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155)
요리하는 소드마스터-155화(155/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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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첼의 대답을 들은 엘리자베스는 배를 잡고 웃으며 말했다.
“들었어? 그쪽의 은신술을 간파한 것이 스테이크 굽다 배운 스킬이래. 푸훕, 푸하하하!”
“쯧.”
발터는 케인첼과 엘리자베스를 노려보았다.
설마 이런 곳에서 타국의 소드 마스터와 만나게 될 줄이야.
그의 뇌리에 브리타니아가 보유하고 있는 소드 마스터의 목록이 주르륵 떠올랐다.
“7대 미덕중에 여성은 두 명 뿐이지. 그렇다는 것은 박애의 소드 마스터인 엘리자베스인가.”
“정답.”
그렇지만 검은 머리의 정체는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었다.
동시에 수십 마리의 몬스터를 얼려버리는 검기.
그것은 소드 나이트 수준의 오러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게다가 젊다.
어쩌면 브리타니아가 비밀리에 키우고 있는 소드 마스터를 발견한 것일지도 모른다.
발터의 턱을 타고 땀이 흘러 내렸다.
“아무래도 돌아가면 정보부를 엎어야겠군. 이런 중요한 사실을 모르고 있다니.”
자칫 잘못하다간 아슬아슬하게 유지되고 있는 두 국가 간의 밸런스가 깨질 지도 모른다.
비록 드래곤의 흔적은 찾지 못했지만 그 사실만은 반드시 본국에 전해야 했다.
그렇지만 그것도 무사히 귀환하고 난 이후의 일이다.
“······못 본 척 넘어 가 줄 수는 없나.”
엘리자베스는 케인첼을 바라보며 빙긋 웃었다.
적의 기습 공격에 대비하라는 뜻이었다.
“싫은데?”
“그럼 적어도 팔 한 짝은 가져가도록 하지.”
우우우우우웅······!
발터의 몸에서 검은 색의 오러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한 줄기의 바람조차 불지 않는데 걸치고 있는 망토가 펄럭거렸다.
전신의 모공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오러가 순식간에 주변을 어둡게 만들었다.
케인첼은 감탄했다.
소드 나이트는 오러를 이용해 신체나 검의 능력을 강화 시킨다.
그런데 소드 마스터들은 오러를 훨씬 다양한 방법으로 사용한다.
발터는 농도를 아주 약하게 만든 오러를 뿌리는 것으로 자신의 몸을 주위와 동화시킨 것이다.
이래서야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다.
검은 기운은 꿈틀거리며 거대한 촉수를 뿜어냈다.
“조심해. 저거 하나하나가 전부 오러 블레이드야.”
케인첼은 고개를 끄덕이며 머랭을 발동 시켰다.
촉수는 다섯 겹으로 이루어진 머랭을 뚫지 못하고 튕겨져 나갔다.
검은 기운 안에서 발터의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겨우 그걸 막아냈다고 좋아하지 마라. 이 몸의 공격은 이제부터 시작이니까······!”
발터는 작은 유리병을 꺼내 검은 기운에 뿌렸다.
깜짝 놀란 엘리자베스가 비명을 질렀다.
“서, 설마 마스터 간의 싸움에서 독을 쓰다니!”
“말했잖은가. 적어도 팔 한 짝은 가지고 가겠다고. 그렇지만 기왕이면 목이 좋겠지?”
엘리자베스는 입고 있는 옷을 찢어 입을 틀어막았다.
소드 마스터의 폐활량은 엄청나다. 적어도 10분 정도는 숨을 참을 수 있다.
그런데 발터가 사용한 독은 호흡이 아니라 피부를 통해 상대를 중독 시키는 타입이었다.
순식간에 엘리자베스의 얼굴이 새하얗게 변했다.
“이런 타입의 독이라면 그 쪽도······.”
“피 대신 독이 흐른다는 가문 출신이라 말이지. 이 정도 쯤은 아무렇지도 않다.”
발터는 무려 30%가 넘는 맹독 저항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오러 블레이드를 발현시켰다.
“자, 검을 들어라 박애의 소드 마스터. 위선만으로는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가르쳐 주마.”
고고고고고――!
발터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은 기운이 더욱 진해졌다.
그는 또 한 병의 독을 추가로 뿌렸다.
굳게 다문 입술 사이로 검붉은 피가 흘러 내렸다.
확실하게 엘리자베스를 죽이기 위해 버틸 수 있는 한계를 넘긴 독을 사용한 것이다.
엘리자베스는 휘청거리며 말했다.
“꼬, 꼬맹아, 너라도······.”
그런데 케인첼의 상태가 이상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상할 정도로 멀쩡해 보였다.
이변을 알아차린 것은 발터 또한 마찬가지였다.
“마, 말도 안 돼! 도대체 무슨 수를 썼기에 이런 독 안개 속에서 안색 하나 변하지 않을 수가!”
그러나 케인첼은 거기에 대답을 할 여유가 없었다. 우선 독에 중독된 엘리자베스를 어떻게든 해야 했다.
“죄송합니다, 엘리자베스 님.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시, 실례라니 무슨······.”
케인첼은 지금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엘리자베스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중얼거렸다.
“머랭!”
그러자 엘리자베스의 몸에 오러의 막이 떠올랐다.
이미 몸 안으로 흡수된 독은 어쩔 수 없다. 그렇지만 추가로 침투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그리고 작은 주머니를 내밀었다.
“숙련된 셰프라면 맹독을 가지고 있는 재료라도 요리 할 수 있어야 하죠. 우선 이걸 드시고 계세요. 어느 정도 독을 중화 시켜 줄 겁니다.”
마늘과 생강이었다. 모두 해독 효과가 있는 식재료.
“그럼 아까 고기에 이걸 바르던 것도 독 때문이야?”
“예. 요리해서 먹는 것이 최고긴 하지만 우선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겁니다.”
“······조금만 기다려 줘. 어느 정도 해독만 되면 저런 녀석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니까.”
“돌아가면 해독 효과가 있는 약선 요리를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응.”
우선은 주위를 감싸고 있는 검은 기운부터 처리해야 한다.
‘그런데 도이칠랜드 놈들은 유난히 독을 많이 쓰네.’
케인첼은 도이칠랜드를 여행하는 동안 독에 중독된 사람들에게 약선 요리를 만들어 준 적이 있었다.
그때도 웬만한 독은 케인첼의 저항력을 뚫지 못했다.
그리고 그 후로도 죽어라 향초를 사용한 요리를 만들었다. 그 결과 맹독 저항력은 더욱 높아져 있었다.
‘이 정도면 버틸 만 해. 그렇지만 우선 독 안개부터 어떻게 해야겠군.’
케인첼은 플람베를 발동 시켰다.
그러자 케인첼의 왼팔을 중심으로 이글거리는 화염이 뿜어져 나왔다.
그것은 단숨에 검은 안개와 함께 그 안에 녹아들어 있던 독을 불태웠다.
“뭐야, 이번엔 염제라고?! 도대체 몇 개나 되는 스킬을 가지고 있는 거지!”
물론 흉내만 내는 수준인 1~2성 정도라면 여러 기술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소드 마스터 간의 전투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8성은 되어야 한다.
평생을 한두 개의 기술에 매진해도 도달하기 힘든 경지.
케인첼이 다양한 요리 스킬의 숙련도를 올릴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했다.
“한 그릇의 요리를 만들기 위해 몇 개나 되는 기술이 필요한지 알아? 적어도 다섯 개 이상. 많을 땐 열 개씩도 사용하지.”
“어디서 개소리를!”
“그럼, 플람베의 불길 속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큭······.”
발터는 초조했다.
독을 사용해 박애의 소드 마스터를 전투 불능으로 만든 것 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검은머리 남자로 인해 전세가 뒤집혔다.
불과 냉기를 다루며 맹독을 뒤집어쓰고도 무사한 남자. 도대체 그 정체가 무어란 말인가.
발터는 케인첼의 얼굴을 눈동자에 새겨 넣었다. 상대의 전력을 모르는 이상 전투를 계속 하는 것은 위험하다.
결국 발터는 작전상 후퇴를 선택했다. 검은 기운으로 눈을 속이고 있는 사이 본체만을 빼내 도망친다.
당연히 외교 문제로 번지겠지만 소드 마스터를 한 명 잃는 것 보다는 낫다.
“크윽······.”
게다가 몰아치는 화염 속에서 버티는 것도 슬슬 한계였다.
결국 발터는 전력을 다해 도망치는 것을 선택했다.
남아 있던 검은 기운은 순식간에 녹아 사라졌다.
“······미안. 아무래도 여기까지인 것 같아.”
그리고 겨우 버티고 있던 엘리자베스의 몸이 무너졌다.
아무래도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독이 강했던 것 같았다.
“으윽, 그런데 꼬맹아. 왜 상대의 뒤를 쫓아가지 않는 거야? 적국의 소드 마스터를 잡으면 엄청난 포상을 받을 수 있는데.”
“그거야 방금 전 불길이 블러프였으니까요.”
“블러프?”
“원래 불 없이 요리를 하려고 만든 기술이거든요. 그런 식으로 막 쏴 대다간 금방 오러가 바닥이 났을 겁니다.”
“그러니까 지금 소드 마스터를 상대로 거짓말을 했다고?”
“상대가 계속 시간을 끄는 것이 느껴졌거든요. 적국에 침투하는데 혼자 오진 않았을 겁니다.”
케인첼은 칼리오페에게 들은 이야기를 떠올렸다.
그녀에게 엄청난 부상을 입힌 것은 세 명의 소드 마스터. 나머지 두 명이 멀지 않은 곳에 있을 것이다.
“확실히 꼬맹이 말이 맞네.”
엘리자베스는 무엇이 그리도 유쾌한지 한동안 배를 잡고 웃었다.
“에잉, 멋진 모습 보여주려다가 체면만 완전히 구겼잖아. 두고 봐. 다음번에는 이렇게 간단히 당하진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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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두 사람은 미노 영지로 돌아왔다.
케인첼은 엘리자베스의 몸에 남아 있는 독을 없애기 위해 특제 카스파초를 만들어 주었다.
엘리자베스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토마토 수프를 바라보았다. 아무리 봐도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수프였다.
그런데 이걸 먹으면 중독을 치료 할 수 있다고?
시험 삼아 조금 떠서 입에 넣어 보았다. 그리고 엘리자베스의 눈동자가 커졌다.
효과는 둘째 치고, 무지하게 맛있다.
“······시원하면서 먹기 편하니까 술술 들어가잖아. 마치 몸이 이것을 원하는 것 같아.”
순식간에 커다란 통에 들어 있는 카스파초를 깨끗하게 비운 엘리자베스.
그러자 그녀의 전신에서 끈적거리는 땀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녀를 중독 시킨 독이 모공을 통해 배출되는 것이었다.
“어? 정말 독이 사라지고 있네? 윽, 냄새······.”
엘리자베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실크 손수건으로 바닥에 흘러내린 땀을 닦았다.
“꼬맹아, 아니 이제는 꼬맹이라고 부르는 것도 좀 그런가. 하여간 이번 일은 절대 잊지 않을게. 내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언제라도 말해. 이건 거래와는 상관없는 거야.”
“소드 마스터의 조력이라면 얼마든지 환영입니다.”
“말은 참 잘해요.”
엘리자베스는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들겼다.
적국이라고 할 수 있는 도이칠랜드의 소드 마스터가 국경을 넘었다.
이건 그대로 전면전으로 번질 수도 있는 문제였다.
“뭐, 골치 아픈 일은 할일 없는 노인네들이 알아서 해 주겠지. 난 싸워달라고 하면 싸우면 될 뿐이야.”
엘리자베스는 케인첼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커다란 무언가가 케인첼의 얼굴을 압박했다.
“그런데 백작위를 받고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공을 세운담. 승작할 정도는 아니지만 브리튼에서 이것저것 받을 수 있을 거야. 그래서 앞으로는 어쩔 셈이야? 계속 몬스터 토벌?”
“우선 돈을 좀 벌어보려고요.”
“돈? 음······, 확실히 그게 필요하긴 하지.”
“몬스터를 토벌한 것도 이걸 구하기 위해서입니다.”
케인첼은 오크통에 들어있는 탄산수와 콜라나무 가지를 꺼냈다.
탄산수를 잔에 따르자 푸슉, 하는 소리와 함께 거품이 올라왔다.
“윽, 돌가루 냄새······.”
아무래도 천연 탄산수 광맥에서 직접 떠서 그런지 석회 가루가 잔뜩 녹아있었다.
이대로는 도저히 마실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탄산수와 나뭇가지로 무엇을 할 생각이야?”
“콜라라는 탄산음료를 만들어 보려고요.”
“콜라?”
케인첼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콜라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재료가 모였다.
이제 시제품을 만들어 보고, 바로 양산에 들어가면 된다.
“······뭔가 입에 착 달라붙는 이름인데. 그런데 이 탄산수를 먹을 수 있게 정제하려면 연금술사의 도움을 받아야 하지 않을까? 알고 있는 연금술사 없지? 이 누님이 특별히······.”
케인첼은 철가면을 쓴 남자의 얼굴을 떠올리며 말했다.
“알고 있는 연금술사라면 한 명 있습니다. 비숍, 그 사람에게 부탁해볼까 합니다.”
“뭐야, 설마 꼬맹이가 비숍이랑 아는 사이였어?”
아무래도 엘리자베스가 소개해 주려는 연금술사도 비숍이었던 모양이다.
“네, 어쩌다 보니.”
“좀처럼 다른 사람과 만나지 않는 놈인데 신기하네.”
비숍과는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같이 식재료를 연구하는 사이였다.
묘하게 케인첼이 만든 음식에 관심을 보였으니, 분명 콜라에도 흥미를 갖지 않을까.
그리고 그 예상은 정확히 반만 적중했다.
먹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맛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