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180)
요리하는 소드마스터-180화(18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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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 후작이 포츠담을 정비하는 사이, 케인첼은 블라드 대공령에 다녀오기로 했다.
에리히가 프히들리의 호위역을 자처하며 따라오려 했지만 르망이 반대했다.
“너무 많은 인원이 몰려가면 드라큘라 영감이 문을 열지 않을 검다.”
“나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에르히. 은인과 엘리자베스 공이 함께 있는데 무엇이 문제겠는가.”
“······알겠습니다.”
엘프 검사 호라이즌이 포츠담을 떠나려는 프히들리를 붙잡았다.
“할 말이 있다, 인간. 적이 엘프를 노리고 있는 이상 이건 더 이상 그대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는 세계수의 수호자들이 함께 할 것이다.”
“아돌프와 싸우는 것을 도와준다는 겁니까?”
“좋을 대로 생각해라. 바로 엘드라드에서 원군을 데리고 오도록 하마.”
어릴 때부터 검과 활을 들고 숲을 누비는 엘프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강력한 전사였다.
게다가 호라이즌이라면 마스터에 달하는 실력자.
프히들리 입장에서는 엄청난 원군을 얻은 셈이었다.
“엘드라드의 첫 번째 검, 호라이즌. 그대의 조력에 감사한다. 진정한 친우는 어려울 때에 비로소 빛을 발한다고 하지. 이 은혜는 결코 잊지 않으마.”
“흥, 말은 정말 잘하는군. 우리는 그저 가장 이길 확률이 높은 수에 힘을 더할 뿐이다.”
바람을 타고 달리는 엘프는 말이 필요 없을 정도의 기동력을 지니고 있다.
앞으로 삼일 후면 그런 엘븐 나이트 오백이 합류하게 된다.
문화는 물론, 식습관까지 완전히 다른 이종족과의 연합이 이루어진 것이다.
호라이즌은 케인첼을 보며 씨익 웃었다.
“알고 있나. 우리가 인간을 돕기로 결정한 것은 당신이 있기 때문이다.”
“저 때문이라고요?”
“그래. 엘프 중에 지스타드 영지를 모르는 이는 없을 거다. 니뮤에 스승님은 종족의 재건을 위해 드워프와 손을 잡았지. 그렇게 생각하면 인간과 협력하는 것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 않은가.”
케인첼의 행보는 철저하게 홀로서기를 하고 있던 엘드라드의 엘프마저 변화시켰다.
“······게다가 적어도 당신이 있으면 피가 뚝뚝 떨어지는 고기를 먹으라고 주지는 않겠지.”
가슴이 뜨거워지는 말이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엘프는 물론, 드워프도 맛있게 먹은 요리를 만들어 드릴게요.”
“뭐라? 이 세상에 그런 요리가 있다고?! 엘프와 드워프의 식성은 정 반대지 않은가! 그런데 두 종족이 전부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니! 대답해라! 도대체 무슨 요리인가!”
“그건 먹을 때의 즐거움으로 남겨 주죠. 기대감도 요리의 맛을 더해주는 조미료니까요.”
“으하핫! 많이 유들유들해졌군. 그렇지만 나는 그런 네가 싫지 않다.”
“······.”
호라이즌은 그대로 몸을 돌려 포츠담을 떠났다.
설마하니 인간을 싫어하다 못해 경멸하는 호라이즌에게 저런 말을 듣게 될 줄이야.
“역시 주군임다. 엘프에게도 인기 만점임다.”
“뭐야, 꼬맹이가 남자까지 홀린 거야? 이거 방심하면 안 되겠는걸.”
케인첼은 어깨를 한 번 으쓱해 보인 후, 블라드 대공령으로 향했다.
그곳은 포츠담에서 말을 타고 반나절가량 떨어진 장소에 있었다.
“여기가 블라드 대공령이구나······.”
위대한 자의 무덤이라는 것을 알리듯 웅장함이 느껴지는 석조 건물이 서 있다.
매년 왕족이 방문하는 장소답게 천년이 지난 지금도 관리가 잘 되어 있었다.
말에서 내린 프히들리는 묘비에 적힌 글귀를 어루만지며 중얼거렸다.
“보십시오, 은인. 드넓은 평원이 펼쳐져 있을 뿐, 아무 것도 없지 않습니까.”
“잠시 확인해 보도록 하죠.”
케인첼은 눈을 감고 폴른 스타를 발동 시켰다.
만약 이곳에 몬스터 농장이 있다면 무언가 반응이 있을 것이다.
“······찾았다.”
“뭐야, 어디에 뭐가 있다는 거야?”
케인첼은 고개를 숙여 땅을 바라보았다.
저 너머 깊은 곳에서 거대한 적의가 스멀거리며 기어 나오고 있었다.
“왜 땅을 쳐다보는 거야? 케엑, 서, 설마 거기에 몬스터가 있다고?”
“예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아요. 지금 서 있는 발밑에서 엄청난 적의가 느껴져요.”
“으아악! 그럼 지금까지 말을 타고 달려온 평원 전체가 몬스터 농장이었다는 거잖아! 지금 완전 소름 돋았어.”
뱀파이어인 르망은 햇볕이 내리쬐는 낮 동안에는 케인첼의 망토 안에서 잠을 잔다.
그렇지만 지금부터는 그의 안내가 필요했다.
“르망, 일어나 봐. 도착했어. 어떻게 하면 안으로 들어 갈 수 있는지 알려 줘.”
“······음냐, 벌써 말임까. 그럼 다시 인간 형태로 변하도록 하겠슴다.”
박쥐의 형태가 흐려지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10살 남짓한 아이의 모습으로 변했다.
엘리자베스는 르망의 어깨에 손을 넣고는 그대로 들어 올렸다.
“왜 이렇게 어려졌어? 그런데 의외로 귀엽네?”
“혈육의 일부를 떼어내 만든 분신이라 어쩔 수 없슴다. 내려 주십쇼.”
“아, 미안.”
르망은 블라드 대공을 기리는 석벽으로 다가갔다.
날카로운 송곳니로 손가락 끝에 상처를 내자 주룩하고 선혈이 흘러내린다.
그것으로 알 수 없는 문자를 그렸다.
“위대한 피의 맹약에 따라 리차드 본 프레르망의 권속이 요청하노니, 그대의 주인에게 이 몸을 안내하소서.”
그러자 석벽이 열리며 어딘가로 이어진 깊고 어두운 통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르망은 여전히 피가 뚝뚝 떨어지는 손가락을 내밀었다.
“한 방울씩 드십시오.”
“뭐야, 그걸 마시라고? 설마 내가 뱀파이어의 피를 먹으면 어떻게 되는지 모를 것 같아?”
“괜찮슴다. 피 한 방울로는 상대를 완전한 권속으로 만들 수 없슴다. 여기부터는 뱀파이어의 피를 가진 자만이 들어 갈 수 있슴다.”
“쳇, 그럼 어쩔 수 없네.”
결국 엘리자베스는 물론 케인첼과 프히들리까지 르망의 피를 마셨다.
그러자 미식 스킬이 발동했다.
[뱀파이어 프레르망의 피]* 다량 섭취할 경우 신체를 뱀파이어로 변화 시킨다.
* 피의 농도가 낮아 ‘권속화’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무래도 르망의 말이 진짜인 모양이다.
르망의 피를 마신 케인첼은 블라드 대공령으로 이어진 지하 통로에 발을 디뎠다.
몇 분이나 걸었을까. 은은한 빛이 뿜어져 나오는 거대한 공동이 모습을 드러냈다.
르망은 묘하게 생기가 넘쳐나는 목소리로 말했다.
“달의 기운이 담긴 월석임다. 햇빛이 인간에게 활력을 주듯이 달빛은 뱀파이어의 힘을 강하게 만듬다.”
“으음, 이상하게 졸린다 했더니 저게 범인이었구나.”
“누님은 항상 졸리지 않슴까.”
“귀엽다고 봐주니까, 자꾸 기어오르네?”
엘리자베스와 르망이 티격태격하는 것도 잠시.
뚜벅뚜벅!
석벽이 울리는 소리와 함께 빛바랜 잿빛 머리의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얼굴만 봐서는 좀처럼 나이를 짐작하기 힘들다.
태고의 진리를 이해한 현자 같았다가도, 어느 순간 치기가 넘치는 청년으로 변한다.
망토가 펄럭이자 수십 년은 묵었을 것 같은 먼지가 휘날렸다.
노쇠한 현자가 입을 열었다.
“리차드인가? 너는 어째 볼수록 어려지는 것 같구나.”
“오랜만임다, 드라큘라 영감.”
블라드 대공 드라큘라는 일행의 모습을 한 번 훑어보고는 물었다.
“소드 마스터에 아카드의 피를 이은자인가. 네놈 실력으로 이들을 권속으로 만들었을 리는 없고, 무슨 바람이 불었기에 찾아왔느냐.”
“용무가 있는 것은 제가 아니라 주군임다.”
“주군?”
“이번에 제가 주군을 모시게 되었슴다.”
인간이 뱀파이어를 부하로 삼은 것은 역사를 뒤져봐도 전무한 일이었다.
드라큘라가 장난감을 발견한 어린아이처럼 눈을 빛냈다.
“역시 오래 살고 볼 일이구나. 그래, 르망의 주군이여. 무슨 일로 나 드라큘라를 찾아온 것이오?”
드라큘라는 그저 말을 하는 것만으로 무서운 위압감이 뿜어냈다.
천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수많은 몬스터의 피를 빨아온 뱀파이어 드라큘라.
그는 이미 반신에 가까운 힘을 가지고 있었다.
드라큘라의 피 한 방울이면 천 명이 넘는 사람을 권속으로 만들 수 있다.
만약 그가 원하는 것이 인간의 피였다면 도이칠랜드는 블라드 제국으로 불리고 있었으리라.
프히들리의 손이 떨렸다.
어릴 때부터 왕족으로 자라온 프히들리의 본능이 드라큘라의 무서움을 감지한 것이다.
“저, 정녕 당신이 블라드 대공이란 말입니까?”
“그렇소, 크로노스의 아이여.”
크로노스는 아카드 제국을 건국한 초대 황제의 이름이었다.
드라큘라는 그것을 마치 친한 친구를 부르듯 입에 담았다.
“한 가지만 묻겠습니다. 어째서 그를 떠나신 겁니까.”
“그저 쉴 곳이 필요했을 뿐이오. 이 몸은 계약에 따라 그를 도왔소. 그리고 대가로 이곳을 받았지.”
“······알겠습니다.”
크로노스와 블라드 대공이 남긴 영웅담 중에는 우정과 사랑이 담긴 것이 잔뜩 있었다.
프히들리는 그것을 들으며 자라왔다. 그리고 크로노스처럼 훌륭한 왕이 되고자 했다.
그런데 블라드 대공이 보여준 영웅적인 일화들이 단순히 계약 때문이었다니!
프히들리의 눈가에 어두운 그림자가 내려앉았다.
“그런 것을 묻기 위해 이곳을 찾은 것은 아니리라 생각하오. 쉬고 싶소. 용건을 말하시오.”
드라큘라는 실수로라도 이곳에 발을 들인 인간은 기억을 지운 채 밖으로 돌려보낸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들어 준 것도 몇 안 남은 동족인 리차드의 부탁 때문이었다.
케인첼은 앞으로 한 걸음 걸어 나가며 말했다.
“거래를 하고 싶습니다.”
“상인이었소?”
“상인이 아니라, 셰프입니다. 드라큘라 대공이 가지고 있는 몬스터 고기를 원합니다.”
“허허허, 셰프? 그대는 소드 마스터 아니오?”
“그렇다면 요리하는 소드 마스터라고 해 두죠.”
드라큘라는 황당하다는 것처럼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왕족인 프히들리조차 자신의 기운에 눌려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런데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자신을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피를 빨고 남은 몬스터 고기는 부산물일 뿐이오. 다른 몬스터의 먹이로 주거나 남는 것은 마법으로 소멸시키고 있소. 원한다면 줄 수도 있지. 허나. 내 앞에서 셰프를 자처한 그대의 실력이 보고 싶구려.”
드라큘라는 케인첼의 몸에 배어 있는 진한 피 냄새를 놓치지 않았다.
소, 돼지, 닭, 오리, 거위.
수많은 동물들의 피가 섞여 있었다. 아마도 동물의 피를 이용한 요리를 만들어 르망을 잡아두고 있는 것이겠지.
그렇지만 드라큘라는 겨우 300살에 불과한 르망보다 훨씬 오래 살아왔다.
그는 전 대륙에 존재하는 모든 피 요리를 먹어 보았다.
그렇지만 직접 이를 박아 넣고 생피를 빠는 것이 최고다.
“애들 입맛인 리차드와는 다르다는 것을 미리 말해두고 싶소. 이 몸은 몬스터의 생피를 무엇보다도 즐긴다오.”
“까다로운 입맛의 손님을 만족시키는 것이야말로 셰프의 자부심이 아닐까 합니다.”
“허허허! 대단한 자신감이구려.”
“최고의 스승에게 요리를 배웠거든요.”
“어째서 리차드가 그대를 주군으로 선택한지 알 것 같소. 만약 그대가 내가 만족할 요리를 만든다면 원하는 것을 제공하도록 하겠소. 허나, 그것에 실패한다면 이곳을 무사히 나갈 생각은 하지 마시오.”
그러자 잔뜩 주눅 들어 있던 프히들리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은인이 만든 요리가 맛이 없을 리 없으니, 안심이군요.”
“맞아. 후딱 요리하고 몬스터 고기나 챙겨서 돌아가자.”
생각했던 반응이 나오지 않자, 드라큘라는 묘하게 침울해진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동료들에게 신뢰받고 있는 모양이구려.”
“다들 제 요리를 좋아하는 손님이니까요.”
엘리자베스가 황당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소, 손님이라고? 꼬맹아, 그건 아니지······.”
“그럼 따라 오시오.”
드라큘라는 다양한 몬스터를 키우고 있는 농장으로 케인첼을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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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는 케인첼이 알고 있는 거의 모든 몬스터가 있었다.
“고블린, 오크, 코볼트에 놀까지······. 저게 전부 해서 몇 마리인지도 모르겠군요.”
“맙소사! 저기 트윈 헤드 오우거도 있습니다!”
“와, 저건 자이언트 샌드 웜이잖아? 도대체 먹이는 어디서 구해오는 거야? 게다가 트롤은 아종에 변종에······. 말 그대로 몬스터 농장이네.”
만약 저 몬스터가 전부 풀려난다면 도이칠랜드에 엄청난 일이 벌어지리라.
다행히 인간의 피를 빨지 않는 드라큘라의 취향 때문인지 반인반수형 몬스터는 보이지 않았다.
“전부 내 피를 마시고 권속이 되었으니 물거나 해치지 않을 것이오.”
“듣던 중 다행이군요.”
“재료는 얼마든지 원하는 것을 가져다 쓰시오. 그런데 주방은 없는데, 괜찮소?”
케인첼은 이차원 주머니 안에서 조리대를 꺼냈다.
어디서든 요리를 할 수 있게 항상 챙겨 다니는 물건이었다.
“······괜한 말을 한 것 같구려.”
“그리고 재료는 소의 피로 충분합니다.”
“도대체 무슨 요리를 할지는 몰라도 기왕이면 몬스터의 피를 사용하는 것이 좋을 거요. 소는 너무 먹어서 질렸소.”
“요리 방법을 바꾸면 익숙한 식재료라도 완전히 다른 맛을 내죠.”
“그렇다면야 즐겁게 기다리도록 하리다.”
본격적으로 요리를 시작한 케인첼에게 프히들리가 물었다.
“은인. 블라드 대공을 만족시키려면 단순한 피 요리로는 힘들 겁니다.”
“괜찮습니다. 제가 만들 것은 단순한 피 요리가 아니니까요.”
케인첼은 르망에게 들은 이야기를 떠올렸다.
거기에는 드라큘라가 인간의 피를 빨지 않게 된 사건의 전말이 담겨 있었다.
“눈물이 담긴 선짓국. 이거라면 천년의 세월을 넘어 블라드 대공의 손에 죽은 레아 공주의 마음을 전할 수 있을 겁니다.”
아카드 제국의 비밀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