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171)
요리하는 소드마스터-171화(17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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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리오트······, 그 요리를 만든 것은 멜리오트 산달폰입니다.”
케인첼의 눈이 커졌다.
아직도 그와 검을 맞대고 싸웠을 때의 감각이 생생했다.
멜리오트는 쇠약해진 루시아를 위해 매일 닭고기 수프를 만들었다.
거기에 담겨 있는 것은 연인이 다시 건강해지기를 바라는 마음.
케인첼은 그것을 이용해 처음으로 7성급 요리를 만들어냈다.
‘그렇다면 원본이라고 할 수 있는 멜리오트의 닭고기 수프가 7성급이라는 것도 납득이 가는 일이야. 그렇지만······.’
케인첼은 존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멜리오트는 저주에 걸려 버서커가 되었어. 그게 10년 전이야. 그리고 내가 닭고기 수프를 먹은 것은 일 년 반 전. 도저히 시간대가 맞지 않은데?”
존은 빙긋 웃으며 방구석에 쌓여 있는 쓰레기더미를 뒤졌다.
그 안에는 이상한 문양이 각인되어 있는 상자가 있었다.
“물건을 아주 오랫동안 보관 할 수 있는 마도구입니다.”
“그럼 그 안에 닭고기 수프를 넣어 둔 거야?!”
“그렇습니다. 예정된 시간이 되어 열었더니, 마치 갓 끓인 것처럼 따끈따끈 김까지 올라오더군요.”
알고 있는 마도구인지 비숍이 부연 설명을 했다.
― 저 마도구, 만든 기억이 난다. 시간을 동결하는 타입이지. 안에 넣어 둔다면 아주 완벽한 상태로 보존 할 수 있다. 다만.
‘다만?’
― 대충 10년 정도 지나지 않으면 안에 들어 있는 물건을 꺼낼 수 없다는 아주 사소한 단점이 있다.
케인첼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그런 건 치명적인 단점이라고 하는 거야!’
그렇다는 것은 멜리오트가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를 만든 것이 거의 12년 전이라는 소리였다.
짚이는 것이 있었다.
‘분명 멜리오트는 격전이 펼쳐지는 와중에도 연인을 그리워하며 닭고기 수프를 만들었다고 하지. 그러면 대충 시간은 맞는데······.’
결국 닭고기 수프를 만든 것은 멜리오트. 그것을 케인첼에게 전해준 것은 존이다.
그렇다면 모든 것을 준비한 사람이 있을 것이다. 이제는 그것을 들을 차례였다.
“케인첼 도령. 그 이야기를 하기 전에, 우선 설명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도련님은 기억하고 계실지 모르지만 저는 지스타드 영지의 병사였습니다.”
“조, 존 아저씨가?”
존은 상의를 벗어 흉측한 흉터가 남아 있는 어깨를 보여주었다.
“이래서 전쟁에는 참가하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대대로 지스타드 영지를 지켜온 가문 출신이었지요. 영주님······. 그러니까, 케인첼 도련님의 아버지께서 이것을 맡긴 겁니다.”
“그럼 닭고기 수프를 전해주라고 한 사람이 아버지라는 거야?”
“예. 그리고 지스타드 영지는 칠죄종 전쟁 최후의 격전지가 되어 지도에서 사라졌지요. 아마 제가 그곳의 병사였다는 사실은 아무도 모를 겁니다.”
케인첼의 아버지이자 지스타드 영지의 전대 영주 페인.
그는 케인첼이 저주에 걸린 몸으로 스타니스 기사양성소에 오게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저주를 풀 수 있는 매개체를 존의 손에 남긴 것이다.
“그런데 분명 저 마도구는 10년이 지나지 않으면 열리지 않는다고 했잖아. 그럼, 뭐야. 만약 내가 여기서 3년 동안 버티지 않았으면 지금도 저주가 풀리지 않았을 거잖아?”
“그렇지만 버텨냈지요. 영주님은 도련님을 믿고 계셨던 겁니다. 만약 살아계셨으면 아주 자랑스러워했을 겁니다.”
“······.”
케인첼은 주름진 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이 남자는 자신에게 닭고기 수프를 전해주기 위해 10년 동안 청소부로 지내왔다.
“감사합니다, 케인첼 도령. 저는 어깨 부상 때문에 칠죄종 전쟁에서 싸우지 못했습니다. 그런 쓸모없는 늙은이에게 영주님은 아주 중요한 임무를 맡겼지요. 그리고 지금 그것을 완수한 겁니다. 아아, 아아!”
“고마워해야 할 것은 존 아저씨가 아니라······.”
도대체 한 그릇의 요리에 몇 사람이 얽혀 있는 것일까.
그것을 떠올리자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였다.
닭고기 수프를 먹고 그토록 감동을 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거기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담겨 있었다.
케인첼의 손이 떨렸다. 요리를 하고 싶었다.
닭고기 수프를 전하기 위해 10년 동안 기다린 존을 위해.
연인을 위해 만든 요리를 나누어 준 멜리오트를 위해.
그리고 자신을 믿어준 아버지를 위해.
그렇게 무언가 홀린 것처럼 주방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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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에는 취사 지원을 나온 병사들이 식재료를 다듬고 있었다.
그들은 케인첼을 보고는 기절 할 것 같은 표정으로 외쳤다.
“케, 케인첼 공 아니십니까!”
“미안하지만 주방 좀 빌리자.”
“얼마든지 사용하십시오!”
익숙하게 창고에서 식재료를 꺼내오는 모습에 병사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사실 나도 취사 지원 나와서 주방에서 잡일을 한 적이 있거든.”
“그게 정말입니까?”
“방해 한 것 같아 미안하니까, 식재료들은 내가 대신 손질해 줄게.”
케인첼은 산더미 같이 쌓여 있는 양파와 감자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양파 검술을 시전 했다.
그러자 들고 있는 식칼이 7개로 늘어나며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저, 저건 중급 검술?! 중급 검술로 요리를 하고 있어!”
그들은 기사 양성소에서 일하는 병사들이다.
그렇기에 케인첼의 손에서 펼쳐지는 양파 검술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느꼈다.
순식간에 껍질이 벗겨진 양파가 쌓이고, 새하얗게 변한 감자가 늘어선다.
그건 이미 요리의 영역을 벗어난 묘기였다.
“맙소사, 그 많은 것을 전부······.”
병사들이 밤새 해야 할 일을 10분 만에 끝낸 케인첼은 본격적으로 요리를 시작했다.
‘닭고기 수프는 멜리오트의 요리야. 그렇다면 내가 만들 것은······.’
케인첼의 뇌리에 북부에서 즐겨 먹는 ‘보르시치(borshch)’라는 이름의 수프가 떠올랐다.
추운 날씨를 견디기 위해 기름진 고기와 신선한 채소를 듬뿍 넣고 끓여 사워크림을 얹어 먹는 요리였다.
보르시치에 들어가는 채소는 보통 가격이 저렴한 양배추, 감자, 당근, 사탕무 등을 사용한다.
그것은 북부에서 나고 자란 케인첼과 존에게 있어 소울 푸드나 마찬가지였다.
케인첼은 먼저 베이스가 될 육수를 끓였다.
들어가는 재료는 고기 한 덩어리에, 당근, 양파, 마늘, 통후추.
거기에 물을 3리터 정도 넣고, 절반으로 졸아들 때까지 끓여주면 된다.
“아참, 고기의 비린내를 제거해 줄 월계수잎도 빼먹으면 안 되지.”
고기는 미리 찬물에 담가두어 핏물을 빼 둔 것을 사용했다.
육수가 끓는 동안 야채 손질과 볶기를 해야 한다.
동시에 양배추와 양파, 감자, 그리고 당근을 써는 모습에 병사들이 눈을 부릅떴다.
“다, 단순히 야채를 빨리 써는 것이 아니야! 양파와 양배추는 채썰기, 감자와 당근은 굵직하게 슬라이스를 하면서 육수의 거품을 걷어내고 있어! 게다가 굵기가 모두 일정해!”
이 기술이 있기에 케인첼은 동시에 여러 가지 요리를 만들 수 있었다.
순식간에 야채 손질을 끝낸 케인첼은 이번에는 그것을 볶기 시작했다.
양파하고 당근을 볶아서 넣어야 보르시치 특유의 맛과 향이 우러난다. 그것들이 물러질 때까지 잘 볶는 것이다.
그리고 어느 정도 익으면 토마토 페이스트를 넣어 준다.
마지막으로 잘게 채 썬 사탕무를 볶았다. 보라색이 나는 사탕무를 넣고 끓여야 먹음직스러운 보르시치가 만들어진다.
“사탕무도 볶아 주는 겁니까?”
“보통은 진한 색을 내기 위해 그대로 넣어주는데, 볶아주면 쓴맛이나 흙 맛이 사라져서 더욱 깔끔한 보르시치가 되거든.”
“그렇군요!”
케인첼은 토마토 페이스트와 함께 잘 볶아준 야채를 육수에 넣고 끓이기 시작했다.
은근하게 끓이는 것이 중요하다. 수프는 사탕무와 토마토 페이스트가 섞여 선명한 붉은색으로 변했다.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러운 보르시치였다.
수프가 끓기 시작하자 배고픈 수련 기사들이 몰려왔다.
“어, 어디서 엄청 맛있는 냄새가 나지 않냐?”
“분명 저녁도 잔뜩 먹었는데 왜 이렇게 배가 고프지······.”
“으윽······. 도대체 누가 요리하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하, 한 그릇만 나눠 줘!”
케인첼은 푹 끓인 보르시치를 접시에 나누어 담으며 물었다.
어차피 존과 둘이 먹기에는 많은 양이었다.
“혹시 사워크림 없어? 보르시치에는 역시 그걸 뿌려 먹어야 제 맛이 나거든.”
사워크림은 생크림을 발효시킨 것으로 부드러우면서 새콤한 맛이 난다.
“죄송하지만 생크림밖에 없습니다.”
“그래, 그럼 그거라도 가져다 줘. 아참, 바로 배식 시작 할 거니까 먹고 싶으면 줄 서.”
“꿀꺽······. 저희에게도 나누어 주시는 겁니까?”
“너무 많이 만들었거든.”
그러자 병사가 두 손을 번쩍 들었다.
안 그래도 보르시치가 먹고 싶어 미칠 것 같았다.
다만 그것을 끓이고 있는 것이 케인첼이었기에 달라는 말을 못 하고 있었을 뿐이다.
병사는 생크림이 없으면 젖소라도 데리고 올 기세로 밖으로 뛰어 나왔다.
그리고 커다란 그릇 가득히 생크림을 가지고 왔다.
“원래 사워크림은 여기에 플레인 요거트를 넣고 발효를 시켜서 만들거든. 그런데 지금은 시간이 부족하니까······.”
케인첼은 레몬주스를 꺼내서 생크림에 섞어 주었다.
그러자 생크림이 몽글거리더니 뭉치기 시작했다.
레몬주스 안에 들어 있는 산 성분이 유크림의 단백질을 응고시키기 때문이다.
“풍미가 조금 떨어지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이거면 대충 사워크림 대용은 될 거야.”
병사가 감탄했다.
“마치 연금술 같군요!”
사실 비숍에게 배운 것이니, 연금술의 일종이긴 했다.
케인첼은 보르시치 위에 즉석에서 만든 사워크림을 뿌렸다. 그러자 보기만 해도 몸이 따뜻해 질 것 같은 수프가 완성되었다.
“괜히 시끄러워지니까 이건 너희들이 만든 거로 하자.”
“알겠습니다!”
우렁찬 소리로 대답한 병사는 보르시치가 가득 담긴 접시를 옮기기 시작했다.
식당이 시끄러운 것을 발견한 교관이 눈을 부라리며 들어왔다.
“안자고 무엇을 그렇게 맛있게 먹고 있나!”
“아, 교관님도 이것 좀 드셔 보십시오. 진짜 이렇게 맛있는 수프는 처음 먹어 봅니다.”
“흐음, 보르시치로군. 어, 그런데 냄새가······.”
그렇게 수련 기사들을 꾸짖으러 온 교관까지 자리에 앉아 보르시치를 퍼먹었다.
“진짜 맛있죠?”
“······화, 확실히 끝내주게 맛있군! 그런데 도대체 누가 이걸 만들었나.”
“그게, 저도 잘 모릅니다. 하하!”
그렇지만 모두가 다 웃고 떠드는 것은 아니었다. 보르시치를 먹으며 눈물을 훔치고 있는 수련 기사도 있었다.
이상하게 생각한 교관이 물었다.
“왜, 그러나. 입맛에 안 맞나?”
“그게 아니라······. 저는 북부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그런데 이 맛이 어머니가 끓여준 수프랑 똑같아서 그만······.”
“크, 크흠! 다 큰 사내자식이 그러면 쓰나. 열심히 수련해서 훌륭한 기사가 되는 것이 가장 큰 보답이다. 그래, 케인첼 공처럼 말이다.”
“알겠습니다!”
거기에 담겨 있는 것은 수프가 아니라, 고향을 그리워 하는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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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첼은 보르시치 두 그릇을 들고 주방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존이 기다리고 있는 숙소로 돌아갔다.
존은 보르시치를 보며 눈을 크게 떴다.
“북부 식으로 제대로 끓였군요. 오오, 사워크림까지!”
“당연하지. 그게 빠지면 제 맛이 안 나잖아.”
그렇게 두 사람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는 보르시치를 먹기 시작했다.
존이 감탄했다.
“정말 가슴까지 따뜻해지는 맛입니다. 마치 눈을 감으면 지스타드 영지가 보이는 것 같습니다.”
이미 존이 기억하고 있는 고향은 없다. 칠죄종 전쟁으로 인해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그렇지만 그것을 알고 있기에 다시 떠올릴 수 있는 그리움도 있는 법이다.
‘······그리고 새로운 사람들이 빈자리를 채워가고 있지.’
케인첼은 생각 하고 있던 것을 존에게 말해 주었다.
“존 아저씨만 괜찮으면 지스타드 영지로 와. 요즘 일손이 부족하거든.”
“그, 그래도 됩니까? 저는 어깨를 다쳐서 청소 밖에 못하는 ······.”
“어깨라면 아는 성직자를 소개해 줄게. 제대로 치료를 받으면 움직일 수 있을 거야.”
“가, 감사합니다, 케인첼 도령······. 아니, 케인첼 영주님!”
케인첼은 기뻐하는 존과 함께 보르시치를 나누어 먹었다.
즉석 사워크림을 사용해서인지 완성된 요리는 6성급이었다.
그렇지만 마치 7성급 요리를 먹은 것처럼 온몸이 따뜻해졌다.
케인첼은 확신했다. 이건 오러 소드를 얻었을 때 느꼈던 것과 같은 감각이다.
부들거리는 손으로 조마경을 꺼냈다.
마치 고장 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미친 듯이 진동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결국.
쩌억-!
버티지 못하고 조마경에 금이 갔다.
도대체 얼마나 큰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기에 이런 엄청난 반응을 보여주는 것일까.
[6성급 요리 ‘그리움을 떠올리게 하는 보르시치’가 완성되었습니다.] [수많은 손님이 당신의 요리에 감동했습니다.]·········.
······.
[요리에 담긴 ‘지스타드’의 마음을 깨달았습니다.] [마음을 담는 힘이 ‘오러 블레이드’ 스킬에 녹아들었습니다.]·········.
······.
[오러 블레이드 – 시그니처가 등록 되었습니다.]어느새 케인첼의 주위에 오러로 된 검이 떠올라 있었다.
“······이게 내 오러 블레이드라고?”
그것은 넋을 놓고 바라볼 정도로 아름다운 검이었다.
소울 푸드의 의미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