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176)
요리하는 소드마스터-176화(176/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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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장 패잔병들의 식사
에리히는 불타오르는 영지를 바라보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 포츠담까지 함락 되다니······.”
니콜라스 후작이 영주로 있는 포츠담은 도이칠랜드 최고의 밀 생산지였다.
군사적 요충지도 아니고, 거주하고 있는 사람은 대부분 농부다.
만약 이곳이 피해를 입으면 수많은 사람들이 굶주리게 되리라.
그런데 니콜라스 후작이 프히들리를 지지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이런 꼴이 된 것이다.
도이칠랜드 전역에서 이와 같은 피의 숙청이 일어나고 있으리라.
에리히는 눈에서 피눈물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이래서야 내전에서 승리한다고 해도 먹을 것은 감자밖에 남지 않을 겁니다.”
“왜? 감자 맛있는데.”
“그런 뜻이 아니라······.”
브리타니아는 피쉬 앤드 칩스가 가장 유명한 요리일 정도로 감자를 즐겨 먹는다.
그렇지만 도이칠랜드에서 감자는 구황작물이라는 의미가 강했다.
감자는 가뭄이나 장마 등 기후의 영향을 적게 받고,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란다.
그래서 전란이나 흉년 등으로 기근이 심할 때는 감자를 심곤 한다.
에리히의 설명을 들은 엘리자베스는 무안한 것인지 흘러내린 옆머리를 만지작거렸다.
“······괜한 소리를 했네. 미안.”
“아닙니다. 이것으로 확실해졌습니다. 아돌프가 왕좌를 거머쥔다면 기다리고 있는 것은 파멸뿐입니다.”
아돌프는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도이칠랜드 최고의 곡창 지대를 불태웠다.
왕자는 사라지고, 괴물만이 남았다.
“그런데 프히들리 전하는 니콜라스 후작에게 몸을 의탁하고 있다고 했죠? 영지가 저렇게 되었는데 무사 할까요.”
케인첼의 물음에 에리히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니콜라스 후작은 신중한 남자입니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빠져나갈 길을 준비해 두었지요. 그것을 사용할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했습니다만······.”
엘리자베스가 땅바닥에 깊숙하게 패어 있는 말발굽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게다가 빠져나간 것은 영주뿐만이 아닌 것 같아. 봐, 갑옷을 입은 사람을 태우면 이런 식으로 말발굽이 깊게 패이거든. 아마 제법 많은 수의 병사와 기사가 함께일 거야.”
타르타로스의 압도적인 힘 앞에 니콜라스 후작의 병사들은 패배했다.
그렇지만 전투에서 졌다고 전쟁에서까지 질 수는 없다.
에리히는 근처를 뒤져 프히들리 왕자가 남긴 흔적을 찾아냈다.
그것을 따라 가자 패잔병들이 모여 있는 장소가 나타났다.
기사와 병사를 합쳐서 백 명 남짓. 영지를 무사히 탈출한 것은 그들이 전부인 것 같았다.
그들의 중심에는 온몸에 붕대를 감고 있는 프히들리 왕자가 있었다.
“무사하십니까, 왕자님!”
에리히의 목소리를 들은 프히들리가 아픈 몸을 부여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케인첼의 모습을 발견하곤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와 주셨군요, 은인! 부족한 모습을 보여서 죄송합니다······.”
프히들리 왕자의 곁에는 선이 굵은 미남이 앉아 있었다.
그는 자신을 포츠담의 영주 니콜라스라고 소개했다.
니콜라스는 아찔한 옷을 입은 미녀가 소드 마스터라는 사실을 듣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토록 젊고 아름다운 분께서 소드 마스터라니, 놀랍구려. 소드 마스터를 원군으로 보내 준 브리타니아 왕에게 감사해야겠소.”
엘리자베스는 씨익 웃으며 케인첼의 어깨를 붙잡았다.
“무슨 소리야. 소드 마스터가 아니라, 소드 마스터들이라고.”
“허, 서, 설마······.”
“믿겨지지 않겠지만 꼬맹이. 아니, 지스타드 백작도 소드 마스터야. 대단하지?”
그러자 프히들리가 경악한 것처럼 눈을 부릅떴다.
반년 전까지만 해도 케인첼은 소드 나이트였다.
엄청난 기연이라도 만나지 않은 이상 그 짧은 시간 안에 오러를 모을 수는 없다.
그러다 자신이 케인첼에게 준 선물을 떠올렸다.
“······결국 요리하는 것에 성공하셨군요. 그렇지만 드래곤 하트도 아니고 어떻게 거기서 오러를······.”
“왕자님이 주신 드래곤 고기의 맛은 정말 최고였어요. 뭐, 그거면 된 거 아닐까요.”
“하핫, 그렇군요.”
케인첼이 소드 마스터가 될 수 있었던 것은 프히들리에게 받은 드래곤 고기 덕분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를 돕기 위해 이 자리에 있는 것이다.
케인첼과 엘리자베스 두 사람이 가세한 덕분에 프히들리의 전력은 엄청나게 늘어났다.
그렇지만 그 대부분이 패잔병이라는 것이 문제였다.
“으아아아, 저, 저리 가!”
“모, 몸을 베어냈는데 순식간에 재생했어······! 도대체 정체가 뭐야!?”
“······또다시 그 괴물들과 싸웠다가는 이번엔 반드시 죽을 거야!”
훈련받은 병사의 마음을 완전히 꺾어버릴 정도로 타르타로스는 무시무시한 존재였다.
니콜라스가 무겁게 가라앉은 얼굴로 말했다.
“면목이 없구려. 욕하려면 영지를 버리고 도망친 나를 욕하시오. 저들은 죽어가는 가족들까지 놔두고 왔소. 퍼슨 기사단장만 살아 있었어도 저러지는 않았을 거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탈영하지 않은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그것만 보더라도 니콜라스가 얼마나 인망이 넓은지 알 수 있었다.
소드 마스터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혼자서 전쟁을 끝낼 수는 없다.
어떻게 해서든 패잔병들의 사기를 북돋아 주어야 한다.
엘리자베스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패잔병들을 다루는 건 내게 맡겨 줘. 저런 근성 없는 놈들에게는 역시 매가······.”
“잠깐만요. 제게 더 좋은 생각이 있어요.”
“꼬맹이 성격에 욕을 하면서 엉덩이를 걷어차는 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데?”
“그런 게 아니라 우선 싸우려면 배가 불러야 되지 않겠어요.”
케인첼은 이차원 주머니 안에 자이언트 샌드 웜 고기를 가득 챙겨 왔다.
그것으로 만든 요리는 체력과 근력 능력치를 엄청나게 올려준다.
‘비실비실한 상인들이 순식간에 커다란 터널을 만들 정도였어. 그거라면 분명 패잔병들의 힘을 북돋아 줄 수 있을 거야.’
케인첼은 대기하고 있던 아수라를 불렀다.
견습 셰프로서 처음으로 해야 할 일이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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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만들 요리는 해군식 바다 파이야. 원래는 말코손바닥사슴, 자고새, 산토끼, 돼지, 송아지, 소, 닭 등등 여러 가지 고기로 만드는데. 오늘은 이걸 사용할 거야.”
케인첼은 거의 사람 크기만 한 샌드 웜 고기를 꺼냈다. 맹독을 품은 샌드 웜 고기를 먹기 위해서는 땅에 묻어놓고 오랫동안 해독을 시켜야 한다.
그렇지만 요리 스킬을 사용하면 그것을 순식간에 끝낼 수 있다.
“힘세고 강한 고기!”
바다 파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뱃사람들이 주로 먹었기 때문이다.
반합에 오랫동안 보관 할 수 있는 감자와 당근을 넣고, 가지고 있는 고기를 곁들인다.
그리고 크러스트 반죽으로 덮고 삶으면 되는 간단한 요리였다.
물론 이번에는 진한 맛을 내기 위해 소고기 육수를 넣어줄 예정이었다.
케인첼은 먼저 바다 파이에 넣을 대량의 감자와 당근을 내밀었다.
“껍질을 벗겨 줘. 할 수 있지?”
“도움!”
아수라는 맡겨 달라는 듯 가슴을 두들겼다.
그리고 타르타로스를 단숨에 반으로 쪼갠 기술을 사용해 감자 껍질을 벗기기 시작했다.
위이이잉-!
그리고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
“······이건 먹을 수 있는 부위보다 버린 부분이 많은 정도가 아니잖아!”
“예, 셰프!”
“앞으로 그 위이잉 하는 기술은 사용하지 마! 자, 식칼을 줘 봐. 어떻게 깎아야 하는지 알려 줄 테니까.”
케인첼은 고든에게 배웠던 것처럼 아수라에게 식칼을 쥐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양파를 자를 때는 양파의 뿌리를 그대로 남겨 두는 것이 중요 해. 그것을 축으로 가볍게 슬라이스 하는 식으로 자르는 거야. 그러지 않으면 중심이 없어져서 모양이 예쁘지 않거든.”
“도움!”
“이번엔 네가 해 봐.”
아수라는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는 것처럼 순식간에 그것을 배워나갔다.
조금 어설프긴 해도 이제 감자를 손질하는 것은 맡겨도 될 것 같았다.
“······남을 가르친다는 것이 이런 것이었구나.”
묘하게 가슴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케인첼이 자동인형에게 요리를 가르쳐 주는 모습을 구경하고 있던 엘리자베스가 물었다.
“그런데 정말 아수라를 견습 셰프로 만들 거야? 나는 아수라를 얻기 위해서 거짓말을 한 줄 알았는데.”
“그렇게 약속했으니까요.”
“······그래, 꼬맹이는 그런 성격이었지.”
엘리자베스는 작은 목소리로 그래서 반했다는 말을 중얼거렸다.
그것은 케인첼의 귀에는 닿지 않았지만 그녀의 표정을 한결 부드럽게 만들어 주었다.
케인첼은 아수라가 손질한 야채를 이용해서 본격적으로 요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바다 파이에 사용하는 파이 크러스트에 들어가는 재료는 간단하다.
밀가루에 소금으로 간을 한 후, 돼지기름을 넣고 반죽 하면 끝이다.
원래는 불을 최소한으로 사용해야 하는 선상에서 만들어야 하기에 굽지 않고 쪄 준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다.
그래서 크러스트를 오븐에 넣어 바삭하게 구워, 스튜 위에 올릴 생각이었다.
“밀가루와 돼지기름을 잘 섞어 준 후에, 소금으로 간을 해 주는 거야.”
아수라는 케인첼의 말이 진리라도 되는 것처럼 귀를 기울였다.
완성된 반죽을 밀대로 밀어 준 후, 적당한 크기로 썰어내면 1인분이다.
양파와 당근은 아주 조금. 메인이 되어줄 감자와 고기에 맛이 배어들 정도면 충분하다.
“먼 바다로 나가야 하는 선원들은 평소에 콘비프나 소금에 절인 고기를 먹어. 유일하게 신선한 고기와 야채를 먹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바다 파이야. 여기에는 고향에 기다리고 있을 가족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담겨 있지.”
반합 가득 재료를 채워 넣은 케인첼은 거기에 후추를 뿌리고 비프 스톡을 거의 꽉 차게 부었다.
이것을 한 시간 가량 중탕에서 쪄 주면 바다 파이가 완성된다.
“그리고 오븐에서 구워낸 파이에 담으면······.”
“도움!”
“그래, 완성이야.”
케인첼은 순식간에 100인분의 바다 파이를 만들었다.
아무리 양파 검술을 이용해 야채를 다듬는다고 해도 많은 양을 만들려면 제법 시간이 걸린다.
그것을 아수라가 대신 해 주니 파이를 반죽하고 끓이는 것에만 집중을 하면 된다.
언제 온 것인지 엘리자베스가 스푼을 들고 달려들었다.
“나도 하나 먹어도 되지? 어, 이거 바다 파이잖아? 예전에 해적 때려잡으러 갔을 때 자주 먹었는데.”
엘리자베스가 뿜어내는 빛의 날개는 해상 전에서 절대적인 위력을 발휘한다.
적의 배에 올라탈 필요 없이 통째로 침몰시킬 수 있는 것이다.
케인첼이 내민 바다 파이를 받아든 병사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저, 저희들은 패잔병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맛있어 보이는 음식을 먹어도 됩니까?”
“먹으면 힘이 날 거야. 그리고 앞으로 당신들은 포츠담에서 사람들을 구출하는 것에 전념해 줘. 타르타로스는 나와 엘리자베스 님이 상대할 테니까.”
그제야 눈앞에 있는 것이 소드 마스터가 만든 음식이라는 것을 깨달은 병사가 울상이 되었다.
“······크흑. 그럼, 잘 먹겠습니다!”
파이의 뚜껑을 열자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고기 스튜가 들어 있었다.
커다랗게 썰어낸 감자에 스푼을 가져다 대자 포슬포슬 거리며 반으로 갈라진다.
국물을 듬뿍 떠서 입으로 가져가자 고기와 갖은 야채에서 배어나온 맛이 입 안 가득 느껴졌다.
“하아······. 이건······.”
“와, 뭐야. 이거 왜 이렇게 맛있어?”
선명한 주황색의 당근과 보기만 해도 부드러워 보이는 감자. 그것과 어우러진 갖은 채소들이 진한 국물 속에 담겨 있었다.
푹 끓인 야채들은 하나같이 씹으면 그대로 부서질 정도로 부드럽다.
커다랗게 썰어낸 고기는 한입 베어 물면 진한 육즙이 뚝뚝 떨어졌다.
그 맛은 또 어떤가.
이빨을 튕겨낼 정도로 탄력이 있으면서도 묘한 풍미가 매력적이다.
한입 먹을 때마다 잃어버린 기력이 차오르는 느낌이었다.
“꼬맹아. 이거 도대체 무슨 고기야? 소고기나 돼지는 아닌 것 같고······.”
케인첼은 다른 병사들에게는 들리지 않게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거 자이언트 샌드 웜 고기에요.”
“엑?”
“걱정 마세요. 독은 확실하게 제거했으니까요.”
“우와, 자이언트 샌드 웜 고기가 이렇게 맛있구나. 다음에 한 마리 잡아올 테니까. 이번엔 구워 먹자.”
“······그럴까요.”
케인첼은 다른 병사들은 물론 기사들에게도 바다 파이를 나누어 주었다.
순식간에 반합에 가득 담긴 바다 파이를 먹어치운 기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째서인지 그의 눈가가 촉촉해져 있었다.
“저,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저는 포츠담 영지 출신입니다. 그런데 음식을 먹고 있는데, 마치 고향의 밀밭이 보이는 것 같더군요. 지금부터 고향을 탈환하기 위해 싸우러 가지 않습니까. 어떤 임무라도 맡겨 주십시오. 목숨을 걸고 완수하도록 하겠습니다.”
기사는 그런 말을 하며 오른손을 왼쪽 가슴에 가져다 댔다. 충성을 맹세한다는 의미였다.
그런데 기사가 입고 있던 갑옷이 콰직 소리를 내며 반으로 쪼개졌다.
패잔병들의 식사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