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144)
요리하는 소드마스터-144화(144/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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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장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
멜리오트 산달폰은 저주로 인해 버서커가 되었다.
게다가 그의 몸에는 알게디 백작이 심어 놓은 불사 세포가 있다.
말 그대로 절대로 죽지 않는 기사.
최강의 생명체라는 드래곤의 힘이라도 빌리지 않고서는 그를 쓰러트릴 수 없으리라.
“그렇지만 멜리오트는 내가 만든 커리에 반응했어. 심연에 갇혀 있는 그의 영혼을 구할 수 있는 것은 요리 뿐이야.”
케인첼이 끓여준 홍차를 마시고 있던 아벨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럼 허니버터 샌드위치나 보석 아이스크림, 그것도 아니라면 커리로도 가능한 것 아닌가.”
“시험해 봤는데. 억지로 먹인 요리로는 효과가 없더라고. 스스로 먹게 해야 해.”
나태의 저주에 걸려 있던 프렐리아도 스스로 입을 벌려 샌드위치를 먹었다.
그것을 위해서는 단순히 맛있게 잘 만든 요리로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소울 푸드를 찾으려는 거야.”
어릴 적 먹었던 영혼의 그 맛.
빈센트가 십 년 동안이나 어머니가 만들어 주었던 코코뱅을 찾아 다녔듯.
분명 멜리오트에게도 그런 소울 푸드가 있을 것이다.
‘루시아와의 추억이 담겨 있는 음식······. 그것을 완벽하게 재현해 낼 수만 있으면 분명 그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어.’
그렇지만 우선은 이십 년 전에 일어난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것이 먼저였다.
그 안에는 분명 소울 푸드의 힌트가 들어 있으리라.
아벨은 고민하는 케인첼의 모습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소울 푸드라.”
그리움으로 만들어 추억의 맛이 느껴지는 소울 푸드. 아벨은 그것이 가지고 있는 포근함을 느껴 본 적이 없었다.
“혹시 무언가 짐작 가는 거라도 있어?”
“아니, 생각해보니 내게는 소울 푸드라 불릴 만한 음식이 없더군. 어머니는 나를 낳고 채 1년도 되지 않아 돌아가셨다. 그녀의 얼굴이 그려진 그림조차 색욕의 증거라며 카인이 전부 불태워 버렸지. 분명 내가 계속 가문에 머물러 있었으면 그의 손에 죽었을 거다.”
결국 아벨은 도망치듯 집을 나와 기사 양성소에 들어갔다.
“내게 있어 음식이란 살아남기 위한 수단일 뿐이었다. 썩은 고기라도 웃으면서 먹을 수 있었지.”
“······아벨.”
“처음으로 맛있다고 느꼈던 것이 네가 구워 주었던 버터 감자였다. 그 후에도 너는 몇 번이나 나를 위해 요리를 해 주었지. 소울 푸드라는 말을 들으니 갑자기 그때의 일이 떠오르더군.”
뜨거운 무언가가 목구멍을 타고 입 밖으로 터져 나오려고 했다.
그저 요리 스킬을 올리기 위해 만들었던 음식들.
그것이 아벨에게 그토록 큰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니.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니뮤에 님에게 네 어머니에 대해 물어보도록 하자. 분명 밤새도록 이야기 해 주실 거야.”
“그러고 보니, 여왕님과 어머니가 자매였군. 너무 젊어 보여서 잠시 잊고 있었다.”
어느새 아벨의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가 떠올랐다.
니뮤에와 만난 것 또한 케인첼이 만든 요리 덕분이었다.
친구이자 동료, 그리고······.
아벨은 부끄러운지 귀까지 빨갛게 물들인 채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케인첼. 네가 바로 내 소울 푸드야.”
띠링-
[요리를 통해 손님에게 새로운 존재 의미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마음을 담는 힘이 ‘오러 블레이드’ 스킬에 녹아들었습니다.] [오러 블레이드 : 7/10]케인첼은 뜬금없이 출현한 조마경의 메시지를 보며 눈을 크게 떴다.
‘아니, 갑자기 여기서 이게 튀어 나와?’
르망에게 피 요리를 만들어 주었을 때와 같은 내용이었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아무 요리도 만들지 않았다는 차이가 있었다.
‘······그동안 만들었던 요리가 아벨의 마음에 무언가 변화를 일으켰고, 소울 푸드라는 말을 듣고 깨달았다는 건가.’
오러 블레이드의 슬롯을 하나 채울 정도의 변화.
케인첼은 도저히 그것이 무엇인지 물어 볼 수 없었다.
아벨의 입에서 나온 말에 아주 강렬한 감정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아벨. 남은 버터가 있는데 오랜만에 버터 감자나 만들어 볼까.”
“그거 좋지. 그런데 여기서는 모닥불을 피기 힘들지 않은가.”
“구운 감자가 아니라 찐 감자로 만드는 버터 감자야. 이건 이거대로 아주 맛있어.”
어느새 홍차를 다 마신 아벨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버터 감자를 먹고 난 후에는 오랜만에 대련을 하자고 할 생각이다.
케인첼과의 격차가 엄청나게 벌어져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만히 있을 생각은 없었다.
멜리오트와의 싸움까지 남은 시간은 이틀.
그때까지 조금이라도 더 강해져야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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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로 변하는 르망의 능력을 이용하면 아무리 경비가 삼엄한 곳이라도 숨어들어 갈 수 있다.
지크는 굳게 닫혀 있는 성문이 열리는 것을 보며 휘파람을 불었다.
“휘유, 형제님. 너무 멋진 것 아니에요?”
어느새 칭호가 형제님으로 바뀌어 있었다.
르망 또한 그다지 싫어하는 기색은 아니었다.
“물론 이 몸의 능력도 완벽한 것은 아니다. 성수가 뿌려진 장소나 십자가가 있는 곳은 가까이 갈 수 없지.”
그렇지만 크롤트라에는 그 흔하다는 데우스 교의 신전조차 없었다.
말 그대로 르망을 위해 준비된 독무대나 마찬가지.
크롤트라 성으로 숨어든 지크는 우선 이곳에서 수십 년 동안 일한 하인 몇 명을 납치했다.
“웁! 우웁!”
“형님들. 너무 그렇게 애처로운 눈빛으로 쳐다보지 마세요. 절대 아프게 하지 않고 몇 가지만 물어보고 끝낼 거니까요. 이 세상에 저처럼 순박한 사람도 얼마 없을걸요.”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군.”
“으흐흐, 으흐흐흐······.”
오랜만에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와서인지 지크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럼 형제님, 부탁할게요!”
“흐음.”
어둠속에서 르망의 새빨간 안광이 번쩍거렸다.
오래된 기억을 건드려서인지 하인의 입에서 묘한 신음이 흘러 나왔다.
“아, 안 돼! 루시아 아가씨!”
“멜리오트 님! 진정해 주십시오! 루시아 아가씨는 이미······.”
“으아, 으아아아악! 사, 살려줘! 괴, 괴물! 괴물이다!”
하인들의 기억을 전부 읽어낸 르망이 손을 휘저었다.
그는 수 백 년 동안 살아왔지만 이렇게 뒷맛이 씁쓸한 이야기는 처음이었다.
“형제님. 20년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 내셨나요.”
“물론이다. 아직 몇 개의 파편이 부족한 것 같지만, 이거로 대충 어떤 모양을 하고 있는지 정도는 알 수 있었다.”
멜리오트는 새로운 소드 마스터의 탄생을 축하하는 무도회에서 루시아와 만났다.
그리고 두 사람은 한눈에 반해 불꽃같은 사랑을 하게 된다.
“거기까진 흔하디흔한 로맨스다. 문제는 멜리오트와 약혼을 한 루시아가 정체불명의 불치병에 걸리면서 시작된다.”
그때는 칠죄종의 저주도 없을 시대.
말 그대로 정체를 알 수 없는 병이었다.
이미 루시아가 없이는 살 수 없을 정도로 그녀를 사랑한 멜리오트는 지극 정성으로 루시아를 간호한다.
그렇게 오년이라는 세월이 지나고 브리타니아 제국을 휩쓴 칠죄종 전쟁이 일어난다.
르망은 기절해 있는 노집사를 가리키며 말했다.
“지금부터 해줄 이야기는 저 남자의 기억에서 본 것이다. 아주 우연히 이걸 듣고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더군.”
알게디 백작은 칠죄종과 싸우기 위해 떠나는 멜리오트에게 이런 말을 한다.
― 멜리오트. 사랑하는 내 사위. 잘 듣게나. 칠죄종의 육신이 있으면 루시아를 구할 수 있다.
― 그, 그게 정말입니까?
― 내가 자네에게 왜 거짓말을 하겠나. 칠죄종의 육신이야 말로 수많은 인간이 바라는 불노 불사를 선사해줄 최고의 매개체네!
멜리오트는 용맹하게 싸웠고. 그의 활약으로 두 명의 칠죄종을 쓰러트릴 수 있었다.
그렇지만 돌아온 그를 맞이한 것은 차갑게 식은 루시아의 시체였다.
“그는 마치 상처 입은 짐승처럼 일주일 동안 울부짖었다고 한다. 그리고 모든 것을 부셔버릴 것 같이 날뛰었다고 하더군. 결국 그를 막기 위해 알게디 백작은 미완성인 불사 세포를 먹였다. 그 결과는 알고 있겠지.”
지크는 무언가 걸리는 것이 있는지 묘한 신음을 토해냈다.
“흐음······.”
“이 정도면 얼추 이야기가 완성된 것 같군. 주군이 아주 좋아하시겠어. 상으로 특제 선짓국을 끓여달라고 해야겠다.”
생각보다 일이 빨리 끝난 것이 기쁜지 르망은 어깨춤을 추었다.
한동안 깊은 생각에 잠겨 있던 지크가 손뼉을 쳤다.
“거기까지만 들으면 프렐리아 아가씨와 그리 다를 바 없는 이야기네요. 그저 수단이 조금 과격했을 뿐. 그런데 정말 그것으로 끝일까요?”
“무슨 소리인가.”
“멜리오트는 영웅이자 소드 마스터에요. 그런데 그가 슬퍼서 날뛴다고 버서커로 만들까요? 분명 아직 무언가 끈적끈적하고 비열한 비극이 남아 있을 거예요. 아참, 분명 이십 년 전에 일하던 정원사가 있다고 했죠?”
“아쉽게도 그는 죽었다. 그것도 목이 잘린 시체가 되어 강물에 둥둥 떠내려가던 것을 가족이 건져냈다고.”
“그럼 그 가족은요?”
“아들이 하나. 지금도 가죽 다듬는 일을 하면서 근처 마을에서 살고 있다.”
“그를 만나러 가야 해요. 분명 그가 마지막 파편을 가지고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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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크롤트라로 떠난 지크와 르망은 이틀 만에 돌아왔다.
그의 입에서 나온 충격적인 진실을 들은 아벨이 신음을 흘렸다.
“그럼 멜리오트가 그토록 용맹하게 싸웠던 것은 전부 루시아를 치료하기 위해서였단 말인가.”
케인첼 역시 무겁게 가라앉은 얼굴로 입술을 깨물었다.
5년 만에 돌아온 멜리오트의 손에는 칠죄종의 육신이 들려 있었다고 한다.
이것만 있으면 죽어가는 루시아를 살릴 수 있다.
그런데 돌아온 그를 반겨준 것은 싸늘하게 식은 연인의 몸이었다.
그때 느꼈을 분노와 좌절감이 얼마나 컸을까.
그렇지만 아직 지크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건강했을 무렵의 루시아는 꽃을 너무나 좋아해서 하루의 절반 이상을 정원을 가꾸면서 보냈다고 해요. 당연히 정원사와도 친하게 지냈죠. 그런데 어느 날 정원사가 창백해 져서는 집으로 돌아왔어요.”
정원사는 아들에게 말한다.
아주 우연하게 큰돈을 벌었다. 그것을 가지고 크롤트라를 떠나자.
“아들은 당황했어요. 그는 이미 가죽 장인의 도공으로 들어가서 한창 일을 배우고 있었거든요. 그럼에도 정원사는 한시라도 빨리 이곳을 떠나야 한다면서 아들을 재촉했어요. 그리고 밤이 지나고, 그는 시체가 되었어요.”
“······살해당한 거군요.”
“그는 분명 무언가를 본 거예요. 가지고 있던 돈은 입막음 비겠죠. 그때 성문의 경비를 서고 있던 병사. 지금은 경비대장이더라고요. 그의 기억에 따르면 한동안 터번을 두른 남자들이 성에 출입했는데, 나무 상자에 들어 있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었어요.”
그리고 시종의 기억에 따르면 딸이 그토록 병마에 시달리며 고통 받는데, 백작은 단 한 번도 딸의 방을 찾지 않았다.
그저 병에 좋을 거라며 도자기에 든 향료를 보낼 뿐.
멜리오트는 루시아가 조금이라도 나아질까 싶어 아주 열심히 그것을 피워 주었다고 한다.
케인첼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졌다.
“설마 루시아가 걸렸다는 불치병이 병이 아니란 겁니까?”
“확실하지는 않아요. 그저 정황 증거가 몇 개 있을 뿐이에요. 그렇지만 모든 상황이 그녀가 병이 아니라 독에 중독되어 있다고 증명해 주고 있어요.”
지크는 품속에서 도자기의 깨진 파편을 꺼내 내밀었다.
“방을 청소하던 시녀가 실수로 도자기를 깬 적이 있다고 해요. 목이 달아날 것을 겁내며 덜덜 떨고 있는데, 멜리오트가 씨익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대요. 도자기야 다른 것으로 바꾸면 되지만, 상처 입은 사람의 마음은 절대 고칠 수 없다면서요.”
그리고 이 깨진 도자기 조각은 시녀의 보물이 되었다.
그것을 받아든 케인첼은 도자기의 안을 핥았다.
만약 이 안에 들어 있던 것이 단순한 향료였다면 그저 흔한 비극일 뿐이다.
그렇지만 만약······.
미식 스킬은 순식간에 도자기에 묻어 있는 것이 무엇인지 분석해 냈다.
[쇠약 독]* 오스만 제국의 주술사가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낸 특수한 용도의 독.
* 향료의 형태로 만들어져 향을 마시는 것으로 중독된다. 수많은 약초를 조합해서 만들었기에,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절대 해독 할 수 없다.
* 특수한 조합법에 의해 그 효과가 극도로 약화되어 있다. 적어도 3년 이상 꾸준히 사용하지 않으면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케인첼은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움켜쥐었다.
알게디 백작은 소드 마스터를 수족으로 부리기 위해 스스로 자신의 딸을 독에 중독 시킨 것이다.
그것도 모른 채 멜리오트는 몸에 좋을 거란 말에 속아 독을 연인에게 마시게 한 것이다.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아벨은 조용히 한숨을 내쉬며 의자에 몸을 기댔다.
“······너무하군. 정말 너무해.”
“그래도 이것으로 멜리오트의 소울 푸드가 무엇인지 알아냈어.”
멜리오트는 쇠약해진 루시아를 위해 손수 닭고기 수프를 만들어 주었다고 한다.
그것에 담긴 것은 연인이 다시 건강해지기를 마라는 마음.
그것을 다시 재현해 낼 수만 있으면.
“이걸로 수십 년 동안 이어진 비극을 끝낼 수 있어.”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