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175)
요리하는 소드마스터-175화(175/318)
————– 175/203 ————–
@
어둠을 뚫고 모습을 드러낸 사람을 본 케인첼이 깜짝 놀라서 외쳤다.
“아니, 호라이즌?”
“······오랜만이군, 인간.”
에이레네를 지키는 첫 번째 검이자, 도이칠랜드의 세계수를 수호하는 이.
에리히는 갑자기 나타난 엘프의 모습에 검을 뽑아들었다.
“도이칠랜드의 엘프가 왜 브리타니아에 있지! 정체를 밝혀라!”
“아는 사람, 아니 엘프입니다.”
“그렇군요······. 죄송합니다. 국경이 가까워지다 보니 긴장을 했나 봅니다.”
예정대로라면 해가 뜨기 전에 에리히의 인도를 받아 국경을 넘을 예정이었다.
그런데 그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호라이즌이 가지고 온 도이칠랜드의 근황 때문이었다.
“국왕을 시해한 아돌프는 스스로 황제를 자처하며 바이마르 성을 피로 물들였다. 거기까지는 인간들끼리의 문제다. 그런데 그의 협력자가 엘프를 원하는 모양이다.”
“설마 멀린이?”
“그렇다. 나무에서 생명력을 얻는 엘프의 특징이 키메라의 재생력을 더욱 높여 준다고 하더군. 이미 서른 명이 넘는 동족이 그에게 납치 되었다.”
결국 생명의 연금술사 멀린의 마수가 엘프에게까지 뻗힌 것이다.
도이칠랜드에는 엘프들의 도시 엘드라드가 있다.
그것이 성립 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하다.
국왕에게 정식으로 엘프 보호 구역으로 인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왕자인 고트프리트는 철저히 인간 우월주의에 물들어 있는 남자였다.
그에 비해 프히들리는 엘프에게 우호적이었고, 아돌프는 아예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고트프리트만 왕이 되지 않으면 앞으로도 평화가 계속되리라 생각한 것이다.
“참으로 멍청한 짓이었다. 빌렸을 뿐인 평화를 영원하리라 생각하고 거기에 안주하다니······.”
엘리자베스는 팔짱을 끼고 고개를 몇 번 끄덕였다.
“그래서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브리타니아에?”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가 협력하고 있는 것은 프히들리 왕자 쪽이다. 내가 여기에 있는 것은 그의 말을 전하기 위해서다.”
호라이즌은 간단하게 도이칠랜드의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아돌프는 백 마리가 넘는 키메라를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 몇 마리를 국경에 풀어 놓았지. 코가 굉장히 예민한 놈들이다. 그들을 피해 국경을 넘는 것은 불가능 하다.”
타르타로스와 싸워 본 적이 있는 엘리자베스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겨우 열 마리에 최정예라고 할 수 있는 그랜드 크로스가 전멸할 뻔 했다.
그런데 그 열배라면 이미 국가 단위의 군대를 보유한 거나 마찬가지.
게다가 만약 타르타로스가 엘프의 능력마저 얻는다면 어떻게 될까?
“우웩, 상상만 해도 끔찍하네. 그 정도면 거의 칠죄종 수준인데?”
에리히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아내가 적의 손에 넘어간 것도 모자라, 내전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 것이다.
“······키메라와 인간의 싸움을 내전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호라이즌의 이야기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한 케인첼이 물었다.
“그런데 국경 전체에 타르타로스가 깔려 있으면 호라이즌은 어떻게 여기에 있는 거지?”
“들어오는 것은 막아도 나가는 것은 가만히 두더군.”
그러자 이번에는 엘리자베스가 끼어들었다.
“어차피 국경을 지키는 것은 몇 마리뿐이라고 했잖아. 그럼 전부 쓰러트려 버리면 되지 않을까? 이 누님에게 맡겨. 그 정도도 못 해줄까.”
“······그건 힘들 거예요. 타르타로스 중에는 다른 놈들을 통솔하는 보스가 있어요. 그걸 쓰러트리지 않으면 바로 지원군을 불러 올 겁니다.”
“그런 걸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
“아는 사람이 타르타로스로 개조되었거든요. 지금은 마탑에서 원래대로 돌아올 방법을 찾고 있어요.”
국경을 지키고 있는 타르타로스의 후각은 개보다도 몇 배나 뛰어나다고 한다.
그런 놈들이 이곳 어딘가에 숨어 있는 것이다.
‘숨어있는 장소라면 폴른 스타를 이용해서 찾을 수 있어. 그렇지만 놈들에게 들키지 않고 쓰러트리려면······.’
뱀파이어인 르망이라면 타르타로스의 후각을 피해 접근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한 케인첼은 망토 안에 숨어 있는 박쥐를 불렀다.
“죄송합니다, 주군. 분신이라 해도 제 몸에는 미약하게 피 냄새가 배어 있습니다. 훈련된 사냥개 정도면 어렵지 않게 제 잠입을 알아차릴 겁니다. 하물며 상대는 타르타로스 아닙니까.”
“안개로 변해도 똑같아?”
“뱀파이어에게 있어 피 냄새는 절대로 지워지지 않는 주박과도 같은 겁니다. 형태는 상관없이 말입니다.”
결국 피와 살로 이루어진 생명체인 이상 타르타로스의 눈을 피할 수 없다.
“······잠깐만.”
케인첼은 이차원 주머니 안에 넣어 두었던 아수라를 꺼냈다.
기계와 톱니바퀴로 만들어진 인형이라면 놈들의 허를 찌를 수 있지 않을까.
“아수라!”
이름을 불리자 아수라가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힘세고 강한 아침, 셰프.”
기동시킨 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어눌했던 말투가 제법 유창해졌다.
그렇지만 여전히 알 수 없는 말을 내뱉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았다.
“주방 근처에 도둑고양이가 많으면 그걸 잡는 것도 견습의 일이지?”
한동안 생각에 잠겨있던 아수라가 결론을 낸 것인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가능하다, 잡는 고양이.”
“조금 커다란 놈인데 괜찮아?”
끼이이익-!
마치 증명이라도 해 보이겠다는 것처럼 아수라의 몸에서 칼날이 튀어 나왔다.
도저히 가사용으로는 보이지 않는 물건이었다.
아수라는 눈앞에 서 있는 커다란 나무를 향해 칼날을 휘둘렀다.
그러자 나무는 순식간에 박살나 작은 이쑤시개로 변했다.
“밥 끝났다. 이빨 쑤신다.”
“아니, 필요 없어.”
“도움!”
이 정도 위력이라면 타르타로스 한두 마리 정도는 가뿐히 처리 할 수 있으리라.
@
케인첼은 머랭을 잔뜩 만들어 최대한 넓은 범위에 뿌려 놓았다.
지나가던 타르타로스가 밟으면 바로 케인첼에게 알림이 가는 구조였다.
열심히 손에서 머랭을 만들고 있는 케인첼을 바라보며 엘리자베스가 눈살을 찌푸렸다.
“재미없어! 그냥 광익으로 국경 전체를 날려 버리자. 화끈하고 좋잖아?”
“지금까지 뭘 들으신 겁니까. 배가 고프다고 감자가 익지도 않았는데 먹을 수는 없잖아요.”
비유가 가슴에 와 닿았던 것일까?
엘리자베스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감자 좋지. 나도 정말 좋아해.”
시그니처를 얻게 된 후로 요리 스킬들의 연계가 더욱 유기적으로 변했다.
특히 머랭에 폴른 스타나 플람베의 불꽃을 담아 둘 수 있게 된 것이 아주 유용했다.
‘전자로는 광범위 탐지. 그리고 후자는 폭발 마법처럼 쓸 수 있어.’
게다가 양파 검술을 이용하면 같은 양의 오러로 훨씬 많은 머랭을 뿌릴 수 있다.
지금 사용 할 수 있는 것은 그 두 가지 뿐이다. 그렇지만 앞으로 더욱 늘어나리라.
케인첼이 오러를 탐지 마법처럼 쓰는 것을 보고 엘리자베스가 눈을 빛냈다.
“머랭에 양파 검술, 게다가 폴른 스타? 꼬맹이의 스킬은 너무 효율이 안 좋다니까.”
그녀가 동시에 보유 할 수 있는 타인의 스킬은 5개 뿐.
지금은 가장 효율이 좋은 것으로 꽉꽉 채워둔 상태였다.
천개에 가까운 머랭의 설치가 끝나자 남은 것은 기다리는 것뿐이다.
그렇지만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찾았다, 아수라. 내가 알려주는 좌표에 가면 못생긴 고양이가 난동을 부리고 있을 거야. 혼 줄을 내 줘.”
“도움!”
케인첼의 명령에 따라 아수라가 엄청난 속도로 이동했다.
인간의 몸에 사자의 얼굴, 뱀의 꼬리와 염소의 다리를 가진 괴물.
그것 외에도 여러 종이 가진 장점을 모아 만들어진 것이 타르타로스다.
순찰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개체는 극도로 후각을 발달시킨 타입.
보스가 놈에게 내린 명령은 국경을 넘어 침입하는 자를 발견하면 즉시 연락하라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타르타로스가 감지 할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생명체뿐.
결국 아수라가 바로 옆에 접근할 때까지 코를 킁킁거리고 있었다.
“고양이, 도움!”
타르타로스를 발견한 아수라가 눈을 빛냈다.
그는 자신의 존재 목적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창조주를 위해 인간처럼 행동 할 수 있는 자동인형이 되는 것이다.
아스톨포가 말했다.
― 아수라, 잘 들으렴. 인형이 인간처럼 움직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지만 너는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태어났다. 이제부터 케인첼 셰프의 밑에서 요리를 배우 거라. 그것이 너를 보다 완벽하게 해 줄 것이다.
요리가 무엇인지는 모른다. 그렇지만 다른 인형들이 말해 주었다.
갈비를 먹는 아스톨포가 너무나 행복해 보였다고.
“나, 만든다, 요리. 아수라 만든다.”
위이이이잉-!
아수라의 회전하는 팔이 타르타로스의 몸을 반으로 갈랐다.
“그오오오오-!”
타르타로스가 고통에 몸부림쳤다.
그렇지만 놈의 몸은 재생되지 않았다.
멀린이 가지고 있는 불사 세포는 한정되어 있다. 모든 개체에 그것을 심기에는 부족한 양.
결국 탐지용 개체에는 보스에게만 불사 세포를 이식했다.
어차피 타르타로스의 후각을 피할 수 있는 생명체는 없다.
그렇지만 그것은 명백한 오산이었다. 케인첼에게 무기물로 이루어진 부하가 있었으니까.
케인첼은 넝마조각으로 변한 타르타로스의 시체를 이차원 주머니 안에 집어넣으며 중얼거렸다.
“아주 말끔하게 손질했네. 넌 최고의 견습 셰프가 될 거야.”
“도움!”
케인첼은 그제야 아수라가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 했다.
그리고 씨익 웃으며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맞아. 엄청나게 도움이 되었어, 아수라.”
아수라가 케인첼을 따라 웃었다.
그 모습만 보면 영락없이 10살짜리 남자아이였다.
@
그오오오-!
오십이 넘는 타르타로스의 습격에 포츠담은 불바다가 되었다.
포츠담의 영주는 니콜라스 후작.
그는 프히들리를 따르는 자들의 수장이었다.
불타는 영지를 보며 아돌프가 광소했다. 그의 머리에는 드래곤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뿔이 돋아나 있었다.
“아주 상쾌하군. 감히 이 아돌프 님의 명령을 거역해? 나는 소드 마스터에 이어 드래곤의 힘마저 손에 넣었다! 이제 곧 전 대륙이 내 앞에 무릎을 꿇을 것이다!”
쩌렁쩌렁 울리는 아돌프의 목소리에 멀린이 혀를 찼다.
“쯧, 목적이 일치해서 같이 어울리고 있기는 하지만 성격이 저래서야.”
그렇지만 성격이 단순한 만큼 참으로 써먹기 좋은 장기 말이다.
“엘프만 손에 넣으면 내 귀여운 타르타로스가 더욱 강해진다. 그러면 저런 얼간이의 협력은 더 이상 필요 없어지지.”
아돌프는 포츠담 영지의 기사단장의 목을 움켜쥐며 물었다.
“니콜라스 후작은 어디 있지.”
“······절대 말할 수 없다.”
“눈물 나는 충성심이군. 허나, 그 대상이 잘못 되어 있다!”
빠직-!
결국 아돌프의 손에서 기사단장의 몸이 축 늘어졌다.
아돌프는 귀찮다는 듯 그것을 저 멀리 던지며 물었다.
“멀린. 그 냄새 잘 맡는 녀석에게 니콜라스 후작을 추적하게 해라.”
“송구스럽습니다만 그들은 이미 이곳을 벗어난 것 같습니다.”
“뭐라고!?”
그렇지만 금세 아돌프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니콜라스 후작은 영지를 포기하느니 목숨을 버릴 남자다.
그런데 이렇게 도망쳤다는 것은 그의 곁에 영지보다 더욱 소중한 것이 함께 있다는 뜻이다.
“프히들리······. 네놈의 목은 기필코 내 손으로 뜯어내 주마.”
그 후에는 브리타니아에서 엄청나게 굴욕을 안겨 주었던 남자의 차례다.
“바쁘신데 죄송합니다, 전하. 저는 잠시 엘프 몇 마리만 잡으러 다녀오겠습니다. 아무래도 합성에 사용할 개체가 부족해서 말이지요.”
“그래. 귀공의 협력에는 항상 감사하고 있다. 내가 대륙을 지배하는 날이 온다면 소국 하나 정도는 그대에게 선물로 주도록 하마.”
“감사합니다.”
소드 마스터와 드래곤의 힘을 가진 남자 아돌프.
재료만 충분하다면 엄청난 힘을 가진 키메라 타르타로스를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는 남자 멀린.
그들은 한 달 만에 도이칠랜드 영토의 대부분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한 장의 조커가 삼엄한 감시를 뚫고 침입한 것을 알지 못했다.
패잔병들의 식사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