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188)
요리하는 소드마스터-188화(188/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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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핫! 고작 이따위 공격으로 짐의 몸에 상처를 입히려 하는가!”
아돌프는 마치 귀찮은 모기를 쫓는 것처럼 검을 휘둘렀다.
그 충격파만으로 양파 검술이 전부 튕겨져 나왔다.
그렇지만 케인첼 역시 이 정도로 아돌프를 쓰러트릴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르망!”
그러자 케인첼의 망토 안에 숨어 있던 르망이 번개처럼 튀어 나왔다.
르망은 순식간에 자신의 몸을 안개로 바꾸고는 모여 있는 이들의 몸을 감쌌다.
“주군! 저도 선짓국이 먹고 싶슴다.”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도 음식 타령이라니!
케인첼로서는 기가 찰 노릇이었지만, 르망과의 주종관계는 요리로 맺어져 있다.
일한 만큼 대가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무래도 드라큘라가 선짓국을 먹는 것을 보고 엄청 먹고 싶었던 것이리라.
“알았어, 다음에 끓여 줄게!”
도망치려는 이들을 보고 아돌프가 이를 갈았다.
설마 방금 전의 어설펐던 공격이 후퇴할 틈을 만들기 위한 것이었단 말인가.
“하! 쥐새끼처럼 잘도 도망치려 하는군! 허나, 짐이 있는 이상 그것은 헛된 몸부림일 뿐이다!”
아돌프는 한 쌍의 날개를 이용해 단숨에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단숨에 숨을 들이마셨다.
스으으읍――!
순간적으로 일대의 공기가 모조리 사라져 버릴 정도로 엄청난 호흡이었다.
‘이건, 설마······.’
드래곤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최후 최강의 숨결!
그것이 드래곤 하트를 매개체로 만들어진 키메라의 입에서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모든 것을 태워버릴 기세로 터져 나온 열기의 파도가 지면을 강타했다.
레드 드래곤의 브레스는 일격으로 성을 날려버린다고 한다. 그것보다는 약하지만 이 자리에 있는 이들을 태워버리기에는 충분한 위력이었다.
1,200°C에 달하는 초고열!
그것에 직격당하고 살아남을 수 있는 인간은 없다. 녹아내린 돌바닥이 마치 용암처럼 이글거리고 있었다.
아돌프는 만족한 표정으로 어깨를 들썩거렸다.
“크하하하! 보았느냐! 이것이 진정한 그랜드 소드 마스터의 힘이다!”
그렇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평범한 인간을 기준으로 놓았을 때의 이야기.
폭염이 걷히고, 아돌프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풍경이 펼쳐졌다.
“사, 살아남은 거야?”
“분명 드래곤 브레스에 직격 당했잖아! 그런데 어떻게!?”
드래곤 브레스는 마치 거대한 방벽에 막힌 것처럼 사람들의 바로 앞에서 소멸했다.
그들은 그것이 단 한 명의 인간이 일으킨 기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걸 케인첼이?”
“지, 지금 인간이 드래곤 브레스를 막았다는 거야!?”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은인이 마음껏 싸울 수 있도록 도망쳐야 합니다!”
케인첼은 뜨거운 열기가 섞인 한숨을 토해냈다.
91.7%의 화염 저항력으로도 초고열의 드래곤 브레스에는 버티지 못했다.
결국 가지고 있는 오러의 대부분을 방어에 돌리고서야 겨우 막아낼 수 있었다.
‘요즘 불을 이용한 요리를 잔뜩 만들었던 게 도움이 되었어.’
그나마 상대가 레드 드래곤이라서 다행이었다. 만약 다른 색채용이었다면 이런 식으로 브레스를 막아내지 못했으리라.
“인간 따위가 짐의 공격을 막아내다니! 이런 바보 같은 일이······!”
“왜. 할 수 있으면 한 발 더 쏴 봐. 물론 할 수 있으면 말이지.”
드래곤 브레스는 그 위력만큼이나 어마어마한 마나를 소모한다.
아무리 드래곤의 힘을 손에 넣었다 해도 한 발이 한계.
“감히 짐을 농락하다니! 그 죄는 천 번 죽어 마땅하다!”
“같은 내용을 얼마 전에 들어 본 것 같은데. 그랜드 소드 마스터라고 해서 기대했더니, 이러면 너무 시시하잖아.”
“크윽!”
아돌프의 얼굴이 분노로 붉게 달아올랐다.
일국의 왕자로 태어나 언제 이런 도발을 당해 보았겠는가.
온몸의 피부를 벗겨낼 듯한 적의를 마주하고도 케인첼의 표정은 여유로웠다.
다른 키메라와는 다르게 아돌프는 인간과 드래곤만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미 몇 번이나 드래곤 고기를 먹어왔던 케인첼에게는 마치 식재료처럼 느껴졌다.
‘잠깐만, 어쩌면 거기에 아돌프를 쓰러트릴 비책이······.’
케인첼의 눈가에 묘한 이채가 떠올랐다.
오러 블레이드 시그니처는 요리 스킬의 응용을 가능하게 해 준다.
머랭과 플람베를 합쳐 타다끼를 만들어 낸 것처럼.
양파 검술을 이용해 동시에 수십 개의 머랭을 구현해 낸 것처럼.
요리는 만드는 사람의 실력에 따라 무한에 가까운 가능성을 담아냈다.
그렇다면 조금 다른 식으로도 사용 할 수 있지 않을까?
드래곤 브레스를 사용 할 수 없다고 해도 아돌프는 강했다.
그의 신체 능력은 멜리오트 이상이었으며, 가지고 있는 오러의 양은 로엔그린을 능가한다.
“이것으로 죽여주마! 불칸(Vulkan)!”
아돌프의 주위에서 끓어오르는 힘이 공간을 일그러트리고, 돌로 된 바닥에 균열이 새겨진다.
쿠쿠쿠쿠궁!
그리고 마치 화산이라도 터지려는 것처럼 지축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인간의 몸에 압축된 드래곤의 힘이 폭발한 것이다.
‘미친!’
전신의 오러를 양 다리에 전부 밀어 넣고서야 가까스로 아돌프의 공격범위에서 벗어 날 수 있었다.
기술이 아닌 힘만으로 펼쳐낸 무식하기까지 한 폭력.
그것이 덮친 대지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미리 일행을 대피시켜 놓은 것이 정답이었다.
‘괜히 그랜드 소드 마스터를 자처하고 있는 게 아니군. 정면 대결에서는 이길 수 없어. 그렇지만······.’
상대는 무식할 정도로 강하다.
그렇기에 이길 방법이 있다.
스치기라도 하면 숨통을 끓어버릴 수 있는 적을 마주한 채, 케인첼은 비숍을 불렀다.
‘1초라도 좋아. 상대의 움직임을 묶어 줘.’
― 역시 그걸 사용할 생각인가.
케인첼의 몸에 달라붙어 있던 슬라임이 튀어 나왔다. 그것을 본 아돌프가 코웃음을 쳤다.
“크큭. 무언가 했더니 슬라임인가. 최강의 생명체인 드래곤에게 한낱 미물 따위로 대적하려 하다니 우습구나!”
“그거야 해 봐야 알지. 양파 검술······!”
“그따위 공격은 통하지 않는다고 했거늘!”
아돌프는 검을 가볍게 휘두른 충격파만으로 케인첼의 공격을 튕겨냈다.
‘지금이다!’
― 기다리고 있었다!
시야의 사각을 노리고 젤리가 쏘아졌다.
아돌프는 검을 휘둘러 그것을 막아내려 했다. 그렇지만 젤리는 이상한 방향으로 휘어져 결국 아돌프의 한쪽 발에 휘감았다.
“무엇을 하려는지 모르겠지만, 끈적거리는 슬라임 따위로는 짐에게 아무 해도 입히지 못한다!”
“이렇게 할 생각인데?”
젤리 또한 케인첼의 일부.
그거에 닿은 이상 요리 스킬의 사정권 안에 들어온 셈이다.
――신선도 회복(Fresh Again)!
그것은 오러를 이용해 식재료의 상태를 원래대로 되돌리는 스킬.
그것이 아돌프의 몸에 작렬한 것이다.
드래곤의 피가 더욱 진해지자 아돌프의 전신에서 비늘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무한에 가까운 힘이 용솟음쳤다.
“크하, 크하하하! 도대체 무슨 일이지? 힘이, 힘이 솟아난다! 엄청난 힘이······!”
케인첼의 오러를 흡수한 아돌프의 몸에서 어마어마한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
레드 드래곤이 가진 폭염의 마나였다.
그것이 케인첼의 화염 저항력을 뚫고 피부를 태우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다.
“아직 한 발 더 남았다! 신선도 회복······!”
가지고 있는 모든 오러를 아돌프의 몸에 쑤셔 넣는다.
여러 생명체의 장점만을 섞어 만든 키메라의 모습 보고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요리 또한 수많은 식재료의 장점을 하나로 모아 최고의 맛을 추구하는 행위가 아니던가.
‘결국 아돌프는 메인이 되는 소드 마스터에 맛을 더해줄 드래곤을 곁들인 요리야.’
그런데 거기서 드래곤의 존재감을 확 올려버리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요리의 밸런스는 깨지고 조연에 가려진 주역은 빛을 잃는다.
‘게다가 인간의 몸에 드래곤의 힘을 온전히 담아낼 수는 없어. 자칫 잘못하다가는 그릇이 깨져 버릴 테니까.’
만약 아돌프가 드래곤의 힘을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삼았다면, 드래곤 브레스가 훨씬 뜨거웠을 것이다.
아돌프의 몸에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힘이 넘치고 있었다.
빠각-!
그가 자랑스럽게 내보였던 드래곤의 뿔에 금이 갔다. 어느새 그의 몸은 서서히 붕괴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아돌프는 힘에 취해 자신의 몸에 일어난 이상을 깨닫지 못했다.
“키힉, 끄힉! 크카카카카! 힘이! 드래곤의 힘이! 짐을 그랜드 소드 마스터로오오오!”
케인첼은 레드 드래곤의 기운에 몸이 타들어가고 있는 아돌프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너, 정말 맛없어 보인다.”
“이게 바로 진정한 마스터의 히이이이임!”
이미 모든 오러를 아돌프의 몸에 처박았지만 아직 남은 것은 있었다.
케인첼은 허리에 차고 있던 감자를 꺼내 베어 물었다.
아돌프가 뿜어낸 불길 때문에 겉은 새까맣게 변했는데, 속은 하나도 익지 않았다.
버터라도 발라서 먹었으면 그나마 나았으려나. 아쉬운 대로 보석 소금으로 참기로 했다.
그렇지만 맛없는 요리를 시식하는 것도 셰프의 일이다.
감자를 전부 먹어치운 케인첼은 아주 약간 회복된 오러를 이용해 오러 소드를 구현해냈다.
“넌 해고야, 아돌프. 감자가 얼마나 안 익었는지, 땅에 심으면 싹이 날 정도라고.”
케인첼이 검을 휘두르자, 찬란하게 빛나는 광휘가 아돌프의 몸을 집어 삼켰다.
처음으로 오러 소드를 구현해 냈을 때가 떠오르는 일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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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아돌프의 몸은 재가 되어 흩어졌다. 애초에 드래곤을 담기에는 너무 작고 약한 그릇이었다.
모든 오러와 체력을 소모한 케인첼은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그렇지만 이대로 정신을 잃을 수는 없었다.
아돌프의 공격에 심장을 꿰뚫린 엘리자베스. 미약하나마 그녀가 살아 있는 것이 느껴졌다.
“······!”
“···! ······!”
고막이 타 버린 것인지 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흐려지는 시야 저편에서 익숙한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
그와 동시에 뜨겁고 미끄덩한 무언가가 입속으로 빨려 들어왔다.
그것을 마시자 고갈되었던 체력이 회복되는 것이 느껴졌다.
“······후! 정신이 드나, 인간.”
“호라이즌······?”
“엄청난 부상이군. 그렇지만 치명상은 아니다. 회복 포션을 마셨으니 곧 자리에서 일어 날 수 있을 거다.”
호라이즌은 소매로 입가를 닦고 있었다.
그 이유를 묻고 싶었지만, 어떤 대답을 듣더라도 기쁘지 않을 것 같았다.
어느새 엘프의 모습으로 돌아온 에이레네가 케인첼에게 달려들었다.
“케인첼! 몸은 괜찮은 거야?! 아참, 이럴 때를 대비해서 최상급 회복 포션을 챙겨 왔잖아! 호라이즌, 뭐 하고 있어! 어서 먹이지 않고!”
“이미 먹였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여왕님.”
“그럼 다행이고! 엘리자베스처럼 케인첼도 죽은 줄 알고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마지막으로 나타난 것이 엘리자베스를 안고 있는 에리히였다.
얼마나 많은 피를 흘린 것인지 입고 있는 옷이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으, 은인! 서, 설마 혼자서 아돌프를 쓰러트린 겁니까?”
에리히는 마인이 된 아돌프와 싸워보았다. 그렇기에 그가 얼마나 강한지 알고 있었다.
“······운이 좋았습니다.”
“크흑······. 결국 죽은 것은 엘리자베스 공 뿐이군요. 그녀는 제가 하지 못한 일을 대신 해 준겁니다······.”
에이레네가 끼어들었다.
“그럼 바이마르에 커다란 동상을 세워서 대를 이어 그 용맹함을 칭송하게 하는 건 어때.”
그러자 죽은 엘리자베스를 바라보며 눈물을 닦고 있던 프히들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도록 하겠소. 짐은 그녀의 희생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오.”
그러자 조용히 안겨 있던 엘리자베스가 바동거렸다.
“이봐요. 나, 아직 안 죽었다니까.”
“엘리자베스 님?!”
깜짝 놀란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다.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있던 프히들리만 무안해진 상황이었다.
“그런데 정말 위험해······. 이러다 진짜 죽겠어······.”
도대체 어떤 마술을 부려 심장이 파괴되고도 살아있는지는 모른다.
그렇지만 최대한 빨리 그녀의 상처를 치료해야 했다.
호라이즌이 케인첼에게 먹이고 남은 힐링 포션을 꺼내들었다.
“마실 수 있겠나. 힘들면 내가 입으로······.”
“미안하지만 그건 오히려 내게 독이야. 꼬맹아 지금부터 단 둘이서만 이야기를 하고 싶어.”
고개를 끄덕인 케인첼은 엘리자베스의 몸을 받아들었다.
이미 몸의 피를 대부분 잃어버린 것인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죽었다고 오해받는 것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인적이 드문 장소로 이동하자 엘리자베스가 파랗게 변한 입술을 달싹거렸다.
“꼬맹아, 잘 들어. 약속대로 말해주도록 할게. 칠죄종 전쟁은 말이야. 아직······.”
진정한 마스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