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150)
요리하는 소드마스터-150화(15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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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임명식에 참석하는 한 사람의 존재가 엄청난 파란을 불러 일으켰다.
신성 브리타니아 제국 제 16대 황제 아슬란 팬드래건.
그가 오랜 은거를 깨고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기로 한 것이다.
“황제 폐하가 공식 석상에 나온 지 얼마나 되었지?”
“거의 3년은 되었을 거네.”
아슬란은 대부분의 외부 행사에 헥토르를 대신 내 보낼 정도로 궁 안에서만 지냈다.
“그만큼 이번 사안이 중하다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건재함을 보여주려는 것인지······.”
“지금 그게 문제인가? 어서 예복을 챙기게나. 어떻게 해서든 소드 마스터가 될 남자와 연줄을 만들어 두어야 해!”
케인첼과 연줄을 만들려는 귀족은 물론, 이번 기회에 한몫 잡으려는 상인들까지 브리튼으로 몰려들었다.
그렇지만 그들은 케인첼과 만나지 못했다.
그가 귀족들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장소에 있었기 때문이다.
“허허, 앉은 자리에서 이 커다란 패스티를 스무 접시나 먹다니······.”
케인첼은 어깨를 으쓱하며 노점상 주인에게 은화를 내밀었다.
“맛이 끝내주는데요. 열 접시만 더 주십시오.”
패스티는 고기나 채소들로 속을 채워 구워낸 파이의 일종이었다.
핫도그와 빠에야와 함께 노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음식이다.
‘괜히 왕성에서 귀족들에게 시달리느니, 경험치나 올리는 게 낫지.’
설마 진급을 앞둔 소드 마스터가 한가하게 노점상에서 음식을 먹고 있을 거라고 누가 생각하겠는가.
“특이하게도 파이 반죽에 소기름을 넣었군요.”
그러자 노점상 주인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
“그렇지, 보통은 돼지기름을 쓰지. 허나 소기름을 사용하면 더욱 바삭하고 풍미가 있다네. 원래 패스티라는 것은 광부들이 일할 때 간단하게 먹을 수 있도록······.”
케인첼은 노점상 주인의 이야기를 한 귀로 흘리며 패스티를 한 손으로 들고 입에 집어넣었다.
“뭐야, 왜 왕성에 있어야 할 꼬맹이가 여기에서 파이를 먹고 있담.”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몸매가 훤히 드러나 보이는 옷을 입은 여자가 고혹적인 미소를 짓고 있었다.
“엘리자베스 님?”
“뭘 그렇게 맛있게 먹고 있어. 나도 줘 봐, 돈은 여기 있는 트리스탄이 낼 거야.”
그러자 곰 가죽을 뒤집어쓰고 있는 남자가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다가왔다.
“용병에게 밥값을 뒤집어씌우는 것은 누님뿐일 거요.”
“나 같이 아름다운 숙녀에게 밥을 살수 있다는 것을 무한한 영광으로 알라고.”
남자는 진심으로 역겹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숙녀? 내가 모르는 사이에 교양과 예의가 전부 죽었나 보네.”
“새끼가 요즘 안 맞았다고 아주 기어오른다? 누나랑 한 번 갈등을 빚어 볼래?”
“그럽시다. 오러 블레이드 써도 되요?”
“야만인들이랑 어울리더니만 머릿속까지 근육이 되어 버렸구나. 무슨 얼어 뒈질 오러 블레이드야. 아주 왕성까지 날려버리게?”
엘리자베스와 어린아이처럼 싸우고 있는 남자가 바로 충의의 소드 마스터 트리스탄이었다.
‘······분명 바바리안족 용병에서 소드 마스터가 된 사람이지?’
결국 음식 값은 케인첼이 내기로 했다.
트리스탄은 호탕하게 껄껄 웃으며 순식간에 패스티를 스무 접시나 비웠다.
물론 같은 시간 동안 케인첼은 서른 접시를 먹어 치웠다.
“오우, 대단한 먹성이잖아? 오랜만에 푸드 파이터의 본성이 끓어오르는구나! 으하하! 다음에 기회가 되면 진검 승부를 해보자! 지금은 점심을 먹고 와서 배가 부르거든.”
“꼬맹이한테 눈독 들이지 마. 내가 거기에 침 발라 놨어. 그치?”
“아, 이 녀석이 어제 말했던 소드 마스터 진급 예정자? 분명 이름이······.”
“케인첼입니다.”
“어, 그래. 반갑다. 트리스탄이다.”
다른 설명은 필요 없었다.
트리스탄이야말로 수천의 용병을 거느린 길드 마스터였으니까.
“혹시 용병 하고 싶으면 언제라도 찾아와라. 계약금은 달라는 대로 주고 바로 미스랄급 시켜 줄게.”
“제안은 감사하지만, 제게는 재건 시켜야 할 영지가 있습니다.”
“쩌업, 그래? 그럼 어쩔 수 없고.”
사실 지금도 케인첼의 품속에는 신분위장용 용병패가 있었다. 그렇지만 그것은 비밀로 하기로 했다.
자칫 잘못 말했다간 그대로 코가 꿰어버릴 것 같았으니까.
엘리자베스는 조신하게 열 접시의 패스티를 먹어치웠다.
그리고 입에 묻은 기름기를 닦으며 말했다.
“꼬맹아. 이번에 엄청나게 활약을 했다며? 그런데 멜리오트는 어떻게 죽었니. 소문처럼 네가 죽인 것 같지 않아서 물어보는 거야. 이 누님한테 속 시원하게 털어놔 봐.”
잠시 고민한 케인첼은 말할 수 없는 몇 가지를 제외하고 엘리자베스에게 이야기를 해 주었다.
멜리오트와 대등하게 싸울 수 있었던 것은 엘리자베스 덕분이었다.
요리를 하면 검술이 강해지는 케인첼에게는 전투 경험이 부족하다.
그것을 메워 준 것이 엘리자베스와의 대련이었다.
엘리자베스는 씁쓸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역시 그렇구나. 멜리오트는 정말 바보라서 한 가지 밖에 할 줄 모르는 녀석이었지. 검술도, 사랑도······. 뭐, 우울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으니, 지금을 즐기도록 하자.”
“에이, 누가 저 푼수를 데려갈꼬.”
“하여간 이번 임명식에 헥토르, 로엔그린은 당연히 참석할 테고. 나머지는 또 누가 오지?”
“멜리오트는 죽었고, 가웨인은 연락이 안 되고, 모르간은······. 음, 우리뿐인 것 같군.”
“혹시 모르간 보면 농담 아니라 진짜 내 손에 죽을 거라고 전해 줘. 어쨌든 축하해, 트리스탄.”
“뭘 말이유?”
“멜리오트가 죽었으니 크롤트라의 영주는 소드 마스터 중에서 선출해야 하잖아. 헥토르와 로엔그린은 아슬란 바라기니까. 남은건 너 뿐이네.”
“누님, 황제 폐하를 이름으로 막 부르는 것 좀 그만 둬요. 그러다 반역죄로 사형 당할라.”
“할 수 있으면 해 보라지.”
“그리고 왜 나 뿐인데. 누님도 있잖수.”
“에이, 아무리 그래도 머리가 있어야 할 장소에 붙어 있으면. 나같이 제멋대로에 게으른 사람한테 그런 중요한 영지를 맡길라고.”
트리스탄은 머리가 아픈지 뒤통수를 문질렀다.
그리고 엘리자베스를 어떻게든 해 달라는 것처럼 케인첼을 바라보았다.
“혹시 버터 감자 좋아하십니까.”
“아, 나 그거 먹을 거야!”
“여기서 감자를 굽겠다고? 불도 없는데······.”
케인첼은 맨손으로 감자를 굽는 것으로 트리스탄에게 기립박수를 받아냈다.
‘저 사람이 쿤담의 스승인가. 의외로 괜찮은 사람 같은데?’
묘하게 이안과 비슷한 분위기가 풍기는 남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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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좌를 중심으로 일곱 개의 좌석이 늘어서 있었다.
브리타니아 제국을 수호하는 7대 미덕을 위해 준비되어 있는 자리였다.
그런데 거기에 앉아 있는 사람이 4명밖에 되지 않는다.
케인첼은 한쪽 무릎을 꿇은 채로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헥토르는 여전히 속을 알 수 없는 얼굴이었고, 엘리자베스는 지루한 표정으로 하품을 하고 있었다.
당황한 트리스탄이 엘리자베스의 옆구리를 쿡하고 찔렀다.
두 사람의 관계를 잘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마지막으로 가장 바깥쪽에 앉아 있는 사람이 왕립 기사단 ‘그랜드 크로스’의 캡틴 로엔그린이었다.
이 자리에 있는 그 누구보다도 기사다운 남자.
케인첼은 긴장한 표정으로 마른침을 삼켰다. 어쩌면 머지않아 저 자리에 앉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렇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브리타니아의 황제 아슬란의 존재였다.
7대 미덕과 함께 칠죄종 전쟁을 승리로 이끈 성왕.
그렇지만 미식을 죄악으로 규정하여 수많은 셰프들을 사지로 내몬 남자.
과연 그는 어디까지 알고 있는 것일까?
어쩌면 아슬란 황제야말로······.
케인첼의 모습을 본 귀족들이 수군거렸다.
“저 남자가 멜리오트 경을 베었다는 자유 기사 출신의 차세대 소드 마스터인가?”
“저렇게 젊은 나이에 소드 마스터를 목전에 두었다니, 분명 대단한 재능을 가지고 있겠군.”
“어, 잠깐만 기다려 보게나. 어째 낯이 익다 했더니 작년에 자유 기사가 된 사람 아닌가! 고작 일 년 만에 저렇게 엄청나게 성장할 줄이야······. 젠장, 그때 어떻게 해서든 연줄을 만들어 두었어야 했어!”
“······설마 자유 기사 중에서 소드 마스터가 나올 거라고 누가 생각했겠나. 게다가 미혼이라고 하지.”
“그게 정말인가? 확실히 결혼하기엔 아직 젊군. 만약 데릴사위로 삼을 수만 있으면······.”
마치 케인첼이 주인 없는 풀코스 요리로 보이는 모양이다.
그렇지만 그들의 대화는 그렇게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위대한 성왕 아슬란 폐하 납시오!”
시종의 외침과 함께 왕좌의 뒤에 설치되어 있는 휘장 너머에서 커다란 그림자가 걸어왔다.
도열해 있는 귀족들과 용병 출신 트리스탄은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케인첼을 비롯해 근위 기사들은 기사의 예를 갖췄다.
유일하게 엘리자베스만이 고개를 살짝 숙여 목례를 했다.
“고개를 들라.”
명에 따라 고개를 든 케인첼은 처음으로 아슬란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저 사람이 아슬란이라고? 아니, 그 전에 인간 맞아?’
나이는 30대 초반 정도 될까?
브리타니아 왕가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찬란한 금발은 어느새 새하얗게 변해 있었다.
마치 욕망과 감정을 모두 제거하기라도 한 것처럼 아무것도 담겨 있지 않은 얼굴.
‘텅 비어 있어······.’
그것이 처음으로 아슬란과 마주한 케인첼의 느낌이었다.
성왕 아슬란은 어떠한 미사여구도 없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크롤트라의 영주는 엘리자베스가 맡도록 한다.”
그러자 당황한 엘리자베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폐, 폐하. 그 자리는 제가 맡기에는 어울리지 않아요. 옆에 있는 트리스탄이 그보다 훨씬······.”
“거부하는가? 그럼 『맹약』에 따라 명령하도록 하지. 지금부터 크롤트라의 영주는 엘리자베스다.”
그러자 엘리자베스는 고양이 앞의 쥐라도 된 것처럼 덜덜 떨며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그 말에 따르겠나이다, 아슬란 황제 폐하.”
크롤트라의 새로운 영주를 임명하는 의식은 순식간에 진행되었다.
차 한 잔도 마시지 못할 시간에 무거운 짐을 안게 된 엘리자베스는 똥 씹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좆됐네.”
다음으로는 소드 마스터(진), 케인첼 차례였다.
아슬란은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말했다.
“지스타드 남작, 케인첼.”
“예, 폐하.”
“경의 작위를 백작위로 승작하고, 몰락한 영지 대신 새로운 봉토를 내리도록 하겠다. 원하는 영지가 있다면 말해라.”
그러자 도열해 있던 귀족들이 경악했다.
소드 마스터가 된다면 백작위가 아니라 후작위를 받아도 할 말이 없다.
그렇지만 아직 케인첼은 소드 마스터가 아니지 않은가.
비록 머지않아 벽을 넘는다고는 해도 아직은 소드 나이트였다.
게다가 원하는 영지를 봉토로 내린다고?
만약 항구 도시인 에든버러나 수도인 브리튼 같은 곳을 원한다고 하면 브리타니아의 정세 자체가 바뀌는 것이다.
아무리 멜리오트를 쓰러트렸다고는 해도 파격적인 대우였다.
그렇지만 케인첼의 입에서 나온 말은 더욱 놀라웠다.
“새로운 영지로는 북부의 지스타드 영지와 그 일대를 받고 싶습니다.”
상업적으로 아무런 가치가 없는 북부.
게다가 북부에는 엄청난 수의 몬스터가 출몰하고 있다.
잠들어 있던 화이트 드래곤이 깨어났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먹자니 힘들고, 버리자니 아까운 것이 지스타드 영지였다.
아슬란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
“지금부터 전대 영주의 뒤를 이어 케인첼 반 지스타드가 지스타드 백작령의 새로운 주인임을 선포한다.”
“폐하의 성은에 감사드립니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아슬란은 무릎을 꿇고 있는 헥토르를 바라보며 말했다.
“헥토르. 지스타드 백작이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다면 그를 새로운 7대 미덕으로 임명토록 하여라. 어떤 칭호가 어울리는지는 네가 정하도록 해라.”
“폐하의 명을 받들겠습니다.”
크롤트라의 새로운 영주가 된 엘리자베스만으로도 제국 전체가 들썩일 사건이었다.
그런데 새로운 7대 미덕의 등장이라니!
“그럼 앞으로도 경의 활약을 기대하도록 하지.”
아슬란은 왕좌에서 일어났다. 그 모습을 보고 케인첼은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아직 그에게 묻고 싶은 것이 남아 있었다.
정말 칠죄종 전쟁은 인간의 승리로 끝난 것이 맞냐고.
전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그와 동시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왕좌를 떠나려는 아슬란이 몸을 돌려 케인첼 바라본 것이다.
그리고 아슬란 황제는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케인첼의 물음에 대답이라도 하는 것처럼 보이는 모습이었다.
그런 알 수 없는 메시지만을 남긴 채.
케인첼은 지스타드 백작령의 주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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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첼은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정리하며 왕성을 떠날 준비를 했다.
‘크롤트라를 떠난 블루마운틴과 니뮤에가 영지의 재건을 돕기로 했지. 두 사람의 힘이라면 건물 정도는 금세 다시 지을 수 있을 거야.’
북부에서는 1년 중 9달 이상 눈이 내린다.
그렇지만 미미르의 샘이 있으면 그런 척박한 대지에도 세계수는 뿌리를 내릴 수 있다.
그런데 떠나려는 케인첼을 붙잡는 사람이 있었다.
“뭐야, 벌써 가려는 거야? 잠깐만 기다려 봐.”
엘리자베스는 케인첼에게 친근하게 달라붙으며 말했다.
“꼬맹이에게 제안하고 싶은 것이 있어. 너도 들어서 손해 볼 건 없을 걸?”
그 말은 정말이었다.
말 그대로 파격적인 조건의 제안이었으니까.
북부로 모여드는 사람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