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190)
요리하는 소드마스터-190화(19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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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장 연합왕국 엘 아카드
케인첼은 순간적으로 비명을 지를 뻔 했다.
7성급 요리는 먹은 사람의 영혼을 울릴 정도의 감동을 주었다.
그것은 요리 실력이 뛰어나다고 해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직 7성급 요리도 요원한데, 8성급이라고? 아니, 애초에 그런 요리가 존재하기는 하는 거야?’
엘리자베스가 히죽 웃으며 결론을 내 주었다.
“뭐, 결국 앞으로도 계속 요리를 해야 한다는 거지. 시식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하도록 해. 누나가 도와줄 테니까.”
“그럼 돌아가도록 하죠. 다들 기다리다가 목이 빠지겠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브리튼에 있을 기네비어의 멱살이라도 잡으러 가고 싶었다.
그렇지만 케인첼의 임무는 프히들리가 왕이 되는 것을 돕는 것이다.
적어도 그가 대관식을 치를 때까지는 남아 있을 생각이었다.
홀로 남은 엘리자베스가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
“쳇. 이래서 꼬맹이는 안 된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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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히들리는 멀쩡하게 돌아온 엘리자베스를 보고서야 승리의 환호성을 지를 수 있었다.
왕위 쟁탈전에서 시작되어 내전으로까지 번졌던 전쟁이 완벽하게 막을 내린 것이다.
그렇지만 마냥 기뻐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상처밖에 남지 않은 승리로군.”
프히들리는 일국의 왕만이 앉을 수 있는 옥좌에서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 대관식은 거행되지 않았지만 프히들리는 암묵적으로 왕위를 인정받고 있었다.
그의 옆에는 오른팔이라고 할 수 있는 소드 마스터 에리히와 니콜라스 후작이 함께였다.
프히들리는 아쉬운 표정으로 귀빈석에 앉아 있는 케인첼을 바라보았다.
물론 그 옆에 앉아 있는 엘리자베스도 많은 도움이 되었지만, 이번 승리의 주역은 케인첼이었다.
앞으로도 그와 함께 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럴 수 없다는 것이 가슴에 사무칠 정도였다.
니콜라스 후작은 옥좌에 앉아 있는 프히들리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폐하. 직접적으로 아돌프를 지원한 자들에게는 당연히 극형을 내려야겠지요. 허나,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는 자비를 베풀어 주시옵소서.”
선왕의 시해에 조금이라도 관여한 사람은 이미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그렇지만 남은 귀족들이 문제였다.
자의적으로 아돌프의 밑으로 들어간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어쩔 수 없이 무릎을 꿇은 이들이었다.
그들을 모두 같은 방식으로 처리 할 수는 없었다.
“문제는 어떤 식으로 그것을 구분 할 수 있는가네.”
“······맞습니다.”
그러자 반란에 가담했던 대귀족이 머리를 조아리며 호소했다.
“위대하신 신왕 프히들리 폐하! 제발 믿어 주십시오. 저는 그 천인공노할 마인이 자신의 말에 따르지 않으면 목을 벤다고 하여 어쩔 수 없이 협력했을 뿐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거짓말을 한다. 자신의 안위를 위해, 더 큰 돈을 벌기 위해.
거짓말과 진실을 구분하는 것은 마법이라도 쓰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다.
결국 프히들리는 엘리자베스의 지혜를 빌리기로 했다.
“엘리자베스 공. 검의 달인 중에는 상대의 심장 소리를 통해 진신을 말하는지 알 수 있는 자가 있다고 들었네. 혹시 귀공도 그것을 할 줄 아는가?”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말이 안 되는 소리였다. 엘리자베스는 생긋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는 흉내나 겨우 내는 수준이에요. 차라리 꼬맹이······. 아니, 지스타드 백작에게 부탁하는 게 어떠세요.”
“설마, 은인이 그런 것도 할 줄 안단 말인가?!”
프히들리는 공식 석상에서 은인이란 말을 입에 담을 정도로 당황해 있었다.
도대체 케인첼이 못하는 것은 무어란 말인가!
“예, 사실입니다. 인간은 슬플 때는 눈물을 흘리고, 당황하면 손바닥이 축축해지지 않습니까.”
레아 공주의 눈물에 얽힌 비극을 알고 있는 프히들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설마 말의 진의를 흘리는 땀의 맛으로 구분 할 수 있다는 것인가?”
“지금부터 간단하게 시험을 해 보도록 하죠.”
그러자 대귀족이 격렬하게 반발했다.
“폐하! 이런 식으로 말의 진의를 파악한다는 것은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괜히 거부하면 더 의심만 살 겁니다.”
“크흑······!”
케인첼은 씨익 웃으며 대귀족의 볼을 타고 흐르는 땀을 핥았다.
낼름-
그러자 6성에 도달한 미식 스킬이 그 성분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거짓말을 하는 자의 땀]“역시 대귀족답게 표정 관리에 능숙하군요. 그렇지만 눈은 속여도 혀를 속일 수는 없습니다.”
그러자 대귀족의 얼굴에서 비 오듯 땀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잔뜩 당황했다는 증거였다.
“폐, 폐하. 설마 평생 왕가에 충성을 바친 소신보다 이 자의 말을 더 믿으시는 겁니까?”
케인첼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이번에도 거짓말이군요.”
“으, 으아아아악!”
결국 프히들리는 진실을 간파하는 케인첼의 능력을 인정해야 했다.
그리고 케인첼은 서른 명이 넘는 귀족들의 땀을 핥아 먹었다. 별로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지만 그 효과는 확실했다.
순식간에 숨어 있던 이적자들의 모습이 공개되었다.
결국 순번을 기다리고 있던 귀족 한명이 단검을 꺼내 들었다.
“키히히히! 엘프 따위랑 손을 잡는 사람을 왕으로 모실 수는 없다! 죽어라, 프히들리!”
데에에에엥-!
그러나 프히들리의 몸에 박힌 단검은 그대로 튕겨져 나왔다. 암살 대비용으로 미리 양념치킨을 먹어두었던 것이다.
“끌고 가라.”
“예, 폐하.”
암살시도까지 무산되자 아돌프 파 귀족들의 얼굴에 절망이 떠올랐다.
그렇지만 도저히 빠져나갈 길이 보이지 않았다. 결국 엎드려 자비를 구할 수밖에 없었다.
“폐하, 부디 자비를 베푸소서······.”
“······제발 목숨만은 살려주십시오.”
그렇지만 프히들리는 단호했다. 앞서 처벌을 참작해준 중립파 귀족들과는 다르다.
언제라도 자신의 등 뒤에 칼날을 꼽아 넣을 수 있는 이들이 아닌가.
“알았다. 짐이 자비를 베풀도록 하마.”
“서,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본디라면 반역죄에 가담한 이들은 삼족을 멸해야 한다. 그렇지만 그대들의 가족들에게는 죄를 묻지 않으마. 모두 형장으로 끌고 가라.”
결국 케인첼의 활약으로, 시치미를 떼고 중립파 귀족들 사이에 숨어있던 이들까지 모두 잡을 수 있었다.
프히들리는 복잡한 표정으로 남은 자들의 얼굴을 살폈다.
설마 반수 이상의 귀족들이 자의로 아돌프에게 가담했을 줄이야.
게다가 두 명의 소드 마스터를 잃은 것도 컸다.
브리타니아에 포로로 잡혀 있는 하인리히를 돌려받는다 해도 세 명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네 명의 소드 마스터를 보유하고 있는 갈리아 왕국에도 밀리는 숫자였다.
게다가 내전으로 인해 희생된 기사의 숫자까지 생각하면 끔찍할 정도였다.
결국 프히들리는 결단을 내렸다.
“니콜라스 후작. 본국은 내전으로 많은 피해를 입었다. 이것을 복구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힘만으로는 너무나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
“그렇다는 말씀은······.”
“짐은 엘드라드의 자치권을 인정하는 정도가 아니라, 앞으로는 그들과 함께 나라를 이끌어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번 내전을 통해 엘프족이 가진 힘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은 점령전에는 어울리지 않으나, 방어전에 있어서만큼은 그 어떠한 병력보다도 우수하다.”
귀빈석에 앉아 있던 에이레네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설마, 그거 나보고 정식으로 아카드의 귀족이 되어 달라는 거야?!”
“그렇다, 엘프족의 여왕이여. 전에 인간과 동일한 대우를 해주기로 하지 않았는가.”
“······그러면 한 나라에 왕이 두 명이 되는 셈이잖아. 그래도 괜찮아?”
“그건 대공 정도로 참아 주었으면 하네. 그러니까, 엘드라드가 정식으로 공국으로 인정을 받게 된다면 아카드는 두 개의 나라가 합쳐진 연합왕국이 되겠군.”
대륙 역사상 이종족의 영토가 나라로 인정을 받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만큼 프히들리의 제안은 파격적이었다.
대륙에서 엘프의 취급은 야생동물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위험하니 서식지를 침범하지는 않지만, 기회가 되면 잡아다 노예로 부린다.
그런데 자치권 뿐 아니라, 통치권까지 허용한다는 것이다.
“그럼 노예로 잡혀 있는 동족들은······?”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구출 할 수 있도록 돕도록 하겠네.”
“······그러면 거절 할 이유가 없지.”
에이레네는 프히들리가 내민 손을 마주 잡았다.
대륙 최초로 인간과 이종족이 함께 통치하는 연합왕국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지금부터 본국의 이름을 연합왕국 엘 아카드로 바꾸고, 앞으로는 에이레네 대공과 함께 통치해 나갈 것을 선언한다! 이것은 짐이 즉위를 하는 것과 동시에 효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프히들리 또한 선의만으로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니었다.
에이레네의 직속 친위대는 소드 마스터와도 맞설 수 있는 실력자.
특히 정령사인 애플민트는 엄청난 전력이 되어 줄 것이다.
구석에서 프히들리의 눈치를 보고 있던 고트프리트가 끼어들었다.
“이, 인정 할 수 없다! 엘프가 다스리는 나라라니! 키우는 개나 고양이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그 입 닥쳐라, 고트프리트! 목을 베지 않은 것만으로 감사히 생각하며 평생 조용히 살라 했거늘!”
“히, 히익! 죄송합니다, 폐하······. 제가 주제넘은 짓을 했습니다······.”
아돌프 밑에서 어떤 대우를 받았는지, 자신만만했던 표정이 사라지고 비굴함만이 남아 있었다.
그렇지만 고트프리트 또한 레아 공주의 후손이다.
앞으로도 블라드 대공과의 관계를 좋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죽일 수 없었다.
그의 처분을 놓고 고민하는 프히들리에게 에이레네가 선택지를 하나 제시했다.
“요즘 엘드라드 외곽에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지 뭐야. 그 관리원이 필요한데, 괜찮으면 내가 맡아 줄까? 뭐, 명목은 대충 엘드라드와의 원활한 소통을 위한 외교참모 정도면 그럴듯하잖아? 왕위 쟁탈전에서 패배한 왕족이니까, 평생 꿀이나 빨면서 살라고 하지 뭐.”
“그게 좋겠군. 고맙소, 에이레네 대공.”
“와하하!”
프히들리는 엘리자베스와 나란히 앉아 있는 케인첼에게 다가갔다.
어째서인지 그가 만들어 주었던 소시지롤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모든 것이 그가 만들어준 한 그릇의 요리에서 시작된 일. 그것이 없었다면 이미 지도상에 도이칠랜드는 사라졌으리라.
“은인. 혹시 엘프와 인간이 같이 먹을 수 있는 요리는 없습니까. 대관식 때 같이 나누어 먹고 싶어서 그렇습니다.”
“말을 편히 해 주세요. 이제 일국의 왕 아니십니까.”
“그럴 수 없습니다. 은인은 카트린느······. 아니, 엘 아카드 전체의 은인입니다.”
마음 같아서는 엎드려서 절이라도 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보는 눈이 많아 그럴 수 없어서 안타까울 뿐이었다.
“왕자가 경어를 사용하는 것과 왕의 입에서 나오는 것은 무게감이 다릅니다.”
“······알았소. 은인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는 것도 눈치를 봐야 한다니, 왕이 된다고 꼭 좋은 것만도 아니군.”
“하여간 그런 요리라면 아주 끝내주는 녀석이 있습니다. 엘프와 드워프가 같이 어울려서 먹었던 요리로, 두부 스테이크라고 합니다.”
“두부 스테이크라고? 그것 참 이름만 들어도 맛있을 것 같구나.”
프히들리는 자신도 모르게 군침을 삼키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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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왕국 엘 아카드의 초대국왕 프히들리의 대관식은 조용히 진행되었다.
내전으로 많은 사람이 죽은 상황에서 화려하게 치를 수는 없었다.
그리고 대관식에 참가한 이들은 케인첼이 만든 두부 스테이크를 나누어 먹었다.
이곳저곳에서 연신 감탄사가 흘러 나왔다.
“이것이 콩으로 만든 음식이란 말인가! 이, 말도 안되는 감칠맛의 정체는 도대체······!”
“이거라면 인간도, 엘프도 상관없이 모두 맛있게 먹을 수 있겠어. 마치 엘 아카드를 보는 것 같은 요리 아닌가!”
결국 엘 아카드의 왕실 셰프는 밤새도록 케인첼에게 두부 만드는 법을 배워야 했다.
앞으로 엘 아카드의 주방에서는 아침마다 대두 삶는 냄새가 흘러나오지 않을까.
인간과 엘프가 함께 다스리는 연합왕국 엘 아카드. 그 변혁은 이제 막 시작일 뿐이었다.
식사를 마친 프히들리가 조용한 목소리로 케인첼을 불렀다.
“그러고 보니, 케인첼 공은 곧 떠난다고 했던가?”
“예, 영지를 오래 비워둘 수는 없습니다.”
“그래. 그대 또한 지스타드 영지의 군주였지. 그 전에 받아 주었으면 하는 것이 있다.”
“······설마 드래곤 고기가 아직 더 남아 있는 겁니까?”
“그건 그때 주었던 것이 전부네. 하여간 자세한 이야기는 직접 보고 이야기를 하도록 하세나.”
프히들리는 케인첼을 데리고 어딘가로 향했다. 왕성에는 왕족만이 출입 할 수 있는 장소가 있다.
아무래도 그런 곳 같았다.
비밀문을 몇 번이나 지나가고, 광구만으로 불을 밝히고 있는 통로를 한참이나 걸어가서야 목적지에 도착 할 수 있었다.
“······여긴 방이잖아?”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전혀 예상하지 못한 남자가 케인첼을 반겨 주었다.
연합왕국 엘 아카드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