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18)
요리하는 소드마스터-18화(18/318)
————– 18/203 ————–
@
시제품이 완성된 것은 혹서기의 시작을 하루 앞둔 늦은 저녁이었다.
가장 어울리는 야채가 무엇인지. 버터와 꿀의 비율은 어떻게 조합하는 것이 좋은지.
빵을 어떻게 구워야 치즈가 이상적인 형태로 녹는지.
완벽한 메뉴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런 수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하나.
그리고 결국 ‘허니버터 샌드위치’가 완성되었다.
시식은 휴가를 앞두고 잔뜩 들떠 있는 아인켈에게 부탁하기로 했다.
“이, 이걸······. 먹고 맛을 평가해 드리면 되나요······? 아, 표정이요? 이히히. 하루 종일 딸이랑 같이 있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요! 그럼 어디 한번 먹어 볼게요. 음, 냄새가 좋은데······.”
부드러운 바게트 빵에 허니버터를 듬뿍 발라 철판에 한 번 더 구워낸다.
그러면 연갈색의 표면이 보기만 해도 바삭거릴 것 같이 보이는 샌드위치가 완성된다.
“겉보기엔 평범한 라오스식 샌드위치네요. 와, 이렇게 잘 만든 바게트는 오랜만에 보는 것 같아요. 조프리 씨가 구운 건가요? 내용물은 모조 마리네이드로 맛을 낸 돼지고기 어깨살인 것 같고. 오이 피클 하나가 통째로 들어간 점이 인상 깊어요. 치즈는 브루뉴 산이죠? 역시 라오스식 샌드위치엔 이게 어울려요. 일단 외형은 합격이에요. 그럼 맛을······.”
아인켈은 허니버터 샌드위치를 입으로 가져가 한입 베어 물었다.
바삭-
“······.”
그리고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뭐, 뭔가요 이, 이 맛······. 이상적인 형태로 구워진 바게트와 은은한 모조 향이 느껴지는 고기까지는 라오스식 샌드위치인데······. 모든 재료의 맛을 이어주는 이 달콤하고 깊은 풍미는 도대체······.”
가벼운 마음에 시작한 시식에서 이런 놀라운 샌드위치를 만나게 될 줄이야.
꿀꺽.
아인켈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원래라면 맛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천천히 음미하며 먹어야 했다.
그렇지만 셰프의 호기심을 식욕이 이겼다.
결국 참지 못하고 샌드위치를 순식간에 먹어치우고 나서야 깊은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후우······. 케인첼 경······. 도대체 이 음식은······.”
“요즘 조프리 셰프에게 빵을 굽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 번 시험 삼아 만들어 본 겁니다.”
“······허. 그럼 이 빵을 케인첼 경이?”
“생각보다 잘 구워진 것 같아 다행입니다.”
이런 끝내주는 샌드위치를 주방 보조가 전부 만들었다고?
아인켈은 잔뜩 흥분해서는 물었다.
“그, 그런데 빵과 모조 포크의 완성도도 대단한데요! 도대체 이 달콤하고 진한 풍미를 가진 버터의 정체가 무엇 인가요? 이, 이런 샌드위치는 처음이에요. 설마 고든 치프가 숨겨둔 비장의 메뉴라도 되는 것은······.”
케인첼은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실력 있는 셰프인 아인켈에게 이런 극찬을 받을 줄이야.
아인켈은 케인첼의 어깨를 움켜쥐고 흔들어댔다.
“케인첼 경! 도대체 이 샌드위치의 이름이 뭐죠!”
샌드위치의 정체를 알려주지 않으면 잡아먹기라도 할 것 같은 기세였다.
케인첼은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허니버터 샌드위치입니다.”
이것이 상업도시 시티즌에 수많은 파란을 불러올 허니버터 샌드위치의 첫 등장이었다.
@
대박.
그것도 엄청난 대박.
허니버터 샌드위치는 케인첼의 예상을 몇 배나 뛰어넘은 맛으로 완성되었다.
제발 레시피를 알려달라는 아인켈을 떼어내느라 10분 가까이 실랑이를 벌여야 했을 정도.
내일 새벽에 일어나 바게트 빵을 만들고 모조 포크를 구워 시티즌으로 향하면 바로 장사를 시작 할 수 있다.
“그 전에. 이런 끝내주는 요리를 완성했는데 과연 어떤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 기대해도 되지?”
케인첼은 엄청나게 진동하고 있는 조마경을 두 손으로 거머쥐었다.
평소보다 몇 배나 되는 알람음을 뿜어내고 있었다.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는 뜻.
조마경에 떠올라 있는 메시지를 확인했다.
[5성급 요리 ‘허니버터 샌드위치’가 완성 되었습니다.] [손님이 당신의 요리에 감탄 합니다.]············.
·········.
[요리 레벨이 올랐습니다.] [제빵 레벨이 올랐습니다.]“드, 드디어!”
케인첼은 자신도 모르게 들고 있던 조마경을 천장으로 던졌다.
온갖 요리를 만들어도 변하지 않던 요리 레벨이 드디어 오른 것이다.
게다가 허니버터 샌드위치의 완성도 또한 놀라웠다.
설마 무려 5성이나 되는 요리를 만들었을 줄이야.
‘이 정도 수준의 요리를 만드는 것은 고든 램볼튼 뿐이었지.’
비록 수많은 기연의 도움이 있긴 했지만 케인첼은 그와 같은 수준의 요리를 만들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성과가 있지.’
요리 레벨을 올리기 위한 노하우를 찾아낸 것이다.
자신의 실력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의 요리를 만들어야 벽을 넘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건 뭐야?’
조마경의 한쪽 구석에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항목이 떠올라 있었다.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요리를 만들었습니다.]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는 센스가 ‘브릴리언트 로드’ 스킬로 승화 되었습니다.] [‘브릴리언트 로드Brilliant Road’가 생성 되었습니다.]“맙소사······.”
무장 해제와 폴른 스타에 이어 또 하나의 스킬을 획득한 것이다.
그것도 어마어마한 이름이었다.
“······찬란하게 빛나는 길.”
흥분으로 케인첼의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이름만 들어도 굉장한 능력을 가진 스킬임이 확실했다.
케인첼은 스킬창을 열어 새롭게 얻은 스킬의 이름을 불렀다.
“브릴리언트 로드.”
[브릴리언트 로드 : 1/5]* 새로운 메뉴를 개발한 경험이 부족하여 활성화 되어 있지 않은 상태입니다.
“뭐? 활성화?”
지금까지 획득한 스킬들은 바로 사용 할 수 있었다.
그런데 경험이 부족하여 활성화가 되지 않는단다.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스킬이기에 이런 조건이 붙어 있는 것일까.
“······새로운 메뉴를 5개 개발해야 쓸 수 있다 이건가?”
케인첼은 가만히 조마경을 노려보았다.
“좋아! 까짓것 해 주지.”
습득 조건이 어려운 만큼 그만한 보상을 내려 줄 것이다.
“우선은 허니버터 샌드위치에 집중하도록 하자.”
재료로 쓸 바게트 빵을 만들고 모조 포크를 구워야 했다.
아껴둔 비상금으로 구입한 재료는 200개의 샌드위치를 만들 정도였다.
“거의 재료값만 8실버가 들었으니. 샌드위치 하나에 8쿠퍼는 받아야 해.”
시세에 따라 달라지긴 하지만 대충 100쿠퍼가 1실버였다. 샌드위치를 전부 팔면 8실버가 남는 셈이다.
보통 싸구려 여관의 하루 숙박비가 30쿠퍼였다. 8쿠퍼면 샌드위치 치고는 상당히 비싼 편.
물론 재료를 대량으로 구입하면 생산 단가를 줄일 수 있다.
그렇지만 혼자서 만들어야 했기에 이 정도가 한계였다.
“마진율 오할이면 썩 나쁜 건 아니네. 하여간 열심히 팔아 보자고.”
내일 새벽 다른 수련 기사들이 집으로 떠날 준비를 하는 사이, 케인첼은 주방에서 빵을 반죽하고 고기를 구워 샌드위치를 만들 재료를 준비해야 했다.
그리고 그것들을 이동 노점상에 싣고 시티즌으로 가서 파는 것이다.
케인첼은 자신도 모르게 한쪽 입 꼬리를 말아 올렸다.
재료 준비는 스타니스 기사양성소의 취사장에서 해야 한다. 결국 매일 왕복 10km가 넘는 거리를 이동 노점상을 끌고 돌아다녀야 한다는 뜻이다.
말도 안 되는 강행군이었지만 상관없었다.
레벨도 올리고 돈도 벌 수 있는 이런 황금 같은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
그것은 허니버터보다 더 달콤한 일이었으니까.
@
케인첼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앞으로 한 달 동안 함께할 노점상을 바라보았다.
귀족이 쓰는 고급 짐마차를 개조해서 만들어서 그런지 제법 그럴듯해 보인다.
원래는 마차에 든 물건의 10%를 세금으로 내야하지만 지금은 축제 기간.
귀족에게는 면세의 특혜가 주어진다.
케인첼은 쥐뿔도 가진 게 없는 몰락한 집안의 후계자긴 해도 일단은 귀족이다.
그러니 면세의 혜택은 톡톡히 볼 수 있다.
“그럼 장사를 시작하기 전에 옷을 갈아입어 볼까.”
열등생 취급을 받고 있긴 해도 케인첼은 수련 기사였다.
이런데서 장사를 하고 있는 모습이 다른 사람의 눈에 띈다면 큰 문제가 된다.
결국 분장을 해서 정체를 숨길 필요가 있었다.
케인첼은 마차 안으로 들어가 미리 챙겨 두었던 삐에로 의상으로 갈아입었다.
쓰레기장에서 변장에 쓸 만한 옷이 없을까 뒤지다 발견한 옷이었다.
‘어릿광대 복장이라······. 분명 나 놀리려고 누군가가 준비해둔 의상이겠지?’
그것이 왜 쓰레기장에 버려져 있는 것인지는 모른다.
그렇지만 이것을 입고 얼굴에 광대 분장을 하면 감쪽같이 정체를 숨길 수 있으리라.
게다가 축제인 만큼 삐에로가 돌아다녀도 자연스럽다.
옷을 입고 화장을 하자 수련기사 케인첼은 사라지고 한 명의 삐에로만이 남았다.
“그럼 이제부터 나는 후울이다.”
그렇게 케인첼, 아니 어릿광대 후울은 본격적으로 샌드위치 장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3시간 동안 하나도 팔리지 않았다.
@
“젠장. 어떻게 손님이 하나도 없을 수가 있어!”
케인첼은 한숨을 쉬며 땅바닥에 굴러다니는 돌멩이를 걷어찼다.
이유는 알 것 같았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대로 근처는 이미 수많은 노점상이 진을 치고 있었다.
“분명 축제는 오늘부터 시작인데. 어떻게 쓸 만한 자리는 다 대형 노점상들이 차지하고 있냐.”
노점상은 막대한 돈이 오가는 사업이다.
그런 만큼 도시의 뒷골목에서 활동하는 도둑길드가 얽혀 있는 것 같았다.
어쩔 수 없이 케인첼은 유동인구가 거의 없는 외진 곳에서 장사를 해야 했다.
게다가 아무리 봐도 수상해 보이는 어릿광대가 파는 샌드위치를 사 먹을 간 큰 사람은 없었다.
이토록 맛있는 샌드위치를 팔고 있는데. 왜 아무도 사먹지 않을까.
“이렇게 된 이상 비장의 수다.”
케인첼은 화로에 장작을 집어넣고 철판을 뜨겁게 달궜다. 요리를 만드는 퍼포먼스를 해서라도 손님을 불러와야 했다.
먼저 큰 통 안에 재워둔 모조 포크를 꺼내왔다.
뚜껑을 열자 상큼한 오렌지와 라임향이 후각을 자극했다.
오렌지 쥬스와 라임 쥬스에 올리브 오일과 마늘, 그리고 여러 향신료를 넣은 후 돼지 목살을 실로 감아 반나절 정도 담가 둔다.
그리고 230도의 오븐에 넣고 1시간가량 초벌구이를 해 둔 녀석이었다.
그것을 쓱쓱 썰어 철판에 구우면 샌드위치에 들어갈 고기가 완성된다.
‘고수와 민트, 거기에 말린 오레가노와 큐민을 잔뜩 넣었더니 향이 죽여주는구나.’
세컨드 시즌이 시작되면 조를 정해 고블린 퇴치를 나가게 된다.
한 달 전, 독을 뿜어내는 포이즌 고블린을 상대하다 큰 부상을 입은 것이 떠올랐다.
그런 가슴 아픈 기억은 이제 사절이었다.
‘이거로 요리를 만들면 독 저항력을 잔뜩 올릴 수 있을 거야. 미리 대비를 해 둬야 해.’
폴른 스타를 사용해 확인해 보자 철판이 딱 알맞게 달아올라 있었다.
케인첼은 만족스런 미소를 지으며 햄과 모조 포크를 굽기 시작했다.
그러자 고기를 굽는 끝내주는 냄새가 뒷골목을 타고 멀리까지 퍼져 나갔다.
반응은 즉시 돌아왔다.
“어? 어디서 죽여주는 냄새 안 나냐?”
“젠장. 군침 돌아 미치겠는데.”
“저기다! 저기 뒷골목에서 나는 냄새야!”
케인첼을 발견한 사람들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삐, 삐에로가 고기를 굽고 있잖아!”
“으아. 근데 무지 맛있어 보인다. 도대체 무슨 음식을 파는 거야?”
케인첼은 굽던 고기를 한쪽으로 밀어 놓고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왔다.
이런 것은 연출이 중요한 법이다.
“안녕하십니까, 관객 여러분. 저는 후울. 미천하나만 허니버터 샌드위치를 팔고 있습니다.”
“허니버터 샌드위치? 그런 음식 들어 본 적 있냐?”
“아니, 근데 진짜 냄새가 끝내주는데.”
“아, 하나 사서 먹어보자.”
가격이 8쿠퍼나 된다는 말에 관객들이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
보통 샌드위치는 5쿠퍼면 사먹을 수 있었으니까.
그렇지만 고기를 굽는 냄새가 워낙 끝내줬기에 비싸다고 욕을 하면서도 줄을 섰다.
‘계획대로군.’
만약 손님이 오지 않으면 구운 고기를 전부 버리거나 자기가 먹어야 했다.
고기를 굽는 기술에 자신이 있기에 할 수 있었던 도박.
그리고 그것이 성공했다.
“관객 여러분. 그럼 다음으론 바게트 빵이 활약할 시간입니다.”
케인첼은 마치 진짜 삐에로가 된 것처럼 연기하며 요리를 하고 있었다.
5성이 된 후 케인첼의 요리하는 모습에는 더욱 군더더기가 사라졌다.
“뭐야, 저 삐에로. 어떻게 저렇게 멋있게 요리를 할 수 있지? 마치 검무라도 추는 것 같아.”
“아, 도저히 완성될 때까지 못 참겠어.”
관객들은 순식간에 케인첼의 요리에 매료되었다.
케인첼은 무대 인사를 하듯 허리를 숙여 보인 후 샌드위치를 만드는 속도를 높였다.
바게트 빵을 네 조각으로 자른 후 허니버터를 바른 철판 위에 살짝 구워준다.
그 후 돼지고기와 햄을 올리고 머스타드를 듬뿍 발라준다.
마지막으로 브루뉴 산 치즈와 큼직하게 썬 오이 피클을 곁들이면 완성이다.
“관객 여러분 이제부터 중요한 장면입니다. 자, 여기에 이렇게 특별히 만든 버터를 바른 철판 위에 샌드위치를 통째로 올린 후 구워 줍니다. 그러면 아주 바삭하고 맛있는 샌드위치가 완성됩니다.”
꼴깍.
구경하고 있던 사람들의 입에서 군침을 삼키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느새 뒷골목은 어릿광대 후울의 요리를 구경하는 관객들로 가득했다.
“자 이것으로 완성입니다. 단돈 8쿠퍼로 최고의 샌드위치를 드실 수 있는 기회. 여기에 계시는 관객 분들에게만 주어집니다.”
“어이, 삐에로! 내가 하나 사겠소!”
“나도 주시오!”
“여기 샌드위치 단 하나!”
케인첼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제 시작이다!
허니버터 샌드위치를 먹은 이들이 이제 알아서 다른 사람에게 이 맛을 전해줄 것이다.
제일 앞에 서 있던 손님이 8쿠퍼를 내고 샌드위치를 하나 구입했다.
다른 손님들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되었다.
마치 서커스를 하듯 만든 샌드위치가 무슨 맛일까.
“자, 그럼 어디······.”
바삭-!
허니버터 샌드위치를 입에 넣은 남자가 눈을 부릅떴다.
그리고 뒷골목이 떠나갈 정도로 비명을 질렀다.
“뭐, 뭐야! 이거 무지하게 맛있잖아!”
결국 멀리서 구경하고 있던 손님들까지 샌드위치를 사기 위해 줄을 서야 했다.
단 한 시간.
미리 준비해둔 허니버터 샌드위치의 재료가 전부 떨어질 때까지 걸린 시간이었다.
허니버터 샌드위치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