하지만, 아직 벽을 넘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머지않아 그 어떤 것보다 찬란한 오러 블레이드를 뿜어낼 수 있게 되리라.
케인첼에게는 그의 요리를 너무나 맛있게 먹어주는 수많은 단골손님이 있으니까.
“그럼 우선 드라우프니르를 되찾으러 가야겠네.”
시티즌에 있는 게이트를 이용하면 순식간에 굿블러드 경매장이 있는 에든버러까지 갈 수 있다.
조용히 앉아 있던 아벨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굿블러드 경매장이라면, 나도 같이 가도록 하지.”
“아벨, 네가?”
“그곳에서는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손에 넣을 수 없는 무기를 구할 수 있다고 하지 않은가. 그렇게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백작님에게 부탁해서 에델바이스의 상단패를 받아 두었으니까. 설마 상단의 대행수의 몸을 건드리는 간 큰놈은 없겠지.”
저렇게까지 말하는데 위험하다며 두고 갈 수는 없었다.
아벨은 지켜야 할 대상이 아니라 같이 싸울 동료니까.
“게다가 카인을 따라 몇 번인가 가본 적이 있다. 그때는 무기가 아니라 다른 것을 사러 간 것이 다만.”
“그런 거라면 저도······.”
“니뮤에님은 저택에서 기다려 주십시오. 엘프 두 명은 도저히 감당이 안 됩니다.”
“······네.”
니뮤에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그녀는 마치 주인에게 버림받은 강아지 같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나도 케인첼님과 같이 있고 싶은데······.”
@
항구 도시인 에든버러는 상업도시 이상으로 상회의 입김이 센 장소였다.
케인첼과 아벨은 시티즌에 있는 게이트를 이용해 순식간에 그곳으로 이동 할 수 있었다.
미리 연락을 받은 것인지 게이트를 관리하고 있는 남자가 허리를 숙였다.
“아벨 대행수님, 에든버러에 잘 오셨습니다.”
“수고가 많군. 마차는?”
“바로 앞에 대령해 두었습니다.”
자작 가의 후계자답게 사람을 부리는 모습이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마차를 타고 이동하면 쓸데없이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케인첼은 마차에 오르며 말했다.
“그런데 이렇게 보니 정말 대행수 같은데?”
“진짜 대행수다. 북부로 이주하게 되면 그곳 지부를 담당하게 될 거다.”
“앞으로 잘 보여야겠네.”
“세금은 1할이면 되겠지?”
“그건 너무 적은데.”
케인첼과 아벨은 마차 안에서 키득거렸다.
두 사람을 태운 마차는 에든버러의 외곽에 있는 커다란 건물로 향했다.
흡혈귀가 운영한다는 소문이 있는 굿블러드 경매장이었다.
이곳에서는 만월이 뜨는 날 밤에는 아주 특별한 물건들이 거래되는 지하 대 경매장으로 변한다.
그리고 오늘이 마침 그 날이었다.
마차가 다가가자 갑옷을 입은 경비원이 들고 있던 할버트를 세었다.
“죄송하지만 오늘은 경매가 열리지 않는 날입니다. 돌아가 주시겠습니까?”
아벨은 자연스럽게 창문 밖으로 상단패를 꺼내 보였다.
“에델바이스 상회의 아벨 대행수다. 그것에 참가하러 왔다.”
“이, 이런······. 죄송합니다. 높으신 분을 몰라 뵈었습니다. 쪽문을 열어 드릴 테니 그쪽으로 들어가 주십시오.”
굳게 닫혀 있던 문이 스르륵 열렸다. 마차는 자연스럽게 그 안으로 들어갔다.
아벨이 작게 속삭였다.
“귀족의 문장을 보여주었으면 아마 정문이 열렸을 거다. 이런 식으로 신분에 따라 들어갈 때부터 대우가 달라지지. 기분 나쁜 장소야.”
길게 이어진 쪽문을 통과하자 온갖 화려한 것들로 가득한 장소가 모습을 드러냈다.
화려한 샹들리에, 금빛으로 반짝이는 기둥. 무엇 하나 허술한 것이 없었다.
그 사이로 얼굴을 가린 중년인 몇 명이 걸어가고 있었다.
“오늘 출품되는 것은 아주 대단한 보물이라고 하더군. 특히 기대되는 것은 드워프가 내놓은 무기야. 집에 장식해놓으면 마치 영웅담에 나오는 주인공이 된 것 같지 않겠나.”
“허허허! 그런 귀한 물건이 나오다니. 그렇지만 내가 관심 있는 것은 오직 노예뿐일세. 오늘은 무려 아주 아름다운 엘프가······.”
아벨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브리타니아에서 이종족의 대우는 이랬다. 그녀는 쓰고 있던 후드를 더욱 깊게 눌러 썼다.
옷을 벗은 것인지 입은 것인지 구분이 안 가는 여자와 함께 어딘가로 걸어가는 남자도 있었다.
밤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
정말 귀한 물건은 자정이 넘어서야 나오기 시작한다.
케인첼은 아벨을 마차에서 기다리게 한 후, 블루마운틴을 찾기 위해 움직였다.
그리고 어렵지 않게 그의 모습을 발견 할 수 있었다.
“드워프님! 제발 부탁입니다! 시바의 숨결을 넘겨주십시오!”
“미안하지만 이미 모든 물건은 경매장에 등록해놨어! 아무리 많은 돈을 낸다고 해도 팔 수 없네!”
“위약금을 드리겠습니다. 그 물건을 노리는 사람이 너무······.”
이런 식으로 경매장 외에서 거래를 시도하는 것은 철저하게 금지된 일.
대량의 무기를 출품한 블루마운틴은 VIP대접을 받고 있다. 이곳을 떠날 때까지 그의 신원은 경매장에서 보증해 주는 것이다.
블루마운틴은 결국 경비를 서고 있는 병사를 불렀다.
“이래서 출품자실에서 기다리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허허허. 답답해서 그만······. 엇, 케, 케인첼 경 아닌가!”
케인첼을 발견한 블루마운틴이 아는 척을 했다.
설마 이런 곳에서 볼 줄 몰랐다는 듯 그의 눈에는 놀란 기색이 서려 있었다.
블루마운틴은 손을 휘휘 저어서 병사를 물러나게 했다.
그를 따라 출품자실로 가자 고급스런 가구로 둘러싸인 방이 나타났다.
“여기라면 조용히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걸세. 갑자기 무슨 일인가?”
“잘 계시는 것 같아 다행이군요. 블루마운틴님이 가지고 계신 물건 중에 갑자기 필요한 것이 생겨서 찾아 왔습니다.”
그러자 블루마운틴은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설마 드라우프니르는 아니겠지?”
케인첼의 눈이 커졌다. 어떻게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드라우프니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걸까?
굿블러드 경매장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