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181)
요리하는 소드마스터-181화(18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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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첼은 이차원 주머니 안에서 콜라병을 꺼냈다. 거기에는 소에서 뽑아낸 피가 들어 있었다.
뽑자마자 병에 넣고 밀봉해서인지 선홍빛이 선명했다.
공기에 노출된 피는 빠른 속도로 응고된다.
요리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부드럽게 데쳐서 푸딩처럼 만들어 주어야 한다.
커다란 냄비 안에 물을 넣고, 월계수잎과 보석소금을 뿌린다. 그리고 맛술을 한컵 정도 부어주었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화력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선짓국의 재료인 선지는 액체인 피를 굳혀서 만들기 때문이다.
‘너무 뜨거운 물에 넣고 끓이면 내부에 기포가 생겨서 식감이 질겨진단 말이지. 게다가 겉은 단단하고 속은 제대로 익지 않은 반숙 상태가 돼. 부드럽게 속까지 잘 익히려면 아주 천천히 끓여야 해.’
케인첼은 30분에 걸쳐 소피를 삶아 선지를 만들었다.
잘 끓인 선지는 겉은 붉은 기가 도는 갈색이고, 잘라 보면 살짝 녹색이 도는 적회색이 보인다.
그리고 만져보면 커스터드푸딩처럼 탄력이 있다.
‘선지가 잘 삶아졌는지 확인하는 데는 이게 최고지.’
“르망.”
그러자 어딘가에 숨어 있던 르망이 쪼르륵 달려왔다.
양손으로 코와 입을 가리고 있는 것이, 먹고 싶은 것을 억지로 참고 있는 얼굴이었다.
“어때, 잘 끓여 진 것 같아?”
“······크흑! 차라리 죽여주십쇼! 선지를 삶을 때 나는 비릿한 냄새를 맡으면 정말 참을 수 없단 말임다!”
케인첼은 잘 삶아진 선지를 숭덩숭덩 잘라서는 작은 그릇에 담아 내밀었다.
“아무래도 이건 네가 맛을 보는 것이 맞는 것 같아.”
“오오옷!”
르망은 기다렸다는 듯이 양손으로 선지를 쥐고 입으로 가져갔다.
부드럽게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는 비릿한 맛!
마치 그대로 몸이 녹아 사라질 것만 같은 황홀한 기분이었다.
“너무 맛있음다······!”
“다행이네.”
도이칠랜드에는 크로노스 왕과 블라드 대공에 대한 일화가 많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특히 레아 공주와의 로맨스는 지금도 수많은 광대들이 공연하고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케인첼은 엘드라드로 향하는 여정에서 우연히 본 연극을 떠올렸다.
― 모든 것을 얻은 블라드 대공은 결국 그녀의 곁을 떠났습니다! 혼자 남은 레아 공주는 평생동안 그를 그리워하며 지냈지요. 어째서 블라드 대공은 레아 공주의 곁을 떠난 것일까요? 그 이유는 천년이 지난 지금도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것으로 연극 ‘꽃을 쏘아 떨어트린 날’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블라드 대공과 레아 공주의 이야기를 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블라드 대공의 수많은 일화 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것은 그의 마지막을 노래한 ‘꽃을 쏘아 떨어트린 날’이었다.
당연하겠지만 꽃은 블라드 대공의 연인인 레아 공주를 말한다.
그녀는 크로노스 대제의 여동생으로 블라드 대공과 불타는 사랑을 한다.
그렇지만 제국이 건설된 후 블라드 대공은 그녀의 곁을 떠났다.
결국 꽃을 쏘아 떨어트린 날은 비극으로 끝난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들이 지금도 그들의 사랑 이야기에 눈물을 흘리는 것이다.
“······왕자님. 결국 블라드 대공이 레아 공주의 곁을 떠난 것은 그의 정체가 인간의 피를 빠는 뱀파이어였기 때문입니다.”
케인첼이 선지를 삶는 모습을 보고 있던 프히들리가 고개를 떨어트렸다.
“그럼 어째서 대공은 진실을 말해주지 않은 겁니까. 설마 제가 레아 공주의 후손이라서?”
“아마도 그렇겠죠. 지금도 블라드 대공은 그녀가 외롭게 죽어간 것이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거기에는 숨겨진 이야기가 있습니다.”
“수, 숨겨진 이야기라니요! 들려주십시오!”
도이칠랜드에 전해져 내려오는 가장 오래된 비극의 이야기이기 때문일까?
프히들리는 그 이면에 숨겨져 있는 진실이 듣고 싶었다.
“알겠습니다. 안 그래도 지금부터 만들 요리에 레아 공주의 마음을 담기 위해서는 전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하겠습니다.”
케인첼은 꽃을 쏘아 떨어트린 날에 일어난 진실에 대해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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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노스 왕은 대륙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훈족을 몰아내고 제국을 건설했어요. 그것을 도운 것이 레아 공주와 블라드 대공이었죠.”
“알고 있습니다. 어릴 적부터 그들의 영웅담을 들으며 자라왔으니까요.”
“블라드 대공은 레아 공주와 함께 싸우며 사랑에 빠졌어요. 그렇지만 함께 할 수 없었죠.”
“결국 비극의 원인은 종족의 차이였군요······.”
“아직 뒷이야기가 더 남아 있습니다.”
프히들리는 입을 다물고 케인첼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결국 블라드 대공 드라큘라는 레아 공주의 곁을 떠나고자 마음먹는다.
그렇지만 그럴 수 없었다.
이미 레아 공주를 너무나 사랑하게 된 것이다.
뱀파이어와 인간.
결코 이루어 질 수 없는 그들의 사랑은 최후의 선택을 남겨두게 되었다.
블라드 대공은 그것을 레아 공주의 손에 맡기기로 했다.
― 레아 공주, 나는 인간의 피를 빠는 뱀파이어요. 그동안 숨겨서 미안하오. 그렇지만 그대를 사랑하고 있소. 만약 당신이 내 사랑을 받아 준다면 나는 더 이상 인간의 피를 빨지 않겠소.
그리고 레아 공주는 충격을 받은 것인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블라드 대공은 입술을 깨물었다.
마음 같아서는 뱀파이어의 상징인 날카로운 송곳니를 전부 뽑아 버리고 싶었다.
그렇지만 그래도 저주받은 혈통은 사라지지 않는다.
레아 공주의 입에서 거절의 말이 나오는 것은 도저히 참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행동으로 마음을 전하는 것뿐이다.
― 만약 나를 받아준다면 소 피로 죽을 끓여 주시오. 그리고 나를 원망한다면 거기에 당신의 피를 섞으면 된다오. 그러면 영원히 당신의 앞에 나타나지 않겠소.
레아 공주는 눈물을 닦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주방으로 달려가 순식간에 먹음직스러운 피죽을 끓였다.
피죽이라도 부르기도 웃긴 엉망진찬인 요리.
그렇지만 블라드 대공은 그것을 받아들고 순식간에 먹어 치웠다.
“그리고 거기에 레아 공주의 피가 섞여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그대로 성을 떠났다고 합니다.”
“결국 레아 공주는 블라드 대공이 뱀파이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군요. 이해합니다. 그것은······.”
“여기까지가 르망에게 들은 내용입니다. 그 후로는 어째서인지 인간의 피를 빨지 못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여기에 몬스터 농장을 만들었죠.”
프히들리는 결국 종족의 차이를 넘지 못해 일어난 비극에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크흑······!”
“앗, 전하. 죄송하지만 눈물을 조금 받겠습니다. 레아 공주의 마음을 전하려면 전하의 눈물이 필요합니다.”
“······제 눈물 말입니까?”
“예.”
케인첼은 작은 병에 프히들리의 눈물을 모았다.
몇 방울도 되지 않는 적은 양이었다.
‘이것으로 눈물이 담긴 선짓국을 만들 모든 재료가 모였어. 그럼 본격적으로 요리를 시작해 보자.’
음유시인이 노래하고 광대가 연기한 것은 ‘꽃을 떨어트린 날’에 일어난 비극.
르망을 통해 들은 그날의 진실.
‘그렇지만 그 어디에도 레아 공주의 마음은 담겨 있지 않았어. 그녀는 정말 정체를 숨긴 대공을 원망했을까? 뱀파이어라는 사실을 듣고 공포에 질려 울음을 터트린 게 맞을까? 아니, 전부 아니야. 그건 분명······.’
물론 확실한 것은 아니다.
벌써 천년이나 지난 과거의 일.
영토 분쟁에서 대패한 제국은 왕국으로 격하되었다. 영웅들의 이야기 또한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갔다.
케인첼이 하고 있는 것은 레아 공주의 마음을 재현하는 것일 뿐이다.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요리를 먹을 블라드 대공에게 달려 있었다.
“나는 그저 레아 공주의 마음이 담긴 최고의 요리를 만들 뿐이야.”
그것이 바로 칠죄종의 저주를 완벽하게 풀어낼 7성급 요리로 이어진 길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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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요리를 받아든 블라드 대공이 눈이 휘둥그레졌다.
사기로 된 그릇 안에 얼큰하게 끓여낸 선짓국이 담겨 있었다.
“훈족은 말의 피를 마시는 것이 영생의 비결이라 생각해 그것으로 죽을 끓여 먹었소. 그렇지만 이런 형태는 처음 보는구려.”
“선짓국이라고 합니다. 소뼈에서 우려낸 국물에 피를 굳혀 만든 선지를 넣고 갖은 야채와 함께 끓여낸 음식입니다.”
선짓국에서는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진한 피 냄새가 풍겼다.
‘원래는 피비린내를 줄이기 위해 후추나 마늘을 넣어주지만, 그걸 전부 뺐거든. 냄새가 아주 끝내줄 거야.’
물론 반신에 가까운 힘을 가진 드라큘라는 햇빛조차 상처를 입히지 못한다.
마늘을 먹더라도 조금 눈살을 찌푸리는 수준이다.
그렇지만 싫어하는 재료를 넣을 필요는 없었다.
선짓국의 냄새를 맡은 블라드 대공의 표정이 부드러워졌다. 이렇게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만들다니?
자신감 넘치는 태도가 이해되는 실력이었다.
“그런데 이 채 같은 것은 무엇이오?”
“콩나물이라고 합니다. 대두를 땅에 심지 않고, 물만 주어 기르면 그런 식으로 자랍니다. 살짝 데쳐 먹으면 아삭한 것이 아주 맛있죠.”
“이런 식재료는 처음 보는구려.”
“본격적으로 재배하기 시작한지 얼마 안 되서 그럴 겁니다.”
장거리 항해술이 발전하기 시작하면서 대륙간 무역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졌다.
그렇지만 문제가 되는 것이 선원들이 자주 걸리는 괴혈병이었다.
온몸이 나른해지는 것을 시작으로 급기야는 피를 토하며 서서히 죽어가는 것이다.
매년 수백 명의 선원들이 괴혈병에 걸려 목숨을 잃었다.
“그러던 중 어느 이름 없는 셰프가 괴혈병의 치료법을 발견했습니다.”
“신관이나 연금술사도 아니고, 셰프가 말이오?”
“예. 그는 폭우가 내리던 날, 비축해 둔 콩에서 뿌리가 생긴 것을 보고 버리기 아까워 요리를 해 먹었다고 합니다. 그때 돈 없는 선원에게 나누어 주었는데, 마침 그가 괴혈병 환자였던 겁니다.”
그리고 선원의 병은 물로 씻은 것처럼 나았다.
비타민C의 존재가 처음으로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결국 원인은 음식이었던 겁니다. 그 후로 사과, 레몬, 딸기 같은 과일이나 신선한 채소로도 괴혈병이 낫는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그렇지만 역시 콩나물만한 것이 없었죠.”
콩나물은 물이 귀한 배 위에서도 쉽게 재배할 수 있고, 괴혈병을 낫게 하는 영양분이 듬뿍 들어 있다.
결국 요리사의 호기심이 수많은 선원들의 목숨을 구한 것이다.
“그럼 드셔 보시죠.”
“흐음.”
블라드 대공은 신음을 흘리며 선짓국을 입으로 가져갔다. 천천히 삶은 선지는 부드러우면서도 묘한 탄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것을 씹자 입 안 가득 진한 피맛이 느껴진다.
맛있다.
아니, 맛있다 못해 그대로 몸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선짓국에서는 절대로 들어가면 안 되는 재료의 맛이 느껴졌다.
쾅-!
천년이 넘는 세월을 살아오며 감정이 풍화된 것처럼 보이던 노인의 얼굴에 뜨거운 분노가 짓들었다.
블라드 대공은 붉게 변한 눈으로 케인첼을 노려보며 말했다.
“감히 내게 인간의 피를 먹이다니······! 아무리 리차드의 주인이라해도 용서 할 수 없다! 네놈을 죽여 몬스터의 먹이로 삼아주마!”
블라드 대공에게 인간의 피를 먹이는 것은 말 그대로 역린을 건드린 것이나 마찬가지.
멀리 떨어진 장소에 있던 엘리자베스마저 느낄 정도로 엄청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으, 은인?! 갑자기 무슨 일입니까!”
“주군!”
“꼬맹아!”
깜짝 놀란 사람들이 검을 뽑아들고 방안으로 난입했다. 그들은 분노한 블라드 대공을 보고 마른침을 삼켰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기에 노쇠한 뱀파이어가 이토록 분노한 것일까?
이 자리에서 유일하게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케인첼 뿐이었다.
“아무래도 조금 오해가 있었던 것 같군요.”
“오해?! 무슨 소리인가! 이 요리에는 인간의 피가 들어 있다! 내가 그것도 모를 정도로 어리석으리라 생각한 건가!”
“아뇨, 선짓국에 들어 있는 것은 인간의 피가 아닙니다. 그저 소피와 약간의 조미료뿐이죠.”
케인첼은 품속에서 그 조미료가 담겨 있는 병을 꺼냈다.
아카드 제국의 비밀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