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168)
요리하는 소드마스터-168화(168/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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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찾아보면 아예 없는 것도 아닙니다.”
“그게 정말이야?”
엘리자베스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엘프와 드워프는 같은 테이블에 앉는 것조차 거부할 정도로 음식 취향이 다르다.
드워프는 기름진 음식을 배불리 먹고 시원한 맥주까지 들이켜야 한 끼를 먹었다고 생각한다.
그에 비해 엘프는 손질한 야채를 그대로 먹는 샐러드나 야채수프가 주식.
가끔 특별한 것이 먹고 싶을 때 정도나 버섯이나 렌틸콩을 넣고 파이를 굽는다.
“감자튀김을 생각해 보세요. 그건 엘프도 먹을 수 있고, 드워프도 즐기는 음식입니다.”
물론 엘프는 동물성 식품을 입에 댈 수 없으니 콩기름에 튀겨야한다.
그제야 케인첼이 말하는 것을 이해한 엘리자베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만 감자튀김, 샐러드, 야채수프, 빵 같은 음식으로만 차리면 성난 드워프가 도끼를 휘두를 거야. 설마 마음에 안 드는 놈이라도 있어서 그래? 말만 해. 그 정도는 내가 아주 조용히······.”
“······엘리자베스 님. 꺼내신 광익은 다시 집어넣어 주시겠습니까?”
“아, 이게 언제 튀어 나왔지?”
지금부터 만들 것은 동물성 식재료를 하나도 사용하지 않았으면서 포만감까지 줄 수 있는 ‘메인 요리’다.
엘리자베스는 발을 동동 굴렀다.
슬슬 크롤트라로 돌아가 밀린 업무를 봐야 한다.
그렇지만 이렇게 재미있는 것을 놔두고 일하러 가는 것은 싫었다.
결국 엘리자베스는 크롤트라에 있는 부관을 불러 간이 집무실을 만들게 했다.
그리고 당당하게 선언했다.
“한동안 여기서 일할 거야.”
“에, 엘리자베스 님, 대영주가 이렇게 자리를 오래 비우시면 곤란합니다······.”
부관은 노련한 분위기를 풍기는 중년의 남자였다.
엘리자베스와 나란히 앉아 있으니 마치 부모와 딸로 보일 정도였다.
그렇지만 사실 나이만 놓고 보면 엘리자베스가 연상이었다.
“어차피 나 말고도 일할 사람 많잖아? 게다가 제자를 키우는 것도 중요해.”
제자라는 말에 부관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 나왔다.
아이가 없는 엘리자베스에게 있어 제자라면 후계자나 마찬가지다.
“그렇게 중요한 것을 제멋대로 정하시면 안 됩니다!”
“왜? 불만 있으면 칼 뽑아 들고 덤벼 보시던가.”
“······.”
엘리자베스는 아벨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부관에게 소개를 시켜 주었다.
“이쪽은 내게 검을 배우기로 한 아벨 카터스. 귀엽지? 그리고 저 놈은 위클라인 자작. 내 부관이야.”
“아벨 카터스입니다. 고생이 많으십니다.”
“폭스라고 불러주십시오. 엘리자베스 님과는 달리, 제대로 된 분 같아서 안심이군요.”
“뭐야? 그럼 나는 제대로 된 인간이 아니라는 거야?”
“대접을 받고 싶으시면 일을 해 주십시오!”
“끄응, 조금만 덜 유능했어도 콱 물어버리는 건데.”
폭스는 방을 하나 빌려 업무에 필요한 것들을 옮겨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지스타드 영지에 머무는 사람이 한 명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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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첼은 바닷물에서 소금을 정제하고 있었다.
그때, 모든 업무를 폭스와 아벨에게 떠넘긴 엘리자베스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후, 겨우 끝났네. 어? 뭐야? 아직도 요리는 시작하지도 않았잖아?”
“그 전에 필요한 것이 있어서요.”
엘리자베스는 뚜껑이 열려있는 오크통에 코를 가져다 대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윽, 짠 내! 이거 바닷물이네. 그런데 소금이라면 그 반짝거리면서 예쁜 것 있잖아?”
케인첼은 소금을 뽑아낸 바닷물을 옮겨 담으며 말했다.
“필요한 것은 소금이 아니라 이쪽입니다.”
“······설마 바닷물로 요리를 하려는 거야?!”
“네, 두부라고 합니다.”
“두부흐?”
“동방에서 즐겨 먹는 콩요리의 일종이에요. 고소하면서 부드러운 식감이 아주 별미죠.”
엘리자베스의 눈이 반짝거렸다.
설마 바닷물을 이용해 만드는 요리가 있다니.
이건 이미 연금술의 영역이 아닌가!
케인첼은 얼마 전부터 엘프를 위해 두부를 만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엘프가 음식을 거의 먹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는 것은 나무에게 기운을 나누어 받기 때문이다.
‘세계수가 완전히 자라기 전에는 그것도 힘들어. 그 전까지는 단백질과 지방이 많은 음식을 먹어야 해. 특히 콩에는 단백질과 지방, 탄수화물이 아주 골고루 들어가 있지. 동물성 식품을 섭취 할 수 없는 엘프는 이제 콩을 주식으로 해야 할 거야.’
케인첼은 지스타드 영지에 이주해 온 엘프를 위해 다양한 콩 요리를 만들었다.
그리고 두부 또한 그 중 하나였다.
오크통을 가득 채울 정도의 간수를 얻은 케인첼은 본격적으로 두부를 만들기 시작했다.
“윽, 써······. 이거로 요리를 한다기에 맛있을 줄 알았는데, 무슨 썩은 물 같잖아?”
“······조금만 기다리시면 순두부를 만들어 드리죠. 그러니까 자꾸 주워 먹지 마십쇼!”
“순두부? 그거 맛있는 거야?”
“죽여줍니다.”
“그래? 그럼 얌전히 기다려야겠네.”
케인첼은 물에 불려둔 콩을 갈아 두유를 만들었다.
그때 사용하는 것이 거친 돌을 겹쳐서 만든 맷돌이었다.
“칼로 해도 되지만 맷돌을 써야 입자가 곱고 콩의 단백질이 잘 우러나거든요.”
“도대체 그런 도구는 어디서 구한 거야?”
“드워프가 만들어 준 겁니다.”
손재주가 좋은 드워프는 원리와 형태만 말해주면 설계도 없이도 그럴듯하게 물건을 만들어 낸다.
블루마운틴이라는 이름은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원래 크롤트라에서 일하는 장인이었으니까.
맷돌에서 곱게 갈아낸 콩물을 한번 끓여준 후, 촘촘한 천위에 부어 건더기를 걸러낸다.
거기에 응고제인 간수를 넣고 굳히면 순두부가 만들어 진다.
엘리자베스는 마치 커스터드푸딩 같이 부드러워 보이는 순두부에 군침을 흘렸다.
“식기 전에 맛을 보시죠.”
“와, 이게 진짜 콩과 바닷물로만 만든 음식이야? 맛있어 보인다.”
갓 만든 순두부는 아무런 양념도 하지 않았는데도 입에 넣자 고소한 맛이 느껴졌다.
케인첼은 복어회에 찍어 먹었던 폰즈 소스를 순두부 위에 살짝 뿌려 주었다.
“······우와, 이렇게 먹어도 좋은데? 상큼하면서 짭짤한 맛이 순두부의 고소한 맛과 어우러져서 아주 술술 넘어가.”
순두부를 틀에 넣고 굳힌 것이 두부였다.
케인첼은 순식간에 커다란 판 가득 두부를 만들어 냈다.
“확실히 이거라면 엘프도, 드워프도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으음, 꼬맹아! 한 접시만 더 먹자!”
아무래도 엘리자베스 역시 두부의 맛에 홀딱 반한 것 같았다.
“그런데 역시 두부를 그대로 먹는 것은 메인 요리로는 부족하죠.”
“그러면?”
“두부로 스테이크를 만들 겁니다.”
“이걸로 스테이크를······?”
입에 넣으면 그대로 부서질 정도로 부드러운 두부로 어떻게 스테이크를 만든다는 것일까?
케인첼은 두부 스테이크와 곁들여 먹을 소스를 만들며 감자를 튀겼다.
‘동시에 여러 가지 작업을 하려니 속도가 부족하군······. 에라 모르겠다! 더블 부스터!’
그러자 케인첼의 움직임이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빨라졌다.
이 정도면 한두 가지 요리 정도는 더 만들어도 될 것 같았다.
엘리자베스가 황당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저거 아돌프랑 싸울 때 쓰던 기술 아니야? 꼬맹이에게는 소드 마스터랑 요리가 동급인 건가······.”
거기에 양파 검술까지 더해지자 엄청난 양의 두부와 양파, 당근, 버섯이 잘게 다져졌다.
기본적인 요령은 햄버거 스테이크와 동일하다.
물론 두부만으로는 감칠맛이 부족하다. 그것을 살리기 위해 햇빛에 잘 말려 감칠맛을 끌어올린 버섯을 사용한다.
‘원래는 끈기를 위해 계란을 넣어주면 좋지만, 엘프가 먹을 것이니까 그 대신 참마를 잘 갈아서 넣어주면······.’
마지막으로 달콤한 벌꿀을 약간 더해주면 끝이었다.
완성된 반죽을 먹기 좋은 크기로 다듬어 잘 구워낸다.
신선한 콩기름 위에서 익어가는 두부 스테이크.
고소한 냄새가 주방을 가득 채운다.
그렇게 색깔, 맛, 향까지 햄버거 스테이크와 닮은 요리가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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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도 안 나왔는데 벌써부터 술을 마시고 있는 건가요?”
“원래는 육즙이 뚝뚝 떨어지는 고기를 통째로 들고 뜯어 먹고 싶다. 그것을 참고 어울려 주는 것인데, 고마운 줄도 모르는구먼······.”
“고마워해야 하는 것은 그쪽이죠!”
테이블을 마주하고 앉아 있는 니뮤에와 블루마운틴이 또 싸우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그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있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었다.
아벨과 함께 구석에 앉아 있던 엘리자베스가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했다.
“그건 그렇고, 엘프와 드워프가 모여 있는 모습은 언제 봐도 신기하단 말이야. 게다가 조만간 와인도 만들기 시작할거라고 하던데, 아주 돈을 쓸어 담겠네.”
매달 콜라를 사기 위해 상인들이 찾아온다.
그들을 통한다면 콜라 뿐 아니라 다른 물건도 사고 팔 수 있다.
어느새 그들 옆으로 다가온 케인첼이 테이블 위에 두부 스테이크를 내려놓았다.
“콜라는 시작일 뿐이죠. 앞으로 더욱 발전할 겁니다.”
“직접 가져다준 거야? 우와, 잘 먹을게!”
서빙을 돕는 시종들 덕분에 거의 동시에 모든 테이블에 두부 스테이크가 놓여졌다.
철판을 받아든 블루마운틴이 눈을 크게 떴다.
거기에는 노릇노릇 하게 구워진 고기와 바삭하게 튀겨서 소금을 뿌린 감자가 놓여 있었다.
“햄버거 스테이크에 감자튀김 아닌가······. 확실히 맛있어 보이기는 한데, 이걸 저들이 먹을 수 있나?”
요리를 앞에 둔 엘프들의 얼굴이 새하얗게 변했다.
아무리 봐도 이것은 고기로 만든 햄버거 스테이크였다.
니뮤에가 그들을 대신해 물었다.
“케인첼. 이것도 고기를 사용하지 않고 만든 요리인가요?”
“콩고기와는 비슷하면서 다른 요리인 두부라고 해. 먹어 봐, 맛있을 거야.”
“그럼 어디······.”
니뮤에는 나이프를 들어 두부 스테이크를 반으로 잘랐다. 그러자 담백하면서 고소한 냄새가 풍긴다.
그것을 베어 물자 기름에 구워 바삭한 표면과 부드러운 속살의 맛이 느껴졌다.
전혀 상반된 식감이 입안에서 녹아내리며 하나로 변한다.
“이, 이거 맛있어요! 정말 맛있어요!”
담백한 맛을 보충해 주는 것은 간장과 토마토로 만든 소스였다.
달짝지근하면서 상큼한 맛의 소스를 듬뿍 찍어 먹으면 입가에 절로 미소가 떠오른다.
소스는 감자튀김에도 딱 맞춘 것처럼 어울렸다.
니뮤에가 두부 스테이크를 먹는 모습을 보고 있던 엘프들이 포크를 들었다.
“저, 정말이야! 여기에는 고기가 하나도 들어있지 않아! 이거라면 얼마든지 먹어도 돼!”
신나게 먹는 엘프와는 달리 블루마운틴의 얼굴에는 떨떠름한 미소가 떠올랐다.
“콩이란 말이지······.”
드워프는 콩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 텁텁한 식감이 싫었고, 떪은 맛도 입에 맞지 않는다.
그렇지만 엘프가 너무 맛있게 먹자 자신도 모르게 포크를 들어 올렸다.
“어? 맛있네?”
두부 스테이크의 맛은 콩으로 만들었다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였다.
마치 고기를 먹는 것 같은 감칠맛과 부드러우면서 고소한 풍미.
게다가 콜라와도 잘 어울린다.
“요즘엔 맥주보다 콜라가 더 당긴단 말이지.”
최근 드워프들은 콜라의 톡 쏘면서도 시원한 맛에 반해 있었다. 일이 끝나면 맥주대신 콜라를 찾는 이들이 부쩍 늘어났다.
케인첼은 단숨에 콜라를 두 병이나 비운 블루마운틴에게 그것의 정체를 설명해 주었다.
“사실 콜라의 원재료는 엘프만 다룰 수 있습니다.”
“그, 그게 정말인가?”
“네. 엘프가 없으면 콜라도 없습니다.”
그러자 엘프를 바라보는 블루마운틴의 시선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크, 크흠. 아무래도 내가 그동안 너무 까칠했던 것 같군. 앞으론 조금 더 친하게 지내야겠어.”
엘리자베스는 도도한 표정으로 포크를 움직이고 있는 니뮤에의 앞에 앉았다.
아무래도 할 말이 있는 것 같았다.
“엘프······. 니뮤에라고 했지? 네가 엘프들 중에서 제일 강하다면서. 다음에 한 번 붙어보자.”
“······.”
멜리오트의 손에 죽을 뻔 했던 니뮤에는 소드 마스터가 껄끄러웠다.
그렇지만 아벨의 스승이자 케인첼의 친구이기에 참고 있을 뿐이다.
“뭐, 나도 친하게 지낼 생각은 없으니까 너무 티 내지 마. 아참, 꼬맹이가 두부를 왜 만들었는지 궁금하지 않아?”
“······궁금해요.”
“그건 말이야······.”
엘리자베스는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그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이, 이게 전부 엘프를 위해서 만든 요리라는 말이에요?”
“그러니까 남기지 말고 꼭꼭 씹어서 전부 먹으라구.”
니뮤에는 당장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처럼 울먹거렸다.
아직 목숨을 구해준 은혜도 갚지 못했다.
그런데 정착할 곳을 제공해 주고 일족을 위해 이런 멋진 음식까지 만들어 준 것이다.
엘리자베스는 머리를 긁적이며 중얼거렸다.
“괜히 경쟁자만 늘린 거 아닌가 모르겠네.”
엘프와 드워프.
그들은 절대 섞일 수 없는 이들이다.
그렇지만 케인첼이 만든 두부 스테이크를 아주 맛있게 먹은 것은 똑같았다.
인간과 엘프, 드워프, 그리고 드래곤이 모인 지스타드 백작령.
여기서라면 앞으로도 어떻게든 살아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띠링-
[요리를 통해 ‘지스타드 백작령’에 새로운 존재 의미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마음을 담는 힘이 ‘오러 블레이드’ 스킬에 녹아들었습니다.] [오러 블레이드 : 9/10]케인첼은 9번째 슬롯이 찬 오러 블레이드를 보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설마 개인이 아닌 영지 전체를 위한 요리가 조건이었을 줄이야.
이제 정말 마지막 단계만을 남겨놓고 있었다.
케인첼은 두부 스테이크와 감자튀김, 그리고 콜라를 맛있게 먹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딱 한 명 아무것도 입에 대지 않은 사람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쩌면 마지막 하나의 슬롯을 채우는 조건은······.”
쿵쿵쿵!
그때 게이트를 통한 연락을 담당하고 있는 남자가 식당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드워프와 엘프가 한데 모여 식사를 하는 모습을 보고 놀란 것처럼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이내 케인첼의 모습을 발견하곤 숨을 헐떡이며 달려왔다.
“지, 지스타드 백작님······. 칙서입니다. 아슬란 폐하께서 최대한 빨리 왕성으로 오라고······.”
오러 블레이드의 9번째 슬롯을 얻자마자 날아온 칙서.
케인첼의 눈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미풍인 줄 알았더니 태풍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