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191)
요리하는 소드마스터-191화(19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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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바랜 회색 머리와, 그에 어울리지 않게 젊어 보이는 얼굴.
그곳에 있는 것은 블라드 대공령의 주인, 뱀파이어 드라큘라였다.
그는 레이스를 뜨고 있는 카트린느 왕녀를 지켜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거기에는 손녀를 대하는 할아버지 같은 진한 애정이 담겨 있었다.
레아 공주와 쏙 빼닮은 카트린느의 모습에서 그녀의 그림자를 찾고 있는 것이리라.
케인첼의 모습을 발견한 카트린느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양손으로 다소곳하게 드레스를 잡고 허리를 숙였다.
“감사 인사를 드리는 것이 너무 늦었네요. 여러모로 정말 감사해요. 이 은혜는 평생 잊지 못할 거예요.”
“다행히 수은 중독은 완전히 나으신 것 같군요. 그런데 그때 드셨던 가스파초는 입에 맞으셨습니까?”
카트린느의 얼굴이 새빨갛게 변했다.
마라톤을 한다며 드레스를 걷어 올린 채 밖으로 뛰쳐나갔던 일을 떠올린 것이리라.
“······저, 정말 맛있었어요. 기회가 되면 또 먹고 싶네요.”
“다음에 좋은 일이 생기면 꼭 불러 주십시오. 어디에 있더라도 달려가겠습니다.”
좋은 일이라는 말에 안 그래도 빨갛던 얼굴이 더욱 붉어졌다. 마치 잘 익은 사과를 보는 것 같았다.
“예, 반드시······!”
블라드 대공이 함께 있는 이상, 앞으로 카트린느 왕녀의 신변에 위험이 닥치는 일은 일어나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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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발 늦게 가슴에 붕대를 감고 있는 엘리자베스와 에이레네가 도착했다.
연합왕국 엘 아카드의 두 중진이 모인 것이다.
먼저 입을 연 것은 프히들리였다.
“여기는 국가 간의 비밀 회담을 위해 만들어진 장소네. 사적인 이야기도 마음껏 나눌 수 있지. 먼저 자네들 두 소드 마스터를 지원해 준 브리타니아에 진심으로 감사를 표하고 싶네.”
브리타니아 대표라 할 수 있는 엘리자베스가 생긋 웃으며 대답했다.
“우방으로서 당연한 일인걸요.”
프히들리가 왕좌를 거머쥐는 것으로 브리타니아와 엘 아카드는 동맹국이 되었다.
엘 아카드는 그리폰 라이더라는 강력한 공군을 보유하고 있다.
거기에 엘프의 힘이 더해진 이상 머지않아 신흥 강국으로 이름을 날리게 되리라.
“그리고 짐은 브리타니아 뿐 아니라 지스타드 영지와도 동맹을 맺고 싶다. 이건 에이레네 대공 또한 동의한 일이네.”
“······그게 무슨 뜻입니까? 이미 브리타니아와 동맹을 맺었지 않습니까.”
프히들리는 묵직한 위엄이 서린 시선으로 케인첼을 바라보았다.
젊은 청년은 어느새 일국의 왕이 되어 있었다.
“왕이 된 자는 끊임없이 선택을 해야 하네. 다수를 구하기 위해 소수를 희생시킬 것인지, 아니면 그들을 구하기 위해 더 큰 위험을 떠안을 것인지. 그리고 짐과 에이레네 대공은 지스타드 영지와의 동맹을 무엇보다도 중히 여기기로 결정했네.”
만약 지스타드 영지가 브리타니아 왕실과 대립하게 되더라도 케인첼의 편이 되어 준다는 뜻이었다.
거기에 담긴 어마어마한 호의를 느낀 케인첼의 가슴이 뜨거워졌다.
에이레네가 한마디 덧붙였다.
“너무 부담 갖지 마. 지스타드 영지에는 니뮤에 님도 계시잖아. 우선순위를 정하라면 당연히 그 쪽이지.”
의아함을 느낀 엘리자베스가 물었다.
“음······. 좋은 분위기를 깨는 것 같아서 미안한데, 나는 지스타드 영지가 아니라 브리튼 왕실 소속이거든. 이런 이야기는 내가 없는데서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소속은 그렇지만, 마음은 이미 넘어 온 것 같네만.”
정곡을 찔린 엘리자베스가 순간적으로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렇지만 귀까지 빨갛게 변한 것을 숨기지 못했다.
“아, 짜증나. 알아서들 해. 나는 못 들은 것으로 할 테니까.”
“그럼 안주인의 허락도 떨어졌으니, 케인첼 공. 지금 이 자리에서 지스타드 영지와 엘 아카드의 동맹을 맺도록 하세나. 아카드의 이름을 걸고, 내 목숨이 붙어 있는 한 짐은 그대의 우방으로 남을 걸세.”
“······감사합니다, 전하.”
제대로 된 서약서조차 없었지만, 이 동맹이 가진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블라드 대공 드라큘라의 앞에서 아카드의 이름을 걸고 맹세를 한 것이다.
“그리고 이건 내 나름의 성의네. 에이레네 대공이 준비한 것과 같이 받아주었으면 하네.”
프히들리는 회담실 벽에 장식되어 있는 검을 뽑아왔다.
얼핏 보면 양손검으로 생각될 정도로 투박하게 생긴 검이었다.
“단순히 장식용은 아닌 것 같군요.”
“아카드가 아직 제국이라 불리던 시절, 수많은 악귀를 베어냈다고 전해지는 요정왕의 검 ‘프라가라흐’라네.”
프히들리는 검집에서 검을 뽑아 그 내용물을 보여주었다.
마치 심연이 담긴 것처럼 보이는 묵빛의 날에 알 수 없는 룬어가 잔뜩 새겨져 있었다.
케인첼의 표정이 멍해졌다.
프라가라흐는 일국의 국보에 버금가는 보물이다.
거기서 뿜어져 나오는 엄청난 존재감 때문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실제로 이건 국보가 맞네.”
“······그런 물건을 제게 주셔도 괜찮은 겁니까?”
“뭐, 국왕이 국보를 마음대로 하겠다는데, 어쩌겠는가. 다만 그대가 죽기 전에는 돌려주었으면 하네.”
“알겠습니다. 지스타드의 이름을 걸고 맹세하겠습니다.”
“고맙군. 전승에 따르면 프라가라흐는 주인으로 인정한 사람이 뽑으려고 마음먹으면, 스스로 칼집에서 빠져나와 손에 들어온다고 하지. 게다가 주인이 위험에 처하면 반격을 하기도 하네.”
그 설명을 들은 케인첼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물론 의지를 가진 도구라면 젤리도 있었다. 그렇지만 젤리는 케인첼의 손을 벗어나면 몇 분밖에 움직이지 못한다.
‘저거만 있으면 밤새도록 저어줘야 하는 소스도 편하게 만들 수 있겠는데? 이거 완전 최고의 국자······.’
케인첼의 손에 프라가라흐를 쥐어주려던 프히들리의 움직임이 정지했다.
“케인첼 공. 이건 요리 도구가 아니라, 악을 멸하는 보검이네. 명심하게나.”
“······물론이죠.”
프히들리는 묘하게 늦은 대답에 불안감을 느껴야 했다.
케인첼은 번들거리는 눈으로 프라가라흐를 바라보았다. 두꺼운 손잡이는 면을 반죽 할 때 써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럼 이번엔 내 차례구나. 호라이즌, 그 자를 데리고 와.”
그러자 호라이즌이 나무줄기에 묶여 있는 남자를 데리고 들어왔다.
마치 뱀처럼 교활해 보이는 인상이었다.
목에 나 있는 선명한 이빨자국이 이미 드라큘라의 포로가 되었다는 것을 증명해 주고 있었다.
“칠죄신교의 잔당 데네브야.”
갑자기 튀어나온 익숙한 호칭에 케인첼과 엘리자베스가 동시에 비명을 질렀다.
“칠죄신교!?”
“아니, 그 놈이 왜 여기서 튀어나와? 분명 꼬맹이가 쓰러트린 베가가 마지막 아니었어?”
“나도 설마 바이마르 왕성에까지 침투 해 있을지는 몰랐어. 그렇지만 자기 입으로 마지막 남은 칠죄신교라고 했으니 이걸로 정말 끝일 거야. 블라드 대공이 이 자리에 있는 것도 이놈 때문이야.”
세계수를 불태우려는 칠죄신교는 엘프에게 있어서도 쓰러트려야 할 적이었다.
블라드 대공이 데네브의 허리를 쿡 하고 찔렀다.
그러자 마치 실 끊어진 인형처럼 제멋대로 움직이며 말을 토해냈다.
“내 이름은 데네브······. 대륙에 마지막으로 남은 칠죄신교······.”
뱀파이어에게 물린 이는 그의 충실한 종이 된다.
이미 데네브는 그런 상태인 것 같았다.
“······바퀴벌레도 아니고, 침투력이 대단하군요.”
“그렇지? 원래는 우호의 증표로 네 손에 처리를 맡기려고 했어. 그런데 심문을 하다가 엄청난 사실을 들었지 뭐야.”
“설마 이들의 목적이라도 알아낸 겁니까?”
“응. 그런데 그게 참 뭐라고 해야 할까······.”
에이레네는 자신의 머리를 헝클어트리며 말을 이었다.
“아돌프가 브리타니아를 침략한 적 있지? 그걸 뒤에서 사주한 것이 이놈이야.”
“······!”
“데네브는 그곳에 화이트 드래곤의 둥지가 있다는 것을 미끼로 아돌프를 꼬드겼어. 그 결과는 잘 알고 있지?”
어떻게 모를 수 있겠는가.
그가 노렸던 화이트 드래곤은 지금 지스타드 영지에서 보호하고 있다.
결국 수많은 희생을 낸 내전의 원인을 제공한 것이 칠죄신교였던 것이다.
그제야 케인첼은 프히들리가 어째서 지스타드 영지와의 동맹을 제안한 것인지 깨달았다.
“소년의 활약으로 칠죄신교의 야망은 대부분 박살났어. 결국 그들에게 남은 길은 하나 밖에 없었던 거야. 바로 화이트 드래곤이 막고 있는 문을 여는 거.”
“문이라니요?”
“말하자면 마계와의 통로 같은 거야. 칠죄종이 인과를 무시하고 브리타니아에 나타 날 수 있었던 것도 그것의 존재 때문이라고 해.”
화이트 드래곤 칼리오페가 백색 산맥에 둥지를 튼 것이 11년 전이었다.
그리고 곧바로 수면기에 들어갔다.
에이레네는 데네브를 심문하며 들은 내용을 말해 주었다.
칠죄신교의 목적은 칠죄종의 부활. 그렇지만 그들의 본체는 마계에 있다.
결국 마계와의 문을 여는 것으로 완전한 부활을 이룩할 수 있다고 믿은 것이다.
“화이트 드래곤은 맹약에 따라 자신의 육신으로 문을 막고 있었어. 원래라면 앞으로 천년정도는 깨어나지 않았어야 해.”
“······그런데 잠에서 깬 거군요.”
“맞아. 문을 열기 위해서 억지로 깨운 거야. 그것도 자신은 손가락 하나 건드리지 않고, 세치 혀만 사용해서 말이야.”
결국 아돌프 또한 칠죄종을 부활시키기 위해 이용된 것일 뿐이었다.
“만약 문이 열리면 어떻게 됩니까?”
“칠죄종은 몰라도 72악마는 확실하게 이쪽으로 넘어 올 거야. 원래 그들의 계획은 아돌프에게 화이트 드래곤을 흡수시켜서 완전히 소멸시키는 거라고 해. 그런데 화이트 드래곤이 자취를 감춘 거야.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건지······. 하여간 그녀를 찾아야 해.”
케인첼은 황당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 화이트 드래곤이라면 지스타드 영지에서 놀고 있는데요.”
“······뭐라고?!”
그리고 칼리오페와 어떤 식으로 인연을 맺게 되었는지 설명해 주었다.
이야기를 들은 에이레네와 프히들리가 마주보며 허탈한 웃음을 터트렸다.
“우리말이야. 문제의 답을 옆에 두고 찾아다니고 있었네.”
“그러게 말이다. 진작 케인첼 공에게 상담해 보자고 하지 않았나.”
“아니, 확실하게 하고 싶어서 그런 거지! 당신도 동의 했잖아!”
그나마 다행인 것은 봉인석이라고 할 수 있는 칼리오페가 사라진다고 바로 문이 열리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대충 반년 정도 정도의 여유가 있다고 한다.
‘그럼 앞으로 삼 개월 정도 남은건가.’
아무래도 지금 당장 지스타드 영지로 돌아가 봐야 할 것 같았다.
“기다려 주게나. 지금 국경으로 통하는 게이트를 준비하고 있네. 반나절 정도만 기다리면 완성될 걸세.”
말을 타고 일주일은 가야 하는 거리였다. 그것을 단숨에 이동할 수 있으면 게이트의 완성을 기다리는 편이 낫다.
결국 케인첼은 연합왕국 엘 아카드에서의 마지막을 즐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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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드 대공이 멋쩍은 얼굴로 뒷머리를 긁적거리며 물었다.
“케인첼 공. 엘프와 인간이 함께 나누어 먹을 수 있는 요리를 만들었다고 들었소. 혹시 뱀파이어와 인간도 가능한 거요?”
아무래도 카트린느와 같이 식사를 하고 싶은 것 같았다.
케인첼은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피를 먹는 것에 거부감을 가진 사람이라도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있어요.”
“당연히 피로 만든 음식이겠지?”
“게다가 아주 달콤하면서 매혹적입니다.”
떠나기 직전까지도 요리를 하려는 모습이 너무나 케인첼다웠다.
게다가 달콤한 디저트라는 말에 엘리자베스가 눈을 빛냈다.
“꼬맹아, 그거 나도 먹고 싶은데?”
“괜찮으면 짐에게도 나누어 줄 수 있겠나. 그런데 피로 만든 디저트라니, 도대체 무슨 음식인가?”
케인첼은 빙긋 웃으며 지금부터 만들 요리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안 그래도 새롭게 얻은 국자의 성능을 시험해 보고 싶기도 했다.
연합왕국 엘 아카드 #3