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173)
요리하는 소드마스터-173화(173/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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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장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남자
인형술사 아스톨포의 공방은 케인첼에게도 익숙한 장소에 있었다.
브리타니아 제국의 동부에 있는 항구도시 에든버러.
굿블러드 경매장이 있는 바로 그 도시였다.
일행은 데우스 교단 전용 게이트를 이용해 단숨에 그곳으로 갈 수 있었다.
“데우스의 식칼이라 그런지 아주 순식간이네. 나도 게이트 한 번 이용하려면 며칠씩 허가를 기다려야 하는데 말이야.”
“식칼이 아니라 검인데요.”
“아, 그랬지. 꼬맹이한테는 이상하게 검보다 식칼이 더 어울린단 말이야. 이참에 요리 마스터로 개명해 보는 건 어때?”
“어? 그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요?”
“······미안, 농담이었어.”
‘데우스의 검’ 칭호를 수여받은 이후로, 브리타니아 내에서 활동하기가 훨씬 편해졌다.
아무런 권한도 없는 명예직이지만 그것이 무엇보다 유용 할 때가 있다.
바로 동행인 두 명 까지는 아무 허가 없이 게이트를 이용 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에든버러에는 케인첼과 엘리자베스, 그리고 에리히 셋이 오게 되었다.
엘리자베스는 바다냄새가 물씬 풍기는 공기를 들이마시며 중얼거렸다.
“그런데 추방당해 놓고 아직 브리타니아에 남아 있는 거잖아. 그 영감, 배짱은 알아줘야 한다니까.”
“에든버러에는 브리타니아는 물론 전 대륙의 물자가 모이잖아요. 확실히 연금술사의 공방이 들어서기엔 최고의 장소죠.”
케인첼의 말대로 시장에는 내륙에서 찾아보기 힘든 다양한 식재료가 널려 있었다.
느긋하게 둘러볼 시간이 없어 안타까울 뿐이었다.
가판에는 이게 먹어도 되는 것인지 의심스러운 생선들이 놓여 있었다.
“뭐야? 저런 것도 생선이야? 흉측한 생김새에 커다란 입까지, 무슨 몬스터인줄 알았네!”
“아, 저건 아귀네요. 생긴 것과는 다르게 별미입니다. 쫄깃하고 부드러운 살점이 굉장히 맛있어요. 물론 제대로 요리를 해야 되지만요.”
아귀의 맛은 좋게 말하면 담백하고 나쁘게 말하면 밍밍하다.
강한 양념을 하지 않으면 물컹거리기만 할 뿐 아무 맛도 나지 않는다.
그래서 어부들은 대부분 잡자마자 그대로 버릴 정도였다.
그렇지만 다양한 메뉴가 개발되면서 아귀의 진면목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재료의 맛을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소금만 뿌려 구워 먹어도 좋고, 부야베스에 넣어 먹어도 좋죠. 특히 맛있는 부위가 아귀의 간입니다. 고소하고 담백한 맛과 입안에서 녹아내리는 식감 덕분에 바다에서 나는 푸아그라로 부르는 사람도 있어요.”
엘리자베스는 침에 흥건해진 입을 닦으며 눈을 빛냈다.
“역시 생김새만으로 판단하면 안 되는 것은 사람이나 식재료나 똑같다니까.”
케인첼은 아귀를 몇 마리 구입한 후, 브릴리언트 로드를 발동시켰다.
눈앞에 아귀로 만들 수 있는 요리의 레시피가 떠올랐다.
그런데 그 숫자가 시그니처를 얻기 전보다 몇 배로 늘어나 있었다.
그 중에는 현재의 기술력으로는 도저히 만들 수 없는 종류도 있었다.
‘MSG는 또 뭐야?’
그것은 아귀찜을 만들 때 넣어주면 감칠맛을 낼 수 있다는 조미료였다.
그 외에도 레시피에 사용된 식재료와 조미료 중에 못 보던 것들이 늘어났다.
만약 이런 것을 사용해 요리한다면 말 그대로 케인첼만이 만들 수 있는 요리가 된다.
― 어쩌면 MSG는 글루탐산 일나트륨을 말하는 것일지도 모르겠군.
‘그건 또 뭐야?’
― 다시마에서 추출한 감칠맛을 내는 성분이다. 레시피에도 감칠맛을 내는 조미료라고 적혀 있지 않은가.
연구해 볼 가치가 있는 내용이었다.
새로운 조미료의 탄생은 더욱 다양한 맛을 낼 수 있는 원동력이니까.
어시장 골목을 가로지르자 다 낡아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창고가 보였다.
“후, 겨우 찾았다. 꼬맹이가 말한 건물이 여기야. 흐음, 생선냄새 나는 장소에 숨어 있었구나.”
안으로 들어가자 먼지 쌓인 나무 상자가 덜 그러니 놓여 있을 뿐이었다.
“······정말 여기 맞아? 연금술사의 공방으로는 보이지 않는데?”
“잠깐만요. 곧 숨겨진 문이 모습을 드러낼 겁니다. 젤리···
···!”
케인첼의 한쪽 팔에서 끈적거리는 촉수가 튀어 나왔다. 그것은 몇 갈래로 갈라지더니 천장과 바닥을 두들겼다.
끼기기긱-!
톱니바퀴가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땅이 갈라지며 통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곳을 통해 한참을 내려가자 커다란 무도회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저절로 움직이며 음악을 연주하는 악기와 그것에 맞춰 춤을 추고 있는 날씬한 몸매의 영애들.
유일한 흠이라면 머리가 달려 있어야 할 부분에 아무 것도 없다는 점 정도였다.
그들 전부가 인간이 아니라, 기계로 만들어진 자동인형이었으니까.
“까, 까, 깜짝이야! 으아, 언제 봐도 진짜 악취미라니까!”
케인첼과 엘리자베스가 무도회장으로 들어가자 갑자기 음악이 멈췄다.
그리고 자동인형들이 일제히 케인첼의 주위로 몰려들었다.
「허가 받지 않은 침입자의 존재를 확인.」
「처분은.」
「말살, 말살, 말살.」
그러자 드레스를 찢고 서슬 퍼런 칼날이 튀어 나왔다.
아무런 적의도 뿜어내지 않고 공격하는 것이 자동인형의 무서운 점이었다.
엘리자베스는 짜증난다는 것처럼 입술을 일그러트렸다.
“장난이 심하다, 아스톨포. 빨리 안 나오면 네놈의 장난감을 전부 망가트려 버릴 거야.”
그러자 어디선가 연미복을 입은 남자가 달려왔다.
드워프로 보일 정도로 작은 키와 매부리코가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이 사람이 아스톨포?’
몸의 대부분을 기계로 바꾼 채 천년 가까이 살아온 남자 아스톨포.
그는 마치 광대처럼 천박하게 웃었다.
“낄낄낄! 엘리자베스 아가씨와 비숍 선생이 함께 방문하다니, 내일은 해가 동쪽에서 뜨겠습니다!”
“해는 원래 동쪽에서 뜨는 거야, 영감.”
아무래도 엘리자베스 또한 아스톨포와 구면인 것 같았다.
끼기기긱-!
태엽이 회전하는 소리와 함께 아스톨포의 몸이 180도로 뒤집어졌다.
그는 웃는 것인지, 화난 것인지 모를 표정으로 엘리자베스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초대장을 보낸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만. 불손한 의도로 찾아오신 것이라면 아무리 아가씨라고 해도 무사히 돌아갈 수 없을 겁니다!”
자신의 공방 안에 있는 연금술사는 신과 같은 능력을 발휘한다.
만약 조금이라도 적의를 내보였다가는 자동인형 군단과 싸우게 되리라.
“용건이 있는 것은 이쪽입니다, 아스톨포 님.”
“으흠? 당신은?”
“비숍에게 들으셨겠지만, 인공관절 제작을 부탁드리고 싶어서 찾아왔습니다.”
케인첼은 이미 비숍을 통해 모든 이야기를 끝내둔 상태였다. 아스톨포가 요구한 가격은 500골드.
비싸기는 하지만, 콜라로 돈을 쓸어 담고 있는 케인첼에게는 크게 부담이 가지 않는 액수였다.
“제가 그런 말을 언제 했다는 겁니까?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음, 아무래도 이 머리가 아닌 것 같군요.”
아스톨포는 무 뽑듯 자신의 머리를 목에서 떼어냈다.
그리고 손짓을 하자 조수로 보이는 자동인형이 낡은 머리를 가지고 왔다.
그것을 한번 끼워 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쪽도 아닌 것 같군요. 으헤헤헤! 설마 며칠 전에 고기 굽다가 태워 먹은 놈이 가지고 있던 기억인가?”
머리만은 인간이라고 들었는데, 아무리 봐도 아닌 것 같았다.
비숍도 그렇고 연금술사 중에 정상적인 사람은 없는 것일까?
“지금 기억나지 않는다는 말씀이시죠?”
“처음 뵙겠습니다, 제 이름은 아스톨포! 인형을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애호가지요! 껄껄껄!”
케인첼은 아파오기 시작하는 뒤통수를 문지르며 말했다.
“설마 방금 전에 만난 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겁니까?”
“아, 기억났습니다. 케인첼 공이라고 하셨지요?”
“······그럼 계약 내용을 다시 말씀드리죠. 에리히 경.”
그러자 목발을 짚고 있는 에리히 폰 구스타프가 절뚝거리며 다가왔다.
에리히는 미안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괜히 저 때문에 이상한 사람과 얽히신 것 같아 죄송합니다.”
“괜찮아요, 에리히 경. 하여간 이 사람의 움직임을 보조해 줄 인조골격이 필요합니다. 예산은 오백 골드. 반나절 안에 장착시킬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자동인형을 통째로 만드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골격이라면 만들어 둔 것을 에리히의 신체에 맞게 조절하면 끝이다.
“반나절? 그건 불가능 합니다! 신경에 연결하고, 미세한 조절까지 끝내려면 적어도 삼일은 필요합니다!”
“그럼 천 골드 드리죠. 그래도 힘드십니까?”
“아니, 아니! 왜 그렇게 쉽게 액수를 올리는 겁니까! 그러면 재미없지 않습니까! 연금술사에게 불가능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하셔야지요!”
“그럼······.”
“반나절이 아니라 세 시간 안에 만들어 드리지요! 그것도 오백 골드만 받고 말입니다!”
겨우 이야기가 제대로 진행된다.
케인첼은 한결 편안해진 표정으로 아스톨포의 공방을 둘러보았다.
머리가 없는 자동인형 50기정도가 눈에 들어왔다.
하나하나가 전부 4성급으로 소드 나이트에 필적하는 전투력을 가진 병기였다.
“마음에 드십니까? 어떠십니까. 십만 골드만 주면 전부 넘겨드리도록 하지요!”
‘비싸!’
게다가 5성급이라면 몰라도 4성급은 전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스톨포는 에리히의 몸을 확인해 보고는 말했다.
“어라? 이 사람 소드 마스터 아닙니까? 그럼 500골드로는 불가능 합니다.”
아무래도 불가능하다는 말을 정말 좋아하는 것 같았다.
“······예산이 더 필요하다는 말이군요.”
소드 마스터의 몸에는 평소에도 막대한 양의 오러가 뿜어져 나온다고 한다.
그것을 견디기 위해서는 적어도 5성급의 인공관절이 필요하다.
“그렇습니다! 그 열 배는 받아야 합니다!”
순식간에 가격이 5천 골드로 오르자 케인첼의 눈이 가늘어졌다.
조금 무리한다면 못 낼 것도 없는 액수였지만 단순히 돈 문제가 아닌 것 같았다.
아마 받아들이면 다른 핑계를 대며 또 10배를 요구하겠지.
케인첼의 예상대로 아스톨포는 한동안 낄낄대더니 한 가지 제안을 했다.
“비숍에게 아주 재미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요리말이죠?”
“제가 요즘 자동인형에게 가사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빨래나 청소 같은 것은 곧잘 하는데 요리는 전혀 진전이 없습니다! 그래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잘못된 것은 제 사랑스러운 인형이 아니라, 너무 복잡한 요리 법이 아닐까 하고 말입니다!”
“······확실히 브리타니아도 그렇고, 갈리아도 그렇고 요리가 너무 어렵긴 하죠.”
“만약 케인첼 공께서 요리 실력에 상관없이 똑같은 맛을 내는 요리를 알려주신다면, 오백 골드만 받고 5성급 인조 관절을 달아 드리도록 하지요. 물론 불가능하겠지만 말입니다!”
아스톨포의 말은 요리의 근본 자체를 뒤흔드는 말이었다. 반죽에 실패하면 빵은 부풀지 않는다.
버터 감자를 굽는 것도 셰프의 실력에 따라 맛이 완전히 달라진다.
그렇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브리타니아에 존재하는 레시피에 한정된 이야기일 뿐이다.
케인첼에게는 시공간을 뛰어넘어 레시피를 볼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어차피 불가능한 일이라면 판돈을 조금 올려보도록 할까요. 만약 조건에 맞는 요리를 만든다면 관절만이 아니라 자동인형을 통째로 받도록 하죠.”
“그러도록 하지요! 어차피 불가능한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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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은 간단했다.
요리는 엘리자베스가 대신하고, 케인첼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는다.
다만 입으로 레시피를 알려 주는 것은 가능하다.
엘리자베스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으아아! 나 진짜 요리는 태어나서 한 번도 해 본 적 없단 말이야! 소금이랑 설탕도 구분하지 못한다고!”
“어차피 엘리자베스 님이 해야 하는 것은 밑 준비뿐이에요. 요리는 아스톨포의 손에서 완성될 겁니다.”
“그, 그게 무슨 소리야?”
브리타니아에서 요리란 완성된 채로 손님에게 제공된다. 손님이 해야 하는 일은 차려진 음식을 먹는 것으로 끝.
그렇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브리타니아의 상식일 뿐이다.
브릴리언트 로드는 저 멀리 동방에 있는 소국의 요리를 보여 주었다.
‘그들은 커다란 돌판 위에 잘게 자른 고기를 직접 구워서 먹었지. 그건 이미 손님과 셰프의 범위를 넘어 선 일이야.’
셰프는 요리를 만들고, 손님은 그것을 먹는다.
그렇지만 동방의 소국에서 셰프는 그저 요리의 밑 준비를 할 뿐이다.
그거라면 셰프의 실력에 상관없이 똑같은 맛을 낼 수 있다.
당연한 일이다. 고기를 굽는 것은 손님인 아스톨포의 몫이니까.
그것을 들은 엘리자베스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아니, 그런 것도 요리라고 부를 수 있어?”
“아마 이게 유행한다면 브리타니아에서 요리의 개념 자체가 달라질 겁니다. 동방의 소국에서는 이것을 왕에게 진상하기도 한다더군요.”
“그래서, 그게 도대체 무슨 요리야?”
“――갈비라고 합니다. 지금부터 엘리자베스 님은 그 밑 준비를 해 주셔야겠습니다.”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남자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