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139)
요리하는 소드마스터-139화(139/318)
————– 139/203 ————–
@
리차드 본 프레르망이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그의 까다로운 식성 덕분이었다.
그는 설령 굶더라도 맛이 없는 피는 빨지 않았다.
게다가 물린 사람의 건강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식사를 했다.
그래서 다른 뱀파이어들이 심장에 말뚝이 꼽힌 채 죽어갈 때도 무사 할 수 있었다.
르망은 케인첼이 요리를 준비하는 동안에도 쉴 새 없이 수다를 떨어댔다.
“마드모아젤. 제가 왜 굿블러드 경매장을 만들었는지 아십니까.”
“그거야 수많은 욕망이 모이는 지하 대경매장이 흡혈을 하기에 이상적인 장소라 그런 것 아닌가.”
정답이었다. 그래서 경매장의 이름부터가 굿블러드였다.
지하 경매장을 방문한 손님은 허영, 독점욕, 성욕 등 수많은 욕망을 채우고자 한다.
그들에게 원하는 것을 주고, 대가로 피를 받는 것이다.
르망은 대답대신 아벨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저는 수백 년 동안 이곳에서 기다린 겁니다. 바로 당신을 만나기 위해서 말이지요! 첫 눈에 반했습니다. 마드모아젤. 그 손에 키스를 할 수 있는 영광을 주시겠습니까?”
“······.”
아벨은 무심한 표정으로 르망을 무시했다. 솔직히 부담스러웠다.
뱀파이어에게 있어 흡혈은 성행위나 마찬가지라고 한다.
그러니까 첫눈에 반했다는 것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그리고 리차드 본 프레르망의 명예를 걸고, 피를 빠는 과정에서 어떠한 위해도 입히지 않을 것을 맹세합니다! 미이라가 될 때까지 피를 빠는 것은 신사적이지 못한 일이지요. 저 르망! 심장에 말뚝이 박히는 한이 있어도 그런 야만적인 일은 하지 않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자신이 말하고도 멋지게 느껴진 것일까. 르망의 입가에 그윽한 미소가 떠올랐다.
“하아······.”
아벨의 입술 사이에서 짜증 섞인 한숨이 새어 나왔다. 르망은 벌써부터 내기에서 이긴 것처럼 의기양양했다.
“시금치 같은 채소나 굴이나 바지락 같은 해산물에 들어 있는 영양분이 혈액 재생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알고 계시는지요.”
“그 정도는 알고 있다.”
“잘 됐군요! 필요한 것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아참, 피를 빨린 후에는 커피나 홍차는 드시면 안 됩니다.”
“그만 좀 닥쳐주지 않겠나. 아직 내기는 시작조차 하지 않았잖은가.”
“마드모아젤이 바라는 대로 하겠나이다.”
르망은 양손으로 입을 막는 시늉을 했다.
생제르맹도 그렇고, 이상하게 수다쟁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아벨이었다.
아벨과 르망이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이.
케인첼은 본격적으로 피 요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우선 즉석에서 피를 빼낸 돼지의 창자와 비계로 블랙 푸딩을 만들었다.
그러자 지켜보고 있던 르망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분명 블랙 푸딩은 동물 피로 만든 요리 중에서 가장 대중적인 요립니다. 그렇지만 그런 평범한 요리로 과연 마드모아젤을 대신 할 수 있을까요?”
“요리는 이제 막 시작일 뿐입니다. 제가 만들 것은 피로 만든 풀코스니까요.”
“푸, 풀코스? 그렇지만 분명 브리타니아에서 먹는 피 요리는 블랙 푸딩이나 소시스, 그것도 아니면 슈바르츠자우어 정도뿐 아닙니까?”
확실히 르망의 말이 맞았다.
데우스교는 짐승의 고기는 먹어도 그 피를 마시는 것은 부정하다고 여겼다.
그래서 고기를 구하기 힘든 북부를 제외하면 짐승의 피를 사용한 요리는 거의 발전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렇지만 브릴리언트 로드를 사용하면 수많은 피 요리 레시피를 얻을 수 있지. 그것도 뱀파이어의 입맛에 맞는 것으로 말이야.’
여러 동물들을 준비한 것 또한 그런 이유에서였다.
케인첼은 블랙 푸딩이 냄비 안에서 익는 동안 곁들일 소스를 만들었다.
먼저 살찐 거위의 목에 칼집을 내서 줄에 거꾸로 매달아 둔다. 그러면 아주 쉽게 그 피를 뽑을 수 있다.
그렇게 모인 피에 단맛이 많이 나는 적포도주를 부었다. 거기에 꿀과 보석 소금을 듬뿍. 그리고 정향을 몇 알 집어넣고 졸아들 때까지 끓여 준다.
달라붙는 르망을 밀쳐내고 있던 아벨이 눈을 크게 떴다.
“이게 정말 피로 만든 소스인가? 아주 달콤하면서도 그윽한 향이 나는군. 정말 맛있을 것 같다.”
케인첼은 르망이 들으라는 것처럼 큰 소리로 대답했다.
“이건 프렌치 요리에서 간혹 사용하는 그랑 브뇌르라는 이름의 소스야. 맛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최대한 많은 피를 넣었으니 아주 진한 맛이 날 걸.”
“꿀꺽.”
자신도 모르게 군침을 삼킨 르망이 무안한 얼굴로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런 소스로 맛을 더해줬다고 해도 블랙 푸딩은 블랙 푸딩. 그 정도 요리로는 아직 부족합니다!”
“그럼 소스가 익는 동안 피로 만든 전채요리인 띠엣깐을 만들도록 하죠.”
“띠엣깐Tiet canh?”
수백 년을 살아온 르망조차 처음 듣는 이름인지 고개를 갸웃거린다.
발음조차 어려울 정도로 이색적인 요리.
케인첼은 염소와 토끼의 피를 섞고, 힘줄과 연골을 끓여 젤라틴을 우려냈다.
어느새 르망은 떠드는 것조차 잊고 케인첼이 요리하는 모습에 몰입했다.
“맙소사······. 그게 정말 동물의 피입니까? 마치 고급 창부의 것처럼 진하고 향긋한 냄새가 납니다. 띠엣깐······. 이름만 들어서는 어떤 모양의 요리일지 상상도 가지 않습니다.”
‘당연하지 이건 수천 키로나 떨어져 있는 이국의 레시피를 사용한 거니까.’
그것은 동물의 피에 고기, 간, 땅콩 등을 섞어 흐물흐물하게 굳힌 후 먹는 요리였다.
푸딩처럼 변한 동물의 피에는 염소의 생간을 곁들인다.
“그럼 다음으로는 베리오후카이넨을 굽도록 하죠.”
“그건 또 무슨 피 요립니까?”
“동물의 피를 넣고 구운 일종의 팬케이크입니다.”
그것 또한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눈앞에 있는 남자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음식을 계속해서 만들어 냈다.
어쩌면 전생에 뱀파이어가 아니었을까?
‘내가 만드는 요리에 홀딱 빠졌군. 확실히 이런 식으로 피를 요리하는 것은 처음 볼 거야.’
케인첼은 밀가루에 소와 오리의 피를 섞고 맥주를 넣어 주었다.
‘불주먹으로 반죽하면 맥주에 들어있는 효모가 팬케이크를 더욱 부드럽게 만들어 주겠지.’
원래라면 최소 두 시간은 발효시켜야 할 반죽이 순식간에 부풀어 오른다.
이미 케인첼의 기억을 읽은 르망은 불주먹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알고 있는 것과 직접 보는 것은 다르다.
요리를 하는 케인첼의 손이 빨라질수록 르망의 기대감은 커져갔다.
케인첼은 피와 밀가루로 만든 반죽에 허니버터와 달걀, 그리고 몇 가지 향신료를 섞어 주었다.
‘팬케이크의 가장자리를 바삭하게 익히려면 작은 팬을 쓰는 게 중요하지.’
베리오후카이넨이 익기 시작하자 르망은 황홀하다 못해 기절 할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으, 으음, 하지만 내게는 마드모아젤이······. 으으으음······.”
르망은 고민했다.
마음 같아서는 팬케이크가 다 구워진 순간 달려들어 뜯어먹고 싶었다.
그렇지만 그것은 너무나 신사답지 못한 행동이다.
“그럼 다음으론 선짓국을 만들도록 하죠.”
결국 르망이 두 손을 들었다.
더 이상 요리를 하는 모습을 봤다가는 신사답지 않은 짓을 하게 될 것 같았다.
“아직 레시피가 잔뜩 남아있긴 합니다만, 그럼 우선 이것들부터 시식해 보도록 하죠.”
“도대체 피를 가지고 얼마나 많은 요리를 할 수 있는 겁니까!”
“음, 지금은 대충 오십 가지 정도 되는군요. 그렇지만 브릴리언트 로드를 몇 번 더 사용하면 훨씬 많이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어느새 식탁 위에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블랙 푸딩과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베리오후카이넨.
그리고 띠엣깐이 놓였다.
기본적으로 르망은 소식가다. 그렇지만 오늘은 오랜만에 배를 조이고 있는 벨트를 풀어야 할 것 같았다.
“그럼 맛있게 드시길.”
@
먼저 전체 요리인 띠엣깐을 가득 떠서 입으로 가져간다.
젤라틴 덕분에 부드러운 커스터드푸딩 같이 변한 피가 르망의 혀를 자극했다.
“흐, 흐음!”
입 안에 퍼져나가는 달콤하고 향긋한 피 맛에 저절로 만족스러운 한숨이 새어 나온다.
자신도 모르게 맛있다는 말이 튀어나올 뻔 했다. 그렇지만 이 정도로 굴복할 수는 없었다.
다음으로는 이상한 이름의 팬케이크를 먹을 차례였다.
나이프로 작게 잘라 입으로 가져가자 잘 부푼 빵 특유의 폭신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안에 담겨 있는 진한 맛의 피는 달콤하다 못해 쓰러질 정도였다.
단순히 인간의 입에 맞춘 요리로는 이런 맛을 낼 수 없다.
“이건 뱀파이어를 위해 만든 요리······. 설마 이런 것이 존재할 줄은······.”
기본적으로 인간과 뱀파이어가 느끼는 피 맛은 다르다.
비리고 쓰기만 한 피도 르망의 입에는 향긋하고 달콤하게 느껴진다.
케인첼은 식재료가 가진 본연의 맛을 해치지 않은 범위에서 최대한 그것이 잘 느껴지도록 요리했다.
“분명 동물 피는 뱀파이어의 입에 저급하게 느껴 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재료로도 맛있는 요리를 만들 수 있어야 셰프라는 칭호를 달 수 있죠.”
케인첼은 고든에게 처음으로 셰프라 불렸을 때를 떠올렸다.
그때의 감동은 소드 나이트가 됐을 때 느꼈던 것과 닮아 있었다.
르망은 마지막으로 그랑 브뇌르 소스를 곁들인 블랙 푸딩에 손을 뻗었다.
어느새 우아하게 포크와 나이프를 다루던 신사가 사라졌다. 그는 야만인처럼 두 손으로 요리를 집어먹고 있었다.
탱글 거리는 돼지창자로 만든 블랙 프딩을 베어 물자 진한 육즙과 함께 달콤하면서 그윽한 피의 맛이 느껴진다.
“아, 아······.”
그 감동은 날고기만 먹던 인간이 처음으로 불에 구운 요리를 먹었을 때 느꼈던 것과 같았다.
그만큼 놀라우면서 대단한 경험.
피로 만든 요리라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것.
그렇지만 지금 먹고 있는 요리는 오직 자신만을 위해 만든 것이었다.
그것은 불사에 가까운 수명을 가진 뱀파이어인 르망조차 처음으로 느껴본 감동.
르망은 촉촉하게 젖은 눈동자로 케인첼을 바라보았다.
뱀파이어의 존재 의미는 오직 인간의 피를 빠는 것뿐이다.
그래서 다른 뱀파이어들은 인간을 멸망시킬 기세로 피를 빨았고, 결국 심장에 말뚝이 박혀 죽었다.
그래서 르망이 선택한 것은 조금이라도 더 맛있는 피를 찾는 것이었다.
수백 년 동안 그것을 위해 살아왔다.
그런데 케인첼이 만든 요리는 지금까지 빨아왔던 그 어떤 피보다도 맛있게 느껴졌다.
어쩌면 자신은 케인첼의 요리를 먹기 위해 지금까지 살아온 것일지도 몰랐다.
르망은 부담스러울 정도로 반짝이는 눈동자로 케인첼에게 달려들었다.
수백 년 동안 이상적인 음식을 찾아다닌 뱀파이어가, 그것을 만들 수 있는 셰프와 만난 순간이었다.
“······므슈! 인간이 만든 요리를 이렇게 맛있게 먹은 것은 처음입니다! 이런 요리라면 평생 먹어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럼 내기는 제가 이긴 것으로 하죠. 그래도 괜찮습니까?”
“물론입니다! 여전히 마드모아젤의 피를 빨고 싶긴 하지만 신사답게 참도록 하지요!”
르망은 부담스러울 정도로 끈끈한 시선을 보내왔다.
동물의 피로 만든 요리조차 이토록 맛있었다.
그런데 만약······.
[완벽한 실력으로 뱀파이어를 위한 요리를 만들었습니다. 동물의 피를 뽑는 숙련도가 매우 높습니다.] [상대의 피를 뽑아내는 센스가 ‘블러드 드레인’ 스킬로 승화 되었습니다.]······.
···.
[요리를 통해 손님에게 새로운 존재 의미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마음을 담는 힘이 ‘오러 블레이드’ 스킬에 녹아들었습니다.] [오러 블레이드 : 6/10]‘어, 이런 식으로도 오러 블레이드 스킬의 슬롯이 등록되네?’
그런데 조마경에 떠오른 메시지 중에서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요리로 손님의 마음을 움직이다 못해 아예 새로운 존재 의미까지 찾아주었다는 부분.
어쩌면 자신은 엄청난 일을 한 것이 아닐까?
르망은 무언가 결심한 것처럼 케인첼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말 그대로 충성을 맹세하는 기사의 모습.
“므슈. 저를 부하로 받아주십시오. 평생 주군으로 모시겠습니다.”
굿블러드 경매장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